0. 원피스 1부는 대단한 만화였다. 이스트블루에서 시작되어 정상결전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원피스를 정상의 자리에 오려놓았다. 비록 데비 백 파이트 같은 오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설정상 2년 후를 다루는 2부를 기대했다. 기존의 위대한 항로와는 차원이 다른 신세계 말이다. 그러나 정작 2부가 처음 나오고 나온 어인섬 편은 솔직히 기대마나 못했다. 물론, 어인섬 편에 의의가 없는 건 아니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정상결전 이후 달아오른 독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포켓몬에도 어인섬 편과 비슷한 게임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포켓몬스터 XY(이하: 엑와)다.
1. 액와를 평가하기 전에 한 가지 말해야 하는 점이 있다. 바로 엑와는 포켓몬에 있어서 가장 큰 혁신을 이뤄낸 게임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블화 2까지의 포켓몬은 2D 게임이었다. 기종이 변하고 그래픽이 좋아지더라도 2D 그래픽이라는 점만큼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엑와가 기반으로 삼는 기종은 바로 닌텐도 3DS였다. 즉, 포켓몬 그래픽이 3D로 넘어갈 당위도 기대도 충분했다. 그리고 엑와는 2D에서 3D로의 전환을 성공했다. 이것이 포켓몬스터 시리즈에서 엑와가 이루어낸 가장 큰 업적이다. 이후의 포켓몬 게임들이 도트 그래픽과 2D를 유기하고 3D로만 나올 수 있었는 데는 분명 엑와의 공헌이 있었다.
그러나 2D에서 3D에서의 전환이 매우 큰 변화라는 이야기는 반대로 말하자면 제작진들이 엑와를 만들 때 3D로 전환하는 데에 집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2D에서 3D로 새로운 전환을 거치는 과정에서 에가와는 기존의 포켓몬이 가졌던 미덕을 잃었고 이는 엑와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분명 포켓몬의 혁신을 이끌었다는 점은 역사적 관점에서 엑와를 고평가할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당장 게임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그것이 중요할까? 솔직히 전혀 중요하지 않다. 엑와는 냉정하게 말해서 실망스러운 게임에 가깝다.
하지만 아무리 명작이라도 장점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아무리 졸작이라도 단점만이 있는 건 아니다. 분명 엑와에도 장점은 있다. 일단 엑와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편의성이다. 위에서는 그래픽 이야기를 주로 했지만 사실 다른 포켓몬 게임이 그렇듯 엑와의 그래픽도 동 세대, 동 기종의 게임이랑 비교했을 때,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엑와의 편의성은 분명 전작인 블화 2보다 진보했다.
엑와에서 새로 도입된 편의성이라면 역시 대각선 이동이다. 2D 게임으로 포켓몬 게임은 오직 사방으로만 이동이 가능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매우 뒤처진 구세대의 이동 방식이었다. 포켓몬이 이랬던 이유는 대각선을 누르기에는 어려운 십자키와 그리드 시스템에 있었다. 닌텐도 DS까지만 해도 아날로그 패드가 없어서 대각선 이동을 구현하기도 어려웠고 세계를 칸으로 나누는 그리드 시스템 역시 대각선 이동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닌텐도 3DS에서 추가된 아날로그 패드를 활용하여 엑와에는 대각선 이동이 도입됐고 이는 일종의 신세계였다. 같은 대각선 거리를 갈 때, 두 가지 방향을 번갈아가면서 누르는 것과 대각선 방향으로 슬며시 아날로그 패드를 움직이는 건 천지차이다.
대각선 이동 외에도 엑와의 편의성은 주로 초보자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적용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노력치와 개체치인데 노력치는 무리배틀과 슈퍼트레이닝을 도입해 조금 더 쉽게 노력치를 쌓을 수 있게 했고 개체치 역시 2V를 보장하는 친구 사파리나 개체지 유전을 더 쉽게 해주는 빨간실의 도입으로 멀티플레이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블화2까지만 하더라도 멀티플레이 진입장벽은 살벌한 편이었다. 5세대까지만 하더라도 완벽한 부모 개체가 있더라도 최고의 개체지인 6V를 뽑을 확률은 1/300, 현실적으로는 백만분의 일에 가까웠다. 그러므로 이때만 하더라도 멀티플레이를 하려는 사람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었다. 영겁의 가까운 시간 동안 노가다를 하거나, 아니면 어둠의 루트를 선택하거나. 그러나 6세대에서는 빨간 실이나 무리배틀 등으로 조금 더 쉽게 멀티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비록 그 확률도 빨간 실 기준으로 완벽한 부모 개체가 있을 시 3퍼센트 정도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엑와를 기점으로 분명 멀티플레이 진입장벽이 확 낮아졌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한편, 편의성 개선은 멀티플레이만 적용된 것이 아니었다. 기본적인 스토리에도 편의성 개선이 적용되었다. 소소한 점으로는 포켓몬 자리 교체 시 드래그로 간편히 교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나 비전머신의 사용 빈도 축소, 포획 경험치 추가 등이 있으며 기본 스토리 중에 기존의 스타팅뿐만 아니라 1세대 스타팅, 루카리오, 라프라스를 공짜로 얻을 수 있게 해서 스토리의 진입장벽도 낮췄다. 기존의 포켓몬 스토리가 그리 쉽지 많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꽤 나쁘지 않은 방향의 변화였다.
편의성을 제외하고 엑와의 또다른 장점이라면 역시 포켓파를레다. 포켓파를레는 엑와에서 새롭게 만들 수 있는 디저트인 포플레를 주면서 포켓몬과 함께 교감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었던 포켓몬을 쓰담쓰담하거나 포를레를 먹고 귀여워하는 모습을 게임에서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았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눈요기에만 좋은 게 아니라 게임플레이와 연계되었다는 점도 장점이다.포켓파를레를 하다보면 절친도라는 스탯이 오른다. 이 절친도가 오르면 스토리 한정으로 포켓몬이 쓰러질 공격에도 운 좋게 사거나 급소를 맞히는 등 보너스가 생겨 트레이너와 포켓몬의 유대를 게임 플레이 안에서도 구현했다. 이는 플레이어를 짜릿하게 하면서 동시에 게임하는 도중에는 잊기 쉬운 인간과 포켓몬의 유대를 상기시키는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제작진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7세대 이후에도 포켓파를레는 이름만 바꿔서 계승된다.
2. 이 정도가 엑와의 확실한 장점이다. 이제 다음으로 단점을 살펴보기 전에 조금 복합적인 평가가 필요한 요소를 살펴보고 쉽다. 바로 사운드다. 엑와의 사운드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좋다는 사람은 정말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매우 싫어한다. 그러므로 이 사운드 관련 평가는 개인적인 감상이 주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기를 바란다.
일단 한 가지, 음질은 확실히 이전 작품보다 더 좋아졌다. DS에서 3DS로 바뀌며 음질은 이전보다 더 발전했다. 그리고 엑와에는 좋은 곡들이 꽤 있다. 대표적인 곡이라면 역시 엑와의 엔딩인 KISEKI가 있는데 아름다운 선율과 스토리에 어울리는 가사가 일품이다. 또, 이설시티 테마도 추억을 생각하게 만드는 슬픈 분위기가 감상을 젖게 만들었다. 그 외에도 AZ의 테마들이나 플라타느 박사의 테마도 꽤 좋은 편이다.
그러나 엑와의 배틀 테마는 전체적으로 별로다. 솔직히 야생 포켓몬 배틀이나 트레이너 배틀까지는 그렇다 쳐도 체육관 관장부터 챔피언까지 죄다 별로다. 솔직히 배틀 테마 중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테마는 플라트리 배틀 밖에 없었다. 그런 점이 엑와의 사운드를 저평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렇게 엑와의 긍정적인 면들을 전부 살펴보았다. 엑와는 분명 장점이 꽤 있는 게임이었다. 편의성 증가라든가, 포켓파를레, 일부 사운드트랙은 분명 엑와의 뛰어난 장점이었다. 하지만 엑와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게임이었다. 스토리부터 게임 플레이까지 아쉬운 점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므로 다음 글부터는 엑와의 단점을 천천히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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