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126

닌텐도의 역사 (7) - 화려한 부활

0. 2017년 3월, 닌텐도는 회사 역사상 가장 큰 위기 중 하나에 직면해 있었다. Wii U의 처참한 실패와 이와타 사토루 사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인해 많은 이들이 130년 역사의 이 회사가 하드웨어 비즈니스에서 철수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사로 전환할 것이라 예측했다. 스마트폰 게임의 부상과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강력한 콘솔 지배력 사이에서, 닌텐도의 독특한 철학을 고수하며 생존할 공간은 점점 좁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배경 속에 등장한 닌텐도 스위치는 단순한 신형 콘솔이 아닌, 회사의 존립을 건 마지막 승부수였다.  그리고 2025년 현재, 닌텐도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스위치는 엄청난 판매량을 자랑하며 영화나 테마파크 분야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최근 공개된 닌텐도 스위치 2는 많..

게임 2025.03.10

닌텐도의 역사 (6) - 개같이 멸망

0. 2006년 출시된 Wii와 2004년 출시된 DS는 닌텐도 역사상 가장 폭발적인 성공을 거둔 콘솔이었다. Wii는 1억 대 이상, DS는 1억 5천만 대 이상 팔리며 전 세계적으로 게임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모션 컨트롤과 터치스크린이라는 혁신적인 인터페이스로 비게이머들까지 끌어들이며 닌텐도는 게임 업계의 정상에 우뚝 섰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엄청난 성공이 닌텐도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성공의 정점에서 닌텐도는 다음 세대 기기를 준비해야 했지만, 이미 완벽에 가까운 성공을 거둔 플랫폼을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일반인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스마트폰과 태블릿이라는 새로운 경쟁자들에 대응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닌텐도의 대답은 닌텐도 3DS와 Wii U..

게임 2025.03.04

닌텐도의 역사 (5) - 판을 뒤짚다

0. 2000년대 초, 닌텐도는 사면초가에 놓여 있었다. 게임큐브는 판매량으로는 플레이스테이션 2에, 성능으로는 엑스박스에 밀리는 애매한 위치였다. 그나마 잘 나가는 건 게임보이 어드밴스 뿐이었다. 하지만 소니가 이 시장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PSP라는 첫 휴대용 게임기를 내놓았는데, 성능이 플레이스테이션 2와 맞먹을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닌텐도는 아무도 예상 못한 결정을 내린다. 성능 경쟁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1. 2002년 닌텐도의 새 사장이 된 이와타 사토루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에 맞서려면 성능 경쟁이란 치킨 게임이 아닌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선택한 건 바로 블루 오션 전략이었다. 경쟁사들이 피 터지게 싸우는 하드코어..

게임 2025.03.02

허셜 레이튼 - 신사, 모자, 고고학자, 그리고 수수께끼 (2)

5. 루크와 함께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레이튼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대부호 아우구스투스 라인포드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남긴 유언장이었다. 라인포드는 ‘이상한 마을’ 어딘가에 값진 가보, 황금열매를 숨겨두었으며, 이를 찾아낸 자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상속하겠다고 했다. 호기심과 사건 해결의 열망에 불타오른 레이튼은 루크와 함께 이상한 마을로 향했다. 이상한 마을은 이름 그대로 기묘한 곳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하나같이 수수께끼에 집착하는 것도 이상했지만, 무엇보다 더 섬뜩한 것은 갑작스러운 실종과 의문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레이튼과 루크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단서를 수집했고, 점차 진실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을 노리는 또 다른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

게임 2025.02.25

허셜 레이튼 - 신사, 모자, 고고학자, 그리고 수수께끼 (1)

0. 최근 인터넷 방송 등지에서 레이튼 붐이 왔다. 왜 갑자기 스트리머들이 레이튼 교수와 이상한 마을을 시작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레이튼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 매우 반갑다. 사실 레이튼 시리즈가 나름 역사도 오래됐고 판매량도 나름 괜찮은데 최근 들어 시리즈의 상황이 별로 안 좋아서인지 뭔가 시리즈가 침체된 느낌이었다. 그런데 신작 소식도 나오고 갑자기 붐도 오니까 팬으로서는 꽤 기쁘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레이튼 붐을 기념해서 시리즈의 주인공, 허셜 레이튼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1. 허셜 레이튼을 처음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그의 모자다. 그가 쓰고 있는 모자는 빅토리아 시대의 신사라면 누구나 썼던 실크햇이며, 이는 레이튼 시리즈의 대표적인 상징이기도 하다. 높이 솟은 ..

게임 2025.02.18

닌텐도의 역사 (4) - 계속되는 침체

0. 닌텐도 64의 시대는 닌텐도에게 그리 녹록지 않았다. 완전히 실패한 게임기는 아니었으나, 시장의 지배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기 때문이다. 가정용 게임기 시장의 경쟁은 더욱 격화되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광풍은 시간이 흘러도 사그라들지 않고, 플레이스테이션 2로 더욱 거세졌다.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거대 기업 역시 엑스박스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가 또한 드림캐스트를 통해 점유율 회복을 노렸다. 닌텐도는 혁신적인 콘솔을 통해 이 쟁쟁한 경쟁자들과 맞서 싸워야 했다. 1. 2001년, 닌텐도는 차세대 게임기, 게임큐브를 세상에 선보였다. 먼저 하드웨어 성능 향상에 힘을 쏟아, IBM과 PowerPC 기반의 "Gekko" CPU를 공동 개발했다. 이는 당시 콘솔 시장에서 상당한 처리 능력을 제공했다. ..

게임 2025.02.12

닌텐도의 역사 (3) - 미끄러지다.

0. 1990년대 초 닌텐도는 게임의 왕이었다. 슈퍼 패미컴과 게임보이 둘다 엄청난 속도로 팔려나갔고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닌텐도 게임기에 게임을 내지 못해 안달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닌텐도의 내부에서는 자연스럽게 오만과 안일함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 90년대는 신기술의 시대였다. 닌텐도는 자신의 게임기에 신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심했고 그 시작은 애석하게도 '버추얼 보이'였다. 1. 휴대용 게임기 부문의 리더인 요코이 군페이는 당시 유망한 가상현실 기술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건보이'라는 코드명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몰입감 넘치는 3D 입체 게임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다. 닌텐도는 버추얼 보이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한 게임기 진화를 넘어, ..

게임 2025.02.08

닌텐도의 역사 (2) - 두 개의 태양

0. 세가는 과거나 지금이나 오락실의 강자였다. 세가의 아케이드 게임들은 오락실을 점령했고 오락실에서의 위상을 보면 닌텐도보다도 더 높았다. 그런 세가는 가정용 게임 시장이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패미컴 시대부터 가정용 게임에 투자를 시작했다. 다만 당시 세가는 자신의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과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고 실제로 그런 오만 때문에 패미컴에게 완전히 밀려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세가는 다른 방식으로 가정용 게임 시장에 접근했고 그들은 닌텐도와 대적할 수 있는 게임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메가 드라이브', 이것이 닌텐도의 상대였다. 1. 메가 드라이브를 본 닌텐도가 만든 것은 바로 '슈퍼 패밀리 컴퓨터(슈퍼 패미컴)'이었다. 닌텐도가 슈퍼 패미컴 개발 당시에 설정한 목표는 명..

게임 2025.02.02

닌텐도의 역사 (1) - 전설의 시작

0. 최근, 닌텐도 스위치 2의 공개 소식은 전 세계 게이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공개된 정보는 외형과 새로운 '마리오 카트' 시리즈에 불과했지만, 닌텐도 스위치가 쌓아 올린 압도적인 성공은, 그 짧은 정보만으로도 사람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닌텐도 역시, 지금의 성공적인 모습 뒤에는 수많은 시련과 실패의 역사가 숨겨져 있다. 이번 글에서는 화투를 팔던 작은 상점에서 세계적인 게임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닌텐도가 걸어온 파란만장한 여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닌텐도의 역사는 1889년에 시작되었다. 야마우치 후사지로라는 인물이 닌텐도라는 이름의 회사를 창업했는데, 당시 닌텐도는 화투를 판매하는 소규모 회사였다. 비디오 게임은 물론, 제대로 된 보드 게임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던 시대에..

게임 2025.01.27

레이튼 교수와 최후의 시간여행 리뷰 - 아름다운 시간의 마법

0. 2007년, 닌텐도 DS라는 휴대용 게임기가 전 세계를 휩쓸 무렵, 한 줄기 섬광과도 같이 등장한 시리즈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레이튼 교수 시리즈였다. 독특한 카툰풍의 그림체와 고풍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수많은 수수께끼들은 순식간에 게이머들을 매료시켰고, 레이튼 교수 시리즈는 순식간에 퍼즐 어드벤처 장르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2009년, 레이튼 교수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자, 완결을 향해 나아가는 마지막 퍼즐 조각, '레이튼 교수와 최후의 시간여행'이 발매되었다.  이 최후의 시간여행은 레이튼 교수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었던 작품이었다. 그런만큼 이 작품에 대한 기대치는 컸고 최후의 시간여행은 그 기대치를 완벽하게 충족해주었다. 시간 여행이라..

게임 2025.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