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잠깐, 삼국지연의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동탁 암살에 실패하고 쫓기는 신세가 된 조조. 그는 진궁의 도움으로 간신히 낙양을 빠져나와 아버지의 오랜 친구, 여백사의 집에 몸을 숨긴다. 하지만 그곳에서 조조는 섬뜩한 말을 엿듣고 만다. 여백사의 하인들이 무언가를 "어떻게 묶어서 죽일까?" 논의하고 있었던 것. 자신을 해치려는 음모라 확신한 조조는 의심과 공포에 사로잡혀, 결국 하인들은 물론, 자신을 위해 술을 사 오던 여백사마저 제 손으로 죽여버린다. 실상은 끔찍한 오해였다. 하인들은 조조를 해치려던 것이 아니라,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돼지를 잡으려던 것뿐이었다. 이 참극을 목격한 진궁이 조조의 잔인함과 배은망덕함을 질책하자, 조조는 그 유명한 대답을 내놓는다. "내가 천하를 저버릴지언정, 천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