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루크와 함께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레이튼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대부호 아우구스투스 라인포드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남긴 유언장이었다. 라인포드는 ‘이상한 마을’ 어딘가에 값진 가보, 황금열매를 숨겨두었으며, 이를 찾아낸 자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상속하겠다고 했다. 호기심과 사건 해결의 열망에 불타오른 레이튼은 루크와 함께 이상한 마을로 향했다.
이상한 마을은 이름 그대로 기묘한 곳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하나같이 수수께끼에 집착하는 것도 이상했지만, 무엇보다 더 섬뜩한 것은 갑작스러운 실종과 의문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레이튼과 루크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단서를 수집했고, 점차 진실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을 노리는 또 다른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돈 파올로였다. 레이튼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는 그는 체르미 경감으로 변장한 채 마을에 잠입했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레이튼을 제거하고 황금열매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레이튼은 돈 파올로의 속임수에 쉽게 당할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날카로운 추리로 돈 파올로의 정체를 밝혀내고, 마침내 황금열매의 비밀에도 도달했다. 황금열매란 보물이 아니라, 바로 라인포드의 딸 플로라였다. 라인포드는 자신의 죽음 이후 홀로 남을 플로라를 걱정했고, 그녀를 지켜줄 사람을 찾기 위해 이 기묘한 유언과 시험을 계획했던 것이었다.
다행히도, 플로라를 보호하기에 레이튼만큼 완벽한 신사는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돈 파올로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레이튼을 기습하며 마지막 반격을 시도했지만, 레이튼은 침착하게 그의 공격을 피하고 상황을 수습했다. 돈 파올로는 분을 삼키며 마을을 떠났지만, 이는 그와 레이튼의 마지막 대결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6. 어느 날, 레이튼은 스승인 슈레이더 박사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무시무시한 소식이 담겨 있었다 "열면 반드시 죽는다는 악마의 상자를 발견했다." 편지를 읽은 순간, 레이튼은 주저 없이 슈레이더의 연구실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를 맞이한 것은 싸늘한 슈레이더 박사의 시신과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악마의 상자였다. 사건의 유일한 단서는 슈레이더가 남긴 몰렌트리 특급열차 티켓 한 장. 레이튼은 그 티켓을 손에 쥐고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다짐했다.
몰렌트리 특급열차에 오른 레이튼과 루크는 단서를 찾기 위해 열차 곳곳을 조사했다. 조사 도중,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주거나 햄스터 다이어트를 도와주는 등 예상치 못한 일들도 많았다. 그러던 중, 열차에 몰래 숨어든 플로라를 발견했다. 그녀는 레이튼과 함께 모험을 떠나고 싶어 홀로 열차에 오른 것이었다. 이제 레이튼, 루크, 플로라 이 세 사람은 힘을 합쳐 계속해서 조사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열차를 조사하던 중, 레이튼 일행은 빈 특실로 들어갔다. 피곤했던 탓인지, 셋은 깊은 잠에 빠졌고, 눈을 떴을 때, 그들이 서 있는 곳은 환상의 마을, 폴센스였다.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레이튼은 침착하게 조사를 시작했다. 악마의 상자와 관련된 단서를 따라가던 그는 상자가 폴센스에 살고 있는 불사의 흡혈귀, 안톤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아냈다. 그러나 악마의 상자를 노리는 자는 레이튼 일행뿐만이 아니었다.
레이튼은 조사 도중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의심은 결국 하나의 진실로 이어졌다—플로라는 가짜였다. 가짜 플로라의 정체는 다름 아닌 돈 파올로였다. 그는 슈레이더 박사로부터 악마의 상자를 훔친 후, 열차에 숨어 악마의 상자의 비밀을 파헤치려 했다. 그러던 중, 진짜 플로라를 발견한 돈 파올로는 그녀를 납치한 뒤 자신이 변장해 레이튼의 곁에서 정보를 캐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계략이 오래가지 못했다. 슈레이더 살인사건을 수사 중이던 진짜 체르미 경감이 열차에 탑승해 있었고, 결국 돈 파올로는 악마의 상자마저 떨어뜨린 채 체르미 경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돈 파올로가 떠난 후, 레이튼과 루크는 마침내 악마의 상자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지만,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레이튼은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루크와 함께 악마의 상자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불사의 흡혈귀 안톤이 살고 있다는 저택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마주한 안톤과의 대화를 통해 레이튼은 마침내 모든 진실을 밝혀냈다.
안톤은 사실 흡혈귀가 아니었다. 그는 단순한 기억 속에 갇혀 살아온 불쌍한 노인이었다. 그리고 폴센스 역시 존재하지 않는, 그가 만들어낸 환상의 마을이었다. 과거의 상처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흡혈귀라 믿어온 안톤. 하지만 레이튼의 추리를 통해 그는 마침내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갈 결심을 했다. 그 사이, 돈 파올로에게 납치당했던 플로라도 무사히 보호받고 있었고, 슈레이더 박사 역시 죽은 것이 아니라 단순히 기절했던 것이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간 순간, 레이튼과 루크는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렇게, 악마의 상자 사건은 마침내 끝을 맺었다.
7. 어느 날, 레이튼은 믿기 어려운 편지를 한 통 받았다. 발신인은 ‘미래의 루크’, 내용은 “미래의 런던이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며칠 전 영국의 수상 빌 호크가 타임머신 시연회 도중 실종된 사건이 발생했다. 레이튼은 이 사건과 편지가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편지에 적힌 단서를 따라 시계 가게로 향한 레이튼과 루크. 그리고 그곳에서 몇 번의 굉음이 울린 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들은 정말로 미래의 런던에 도착한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런던은 이상했다. 도시는 황폐화되었고 도시 개발은 엉망진창이었다. 더욱이, ‘모자파’라는 갱단이 런던을 지배하고 있으며 심지어 카지노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레이튼은 거리에서 죽은 줄 알았던 클레어와 똑같이 생긴 여자를 목격했다. 자신이 본 것이 환상인지 현실인지 혼란스러웠지만, 우선 레이튼은 미래의 루크를 만나기 위해 카지노로 향했다.
레이튼은 무사히 미래 루크와 접선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미래 루크는 놀라운 진실을 털어놓았다. 모자파를 지배하는 수장은 다름 아닌 타락한 미래의 레이튼이었으며, 그의 목표는 타임머신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미래 루크는 절망 속에서 미래 레이튼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즉 현재의 레이튼을 불러냈다.그렇게 현재의 레이튼, 루크, 그리고 미래의 루크가 마침내 만나게 되었다.
루크들과 미래 런던을 조사하던 레이튼은 이곳과 과거의 사건이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특히 클레어처럼 생긴 여자를 목격한 이후, 그는 더욱 단서를 찾기 위해 현재로 돌아가 과거의 사건을 조사하기로 결심했다. 스코틀랜드 야드를 찾아간 그는 체르미 경감으로부터 빌 호크 실종 사건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다시 미래 런던으로 돌아오려 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이번에는 체르미 경감, 바튼 형사, 그리고 플로라까지 따라온 것이었다. 레이튼은 한숨을 쉬면서도, 모두와 함께 미래 레이튼이 상주하고 있다는 차이나타운으로 향했다.
차이나타운 중앙에는 거대한 탑이 있었고, 그곳에서 미래 런던을 지배하는 미래 레이튼이 모습을 드러냈다. 레이튼은 간단한 수수께끼를 이용해 그의 정체를 밝혀냈고, 그 순간 모두가 경악했다. 그는 진짜 미래의 레이튼이 아니었다. 그의 정체는 빌 호크 실종 사건의 주범이자, 모든 계획을 뒤에서 조종한 디미트리 앨런이었다.
디미트리는 과거에 클레어를 사랑했던 남자였다. 연인이 될 수는 없었지만, 연구실의 선배로서 그녀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그. 그러나 타임머신 실험이 실패로 끝나면서 클레어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 이후, 디미트리는 타임머신을 만들어 클레어가 죽기 전으로 돌아가겠다는 집착에 사로잡혔다. 그는 프로토타입 타임머신을 제작한 후, 여러 과학자들을 납치해 강제로 타임머신을 완성하도록 협박했고, 동시에 클레어가 죽기 전의 과거로 가기 위해 레이튼의 기억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레이튼을 이곳으로 유인한 것이었다. 당연히 그는 이곳에 거대한 함정을 숨겨놨다.
디미트리는 계획대로 함정을 작동시켜 레이튼과 일행을 철창에 가둔 후, 거대한 탑을 떠났다. 하지만 철창에 갇힌 것은 진짜 레이튼이 아니었다. 그는 변장한 돈 파올로였다. 그리고 모두가 당황하는 사이, 진짜 레이튼이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 철창을 열어주었다.
사실, 돈 파올로는 디미트리와 거래를 한 후 계속해서 미래 런던에서 레이튼을 감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튼은 이미 그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고, 오히려 돈 파올로에게 이 사건이 클레어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돈 파올로 역시 클레어를 사랑했던 인물이었다. 레이튼이 자신의 라이벌이 된 이유도 결국 클레어 때문이었기에, 그는 이번만큼은 레이튼과 협력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그는 레이튼으로 변장해 일부러 디미트리에게 붙잡힌 것이었다. 이제, 레이튼과 돈 파올로는 함께 디미트리를 쫓기 시작했다.
레이튼 일행은 탑에서 빠져나와 도시를 좀 더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레이튼은 템스 강 너머에 타임머신 연구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시 강을 건너 연구소로 향한 레이튼 일행. 그러나 연구소 내부는 예상과 달랐다. 기계들이 가득했지만, 그것들은 타임머신이라기보다는 무기에 가까운 장비들이었다. 레이튼이 수상함을 느낀 순간, 갑자기 모자파의 조무래기들이 난입했다. 다행히도, 클레어와 똑같이 생긴 여자가 나타나 비밀 통로로 레이튼 일행을 탈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자신을 클레어의 여동생, 스텔라라고 소개했다. 레이튼은 클레어와 오랜 시간 함께했지만 여동생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추궁할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는 일단 스텔라의 도움을 받아 연구소에서 빠져나왔다.
타임머신 연구소에서 빠져나온 레이튼 일행은 템스 강 근처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사건의 주요 인물이 모두 모인 그 자리에서 레이튼은 드디어 이번 사건의 진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미래 런던은 존재하지 않았다. 디미트리는 타임머신을 만들지 못했고 이 런던은 미래 런던이 아니라 지하 런던이었다. 즉, 시계 가게의 타임머신은 시간을 넘는 장치가 아니라 단순한 엘리베이터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디미트리와 손을 잡은 자, 그리고 이곳이 미래 런던이라면 존재해서는 안 되는 자가 있었다. 그 인물은 미래 루크, 정확히는 클라이브였다. 그는 디미트리와 협력해 지하 런던을 건설하고 과학자들을 납치하여 타임머신을 개발하게 한 장본인이었다.
모든 것이 밝혀지자, 디미트리는 마침내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았다. 과거, 디미트리, 클레어, 그리고 빌 호크는 연구소에서 타임머신을 연구하고 있었다. 디미트리는 그들의 타임머신이 아직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대기업과 계약을 맺어둔 빌 호크는 연구를 강행했고, 클레어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실험은 폭발로 끝났고, 클레어뿐만 아니라 주변에 살던 수많은 사람들도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빌 호크는 가증스럽게도 이 사고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기업과 계약을 체결했고, 부와 명예를 거머쥐어 영국 수상의 자리까지 올랐다.
디미트리는 자신의 사랑을 앗아가고 부와 명예를 독식한 빌 호크에게 복수하고, 클레어를 살리기 위해 타임머신을 연구했다. 그러던 중, 그에게 접촉한 인물이 클라이브였다. 클라이브는 과학자는 아니었지만, 타임머신 사고로 부모를 잃은 고아였다. 이후, 그는 늙은 부호의 양자가 되어 엄청난 재산을 얻었고, 그 재력을 이용해 디미트리를 후원했다. 그러나 클라이브의 목적은 디미트리와 전혀 달랐다. 그는 허황된 타임머신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의 진짜 목표는 자신을 부모를 죽인 이 세상 자체에 복수하는 것이었다.
디미트리가 타임머신 개발에 집중하는 동안, 클라이브는 몰래 인력을 빼돌려 엄청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런던을 파괴할 거대 기동 요새 ‘기믹 타워’였다. 모든 진실이 밝혀졌을 때, 기믹 타워는 이미 완성된 상태였다. 그리고 클라이브는 자신의 계획을 방해할 자를 먼저 제거하기 위해 플로라를 납치했다. 플로라를 납치한 클라이브는 즉시 기믹 타워를 가동했다. 거대한 요새가 런던을 뒤흔들며, 도시 전체를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레이튼과 그의 일행은 기믹 타워를 멈추기 위해 마지막 결전을 준비했다.
레이튼 일행은 클라이브를 막기 위해 기믹 타워로 향했다. 거대한 요새를 헤쳐 나가며, 레이튼은 클라이브가 설치한 수수께끼를 풀어내고 마침내 플로라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타워의 핵심인 중앙 동력실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클라이브는 빌 호크를 발전기와 함께 폭탄에 묶어놓고 있었다. 즉, 빌 호크가 발전기에서 떨어지는 순간 모두 폭탄이 터져 죽게 생긴 셈이었다. 클라이브는 이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스스로 런던과 함께 폭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이었다. 그러나 레이튼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냈다. 그 순간, 스텔라가 클레어의 유품인 회중시계를 사용해 폭탄을 속이며 빌 호크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 후, 레이튼은 발전기의 흐름을 역류시켜 기믹 타워를 무력화하며 마침내 런던을 구했다.
레이튼 일행은 클라이브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과 함께 기믹 타워에서 탈출했다. 무력화된 기믹 타워는 결국 지하 런던으로 추락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클라이브는 체르미 경감에게 체포되었고, 빌 호크 역시 지지율 폭락과 정치적 책임을 눈앞에 둔 채 조용히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디미트리는 레이튼이 미처 눈치채지 못한 마지막 진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실 클레어에게는 여동생 따위는 없었고 스텔라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그녀는 바로 클레어였다. 과거, 디미트리는 타임머신 실험이 실패했음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얼마 전 그는 실제로 과거에서 미래로 시간여행을 해온 클레어와 재회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완벽한 성공이 아니었다. 미완성된 타임머신의 영향으로, 클레어의 몸은 자신이 시간여행을 떠나왔던 과거, 즉 그녀의 죽음의 순간으로 돌아가려 했다. 디미트리는 어떻게든 그녀를 붙잡아 현재에 남게 하려 했지만, 클레어는 시간의 섭리를 어기는 것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이미 깨닫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디미트리와 클라이브를 막기 위해 레이튼과 함께했던 것이었다. 모든 것이 끝난 후, 디미트리 역시 이를 깨달았고, 타임머신 관련 연구 자료를 모두 폐기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조용히 떠났다.
이제, 레이튼과 클레어는 마침내 다시 서로를 향해 솔직한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클레어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녀는 레이튼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최후의 시간여행을 떠났다. 그 순간, 레이튼은 처음으로 그의 모자를 스스로 벗었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클레어에게 바치는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 이렇게, 레이튼의 일대기는 일단 막을 내린다.
8. 이렇게 허셜 레이튼의 일대기를 돌아봤다. 그의 여정은 영국 신사의 상징인 실크햇에서 시작되었다. 클레어의 선물로 시작된 이 모자는 단순한 장신구가 아닌 레이튼의 핵심 정체성이 되었다. 침착함과 예리한 논리력, 그리고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그는 어떤 수수께끼도 풀어내며 신사는 숙녀를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좌우명을 지켜왔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상실을 겪으면서도 새로운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회복력이었다. 랜달과 클레어의 비극을 딛고 루크와 플로라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그는,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도 내적 강인함을 보여주었다. 그런 만큼 허셜 레이튼은 진정한 신사였다.
게임 외적으로도 레이튼 시리즈는 닌텐도 DS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거기에 허셜 레이튼이라는 캐릭터의 기여도는 크다. 물론 특유의 수수께끼 풀이나 섬세한 그래픽, 매력적인 사운드도 한몫했지만 레이튼이 보여준 캐릭터성, 그리고 거기에 담긴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을 게임에 빠져들게 했다.
그러나 한동안 레이튼 시리즈, 아니 레벨 파이브는 별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야심차게 레이튼 시리즈의 세대교체를 시도했지만 성과는 영 별로였고 그 외에도 수많은 IP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왔다. 특히 포켓몬스터에 가장 근접했던 IP, 요괴워치를 말아먹는 모습은 정말 처참했다. 하지만 레벨 파이프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2025년, 새로운 레이튼 게임, 증기의 신세계가 나올 예정이다. 과연 '증기의 신세계'는 좋은 게임으로 나와 레이튼의 새 출발을 좋게 시작할 수 있을까? 레이튼의 오랜 팬으로서 그러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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