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슈퍼 단간론파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건 틀렸다고!
- 히나타 하지메, 초고교급 ???
그렇게 하여... 사건은 끝났다. 그리고, 지금부터 일상이 시작된다. 그것은 사건 같은 것보다, 좀 더 부조리에 황당무계하고 불합리하며... 분명... 더 어렵겠지. 답이 정해진 수수께끼 같은 것도 아니고... 제대로 된 결말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길보다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도 같으며...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든 못 갈지도 몰라. 그래도 나는 살아가겠어. 히나타 하지메로서 살아가겠어.
내 미래는 이곳에 있어.
- 히나타 하지메, 키보가미네의 예비학과 졸업생
(에고: 내 말 들어! 넌 신이야. 날 죽이면, 넌 다른 이들처럼 평범해진다고!)
그게 뭐 어때서?
- 피터 '스타로드' 퀼,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의 리더, 영화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VOL.2> 中
0. 창작물의 주인공들에겐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특별함이다. 주인공들은 특별한 혈통, 능력, 인맥, 기타 등등으로 극을 진행해 나간다. 가끔 가다가 자신을 평범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대부분 기만이다. 당장 전편의 주인공인 나에기만 하더라도 자신을 평범하다고 칭하지만 실상은 인류 상위 1퍼센트의 말도 안 되는 멘탈 소유자이며 최고의 대인인 특별함 그 자체다. 하지만 이런 주인공들과 달리 대부분의 엑스트라들은 특별하지 않다. 이들은 작품에서 잠깐 배경으로 나오다 사라질 운명이다. 여기, 한 명의 엑스트라가 있다. 그 엑스트라는 그런 운명을 거부했고 주인공 자리를 찬탈했다. 그것이 히나타 하지메다.
1. 키보가미네는 미래의 인재를 기르기 위해 특별한 재능을 지닌 초고교급들을 가르치는 학원이었다. 그러나 매년마다 소수의 학생들만으로 학원을 운영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한 게 현실이었다. 아무리 정부 지원이 있다고 해도 최고의 인재에 걸맞은 최고의 수업과 시설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그러므로 키보가미네는 더 많은 예산을 얻을 방법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방법이 바로 예비학과였다.
예비학과는 비록 재능이 없는 학생들도 키보가미네 학원에 받아주는 제도였다. 그러나 예비학과의 대우는 초고교급이 들어가는 본과와는 천지차이였다. 일단 엄청난 등록금부터 시작해서 강사진이나 커리큘럼 등 모든 것이 본과와는 달랐다. 애초에 키보가미네에게 예비학과는 본과를 위한 돈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키보가미네의 이름값이 있었기에 수많은 학생이 예비학과 입학시험에 매달리는 게 현실이었다. 학원의 이름값만 믿고 자신들도 초고교급이 될 수 있을 거라 착각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히나타 하지메도 그중 하나였다.
히나타는 어린 시절부터 초고교급을 동경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재능도 지위도, 하다못해 행운도 없었다. 결국 그가 선택할 수 있던 길은 예비학과 뿐이었다. 다행히 예비학과로 키보가미네의 입학에 성공한 히나타였지만 키보가미네의 실상은 그가 생각했던 거와는 달랐다. 철저한 차별 대우와 열등감에 시달린 히나타는 자신이 꿈꾸던 것이 이런 게 아니었다는 걸 실감했다. 그리고 그때쯤, 히나타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았다.
키보가미네 학원의 목적은 단순히 초고교급을 육성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진정한 목적은 지금까지 밝혀진 모든 재능을 갖고 있는 존재, 초고교급 희망을 탄생시키는 것이었다. 쓸데없어 보이는 초고교급 행운을 입학시킨 것도 다 초고교급 희망 제작의 도움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들은 초고교급 희망 제작 이론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고 이제 남은 것은 실제로 초고교급 희망을 제작하는 것뿐이었다. 초고교급 희망 제작을 위해서는 진정으로 초고교급을 동경하는 사람이 필요했고 히나타는 그에 딱 맞는 대상이었다. 학원의 높으신 분들은 히나타에게 제안을 했고 히나타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몇 번의 수술 후, 히나타는 초고교급 희망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나 그것은 히나타가 생각하던 것이 아니었다. 높으신 분들은 초고교급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숙주의 기억, 감정, 사고, 성격이 모두 제거되어야 함을 알았고 그들은 망설임 없이 히나타의 모든 것을 제거한 뒤, 초고교급 희망으로서 새로운 인격을 주입했다. 그 결과, 히나타 하지메는 죽고 카무쿠라 이즈루라는 초고교급 희망이 탄생했다. 그렇게 높으신 분들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착착 진행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카무쿠라는 높으신 분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모든 재능을 지닌 카무쿠라는 순식간에 모든 것에 질려버렸고 비슷한 심정이었던 에노시마와 힘을 합쳐 인최최절을 일으켰다. 높으신 분들도 사건에 휘말려 죄다 죽어버렸고 인류는 반쯤 멸망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키보가미네 77기 학생들도 휘말렸고 말이다. 그러나 첫 번째 살인 게임에서 에노시마가 죽고 인류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나에기 일행은 카무쿠라를 포함한 절망이 된 77기를 발견,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원래 이들은 미래기관의 재판장에 넘겨졌어야 했다. 그러나 나에기 일행은 이들을 갱생시키로 결정, 재판장 대신 신세계 프로그램으로 이들을 인도했다. 나에기의 계획대로라면 카무쿠라 일행은 신세계 프로그램에서 입학 전의 기억으로 돌아가 절망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러나 카무쿠라는 그 계획을 눈뜨고 바라볼 생각이 없었다. 카무쿠라는 오히려 이 계획에 흥미를 느끼며 신세계 프로그램에 에노시마 바이러스, 얼터 에고 에노시마를 주입해 버렸다. 얼터 에고 에노시마는 모노쿠마의 모습으로 변해 프로그램을 장악해 버렸고 나에기의 갱생 프로그램 대신, 모노쿠마의 살인 수학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카무쿠라 자신도 기억을 잃은 채 히나타로 돌아와 살인 수학여행에 참가했다.
2. 기억을 잃은 히나타는 자신이 카무쿠라였다는 것은 물론, 자신이 예비학과였다는 거까지 잊어버렸고 그 상태에서 살인 수학여행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친근하게 구는 코마에다와 함께 하지만 첫 번째 사건 이후 코마에다가 완전히 정신 나간 친구라는 게 밝혀진 이후로는 그를 손절하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히나타는 나나미와 코마에다와 함께 학급재판에서 추리를 맡는 몇 안 되는 학생이었는데 그래서였는지 히나타는 나나미와 자연스럽게 친해진다.
하지만 네 번째 사건에서 사단이 벌어졌다. 가뜩이나 깜짝 하우스에 갇혀 심란한 상태에서 코마에다가 대뜸 히나타가 예비학과라는 사실을 폭로해 버렸다. 자신이 겨우 예비학과였다는 사실을 안 히나타는 매우 충격받았지만 다행히 나머지 살아남은 학생들의 위로로 일단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다섯 번째 사건에서 코마에다가 죽어버렸고 히나타는 그것이 배신자를 위한 코마에다의 의도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배신자가 나나미라는 사실은 히나타마저 짐작하지 못했던 점이었고 히나타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나나미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나나미도 없는 상황에서 히나타는 마지막으로 코마에다가 남긴 유언을 발견했다. 코마에다는 자신의 실패를 대비해 히나타 일행에게 영상으로 메시지를 남겼는데 모든 비밀이 숨겨진 유적의 비밀번호, 그리고 자뻑이 그 내용물이었다. 히나타 일행은 유적의 비밀번호를 눌러 유적의 진입했다. 그리고 그 순간, 시설이 무너지더니 갑자기 유적이 키보가미네 학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키보가미네 학원에는 과거의 사건, 그리고 현재의 사건들의 단서가 있었고 모든 단서를 모은 히나타 일행은 종점에 있는 최후의 학급재판장으로 향했다.
히나타는 지금까지 모은 정보로 진실을 밝혀냈다. 사살 자기들은 초고교급 절망이었고 이곳은 신세계 프로그램이라는 가상현실이었다. 그리고 진실을 밝혀내자 나에기가 프로그램에 난입했다. 나에기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이곳을 탈출하려면 그들의 앞에 놓여있는 '졸업'과 '유급' 버튼 중 졸업을 눌러야 한다고 설득했다. 졸업을 하면 지금 이 기억을 갖고 갱생한 채 가상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지만 유급을 누르면 평생 가상현실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 말을 들은 히나타는 당연히 '졸업'을 누르려했다. 그러나 그 순간, 히나타는 나에기에서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나에기는 평소답지 않게 너무 고압적이었고 강압적이었다. 이를 간파한 히나타는 나에기를 추궁했고 나에기는 웃으면서 자신의 진정한 정체를 드러냈다.
히나타 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나에기, 그리고 모노쿠마 전부 얼터 에고 에노시마였다. 본모습을 드러낸 에노시마는 진짜 진상을 말해주었다. 졸업 버튼을 누를 때, 살아있는 학생이 가상현실의 기억을 갖고 탈출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죽은 학생들 역시 에노시마의 인격이 덮어씌워진 채 탈출한다는 사실을 빼먹고 말했던 것이다. 그 말인즉슨, 히나타 일행이 졸업을 선택한다면 10명의 에노시마가 부활해 세상을 다시 절망으로 휩쓸 거라는 뜻이었다.
절망에 빠진 히나타 일행 앞에 이번에는 진짜 나에기 일행이 등장했다. 무려 키리기리와 토가미와 함께 등장한 나에기는 히나타에게 이를 타개할 방법을 제시했다. 바로 나에기가 보험으로 만들어둔 강제 셧다운이었다. 학생의 과반수가 강제 셧다운을 선택한다면 프로그램은 초기화되고 히나타 일행은 프로그램에서의 기억을 잃은 채 현실로 탈출할 터였다. 그렇게 된다면 히나타 일행은 비록 절망인 상태 그대로지만 사지 멀쩡하게 프로그램을 탈출할 수 있고 다시 한번 신세계 프로그램을 통한 갱생을 노릴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히나타였다.
히나타라는 자아는 신세계 프로그램이 작동해서 생겼기 때문에 강제 셧다운을 한다면 히나타라는 자아는 사라지고 카무쿠라만이 살아남게 생긴 것이다. 그러자 히나타는 강제 셧다운도 졸업도 유급도 못 누르는 진퇴양난의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히나타는 절망에 빠졌다, 아주 깊숙이...
그러나 그 순간 머릿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눈을 뜬 순간 그 앞에 서있었던 것은 죽은 줄 알았던 나나미였다. 그것이 진짜 나나미인지, 아니면 히나타의 상상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나미는 이것이 게임이 아니라 현실임을 상기시키며 분명 히나타는 자신만의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격려했다. 그리고 나나미의 말을 들은 히나타는 각성했다. 히나타는 자기 머릿속에 있던 카무쿠라를 전부 논파시킨 뒤, 에노시마까지 완전히 논파시켜 버렸다. 히나타의 포스를 본 나머지 일행들도 모두 히나타의 의견에 따르며 당당히 강제 셧다운을 선택했다.
모두가 강제 셧다운을 선택하자 프로그램은 초기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 기적이 나타났다. 사라진 줄 알았던 우사미가 나타나 에노시마를 완전히 제압했고 나에기 일행의 예상과 달리 히나타 일행은 프로그램에서의 기억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히나타는 히나타 하지메로서 현실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모든 것이 끝났음을 짐작한 나에기 일행은 히나타가 갱생에 성공했음을 알고 그를 내버려 두고 섬을 떠났다. 그리고 히나타는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며 미래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설사 그 앞에 무엇이 닥칠지 모르더라도.
3. 히나타가 카무쿠라로 변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역시 말도 안 되는 초고교급 희망에 집착한 키보가미네의 높으신 분들 역할이 크다. 그분들이 초고교급 희망에 예산을 퍼붓지 말고 예산을 합리적으로 소비했다면 3년제 학원 기준으로 2000명이나 되는 예비학과를 입학시킬 이유도 없고 히나타가 카무쿠라의 길을 선택할 이유도 없었다. 그 점에서 가장 책임이 큰 건 역시 높으신 분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히나타가 죄가 없는 건 아니다. 애초에 키보가미네 학원은 최고의 명문고로 작중 언급에서는 한국으로 치면 SKY는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언급된다. 그 뜻은 아무리 예비학과라 하더라도 최소 SKY 밑의 인서울 정도는 밥먹듯이 들어갈 수 있으리라고 추론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도만 돼도 고등학생 입장에서는 다행인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 기준으로 인서울 대학의 정원은 약 전체의 12% 정도인데 이 정도면 수능 기준으로 2등급 후반에서 3등급 초반이다. 적어도 평범하게 살아가기에는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히나타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열등감에 빠져 못 먹을 떡을 넘봤고 그것이 파국을 불러왔다.
결국 히나타가 파멸한 원인은 열등감에 빠져 자신의 미래가 아닌 다른 사람의 미래를 추구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마지막에 나나미가 전한 조언과는 정반대다. 나나미는 히나타에게 자신만의 미래를 찾으라고 했다. 그런 나나미의 조언이 있었기에 히나타는 마지막 재판에서 받은 온갖 압박감, 더 나아가 근본적인 히나타의 문제점을 차지했던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신만의 미래를 찾는 것으로 히나타는 열등감을 극복했고 에노시마를 이길 수 있었다. 비록 히나타가 히나타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적어도 히나타의 선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히나타의 선택에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4. 그러므로 히나타는 전편의 나에기와는 비교되는 또 다른 주인공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전편의 나에기도 분명 성장형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나에기는 이미 완성된 인격을 지닌 캐릭터로서 초고교급 희망으로서 능력이 성장하는 케이스에 가까웠다. 그러나 히나타는 열등감에 빠져있던 인격을 성장시켜 자신만의 미래를 개척해 나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단간론파라는 프랜차이즈가 또 주인공으로 나에기를 내세우는 뻔한 선택을 하지 않더라도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세탁 문제다. 분명 히나타는 세계를 멸망시키는 것을 도운 특급 전범이다. 그런 사람이 갱생했다는 이유로 멀쩡히 살아남는 것은 역시 엄벌주의 입장에서는 비판의 여지가 될 수 있다. 원래 이는 살인 수학여행이라는 배경 자체로 해결해야만 했다. 상식적으로 어느 한 곳에 갇혀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범인을 잡는 과정은 엄청 고통스럽다. 이는 살인게임 이후에도 폐인으로 여생을 보낼지도 모르는 엄청난 고통이다. 전쟁에 참가했던 많은 참전용사들은 돌아와서도 PTSD를 겪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단언컨대 살인게임은 전쟁보다도 더 강한 PTSD를 불러올 것이라 확신한다. 즉, 살인게임만으로도 초고교급 절망에 대한 처벌이 확실히 되었다고 봐야만 했다. 문제라면 6챕터 후반부에 던진 한 설정 때문에 이것이 희석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만약, 그 설정이 없었다면 세탁 문제는 거의 없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5. 이제 전체적으로 6챕터에 대해 논하자면 분명 훌륭한 챕터인 것은 맞다. 진실을 파헤쳐나가는 과정이나 서서히 졸업과 강제 셧다운이 공개되는 과정, 그리고 히나타가 절망에 빠졌다가 갱생하는 과정은 하나하나가 너무 좋다. 특히, 나나미가 머릿속에 난입해 히나타에게 조언해 주는 과정은 모든 플레이어들을 감동시켰으리라 확신한다. 그 장면은 나나미를 불멸의 캐릭터로 만든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또, 잠깐이지만 다시 등장한 나에기 일행이라든가, 프로그램으로나마 부활해 최종 보스로서 포스를 보여준 에노시마도 좋았다. 특히, 에노시마는 이번 작품이 거의 리즈 시절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뛰어난 폼을 보여줬다.
그러나 6챕터에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는 전부 6챕터 후반부에 몰려 있다. 먼저, 지적할 것은 쓸데없이 부활하는 우사미,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연출과 설정들이다. 사실 초기화가 된 시점에서 에노시마는 죽는 게 확정이었다. 그리고 우사미가 살아나서 한 게 에노시마를 죽이는 게 전부였다는 걸 생각하면 우사미가 전혀 살아날 이유가 없었다. 거기에 이 연출 덕분에 마치, 히나타가 제정신으로 돌아온 게 히나타가 각성해서가 아니라 우사미 덕분으로 보인다. 거기에 나머지 4명까지 기억을 찾고 돌아온 것 같은 설정이 이 느낌을 더욱 강하게 들게 한다. 나머지 4명도 기억을 찾고 돌아왔다는 것은 분명 우사미의 지분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는 건 히나타가 기억을 찾은 건 더더욱 우사미 덕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생각이 들자 솔직히 히나타의 각성이 약간 퇴색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우사미는 죽은 채로 남아있어야 히나타의 각성이 더 의미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더 최악인 것은 바로 죽은 학생이 사실 죽지 않았다고 암시한 거다. 물론, 작중에서 바로 죽은 학생들이 살아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부활할 수 있다고 암시된 것부터 문제다. 그렇게 되면 위에서 말한 세탁 문제가 다시 악화된다. 죽은 학생까지 살아나면 히나타가 받은 처벌이 무엇이 있는가? 기껏 해야 남쪽 섬 귀양? 이걸 처벌이라 하기에는 민망하다. 거기에 단간론파 3는 이 설정을 버리지 않고 진짜로 전원 부활을 시킨 바람에 이 의견에 쐐기를 박았다. 적어도 죽은 학생은 죽게 내버려 두어야 했다.
6. 그러므로 슈퍼 단간론파는 분명 단점이 없는 작품이 아니었다. 2~3챕의 아쉬운 퀄리티는 6챕에서 발생한 흠집들은 분명 이 작품의 평가를 떨어트리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4~6챕의 뛰어난 퀄리티나 전작보다는 만족할 만한 결말을 내놓았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슈퍼 단간론파는 분명 명작이라 불릴 가치가 있다. 단간론파를 세상에 알린 건 1편이었지만 단간론파를 명성 있는 프랜차이즈로 올린 것은 분명 슈퍼 단간론파였다. 그러므로 슈퍼 단간론파는 분명해볼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뒤에 나올 처참한 후속작들을 외면할 각오가 있다면 말이다...
'게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XY의 명과 암 - (2) (0) | 2023.07.21 |
---|---|
XY의 명과 암 - (1) (0) | 2023.07.20 |
열대 섬에서 범인을 잡는 게임 - (9) (0) | 2023.07.09 |
열대 섬에서 범인을 잡는 게임 - (8) (0) | 2023.07.07 |
열대 섬에서 범인을 잡는 게임 - (7) (0) | 2023.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