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슈퍼 단간론파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는 "초고교급"인 모두를 아주 좋아해... "희망의 상징"인 모두를 존경하고 있어.
그래... 나는 "희망"이라고 칭해지는 모두의 재능을, 마음속에서 사랑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살육 따위에 지길 원치 않아.
- 코마에다 나기토, 초고교급 행운
난 같이 시간을 보내온 너희들을 믿고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초고교급 행운을 믿고 있다고!
- 코마에다 나기토, 초고교급 행운
지금 넌 이게 그냥 18 캐럿짜리 불운의 연속이라 생각하겠지. 그런데 말이야...
이 게임은 처음부터 조작되어 있었어.
- 베니, 체어맨의 리더, 게임 <폴아웃: 뉴 베가스> 中
0. 희망은 중요하다. 이는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심지어 이 게임의 전작에서도 충분히 귀가 닳도록 들은 이야기다. 하지중요한 것은 그 희망을 실천하기 위한 과정이다. 혹시 트롤리 딜레마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당신이 가만히 있는다면 5명이 트롤리에 치여 죽을 것이다. 반대로 당신이 스위치를 조작한다면 트롤리가 방향을 바꿔 1명 만을 칠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여기에 확실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답을 선택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그 답을 선택했는 지다.
1. 코마에다 나기토는 초고교급 행운이었다. 그러나 코마에다의 행운은 약간 특수했다. 그에게 불운이 닥친다면 곧바로 행운이 닥쳐왔다. 그리고 행운을 겪은 뒤에는 반드시 불운이 따라왔다. 어린 시절에 코마에다는 그가 탔던 비행기가 하이재킹 당한 불운을 겪었지만 마침 운석이 떨어진 행운 덕에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부모님이 죽은 불운을 겪었지만 부모님의 유산과 자유를 얻는 행운을 얻었다. 그리고 이런 과정 속에서 코마에다의 정신은 맛이 가기 시작했고 코마에다는 자신을 갖고 놓는 운명을 구원해 줄 희망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고교급 행운이라는 미약한 재능뿐인 자신은 다른 초고교급과 달리 그 희망에 다가가지 못할 거라는 절망도 동시에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살인 수학여행이 시작되고 처음에 코마에다는 일반인 코스프레를 시작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다른 초고교급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 위한 계획을 시작했다. 왜냐하면 진정한 희망은 절망이 있어야 찾아오기 때문에 그들에게 살인이라는 절망을 선사해 스스로 희망을 찾게 해 주기 위해서였다. 먼저 코마에다는 살인 협박을 토가미에게 보내 그가 파티를 열도록 유도했다. 그다음, 일부러 청소 당번을 맡아 파티장을 살인 장소로 꾸미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마에다는 자신 생각에는 완벽한 살인 계획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예측했던 토가미에게 들켜버리고 말았고 그의 살인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살인을 계획하던 중, 보험으로 들어놨던 하나무라가 살인을 벌여준 덕분에 다른 학생들에게 절망과 희망을 전달해 준다는 계획 자체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 학급재판 중 코마에다의 본색은 낱낱이 드러났고 그를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코마에다를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봤다. 심지어 재판이 끝난 뒤 코마에다는 다른 학생들에 의해 구금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코마에다에게는 상관없었다. 그의 마음은 희망으로 불타오를 뿐이었다. 그러던 중, 네 번째 살인사건이 깜짝 하우스에서 벌어졌다. 코마에다는 사건이 벌어진 당시 마침 파이널 데드 룸이 있던 딸기 하우스에 있었고 코마에다는 단서를 찾기 위해 파이널 데드 룸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온갖 챌린지를 통과한 코마에다는 마지막으로 러시안룰렛을 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러시안룰렛은 6발의 총구에 1발의 총알을 넣는다. 그러나 자신의 초고교급 행운을 믿은 코마에다는 1발이 아니라 5발을 넣으며 러시안룰렛을 시작했고 행운의 힘으로 코마에다는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챌린지에 통과한 코마에다는 파이널 데드 룸의 진실과 동시에 5발을 넣은 보너스로 학생부를 얻었다. 그리고 학생부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나나미를 제외한 자신을 포함한 나머지 학생들의 정체가 사실 초고교급 절망이었던 것이다. 자신과 다른 학생들의 추악한 비밀을 깨달은 코마에다는 희망을 위해서는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코마에다는 초고교급 절망들을 몰살할 새로운 계획을 준비했다.
네 번째 재판이 끝난 뒤, 코마에다는 완전히 태도를 바꿔 다른 학생을 적대하는 동시에 섬에서 폭탄을 구했다. 그는 폭탄을 터뜨려 다른 학생을 위협한 뒤, 이들 중에 있는 배신자, 유일하게 초고교급 절망이 아닌 자가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면 이 섬 전체를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다른 학생들은 일단 섬을 날려버릴 폭탄을 찾아온 섬을 헤매었다. 그리고 겨우 그 폭탄들을 찾았으나 사실 그것들은 폭탄이 아니라 폭죽이었고 코마에다는 이들을 비웃으며 옆에 있는 창고로 오라고 영상으로 말했다. 그리고 나머지 학생들이 창고로 오기를 기다리며 트릭을 준비했다.
먼저 창고에 있던 소화병 안에 즉효성의 독을 섞었다. 그다음, 창고 안에 다른 학생이 들어오면 불이 나게끔 설계한 뒤, 자신의 몸을 묶은 뒤 위에 창을 띄워 독을 마시면 바로 위에 있던 창이 떨어져 죽게끔 장치를 만들었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이 창고에 들어온 순간, 불이 날 것이고 당황한 학생들이 소화병을 던지면 그 안에 있던 독이 코마에다에게 퍼지고 동시에 창이 떨어져 죽어 독이든 병을 던진 사람이 살인자가 될 터였다. 그리고 코마에다는 자신의 재능, 행운으로 유일하게 절망이 아닌 인물, 나나미가 그 독이 든 병을 던지게 해 범인으로 만들어 그녀만을 살아남게 만들 계획이었다.
그리고 코마에다의 계획은 너무나도 순조롭게 이어졌다. 코마에다의 계획대로 불이 났고 당황한 학생들이 일제히 옆에 있던 소화병들을 던져서 불을 끄려 했다. 그리고 우연히 나나미가 독이 든 병을 던졌고 코마에다는 독과 창으로 인해 죽었다. 이 모든 것을 계획한 것은 코마에다였지만 자신을 죽인 것은 나나미였다. 그리고 나나미 자신조차 자신이 죽였다는 사실을 모르니 나나미를 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게 나나미 혼자만이 살아남고 나머지 절망들이 모조리 몰살당하는 것 이것이 코마에다의 계획이었고 이는 현실이 되는 듯싶었다.
그러나 이는 현실이 되지 않았다. 히나타와 학생들은 코마에다의 트릭을 밝히는 데 성공했고 이를 기반으로 코마에다의 목적이 들통났다. 그리고 코마에다가 예상치 못한 것은 바로 나나미가 자신이 배신자임을 자백한 뒤, 자신을 투표하라고 했던 것이었다. 초고교급 절망은 현실로 따지면 나치 전범이다. 코마에다는 나나미가 이 절망들을 보호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결국 나나미는 모두의 슬픔 속에서 범인으로 처형당했고 코마에다의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2. 코마에다 나기토는 분명 독특한 캐릭터다. 그는 분명 희망을 추구했다. 하지만 그의 희망은 뒤틀려 있었다. 코마에다가 그렇게 된 원인은 당연히 그의 저주받은 재능과 성장 과정이다. 코마에다의 행운은 행운과 불운이 연속해서 나타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행운과 불운은 너무나도 극단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코마에다에게 행운이란 희망이자 절망이었다. 자신의 불운으로부터 탈출할 희망이자 불운이 닥칠 것이라는 절망 말이다. 하지만 코마에다는 그래도 절망보다는 희망을 바라보려 했고 이는 코마에다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런 코마에다가 봤을 때 다른 초고교급들은 동경이자 실망의 대상이었다. 다른 초고교급들은 자신에게는 없는 결함 없이도 자신의 능력을 누릴 수 있었다. 그 점은 코마에다를 그들을 동경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자신보다 잘난 위치에 있는 그들에게는 희망이 없이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었다. 이에 실망한 코마에다를 이들을 동경하는 것을 멈추는 게 아니라 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해 주기로 결심했다. 물론 그 방법이라면 자신도 겪은 경험, 불운이었고 곧 살인 수학여행에서는 살인이었다.
실제로 코마에다는 학생부를 얻기 전까지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살인을 시도하거나 다른 살인을 해결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절망에 싸여 살인을 계획했던 츠미키를 경멸했던 것을 보면 코마에다의 마음은 꽤 진심이었다. 그러나 이런 마음은 학생부를 보자마자 완전히 깨져버렸다. 자신을 포함해 자신이 동경했던 사람들은 전부 초고교급 절망이라는 희망과는 정반대에 있는 인간쓰레기였다. 코마에다가 동경했던 사람들은 사실 코마에다와는 별 다른 점이 없었던 추악한 인간군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이들과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안 코마에다는 다시 한번 희망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도 추악한 초고교급 절망이었지만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나머지 절망을 모두 죽이는 것으로 죽어서나마 진정한 희망이 되려 했다.
그러나 우리는 진정한 희망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진정한 초고교급 희망이었던 나에기는 초고교급 절망이었던 이들조차 포용하려 했고 결국 이들을 구원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코마에다의 계획은 그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 코마에다는 자신을 희망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그의 희망은 절망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 둘의 차이를 낳은 것은 바로 재능의 차이였다. 분명 나에기의 행운은 코마에다의 행운보다 훨씬 미미하다. 그러나 나에기의 행운은 결점이 없었고 그랬기에 나에기는 다른 초고교급을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같은 학생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시선으로 초고교급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나에기는 모두를 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정답, 희망에 다가설 수 있었다.
하지만 코마에다는 그러지 못했다. 코마에다는 마지막에서야 다른 학생을 같은 학생으로 바라볼 수 있었기 그조차도 절망으로 보는 뒤틀린 방향이었다. 그랬기에 코마에다는 실패했다. 혹자는 코마에다 덕분에 슈퍼 단간론파가 해피 엔딩으로 끝났고 코마에다는 진정한 희망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다르게 생각한다. 만약, 코마에다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모노쿠마는 목표를 달성했을 것이고 희망은 사라졌을 것이다. 슈퍼 단간론파의 결말이 희망적으로 끝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나나미가 코마에다의 계획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코마에다가 5챕터에서 가만히 있었더라도 나나미와 나에기의 도움으로 히나타는 진정한 희망을 찾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코마에다는 희망이 아니다. 코마에다는 자신을 희망이라고 생각한 절망이자 빌런이다.
3. 물론 코마에다가 절망이자 빌런이어도 바뀌지 않는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코마에다가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것이다. 뒤틀린 희망을 목표로 하며 학생들 사이에서 태연하게 악을 행하는 모습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특히 이 점이 컸는데 전편의 흑막이었던 에노시마는 시작하자마자 죽은 척을 시전 했기 때문에 냉정하게 말해서 그녀의 비중은 별로 안 컸다. 그러나 코마에다는 계속해서 일행 사이에서 트롤링을 벌이고 비상한 모습을 보여주니 그의 존재감이 안 빛나려야 안 빛날 수가 없다.
또, 그의 뒤틀린 희망은 역설적으로 나에기와 나나미의 올바른 희망을 다시 돌아보게끔 했고 그의 행적 덕에 단간론파 역사상, 아니 추리 게임 역사상으로도 손꼽힐 정도의 완성도를 지닌 5챕터를 탄생했다. 코마에다의 뒤틀린 희망 덕에 나에기의 희망이 조금 더 부각될 수 있었고 이는 나에기가 슈퍼 단간론파에서 비중이 매우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재조명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더 나아가 슈퍼 단간론파를 클리어하고 난 뒤, 코마에다가 진짜 흑막인 단간론파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 사람들이 꽤 많았을 것이다. 비록 코마에다는 빌런일지언정 여기선 흑막은 아니지만 그의 사악하면서도 매력적인 모습을 보면 과연 코마에다가 흑막이었으면 어떻게 했을지가 궁금해지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코마에다를 도덕적으로 옹호하지는 못하더라도 그가 단간론파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빌런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코마에다가 있었기에 슈퍼 단간론파는 분명 명작으로 남을 수 있었다. 그러므로 지금 코마에다가 받는 대접은 전혀 과하지 않다. 코마에다는 충분히 칭송받을 자격이 있는 캐릭터다. 물론 그렇다고 코마에다처럼 행동할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게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대 섬에서 범인을 잡는 게임 - (9) (0) | 2023.07.09 |
---|---|
열대 섬에서 범인을 잡는 게임 - (8) (0) | 2023.07.07 |
열대 섬에서 범인을 잡는 게임 - (6) (0) | 2023.07.04 |
열대 섬에서 범인을 잡는 게임 - (5) (0) | 2023.07.02 |
열대 섬에서 범인을 잡는 게임 - (4) (0) | 2023.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