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지난 글에서 뉴 단간론파에 숨겨진 진실에 대해 잠깐 논해보았다. https://jjabcde.tistory.com/123 이 글을 통해 몇 가지 진실을 알 수 있었는데 1번, 시로가네는 믿을 수 없다. 2번, 시로가네는 흑막이 아니었다. 정도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을 가지고 진실을 다 알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우물 안의 개구리 같다. 분명히 뉴 단간론파 속에는 조금 더 숨겨진 진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를 깊숙이 쪼개놨기 때문에 이를 완벽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지금부터 알아보는 진실은 진실보다는 가설에 가까울 것이다. 이제부터는 그 가설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1. 이 게임을 클리어하고 나서 가장 의문이 들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이 게임의 제목이었다. 뉴 단간론파 V3. 도대체 왜 제목이 V3인가? 작중에서는 뉴단이 세계관 속 53번째 단간론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 왜냐고? 이는 로마 숫자를 조금만 알아도 바로 알 수 있다.
로마 숫자는 고대 로마인들이 수를 사용할 때 썼던 숫자이다. 그러나 현재는 편의성이 지금 우리가 쓰는 아라비아 숫자에 비해 매우 뒤처지는 관계로 실생활에서는 거의 도태되었다. 하지만 특유의 멋으로 창작물의 제목 같은 데서는 아라비아 숫자 대신 로마 숫자를 쓰는 경우가 흔하다. 1편은 I, 2편은 II, 3편은 III, 5편은 V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53은 로마 숫자로 어떻게 적을까? 뉴단의 설명에 따르면 VIII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이상하다. 누가 봐도 53이 아니라 8이 아닌가? 그렇다면 도대체 53은 로마 숫자로 무엇인가?
LIII, 이것이 로마 숫자로 적은 53이다. 이는 로마 숫자를 결승전의 이름으로 쓰는 NFL 결승전, 슈퍼볼로도 알 수 있는데 2019년도에 열린 53번째 슈퍼볼의 경우, 슈퍼볼 LIII의 이름으로 펼쳐졌다. 그런데 뉴단의 제목은 LIII이 아니다. V3이다. 이는 53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이 나타내는 결론은 하나다. 뉴단은 53번째 단간론파가 아니다. 이 하나의 결론이 뉴단의 모든 것을 바꿔놓는다.
물론 이런 반론도 있을 것이다. 뉴단은 53번째 단간론파가 맞다. 다만, 타이틀에 L을 박으면 누가 봐도 수상하므로 V3로 위장했다. 그러므로 V3는 53이 맞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뉴단은 리부트를 가장한 후속작이었다. 모든 제작진들은 뉴단이 키보가미네 학원 시리즈와는 별개의 시리즈라고 홍보했다. 그러므로 리부트를 위장하기 위해서는 3이라는 숫자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아니, 오히려 더 해롭기만 하다. 만약에 제작진이 단순히 리부트를 감추고 진실을 위장하려는 생각이었으면 V3보다 더 어울리는 글자가 있다. X. 수많은 작품의 제목으로도 많이 쓰이는 이 글자는 공교롭게도 로마 숫자로 10을 뜻하기도 한다. 그 뜻은 뉴단을 10번째 단간론파로 해서 지금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근데 왜 X가 아니라 V3일까? 분명 V3에 뭔가 특별한 뜻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다. V3는 그러면 무슨 뜻인가? 53도 아니고, Version 3도 아니다. 당연히 백신 V3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 V3의 정체는 뭔가? 이 정체에 대한 해답은 놀랍게도 뉴단과는 전혀 관계없는 한국의 리듬게임,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에 있었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는 플스에 있었던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를 스팀으로 이식함과 동시에 여러 컨텐츠를 추가한 게임이다. 그렇다면 이 게임의 V는 무슨 뜻일까? 5? 버전? 디제이맥스는 5개보다는 더 많은 게임이 나왔고 덩그러니 나오는 버전도 뭔가 어색하다. 이 게임의 V는 무엇인가? Versus. 리스펙트 V에는 디제이맥스 시리즈 최초로 1:1 래더 매치가 추가되었다. 이 래더 매치를 강조하기 위해 네오위즈는 이 게임의 제목에 V를 붙였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뉴단간론파의 V도 Versus라면 뉴단의 많은 모순과 의문이 해결된다.
만약 뉴단의 제목이 뉴 단간론파 Versus 3라면 먼저 V3라는 제목이 어색하지 않다. 작중에서 시로가네는 단간론파는 픽션이며 뉴단은 실제 참가자들이 자원한 살인게임이라고 했다. 실제 참가자들이 자원한 살인게임, 참가자들 간의 대결, Versus.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다. 뉴단의 정체는 단간론파 시리즈의 스핀오프, 실제로 참가자들이 단간론파의 세계로 들어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단간론파 Versus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었다. 그러므로 시로가네의 이 말은 맞았다. 단간론파는 픽션이다.
뉴단의 세계관에서 단간론파가 픽션이다. 뉴단 세계관에서는 단간론파가 엄청 잘 나갔다. 수많은 후속작이 나오면서 단간론파는 인기 시리즈가 되었고 그러면서 단간론파의 팬들은 실제로 게임을 즐기고 싶어 했다. 그리고 이를 실천에 옮긴 팬들도 있었다. 물론 이들이 한 게임은 당연히 실제 살인게임은 아니었다. 단순히 팬들이 여럿 모여서 서로 역할을 분배하고 역할극을 하는 TRPG와 마피아 게임의 혼합적 성격을 지녔다. 하지만 이런 게임들이 인기를 끄니 회사가 이를 놓칠 리가 없었다. 팀 단간론파는 이를 실제로 영상화해서 더 큰 인기를 끌기로 결정했고 이것이 지금의 뉴단으로 이어졌다.
2. 이제 위의 가설들을 통해 실제 뉴단을 한 번 재구성해보려 한다. 물론 이것이 완전한 진실일 리는 없다. 제작진은 너무나도 많은 걸 숨겨놨다. 그래도 이렇게 한 재구성이 적어도 제작진이 생각했던 진실과 큰 틀에서는 비슷하리라고 생각한다. 이를 알리며 이제부터 단간론파 Versus의 시작으로 돌아가보자.
팀 단간론파의 첫 단간론파 실사화, 단간론파 Versus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물론 역시 실제 살인게임은 아니었다. 아마도 지금의 대탈출이나 크라임씬 같은 스타일의 작품에 더 가까웠다. 그러나 실제 살인이 아니더라도 세계적 작품의 실사화인만큼 공도 들였을 것이고 실제로 재미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한 작품이 성공하면 후속작이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후속작은 망했다. 단간론파 Versus 2는 비평적으로든, 흥행적으로든 고난을 겪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 데에는 역시 실사화의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실제를 지향한다고 해도 실제 살인을 할 수는 없다. 아무리 단간론파의 진심인 참가자들을 모아도 이들이 전문 연기자들도 아니다. 그런 만큼 단간론파 Versus가 줄 수 있는 몰입감에는 한계가 있었다. 거기에 서사도 굳이 비교하면 본가 단간론파가 더 뛰어났을 텐데 이런 점에서 단간론파 Versus 2가 밀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팀 단간론파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완하기로 결심했다. 다음 단간론파는 더 리얼하게 가기로, 살인을 하기로 말이다.
윗 문단의 내용은 필자의 순수한 상상이다. 하지만 여기에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큰 근거라면 바로 뉴단 1챕의 살인 동기 그 자체다. 물론 기존 단간론파에서 동기로 시간제한을 둔 적이 없던 건 아니다. 슈단 4챕에서 모노쿠마는 깜짝 하우스에 가두고 음식을 안 주는 방식으로 굶어 죽기 전에 살인을 하라고 유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뉴단 1챕의 살인 동기는 부자연스럽다. 72시간 내에 무조건 살인을 안 하면 모두를 죽인다. 이는 너무 극단적이다. 만약 이들이 똘똘 뭉쳐서 진짜 살인을 안 해버린다면 작품으로서 살인게임은 완전히 망해버리는 것이다. 누가 1화 만에 모두가 몰살당하는 쇼를 보고 싶어 하겠는가? 그럼에도 이들은 이런 살인 동기를 제시했다. 왜 그런 걸까? 팀 단간론파는 이런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던 것이다. 지난 시즌이 망했기 때문에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런 것들을 던져야 했던 것이다.
현실에서도 많은 작품들이 초기의 흥행을 위해 말도 안 되는 무리수를 뒀다가 망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뉴단도 비슷한 사례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무리수를 둬야만 했던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전작이 망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팀 단간론파의 입장에서는 다행히 아카마츠가 살인 시도를 했고 재수 없게 철구가 빗나가긴 했지만 어찌어찌 아카마츠를 범인으로 몰아 처형시키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도 들어갔으니 시청률은 대박이 났을 것이다.
3. 잠깐, 여기서 시점을 잠시 뉴단의 제작 시기로 돌아가보자. 물론 뉴단 세계관에서 사람들이 단간론파를 사랑하고 살인게임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뜻이 실제로 살인을 좋아하는 뜻은 당연히 아니다. 아무리 리얼한 살인게임을 하고 싶다고 해도 사람을 진짜 죽일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진짜로 사람을 죽여버리는 살인게임을 제작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방법은 사람들을 납치하는 것이다. 실제로 프롤로그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납치당한 줄 알고 있었던 걸 보면 신빙성이 있다. 하지만 이는 가능성이 떨어진다. 만약에 15명의 학생이 일본 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실종된 다음,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단간론파에 출현한다? 그렇다면 들킬 가능성이 너무 커진다. 학생들의 가족이나 친구가 너무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또 시로가네는 6챕에서 오디션 영상을 공개했다. 여기서 사이하라, 아카마츠, 모모타는 대놓고 단간론파에 자원했다. 적어도 팀 단간론파가 15명의 학생을 납치했을 가능성은 적다.
그렇다면 프롤로그에서 납치된 것처럼 행동한 학생들, 그리고 살인게임에 자원된 학생들 이 두 장면 중 어떤 장면이 틀려야 모순이 해결될까? 사실 둘 다 틀리지 않았다. 두 장면 모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 더 나아가 실시간으로 진짜 살인게임을 중계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 그리고 이는 뉴단의 3챕에 숨어있다.
3챕의 살인 동기는 사자의 서, 죽은 사람을 한 명 살릴 수 있는 도구다. 팀 단간론파의 의도는 이 사자의 서를 이용해 학생 간의 갈등을 증폭시켜 살인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사자의 서는 이상하다. 만약에 실제로 사자의 서를 사용하면 진짜 죽은 사람이 살아나야 한다. 어떻게 죽은 사람을 살리는가? 물론 뉴단 세계관에서 과학은 엄청나게 발달하기는 했다. 기억을 간단히 조작할 수 있는 기억 라이트나 평범한 학생에게 초고교급 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죽은 사람을 살리는 데는 무리가 있다. 백번 양보해서 그냥 머리에 철구를 맞아 죽은 아마미라면 모를까, 끔찍하게 처형당한 아카마츠나 토죠, 아예 해골이 되어버린 호시를 어떻게 살릴 수 있겠는가? 만약에 예상과 달리 살인이 일어나지 않고 아카마츠의 부활을 시도했다면 팀 단간론파는 엄청난 난관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 사자의 서, 더 나아가 살인게임 자체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봐야 된다.
그렇다면 사자의 서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사자의 서는 사람을 부활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을 복제할 수는 있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뉴단에 참여한 15명의 학생은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 복제인간이었다. 그렇게 되면 모든 모순이 해결된다.
팀 단간론파는 3번째 단간론파 Versus는 복제인간을 이용한 진짜 살인게임을 만들 것이라고 팬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그 복제인간의 DNA를 얻기 위해 가장 잘 어울리는 학생을 오디션으로 뽑았다. 그리고 그 오디션에 진짜 사이하라, 아카마츠, 모모타가 참가해 합격했다. 그리고 그들의 DNA를 통해 팀 단간론파는 복제인간을 만들어 살인게임에 투입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뉴단 세계관 내에서 살인게임의 도덕적 문제는 사라진다. 뉴단 세계관에서 복제인간의 인권이 인간과 대등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아니 오히려 복제인간은 2류 인간, 거의 동물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수많은 SF 작품에서 복제인간이나 로봇이 받는 취급을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된다면 살인게임에 참여하는 것은 실제 팬들이 아니라 실제 팬을 복사한 복제인간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물론 팀 단간론파는 이 문제를 알고 있었으므로 팬들이 게임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16번째 학생을 참가시켰다. 초고교급 로봇, 키보, 그는 뉴단간론파의 진정한 플레이어블 캐릭터였다.
15명의 학생과 1기의 로봇까지 모두 준비를 마친 팀 단간론파는 드디어 뉴 단간론파 Versus 3 - 모두의 살인 신학기 방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1챕터에서 도박수를 던졌고 그 도박수는 성공적으로 돌아갔다. 모든 것이 팀 단간론파의 손바닥 아래였다. 2챕, 3챕, 4챕 모두 팀 단간론파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살인은 계속 일어나고 학생들은 사건을 해결에 갔다.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리얼한 살인에 모두가 빠져들었다. 아마도 이 시점에서 뉴단은 단간론파 Versus 시리즈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경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승승장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나고 만다.
다음 편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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