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2011년은 게임 역사에서 특별한 해였다. 지금까지도 최고의 오픈월드 게임이라 칭송받는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이나 마찬가지로 최고의 퍼즐 게임이었던 포탈 2 등이 출시되었고 그 외에도 무수히 명작이 출시되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조용히 출시된 게임이 있었으니 바로 To The Moon(이하 투더문)이었다. 투더문은 캐나다의 프리버드 게임즈에서 만든 인디 게임으로 2011년 11월 1일에 출시되었다. 그리고 게임이 출시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은 이 게임을 플레이한 뒤, 감동에 빠졌고투더문을 명작이라고 칭송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필자도 몇 년 뒤, 투더문을 해봤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감동적이지 않았고 왜 감동적인지 이해도 되지 않았다. 왜냐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이제부터 적어보려 한다.
1. 투더문의 배경은 간단하다. 미래에는 기억을 조작하는 기술이 발달했다. 그리고 지그문트 사라는 회사는 이를 이용해 사업을 하고 있었다. 죽기 직전의 사람의 꿈에 들어가 기억을 조작해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인 닐 와츠와 에바 로잘린은 지그문트 사에서 기억을 조작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번에 해야 할 일은 조니라는 사람을 달로 보내는 것이다. 물론 꿈속에서 말이다.
조니의 집에 도착한 와츠와 로잘린은 죽어가는 조니를 발견한다. 와츠와 로잘린은 현실에서 조니에게 아내 리버가 있었는데 그녀는 죽었고, 집 근처에는 등대가 있으며 거기에는 종이로 접은 토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와츠와 로잘린은 조니의 기억을 바꾸기 위해 조니의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
조니의 기억 속으로 들어간 둘은 현재부터 과거로 차근차근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며 새로운 단서를 찾았다. 리버라는 사람이 누구고, 리버와 조니의 관계가 어땠고, 조니의 취향같은 시시콜콜한 것까지 말이다. 그러나 열심히 단서를 찾던 중 어느 순간, 와츠와 로잘린의 앞이 막혔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과거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와츠와 로잘린은 여러 방법으로 조니에게 달에 가고싶다는 기억을 심어주려 했다. 그리고 이 시도는 놀라울 정도로 전부 실패했다. 아무런 성과도 없는 상황에서 결국 와츠와 로잘린은 숨겨진 기억 너머로 향해야 한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몇 시간 전 와츠가 실수로 죽인 다람쥐 시체를 이용해 숨겨진 기억으로 향했다.
숨겨진 기억에 있던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사실 조니에게는 쌍둥이 형 조이가 있었다. 그러나 조이는 어머니의 실수로 차에 치여 죽었다, 충격받은 조니의 어머니는 조니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조이를 완전히 지워버렸다. 그 과정에서 조니의 대부분의 기억이 사라지거나 왜곡되었다. 그리고 그 기억에는 조니와 리버의 진정한 첫 만남도 있었다.
조니와 리버는 사실 학교가 아니라 카니발 밤에 만났었다. 둘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음 카니발에도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만약 그 날 만나지 못하면 저 달에 보이는 토끼의 배에서 함께 만나기로 한다. 그렇다, 달이다. 조니가 달에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러나 조니는 기억을 잃어 리버를 카니발에서 만나지 못했고 대신 우연히 학교에서 리버와 재회했다. 조니는 리버랑 다시 데이트를 하고 연인이 되어 행복한 삶을 사는 듯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리버는 조니가 자신과의 첫 만남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여러 행동을 통해 조니의 기억을 살리려 했다. 토끼를 접는다든가, 머리를 이발한다든가 등 말이다. 그러나 조니의 기억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리버는 죽음을 맞았다. 리버와 헤어진 조니는 다시 리버와 만나고 싶어 했고 무의식 중에 그는 리버와 만날 방법을 찾았다. 달에 가는 것. 조니가 달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리버와 다시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와츠와 로잘린은 이제 조니를 달로 보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조니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의 임무는 조니를 달로 보내는 것이었다. 분명 기억을 조작하는 것은 의뢰인의 행복을 위해서였을텐데, 어느 순간부터 그 목적은 사라지고 말았다. 의뢰인의 행복은 없어지고 남은 것은 의뢰뿐이었다. 그리고 로절린은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 조니는 이를 막으려 했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작업이 끝났고 로절린은 조니를 달에 보내기 위한 최적의 작업을 마쳤다. 조니의 기억 속에서 조니 곁에 있던 리버들은 하나 둘 씩 사라졌다. 슬픈 음악과 함께... 이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인 'Everything's Alright'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다. ' But I don't mind, If you're with me, then everything's alright' 당신과 함께라면 모든 것이 괜찮다. 그러나 가사와 다르게 리버는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이 장면에서 처음으로 울었다. 곁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끝내 이해하지도 못하고 결국 기억조차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그리고 이 게임을 한 모두가 그랬으리라고 생각한다.
기억을 바꾼 뒤, 로절린과 와츠는 바뀐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바뀐 기억에서는 조이가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고 살아있었고 조니는 조이와 어머니와 함께 행복한 가정생활을 즐겼다. 그리고 학교에서 과학 수업을 받으며 우주에 관심을 같게 된 조니는 달에 가고 싶다는 꿈을 꾸고 달에 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노력 끝에 드디어 조니는 NASA에 입사했고 달로 향할 우주선에 탑승하게 된다. 그리고 우주선에 같이 탑승하게 될 동료 우주비행사는 바로, 리버였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둘은 다시 만났고 재회, 아니면 초면이었던 둘은 금방 친해졌다. 그리고 얼마 뒤, 둘은 훈련 끝에 우주로 향할 우주선에 탔다. 카운트 다운 끝에 우주선은 발사되었고 그 광경을 와츠와 로절린이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실제 조니의 심장도 뛰는 것을 멈췄다. 물론 기억 조작은 순차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바뀌는 것이므로 조니 자신은 달에 간 뒤의 삶도 모두 기억한 채 숨을 거뒀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투더문의 이야기는 결말을 맺었다.
2. 그런데 이게 과연 감동적인 이야기일까? 결국 조니는 마지막까지도 리버와의 첫 만남과 진심을 기억하지 못한 채 죽었다. 카니발에서의 만남과 약속을 모두 잊은 채 거짓된 기억 속에서 죽어버린 것이다. 과연 이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결말이라 볼 수 있을까? 물론 조니 자신은 행복하게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그에게는 선택권조차 없었다. 조니는 어머니에 의해 어린 시절에 기억을 뺏기고 말았고 그 때문에 현실에서 리버와의 관계도 불완전하게 끝나고 말았다. 둘은 서로를 사랑했지만 조니는 끝내 리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녀의 진심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다. 만약, 조니가 이를 알았더라면 조니는 리버 대신 달을 선택했을까?
조니가 달에 가고싶다는 건 외뢰했던 건 결국 조니는 리버를 진정으로 다시 만나고 이해하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그의 무의식은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와츠와 로절린은 이를 알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조니를 외면했다. 그들의 임무는 조니를 달로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로절린은 단호하게 조니의 목소리를 외면했고 와츠는 수동적으로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조니의 진심을 알고 있던 둘 역시 그를 포기했다. 결국 조니가 최후에 마주한 건은 그가 원했던 그러나 그가 사실은 원치 않았던 기억이었다. 기억 속에서 새로 리버를 만났다지만 그건 그가 알던 리버가 아니라 다른 리버였다. 현실에서 삶을 살았던 리버와는 다른 존재 말이다.
그러므로 투더문은 감동적인 게임이 아니다. 감동이란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그 오묘한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이산가족 재회 당시 다시 만났다는 기쁨과 오랫동안 헤어졌다는 슬픔이 섞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투더문의 결말에 과연 기쁨이 존재하는가? 조니는 어머니에 의해 기억과 추억을 잃고, 리버와는 끝내 이해하지도 못한 채 불완전한 결말을 맺고, 그 불완전한 추억마저 지그문트 사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이런 건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것을 빼앗긴 한 남자의 비극이다.
이 게임을 하면서 엔딩에서 한 번 더 울었다. 결말이 너무나도 비극적이고 슬펐기 때문이었다. 조니의 이야기가 슬펐고 그 슬픈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포장했다는 사실이 또 슬펐다. 투더문은 분명 명작이 맞다. 하지만 결코 감동적인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감동적인 척하는 비극, 이것이 투더문의 진면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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