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포켓몬스터 XY 고쳐보기 - (게임플레이)

삶은계-란 2024. 12. 9. 22:31

 

0. 이전 글들에서는 포켓몬스터 XY의 스토리를 고쳐봤다. 이번에는 드디어 엑와의 게임플레이를 고칠 때가 왔다. 사실 엑와의 게임플레이 파트는 너무 아쉽다. 특히 레벨 디자인 면에서 너무 부족한 면이 많다. 그런 부족한 점들을 고칠 때가 이제 도래했다.

 

1. 가장 먼저 고쳐야되는 건 당연히 레벨 디자인이다. 엑와는 포켓몬스터 역사상 최초의 3D 게임으로 게임프리크는 정성을 들여 초보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문제는 그 정성이 문제다. 정성을 너무 깊게 들은 나머지 초보들을 위해 게임을 너무 쉽게 만들어버렸다. 이는 게임을 노잼으로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이 점을 중점적으로 게임을 어렵게 그러나 초보들한테는 너무 어렵지 않게 레벨 디자인을 고쳐볼 생각이다.

 

 일단 표면적으로 엑와의 레벨 디자인의 가장 큰 문제는 학습장치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게임프리크는 7세대에서 학습장치 없이도 도전적인 레벨 디자인을 구성해 내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엑와의 구성이 학습장치 없이도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것이다. 일단 학습장치 추가 후 처음으로 상대하는 체육관 관장 자크로를 보자. 이 친구는 두번째 체육관 관장인데 포켓몬이 겨우 2마리다. 물론 이슬이나 꼭두처럼 강한 포켓몬이 있다면 초반에 포켓몬 2마리를 사용하는 것은 밸런스 문제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자크로는 미진화 화석 포켓몬 둘, 아마루스와 티고라스가 전부다. 너무하다. 최소한 꼬마돌정도를 줘서 세 마리로 만들거나 티고라스를 진화시키는 정도의 성의는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자크로의 팀 구성이 더 탄탄해져서 좀 더 도전감 있는 관장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초보들은 학습장치를 사용해서 어렵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쉽지는 않은 대결을 할 수 있고 숙련자는 학습장치를 끄고 좀 어려운 대결을 하면서 도전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포켓몬 체육관 관장들의 구성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레벨 디자인을 개선할 수 있다.

 

 그리고 공짜 포켓몬을 주는 걸 자제해야 된다. 엑와는 공짜 포켓몬을 너무 많이 준다. 일단 스타팅 포켓몬, 그리고 첫번째 관장 이후 관동 스타팅 포켓몬, 잠만보, 심지어 세번째 체육관 이후 메가루카리오와 라프라스를 공짜로 받는다. 그냥 다른 포켓몬 안 잡고 얘네만으로도 게임을 깰 수가 있다. 마찬가지로 게임이 너무 쉬워진다. 잠만보는 여기서 유일하게 직접 포획하는 수고는 필요하므로 그 정도는 남겨도 된다. 나머지는 전부 미루거나 삭제해야 된다. 관동 스타팅 포켓몬은 엔딩 이후로 미루고 공짜 라프라스는 그냥 삭제해야 되며 메가루카리오도 타이밍을 미뤄야 한다.

 

 또, 행복의 알을 압수해야 된다. 적어도 엔딩 전에는 못 얻게 하거나 럭키 파밍으로만 가능하게 해야 된다. 왜냐하면 행복의 알은 너무 사기다. 경험치 1.5배 증가는 너무 좋다. 이것이 학습장치와 합쳐지면 밸런스를 폭파시켜 버린다. 5세대에서는 경험치 공식도 변경되고 강화된 학습장치도 없어서 밸런스를 조절하는 역할을 했지만 6세대에서는 반대가 되어버렸다. 그러므로 4세대처럼 수고스러운 파밍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게 해야 과거의 행복의 알처럼 밸런스 조절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코르니의 순서를 6번째로 미뤄야 한다. 일단 메가루카리오를 얻는 타이밍을 미루는 것이 첫번째 이유고 두번째는 코르니와의 대결을 미뤄서 메가진화, 그리고 코르니라는 캐릭터에게 무게감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엑와에서 코르니는 주인공과 무려 3번이나 싸우지만 플라드리와 마찬가지로 너무 간격이 짧다. 그 간격을 늦추고 그 사이에 메가진화 떡밥을 더 많이 뿌리는 것으로 이를 해소할 수 있다. 이렇게 레벨 디자인을 수정한다면 더 도전감있고 재미있는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다음은 메가진화다. 물론 엑와에서 추가된 메가진화는 엄청난 혁신이었고 수많은 메가진화 포켓몬들이 탄생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메가진화는 6세대 추가 콘텐츠인 주제에 6세대 포켓몬은 메가진화가 없다. 이는 심각한 모순이다. 그러므로 6세대 포켓몬들에게 메가진화를 줘야 된다. 일단 스타팅 포켓몬인 브리가론, 마폭시, 개굴닌자는 당연히 메가진화가 주어져야 한다. 그 외에도 6세대의 전기쥐인 데덴네, 플라드리의 상징인 화염레오, 화석 포켓몬인 아마루르가와 견고라스, 그 외 사천왕들의 포켓몬인 음번, 블로스터, 파이어로, 킬가르도(당연히 이 둘은 너프가 선행되어야 한다.) 등도 메가진화 추가가 필요하다. 이 정도 성의는 있어야 메가진화를 6세대의 콘텐츠라고 부를 수 있다. Z기술이나 다이맥스처럼 말이다.

 

 그리고 NPC들도 메가진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된다. 여기서 6번째 관장 이후로 메가진화 습득을 늦췄으므로 그 이후 등장하는 네임드 NPC들은 전부 메가진화를 사용해야 된다. 바로 다음 관장인 고지카부터 시작해서 우르프, 크세로시키, 플라드리, 세레나/칼름, 사천왕, 카르네 모두 메가진화를 써야 진짜 메가진화와 게임이 어우러질 수 있다. Z기술이 하다못해 길거리 트레이너들도 썼던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당연하지만 메가진화 밸런스를 패치해야 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나올 메가 파이어로나 메가 킬가르도는 물론 메가 캥카나 메가 팬텀처럼 밸런스가 붕괴되다 못해 박살이 난 포켓몬들은 당연히 수정해야 된다. 이렇게만 수정해도 메가진화는 지금보다 훨씬 더 완성도도 높았을 거고 어쩌면 8세대 이후 삭제가 안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외에 몇 가지 사소한 점들이 있다. 먼저 스카이 배틀이다. 그냥 얘는 없애는 게 맞다. 첫 3D 게임이라고 3D 모델링 자랑용으로 낸 거 같은데 이런데 리소스를 투자하니까 부족한 점이 많아지는 거다. 그냥 삭제하는 게 정답이다. 그다음은 페어리 타입이다. 페어리 타입은 처음에 기대를 많이 받았지만 밸런스를 파괴해 버렸다. 최소한 벌레 타입이 페어리 타입에 반감이 아니라 2배로 들어가게 해야 된다. 그렇게 해야 페어리 타입의 약점도 3개로 그럭저럭 밸런스가 맞으며 벌레 타입의 절망스러운 타점도 개선할 수 있어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왜 게임프리크가 안 고치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다.

 

3. 이렇게 포켓몬스터 XY의 게임플레이 파트에서 부족한 점을 고쳐봤다. 분명 포켓몬스터 XY는 시리즈의 큰 전환점이었다. 3D 그래픽으로의 완벽한 전환, 페어리 타입의 도입, 그리고 메가진화라는 혁신적인 시스템까지. 이 모든 것들은 포켓몬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게임의 본질적 재미를 일부 희석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앞서 제시한 개선안들의 가장 큰 핵심은 '적절한 도전'의 회복이다. 이는 단순히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 체육관 관장들의 포켓몬 구성을 풍부하게 하고, 메가진화의 획득 시기를 조정하며, 경험치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은 플레이어에게 의미 있는 선택과 도전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메가진화 시스템의 재구성이다. 현재의 엑와에서 메가진화는 마치 조숙한 영재처럼, 너무 일찍 자신의 힘을 드러내버린다. 이를 게임의 후반부로 옮기고, NPC 트레이너들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단순한 시기적 조정이 아니다. 그것은 메가진화라는 시스템이 가진 본래의 가치, 즉 트레이너와 포켓몬 사이의 특별한 유대를 더욱 극적으로 표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거기에 야심 차게 도입했지만 아쉬운 점이 있었던 페어리 타입에 대한 AS까지 더해진다면 포켓몬스터 XY 가 보여준 기술적 혁신에 걸맞은 게임플레이의 완성도가 더해져 더 완벽한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화려함과 본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챙길 수 있다면 포켓몬스터 XY는 충분히 과거, 그리고 앞으로 있을 포켓몬 게임들처럼 더 좋은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