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3DS 시대는 포켓몬 게임 퀄리티의 하락을 알리는 시대였다. 물론 덮어놓고 3DS 시대 게임들이 죄다 구리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실제로 DS 시대와 비교했을 때 좋아진 점들도 꽤 많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게임 프리크의 개발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게 3DS 시대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3DS 시대의 서막을 낳은 포켓몬스터 XY를 고쳐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일단 포켓몬스터 XY에서 가장 시급하게 고쳐야 하는 것은 스토리다. 왜냐고? 엑와는 포켓몬스터 스토리를 구축하는 4개의 축, 라이벌, 악의 조직, 전설의 포켓몬 그리고 챔피언이 모두 망가진 유일무이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썬문마저도 하우와 글라디오, 그리고 쿠쿠이 박사와의 챔피언전은 좋았고 소드실드 역시 호브나 단델은 모두 훌륭했다. 그런데 엑와만 유독 이게 심각하게 망가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토리를 이 4개의 축을 중심으로 수정해 보도록 하겠다.
1. 먼저 라이벌의 경우 정상화가 필요하다. 4명의 라이벌은 너무 많다. 아무리 스토리를 마개조 한다고 해도 7세대처럼 게임을 컷신으로 떡칠할 수는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그러려면 라이벌의 수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솔직히 트로바와 티에르노는 없어져도 할 말이 없다. 둘 다 비중도 없고 임팩트도 없다. 물론 티에르노 캐디가 임팩트가 있긴 한데 별로 좋은 방향은 아니다. 그냥 삭제하는 것이 훨씬 낫다.
그리고 삭제한 둘의 분량을 세레나/칼름과 사나에게 몰아주기만 해도 충분히 라이벌을 살릴 수 있다. 세레나/칼름은 주인공에게 호의적이면서도 열등감을 갖으며 승부욕을 지닌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리고 사나는 전작의 벨이랑 비슷하면서도 좀 더 밝고 해맑은 감성을 보여주는데 솔직히 이 둘에게 트로바와 티에르노의 사라진 분량만큼만 분량이 더 있더라면 적어도 체렌과 벨 정도 느낌은 가져갈 수 있다. 이렇게만 해도 엑와의 라이벌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2. 그 다음은 플레어단, 그리고 플라드리이다. 플레어단의 문제점은 간단하다. 초반에는 너무 우습고 후반에는 너무 진지해서 둘이 조화롭게 어우러지지 못한다. 아니, 둘을 비교하면 그냥 다른 조직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플레어단의 컨셉을 처음부터 갈아엎어야 한다. 세계를 자신의 손에 넣으려 하는 진지한 컨셉으로 바꾸야 한다. 더 구체적으로 접근하면 칼로스의 컨셉인 아름다움을 여기에 접목시키고 싶다. 칼로스는 이름부터 고대 그리스어로 아름다움을 뜻한다. 그리고 플라드리 역시 본편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이를 단순히 피상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강조시켜서 플레어단의 컨셉을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스인 플라드리의 철학을 더욱 깊이 있게 강조하는 방법이 있다. 단순히 "영원한 아름다움을 위해 세상을 파괴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3000년 전 AZ가 만든 최종병기로 인해 칼로스의 자연이 황폐화되었고, 이를 계기로 칼로스 지방은 아름다움을 집착적으로 추구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는 설정을 추가할 수 있다. 플라드리는 이런 칼로스의 역사와 문화를 극단적으로 체현한 인물로 재해석될 수 있다.
"영원한 것만이 진정 아름답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시간 앞에서 무너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것을 완벽한 순간에 정지시키는 것뿐이다."
이것이 플라드리의 새로운 철학이 될 수 있다. 그는 최종병기를 이용해 세상을 '영원한 현재'에 가두려 한다. 다른 생명체를 절멸시켜 세상을 영원히 아름다운 순간으로 보존하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파괴가 아닌, 뒤틀린 형태의 보존 욕구로서 더 복잡한 동기를 제공해 플라드리와 플레어단의 컨셉을 더 진지하고 심층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 아름다움의 추구를 인게임 내에 반영해서 더욱 이 컨셉을 강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볼공장 탈취 사태 때 원래 플레어단은 얌전히 볼만 훔치려다가 주인공에게 쫓겨나지만 여기서는 볼 공장의 모습을 고전미적인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꾸거나 혹은 몬스터볼을 아름답게 바꾼 뷰티볼(생긴 것만 바뀌었고 성능은 같다.)을 곳곳에 배치해 그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을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플레어단은 기존의 모순적인 모습에서 개성적이고 다른 악의 조지직과는 다른 차별화된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다.
그리고 간부들 역시 바꿔야 한다. 솔직히 플레어단의 간부로는 크세로시키와 4명의 과학자, 바라, 모미지, 아케비, 코레아가 있다. 근데 이 간부들 기억하는 사람은 솔직히 아무도 없을 것이다. 특히 4명의 과학자는 더욱 그렇다. 장담하건대 마스다나 오오모리도 얘네 이름을 까먹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 정도로 비중도 없고 개성도 없다. 그럴 바에는 그냥 이 과학자 4명도 삭제하고 간부 역할은 크세로시키에게 모두 몰아주거나 또는 과학자 넷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 예를 들어서 플레어단의 간부를 크세로시키와 모미지로 합친다고 가정하면 5명의 간부들이 했던 악행을 2명이 하므로 이 둘의 비중과 개성을 크게 늘릴 수 있다. 그렇게만 해도 간부진의 무게감이 부족하다는 플레어단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플레어단의 개선에 필요한 것은 역시 그 플밍아웃이다. 누가 봐도 플레어단 같았던 플라드리의 뜬금없는 정체 고백은 솔직히 좀 그랬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플라드리가 처음부터 당당하게 플레어단의 수장임을 밝히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미르시티 카페에서 플라드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이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설파할 수 있다. 이런 접근은 플라드리를 더 복잡하고 매력적인 적대자로 만들어준다.
물론 이렇게 하면 홀로캐스터의 개발자이자 유명한 CEO라는 설정과는 양립할 수 없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그냥 홀로캐스터는 실프컴퍼니나 포켓기어처럼 칼로스의 유명한 기업이 개발했다고 치고 플라드리와 플레어단을 당당한 빌런으로 만드는 것이다. 마치 비주기와 로켓단처럼 말이다. 그리고 위에서 플레어단의 컨셉을 강화했으므로 로켓단과의 차별화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함으로써 플레어단과 플라드리를 진정으로 매력적인 빌런으로 만들 수 있다.
3. 이렇게 엑와 스토리 4개의 축 중 2개를 고쳤다. 엑와의 라이벌과 플레어단 모두 포텐셜이 있지만 본편에서는 이를 완전히 발휘하지 못했다. 이 정도로 이들을 수정한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스토리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전설의 포켓몬과 챔피언도 원래 이 글에서 하고 싶지만 이는 다음 편으로 넘기려 한다. 왜냐하면 특히 전설의 포켓몬 관련해서는 수정할 것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이는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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