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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마츠 카에데 - 거짓된 성녀

삶은계-란 2024. 9. 26. 22:25
맨 처음에 죽는 CIA는 지미 올슨이다. 이는 영화를 더욱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 잭 스나이더, 미국의 영화감독

 

0. 단간론파 3가 화려한(?) 마무리를 한 뒤, 새로운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게임, 뉴 단간론파 V3 -모두의 살인 신학기-가 공개되었다. 그리고 그 새 게임의 새 주인공으로 같이 공개된 캐릭터가 초고교급 피아니스트, 아카마츠 카에데였다. 그녀의 공개는 꽤 화제를 낳았는데 그 이유라면 첫째는 여자 주인공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초고교급 피아니스트라는 재능 때문이다. 이는 기존에 주인공이었던 나에기나 히나타와는 차별화되는 컨셉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꽤 기대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뒤에서 알아보자.

 

1. 초고교급 피아니스트 아카마츠 카에데는 주인공으로서 처음 사물함에서 등장했다. 사물함에서 나온 아카마츠는 우연히 초고교급 탐정 사이하라 슈이치를 만나는데 일단은 둘이서 같이 다니기로 했다. 둘이서 학원을 돌아다니다 보니 여느 단간론파처럼 모노쿠마가 나타났고, 당연히 모노쿠마는 살인게임을 개최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모노쿠마가 꽤 양심적이었다. 왜냐하면 무려 공짜로 나갈 수 있는 탈출구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빠른 탈출을 위해 탈출구로 모였다.

 

 그리고 그 탈출구는 당연히 함정이었다. 탈출구는 실제로는 통과하기 불가능에 가까운 난이도를 자랑했고 모두 중간에 나가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아카마츠는 모두를 격려해 계속해서 탈출을 시도해 봤지만 역시 어림도 없었다. 결국 모두의 마음속에서 탈출을 위해서는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 떠오르고야 말았다.

 

 하지만 살인을 일어나지 않고 플레이어도 모노쿠마도 지루해질 때쯤, 모노쿠마가 갑자기 살인 동기를 던지니 바로 시간제한이었다. 72시간 안에 살인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모두를 죽이겠다. 정말 시작부터 악질이었다. 더 악질이었던 점이 뭐였냐면 자살은 살인으로 취급도 하지 않고 심지어 살인자는 직후 자수하면 재판도 없이 공짜로 탈출시켜 준다는 것이었다. 이대로라면 모두가 다 같이 죽거나 살인이 일어나거나, 둘 중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아카마츠는 3번째 방법을 생각해 냈다. 바로 이 살인게임을 개최한 주모자를 체포하는 것이었다. 일단 상식적으로 이런 게임에 주모자가 있다는 건 당연하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비밀 통로의 흔적을 발견하기도 했다. 만약 모노쿠마 자체가 흑막이라면 굳이 불편하게 도서관에 비밀 통로를 만들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주모자는 반드시 실존했다. 이를 깨달은 아카마츠는 사이하라와 함께 도서관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 뒤, 비밀 통로를 사용하려는 주모자를 체포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나서 얼마 뒤, 누군가가 감시 카메라에 포착되었다는 신호가 들렸다. 아카마츠는 깜짝 놀라 들고 있던 물건을 떨어뜨린 뒤,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주모자가 아니라 아마미 란타로의 시체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자수하는 사람도 없었고 자연스럽게 학급재판이 시작되었다.

 

 아카마츠와 사이하라는 범인을 찾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 명, 한 명씩 다른 학생들을 용의 선상에서 제거했다. 그러다 보니 사이하라는 이렇게 용의자를 배제하다 보면 남는 범인은 아카마츠 한 명뿐이라는 걸 눈치채고 말았다. 그렇다. 사이하라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아카마츠가 범인이었다.

 

 사실 사이하라에게 말했던 것과 달리 아카마츠의 3번째 방법은 주모자를 체포하는 게 아니라 죽이는 것이었다. 주모자만 죽이면 모든 일이 만사형통으로 풀릴 거라 생각한 아카마츠는 사이하라를 이용해 살인 트릭을 만들기 시작했다. 먼저 감시 장소를 일부러 도서관과 통풍구로 연결되는 장소를 선택했다. 그다음 통풍구와 연결되는 책장의 책을 적당히 정리했다. 그렇게 해서 통풍구에 포환을 굴리면 주모자가 있을 곳으로 포환이 던져지도록 코스가 설계됐다. 마지막으로 감시 카메라가 작동하면 감시 장소에서 센서가 작동하게 해 놓았다. 만약 주모자가 도서관으로 향한다면 감시 카메라가 작동할 것이고 그러면 아카마츠가 포환을 통풍구에 놔 원거리에서 주모자를 죽일 예정이었다. 정말 완벽해 보이는 계획이었다.

 

 문제라면 하필이면 죽인 게 주모자가 아니라 아마미 란타로였다. 살인게임은 당연히 끝나지 않았고 아카마츠는 당연히 자신이 실패했음을 깨달았다. 그래도 거기서라도 자수를 했으면 아카마츠는 탈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카마츠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주모자를 죽이고 모두와 함께 탈출하고 싶었던 거지, 모두를 속이고 자기 혼자서 탈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녀가 가장 심하게 속인 대상이 사이하라였기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 아카마츠는 자수도 하지 않고 사이하라의 추리도 막지 않았다. 결국 주인공 사이하라의 활약으로 범인이 밝혀지고 모두 충격에 빠졌다. 특히 사이하라는 가장 가까이 있던 자신만큼 살인을 막을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에 더욱 가슴 아파했다. 그러자 아카마츠는 모두에게 사과하면서 사이하라에게 자신이 없더라도 모두와 함께 살아남아달라고 마지막으로 부탁했다. 이를 마지막으로 아카마츠 카에데는 모노쿠마에게 처형당하며 그녀의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2. 그렇다면 아카마츠의 이야기는 살인으로 끝났을까? 그 이유에는 강박감이 있다. 아카마츠는 유독 초반부부터 모두와 함께 빨리 탈출해야 된다는 생각에 집착한다. 특히 탈출구에서 그 모습이 잘 드러나는데 되지도 않는 탈출구에서 유독 용을 쓰면서 탈출하려는 모습은 그녀가 가진 강박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하게 드러낸다. 거기에 시간제한까지 더해지니 아카마츠가 탈출할 수 있는 제일 빠른 방법, 살인만 생각하고 몰두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그러나 그녀의 계획은 너무 엉성했다. 일단 주모자가 아카마츠를 감시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부터가 엉성하다. 주모자라면 당연히 감시카메라로 모두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고려해서 계획을 짜여하는데 아카마츠는 그런 걸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주모자가 이를 눈치채고 살인에 안 당한 것이다. 거기에 아카마츠는 사이하라조차 믿지 못하고 그에게도 진정한 계획을 말하지 않았다. 물론 사이하라는 당연히 살인에 반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이하라라면 분명 살인이 아니라 주모자를 막을 수 있는 더 좋은 계획을 생각해 냈을 것이다. 특히 5챕터에서 보여주는 그의 추리쇼를 보면 말이다. 하지만 아카마츠는 그러지 않았고 그 결과는 아마미와 자기 자신의 죽음으로 돌아왔다.

 

3. 아카마츠 카에데가 죽는 뉴 단간론파의 1챕터는 정말 강하다. 물론 단간론파 시리즈의 1챕터는 임팩트를 위해 예상치 못한 피해자를 만들곤 하지만 뉴단의 1챕터는 특히 더 강하다. 왜냐하면 아카마츠는 엄연히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추리 게임의 첫 챕터부터 주인공이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카마츠의 죽음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오고 이런 선택은 뉴단의 신의 한수중 하나였다.

 

 특히 주인공이 왜 범인이 되는가라는 합당한 의문을 서사와 잘 엮어내는 데 성공했고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아카마츠와 사이하라 간의 슬픈 사랑은 전작들을 해본 사람들의 마음조차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그러므로 아카마츠 카에데의 빠른 죽음이라는 도박은 성공적으로 돌아가는 데 성공했다. 적어도 5챕터까지는...

 

 문제가 있다면 6챕터에서 새로운 진실이 밝혀진다. 그 진실은 놀랍게도 아카마츠는 범인이 아니라는 거다. 6 챕터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이러하다. 아카마츠가 포환을 던지기는 했는데 그게 그만 빗나갔다. 빗나간 포환을 본 아마미는 당황하고 있었는데 마침 도서관에 도착한 흑막, 시로가네 츠무기가 포환을 주워 아마미를 죽이고 아카마츠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다. 그리고 아카마츠는 자기가 범인이라고 단단하게 착각한 채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 이것이 6 챕터에서 드러나는 진짜 진실이다.

 

 정말 짜친다. 아카마츠가 좋았던 이유는 아카마츠가 살인자였기 때문이다. 비록 숭고한 이상을 갖고 있지만 결국 살인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러면서도 이상을 버리지 못해 스스로 희생을 선택한 그런 캐릭터가 아카마츠의 매력이었다. 그런데 6챕터에 따르면 결국 아카마츠는 흑막에게 이용당하고 결국 비극적으로 죽고만 히로인 1이 된다. 우리는 이런 캐릭터를 잘 알고 있다, 나나미 치아키라고. 하지만 나나미는 먼저 나왔고 흑막이 아니라 나름 다크 나이트 호소인인 코마에다에게 이용당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카마츠는 모든 면에서 나나미의 하위호환이 되어버렸고 이는 캐릭터의 완성도에 큰 악영향을 끼쳤다.

 

 만약 제작진이 5 챕터까지 아카마츠의 캐릭터성을 유지한 채 게임을 완성했다면 적어도 아카마츠 카에데는 뉴단간론파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결국 아카마츠란 캐릭터의 완성도는 참 아쉽게 됐다. 물론 캐디도 잘 뽑히고 적어도 생전에는 참 잘 뽑힌 캐릭터여서 싫지는 않은데 결국 그 포텐셜을 더 보여주지 못한 느낌이 든다. 뉴단이 이런 식으로 날린 캐릭터들이 한둘이 아닌데 개인적으로 이런 캐릭터들을 몇 명만 더 살렸어도 더 좋은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라 생각하며 이번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