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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 하골소실 - 부우부 고쳐보기

삶은계-란 2024. 9. 6. 22:28

0. 혹시 포켓로그라는 팬게임을 아는가? 포켓로그는 Pagefault Games에서 만든 포켓몬 팬게임으로 이름답게 로그라이크 장르다. 여기서 포켓몬은 알 기술이나 패시브처럼 여러 강화를 얻었다. 그리고 부우부는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였다. 부우부는 폭음파 등 좋은 기술과 스카이스킨 등 좋은 알기술에 힘입어 최고의 포켓몬 중 하나로 등극했다. 그러나 포켓로그에서의 영광스러운 모습과 달리 본가에서 부우부의 모습은 초라하다. 특히 고향인 성도지방에서 부우부의 모습은 비참하기까지 하다.

 

 먼저 부우부는 부엉이 포켓몬 컨셉답게 밤에만 나온다. 이는 당연하지만 문제는 사람들, 특히 아이들은 보통 낮에 게임을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아이들은 보통 초반 풀숲에서 구구와 깨비참을 주로 보지 부우부를 볼 일이 없었다. 거기에 성도지방 체육관 주제에 비행 타입 관장 비상은 부우부 라인 대신 당당하게 구구와 피죤을 쓴다. 당연히 부우부의 존재감은 더 줄어든다. 만약 모다피의 탑에서 부우부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부우부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부우부의 고향, 성도지방에서 부우부를 고쳐볼 것이다.

 

1. 일단 부우부를 고치기 전에 부우부, 정확히는 야부엉의 성능부터 알아보자. 야부엉의 성능은 딱 봐도 좋지 않다. 일단 스탯을 살펴보자. 야부엉의 종족값 총합은 452로, 낮다. 체력과 특방은 각각 100, 96으로 좋고 86의 특공도 봐줄 만하다. 하지만 방어가 50이라서 물몸이고 스피드도 70이라서 애매하다. 차라리 하나가 확실하게 뛰어나면 모를까, 이런 스탯으로는 뭔가를 하기가 힘들다.

 

 특성도 문제다. 야부엉의 특성은 4세대 기준 불면과 날카로운눈이지만 모두 쓸모없다. 회복약을 무한으로 쓸 수 있는 스토리에서 전체 상태이상도 아니고 잠듦만 막아주는 불면은 무의미하다. 날카로운눈 역시 상향 전이라 명중률 감소만 막아주는 특성이라 쓰레기다. 같은 지방의 마자용은 특성 하나로 한 때 악명을 떨쳤었는데 야부엉은 마자용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하다.

 

 그나마 봐줄 만한 건 기술폭이다. 5 레벨에 최면술을 배우고 자력을 살릴 수 있는 소란피기와 에어슬래시도 배운다. 무엇보다도 야부엉은 에스퍼 타입 기술에 접근하기가 쉽다. 염동력과 신통력에 자력으로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에어슬래시는 32 레벨, 염동력은 21 레벨, 신통력은 42 레벨이라 기술을 배우는 시기가 약간 늦다는 단점이 있다. 다른 지역이라면 몰라도 레벨이 평균적으로 낮은 편인 성도지방에서 이건 큰 단점이다.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부우부와 야부엉은 많은 트레이너들에게 외면받았다. 새 포켓몬을 잡으러 밤에 나갔다가 우연히 만난 부우부에 반해 잡긴 했지만, 금세 PC 박스행 티켓을 끊어주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는 분명 포켓몬 세계의 생태계에 있어서도, 게임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이제부터 부우부와 야부엉을 한 번 바꿔보자.

 

 일단 저번 치코리타 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스탯을 바꿀 생각은 없다. 물론 야부엉의 스탯은 구리다. 하지만 포켓몬의 스탯을 바꾸는 것은 포켓몬을 고치는 게 아니라 새롭게 창조하는 것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 점을 건드릴 생각은 없다. 그러나 타입은 이야기가 다르다. 왜냐하면 야부엉 노말/비행이 안 어울리기 때문이다.

 

 일단 부엉이는 1세대에서 새 포켓몬의 모티브가 되었던 참새와는 차원이 다르다. 부엉이는 예로부터 영물로서 존중받았던 새다. 곡식이나 주워 먹어서 농민들에게 쫓겨 다니기나 했던 참새와는 전혀 다르다. 거기에 부엉이는 참새와 달리 지금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니 야부엉은 평범한 노말/비행과는 안 어울린다. 새로운 타입이 필요하다. 물론 비행은 새니까 당연하니 노말을 바꿔야 할 텐데 무엇이 어울릴까?

 

 바로 고스트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타입이 겹치지 않는다. 야부엉과 어울리는 또 다른 타입인 에스퍼와 악은 각각 네이티오와 니로우가 가져갔다. 그리고 솔직히 둘이 더 잘 어울린다. 하지만 밤에 활동하는 새 포켓몬에게 고스트는 성도지방의 어떤 새 포켓몬보다도 더 잘 어울린다. 그리고 고스트/비행은 포켓몬 게임 전체로 봐도 독특하다. 겹치는 포켓몬이라곤 새도 아닌 둥실라이드 라인과 춤추새 밖에 없다. 그러니 어둠 속에서 무엇이든 감별할 수 있는 부엉이 포켓몬, 야부엉에게는 고스트/비행이 딱이다.

 

 거기에 성능적으로 봐도 먼저 노말과 격투로부터 면역이 생긴다. 이 점은 고스트 타입을 얻었을 때 가지는 가장 큰 이점이다. 또 야부엉은 자력으로 에스퍼 기술을 많이 배운다. 이는 고스트 타입으로서 꽤 큰 차별점이 될 수 있다. 거기에 고스트 타입은 노말과 악을 제외하면 반감이 없는 일관성이 끝내주는 타입이다. 이 역시 야부엉이 어태커로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다. 그러므로 이번 글에서 야부엉은 이제 노말/비행이 아니라 고스트/비행으로 바꿀 것이다.

 

 물론 부우부는 노말/비행 그대로 할 것이다. 그 이유라면 역시 부우부는 초반 포켓몬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포켓몬이 노말 기술을 쓸 때 노말을 흘리는 고스트 타입이 야생에서 나오는 건 레벨 디자인 측면에서 훌륭하지 않다. 그러므로 부우부까지는 노말/비행으로 하다 야부엉 때부터 고스트/비행으로 바꾸면 찰떡궁합일 것이다.

 

 그다음은 특성이다. 부우부와 야부엉의 특성은 불면과 날카로운눈이다. 둘 다 쓰레기다. 잠듦 하나만 막는 불면은 고려 가치도 없고 날카로운눈도 상향 전이라 쓸모없다. 그래서 야부엉에게는 새 특성이 필요하다. 바로 '위협'이다. 위협은 배틀 참여 시 모든 상대 포켓몬의 공격력을 1 랭크만큼 하락시키는 특성이다. 갸라도스, 윈디, 찌르호크, 어흥염 등으로 검증된 좋은 특성이다. 이 특성이 야부엉과 어울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야부엉의 도감 설명에 따르면 목을 180도로 돌릴 수 있다고 나온다. 이는 누군가를 위협하기에는 충분하다. 또 야부엉의 낮은 방어라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으므로 야부엉에게 꼭 필요한 특성이 위협이다.

 

 마지막으로 바꿀 건 기술 폭이다. 고스트/비행이 된 만큼 기술 폭도 고스트/비행다워야 한다. 먼저 부우부 시절 기술을 살펴보면 원래 부우부는 17 레벨에 리플렉트를 배운다. 이를 치우고 21 레벨에 배우는 염동력을 대신 배우게 한다. 이렇게 하면 부우부가 에스퍼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순간이 빨라져 부우부의 차별화를 노릴 수 있다. 기존에도 부우부는 에스퍼 기술을 쓸 수 있었다는 게 차별점이었는데 17 레벨로 옮김으로써 그 차별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

 

 그 뒤, 야부엉으로 진화하고 나면 원래는 22 레벨, 27 레벨, 32 레벨에 각각 염동력, 돌진, 에어슬래시를 배운다. 이를 각각 섀도볼, 에어슬래시, 사이코키네시스로 바꾼다. 섀도볼은 고스트 타입이 된 야부엉의 주력기이며 에어슬래시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염동력처럼 사용할 수 있는 시기가 확 빨라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격투 타입 관장인 사도와의 대결에서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어 든든한 전력이 되어 준다. 마지막으로 사이코키네시스는 에스퍼를 상징하는 기술로 든든한 견제기가 되어 준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부우부 때부터 최면술을 배우니 완성된 야부엉의 기술배치는 최면술/섀도볼/에어슬래시/사이코키네시스, 이렇게 구성된다. 이렇게만 해도 고스트/비행이라는 독특한 타입, 고스트, 에스퍼, 비행을 동시에 쓸 수 있는 견제폭, 위협이라는 A급 특성이 어우러진 쓸모 있는 포켓몬이 된다. 

 

2. 이렇게 야부엉을 한번 새롭게 바꿔보았다. 바뀐 야부엉은 더 이상 PC 박스의 먼지를 뒤집어쓰는 신세가 아니다. 이제 당당하게 파티의 일부가 되어 자신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특별한 포켓몬이 되었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야부엉이 전설의 포켓몬들을 상대로 펄펄 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이제 야부엉은 자신의 몫을 다 해낼 수 있다. 밤하늘을 우아하게 날아다니는 모습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이제는 그 날갯짓 하나하나에 힘이 실려 있다.

 

 이런 식으로 포켓몬을 고치는 건 단순히 게임의 밸런스를 위해서만은 아니다. 각각의 포켓몬들이 가진 고유의 매력과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동시에 게임 속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포켓몬을 사랑하는 이유 아닐까?

 

 개인적으로 게임 프리크도 이런 식으로 잊힌 포켓몬들을 다시 한 번 바꿔줬으면 한다. 물론 게임 프리크도 생각이 있어 몇몇 포켓몬들을 건들고는 있지만 수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특히 파오리나 코산호처럼 리전 폼만 잘 받고 원종 자체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 그대로인 포켓몬도 있다. 다음에 나올 포켓몬에서는 야부엉이 진짜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