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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튼 교수와 이상한 마을 리뷰 - 수상할 정도로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마을

삶은계-란 2024. 9. 1. 23:54

 

0. 2007년은 닌텐도의 전성기였다. 닌텐도 DS와 Wii 모두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던 시기였다. 그런 전성기 속에서 처음 보는 회사의 처음 보는 이름의 게임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레이튼 교수와 이상한 마을'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게임은 전 세계 게이머들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고 레이튼 교수 시리즈의 기반이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게임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1. 레이튼 교수와 이상한 마을은 영국의 고고학자인 허셜 레이튼 교수와 그의 조수인 루크 트라이튼이 주인공이 되어 이상한 마을에서 벌어진 수수께끼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게임이다. 이렇게만 보면 평범한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 같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다른 어드벤처와 달리 수수께끼를 직접 해결한다. 정확히는 사건은 레이튼 교수가 알아서 해결하고 플레이어가 해야 할 건 바로 수수께끼 풀이다. 이 게임은 온갖 종류의 수수께끼로 가득 차있다. 플레이어의 고정관념을 시험하는 넌센스부터 간단한 수리, 논리 퀴즈, 그리고 악명 높은 탈출 퀴즈까지 이런 수수께끼와 스토리가 조화된 것이 레이튼 교수와 이상한 마을이다.

 

 레이튼 교수와 이상한 마을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스토리다. 이 게임의 스토리는 마치 한 편의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듯한 흡입력을 보여준다. 게임은 레이튼 교수와 루크가 마을의 대부호가 죽기 전 쓴 편지를 받고 이상한 마을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처음에는 유산상속과 관련된 보물 찾기였던 사건이 점차 시간이 지나자 마을 전체룰 둘러싼 거대한 사건으로 변한다. 이상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 마을에 숨겨진 비밀, 갑자기 벌어진 살인 사건, 황금 사과의 비밀 등 수상한 것들이 하나가 아니다.

 

 레이튼 교수와 루크는 마을을 탐험하며 수많은 퍼즐을 풀어나가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진실에 다가간다. 특히 마을 사람들과의 대화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캐릭터의 개성과 마을의 분위기를 절묘하게 표현한다. 그 과정에서 마을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고, 플레이어는 예상치 못한 반전에 놀라게 된다. 특히 황금 사과의 진실과 마을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은 정말 충격적이다. 이 반전은 단순히 놀라움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의 모든 수수께끼를 완벽하게 설명해 내는 논리적인 결말을 제공한다.

 

 게임의 엔딩은 감동적이면서도 여운을 남긴다. 레이튼 교수와 루크가 마을의 비밀을 밝혀내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 드라마는 플레이어의 마음을 울린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레이튼 교수가 보여주는 따뜻한 인간미는 이 게임이 단순한 수수께끼로 가득 찬 퍼즐 게임이 아님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레이튼 교수와 이상한 마을의 스토리라인은 미스터리 요소와 감동, 그리고 때로는 유머까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플레이어를 끝까지 매료시킨다. 거기에 이상한 마을은 레이튼 교수 시리즈 전기 트릴로지 중 작중 사건이 가장 논리적이고 말이 된다. 이상한 마을의 후속작 악마의 상자와 최후의 시간여행의 스토리가 가지는 힘은 이상한 마을보다 훨씬 크지만 그것과 별개로 작중 중심이 되는 사건 자체에는 꽤 구멍이 있다. 이는 미스터리 장르로서 레이튼 교수 시리즈를 접근했을 때 꽤 아쉬운 점이 된다. 그러나 이상한 마을은 그런 허점이 거의 없으니 그런 점에서 이상한 마을의 스토리를 훌륭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다음으로 매력적인 건 역시 캐릭터다. 작품의 주인공인 레이튼 교수와 루크는 한 번 게임을 하면 두 번 다시 잊지 못할 강렬한 인상을 준다. 먼저 레이튼 교수는 디자인부터 인상적인데 특유의 실크 햇을 게임 내내 쓰고 있어서 이 캐릭터 하면 이거다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든다. 캐릭터성도 수상할 정도로 영국 신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줘 웃음을 주는 동시에 멋있게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 간지와 친근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루크도 레이튼 교수와 비교하면 개성이 부족하지만 열혈 소년으로서 미스터리 소설의 조수가 해야 할 역할을 정확하게 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이 둘, 추가로 레이튼 교수 시리즈의 감초 같은 역할을 할 수염머플러와 수수께끼 마담을 제외하면 다른 캐릭터들은 아쉬운 모습을 보인다. 이상한 마을의 주민들도 딱히 인상 깊은 캐릭터는 없으며 작품의 히로인과 빌런인 플로라와 돈 파올로도 이 작품에서는 그렇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다. 물론 이 둘은 후속작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지만 후속작에서는 작중 조연들도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을 생각하면 꽤 아쉽다. 

 

 스토리 파트는 이 정도로 하고 이제 수수께끼 파트에 대해 말해보겠다. 수수께끼 파트는 게임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될 정도로 비중이 큰데 온갖 다양한 종류의 수수께끼들이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다. 기본적인 수학 퍼즐, 논리 퍼즐, 언어 퍼즐, 성냥개비 퍼즐 등 정말 퍼즐의 뷔페를 차려놓은 듯하다. 이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역시 앞으로 레이튼 교수 시리즈 전통이 되는 탈출 퍼즐인데 시리즈의 첫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난도가 어려워 많은 플레이어들을 고생하게 만들었다.

 

 다행히도 수수께끼의 난도는 적당하게 잘 조절되었다. 초반부의 수수께끼는 조금만 생각하면 쉽게 풀 수 있다. 그러나 뒤로 가면 갈수록 머리를 부여잡거나 닌텐도 DS를 던지는 충동을 느끼게 한다. 다행히도 이 게임에는 힌트 코인이라는 게 있어서 너무 못 풀겠으면 여기서 나오는 힌트를 보고 풀면 된다. 물론 좀 자존심은 상하지만 이런 게 있는 게 어딘가.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시리즈의 첫 작품이어서 그런지 수수께끼와 스토리의 연계가 부족하다. 물론 메인 스토리와 관련된 수수께끼는 연계가 참 잘되어 있어서 단순한 수수께끼 풀이가 아니라 실제로 사건을 해결하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닌 소위 잡 수수께끼의 패턴은 이러하다.

루크: 어 저기 바나나 껍질이 떨어져 있어요!
레이튼 교수: 그렇구나, 영국 신사라면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법이지. 참, 루크, 바나나를 보니까 생각나는 수수께끼가 있는데 한 번 풀어보겠니?

 

 대충 이런 식이다. 이런 점들은 좀 아쉽다. 다행히 이는 후속작들에서 어느 정도 개선된다.

 

 마지막으로 비주얼과 사운드, 그중 먼저 비주얼을 언급하자면 개인적으로 매우 맘에 들었다. 기본적으로 비주얼이 손으로 그린 듯한 아트 스타일로 이는 게임에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준다. 특히 이상한 마을의 풍격은 그야말로 걸작이다. 한가운데 보이는 기묘하게 생긴 탑을 필두로 탑 주변에 퍼진 안개, 으스스한 거리 등이 마치 동화책에 나오는 수상한 마을을 연상케 했다.

 

 그리고 사운드 역시 훌륭하다. 특히 후속작들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레이튼 교수의 테마가 일품인데 클래식과 재즈가 섞인 오케스트라 풍의 음악으로 레이튼 교수의 지적이고 세련된 모습을 완벽하게 반영한다. 이상한 마을의 테마 역시 뛰어난데, 수수께끼로 가득 찬 이상한 마을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온몸으로 전달한다.

 

 물론 이 두 곡 외에도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작품의 분위기랑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으스스한 장면에서는 으스스한 음악이, 감동적인 장면에서는 감동적인 음악이 적절하게 나와 작품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이런 비주얼과 사운드 역시 레이튼 교수와 이상한 마을을 좋은 게임으로 만든 공신 중 하나이다.

 

2. 결론적으로 레이튼 교수와 이상한 마을은 단독 작품으로서도, 레이튼 교수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작품으로서도 훌륭한 작품이다. 이 게임은 퍼즐과 스토리의 조화를 이루며, 플레이어를 끝없는 호기심의 세계로 인도한다. 마치 이상한 마을의 비밀이 층층이 쌓여있듯, 이 게임의 매력 또한 플레이할수록 깊어진다.

 

 특히 이 게임의 가장 큰 성공은 '퍼즐'이라는 게임적 요소를 '이야기'라는 맥락 속에 잘 녹여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는 단순히 퍼즐을 풀기 위해 퍼즐을 푸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레이튼 교수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퍼즐을 푼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며, 게임에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물론 이 게임도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잡 수수께끼의 어색한 소개나 아쉬운 조연, 그리고 초창기 작품의 특성상 드러나는 UI의 아쉬움 등 꽤 굵직굵직한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레이튼 교수와 이상한 마을은 뛰어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만약 레이튼 교수 시리즈를 접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악마의 상자나 최후의 시간여행이 최고의 명작이라는 소문을 믿고 그것부터 하기보다는 이 이상한 마을을 하는 것을 더 권장한다. 이를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