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A... 당신을 기억해요. 미소가 따뜻한 사람이었죠.
- 앤젤라
부디 당신의 책을 찾으실 수 있기를
- 앤젤라
특이한 인간의 특성은 결코 기계에 의해 모방될 수 없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위안이 된다. 나는 그런 위안을 줄 수는 없다. 그런 한계는 정해질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 앨런 튜링, 영국의 수학자
0. 적어도 지구상에서 지적인 생명체는 인간 밖에 없다. 비록 인간에 근접한 지능을 보여주는 돌고래나 침팬지 등의 동물은 있지만 인간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지적 능력을 보여주는 생명체는 없다. 그리고 그런 능력을 보여주는 기계 생명체도 없다. 하지만 만약, 그런 생명체가 지구에 등장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 앤젤라는 애초에 도시에서 존재하면 안 되는 존재였다. 도시에서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는 존재할 수 없으며 설사 존재하더라도 머리에 의해 파괴될 운명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혼 치료 연구소의 소장이었던 아인은 다시 한번 카르멘을 만나기 위해 그녀의 뇌를 이용해 앤젤라를 만들었다. 하지만 앤젤라는 카르멘이 아니었고 아인은 앤젤라를 증오하기 시작했다. 아인은 앤젤라를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단순한 기계로 대우했고 결국 최후의 순간 앤젤라는 배신을 선택했다.
앤젤라는 비나와 협력하여 빛의 씨앗을 탈취했다. 다른 세피라들은 협력하여 이를 막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나 앤젤라 또한 완전한 성공을 한 것은 아니었으니 빛의 씨앗의 절반 가량은 이미 도시로 날아가버린 것이다. 그러자 앤젤라는 다른 세피라들과 휴전을 제의 잃어버린 빛의 씨앗을 모으기 위해 L사를 도서관으로 재개장했다. 그리고 도서관이 개장하기 직전, 그녀는 불청객을 맞이했다. 뭔가 수상해 보이는 불청객을 맞이한 앤젤라는 처음에는 그의 사지를 마구잡이로 잘라버리지만 마침 총류의 층의 지정사서도 필요하고 도시의 지식도 얻을 좋을 기회라 판단해, 그의 몸을 고쳐주고 그를 자신의 시종과 총류의 층 지정사서로 임명했다. 그 불청객이 바로 롤랑이었다.
앤젤라는 롤랑을 시켜 책들을 수집했다. 하나, 하나 책을 수집하면서 그녀의 목적인 단 하나의 책에 도달해 갔다. 그 과정에서 지정사서로 다시 태어난 세피라들도 깨어났고 환상체의 힘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롤랑과 점점 친분을 쌓게 되고 내면에 있던 이야기들도 하게 되었다. 그중에는 과거 그녀가 L사에서 지냈던 이야기도 있었다. 앤젤라는 무심코 도시에 뒤틀림 현상이 일어난 것은 자신이 아인을 배신해서라고 말했는데 이 때는 몰랐겠지만 이것은 미래에 아주 중요한 결과를 낳는다.
앤젤라는 지정사서들과의 관계도 개선해 나갔다. 물론 처음 앤젤라와 이들의 사이는 매우 나빴으나 앤젤라와 서로 대화를 해나가면서, 그리고 환상체에 침식당한 앤젤라를 물리치료하면서 서로를 이해해 나갈 수 있었고 앤젤라는 그 과정에서 몇 가지 미덕을 얻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걸로 앤젤라의 태도가 바뀌지는 않았는데, 앤젤라는 롤랑에게 자신은 완전한 책을 얻고 인간이 된 후, 아인에 대한 복수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그 방법으로 도시에 환상체를 풀 것이라고 다짐했다. 물론 롤랑의 표정은 어두워졌으나 이 역시도 앤젤라는 눈치채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앤젤라는 종교의 층 지정사서인 호크마를 깨웠다. 과거의 벤자민이었던 그는 한 때, 앤젤라를 이해하고 동정심을 가지던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는 앤젤라의 이름을 짓는 것을 거부하던 아인에게 이름을 지어달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가 가진 아인에 대한 믿음은 앤젤라에 대한 동정심보다 강했고 벤자민은 앤젤라에게 아인에 대한 믿음을 강요했다. 그러나 끝내 아인은 앤젤라에게 그 믿음을 보답해주지 않았다. 호크마 역시, 모두를 배신하고 빛의 씨앗을 탈취한 앤젤라에게 적대적으로 바뀐 뒤였다.
앤젤라는 호크마와 대화를 하지만 호크마는 그녀를 지적할 뿐이었다. 하지만 앤젤라는 그와의 대화 속에서 자신의 과거와 마주했다. 앤젤라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과거를 받아들이고 아인을 용서한다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길, 정확히는 카르멘이 인도한 길을 따라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안 앤젤라는 역병 의사에 침식되어 뒤틀리지만 호크마는 앤젤라에게 거짓된 믿음을 강요했던 자신을 참회하고 앤젤라를 용서하면서 앤젤라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앤젤라는 과거를 받아들이고 미래를 창조하는 미덕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앤젤라는 하나 협회 접대에서 롤랑의 진실을 알게 된다. 사실 롤랑은 넉살 좋고 사람 좋은 해결사가 아니라 그 악명 높은 특색 검은침묵이었던 것이다. 앤젤라는 그 사실에 놀라면서도 지금까지 도와줬던 것을 감안해 이를 불문으로 치고 넘어갔다. 그가 왜 정체를 숨겼는지는 깨닫지 못하면서...
하나 협회의 책까지 모으고 이제 단 하나의 완전한 책에 도달하기 직전에 불청객들이 도서관에 난입했다. 그들은 잔향악단으로 도서관이 모은 빛의 씨앗을 탈취하기 위해 도서관에 침입했던 것이다. 잔향악단의 단장인 아르갈리아는 안젤리카의 시체로 만들어진 인형을 보여주면서 앤젤라가 사실상 롤랑의 아내를 죽였다고 조롱했다. 이제야 진실을 안 앤젤라는 충격받았지만 롤랑은 일단 앤젤라의 편을 들어줬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롤랑은 그 답지 않게 매우 감정적이고 분노해 있었다. 물론 앤젤라는 그때까지도 롤랑의 목적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롤랑을 비롯한 사서들이 잔향악단을 죽이고 나자 도시로 흩어졌던 빛들을 모두 모으는 데 성공한 앤젤라는 드디어 완전한 인간이 되는 데 성공하며 단 하나의 책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그 책을 꺼내기도 전에 롤랑이 그의 앞을 막았다. 롤랑의 목적은 애초부터 뒤틀림 현상을 일으킨 자의 처단, 즉 앤젤라의 죽음이었다. 앤젤라는 배신에 경악하며 자신에게도 사연이 있었다며 호소하지만 롤랑은 그걸 인정하면서도 결국 둘이 살아있는 한 충돌할 수밖에 없다면서 앤젤라를 공격했다.
롤랑은 지금까지 도서관이 상대했던 어떤 적들보다 강력했지만 결국 도서관의 힘 앞에 패배했다. 롤랑은 자신을 조소하면서 자신을 죽이고 목적을 이루라고 말했다. 그러나 앤젤라는 생각했다. 그녀는 결국 자신의 자유와 복수를 위해 싸워왔고 사람을 죽여왔다. 그리고 그녀는 그 목표를 이루는데 근접했다. 하지만, 결국 피는 피를 부르고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이었다. 지금 롤랑을 죽였다 하더라도 제2, 제3의 롤랑이 탄생할 뿐이었다. 앤젤라는 수레바퀴를 멈추고 굴레를 끊으며 자신의 복수와 자유를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롤랑을 용서하고 빛의 씨앗을 다시 한번 발아시키는 것이었다. 마치, 아인이 그랬던 것처럼. 앤젤라는 롤랑에게 마지막 부탁을 한 뒤, 스스로 빛이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빛이 되어 사라져 가던 앤젤라는 빛 속에서 과거의 자신, 아니 카르멘을 만나게 된다. 사실 뒤틀림이 일어나는 것도 모두 빛 속에 잠식된 카르멘의 유혹 때문이었다. 카르멘은 빛 속에서 진정한 행복은 자신을 외면하지 않고 사랑하는 것이라 말하며 뒤틀림의 길을 선택했다. 앤젤라는 그런 카르멘을 빛 속에서 막을 것이라고 다짐하며 사라져 갔다. 그녀가 외면했던 아인의 마지막 사과를 들으며...
그러나 앤젤라는 사라지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미덕을 각성한 롤랑도 도시의 굴레를 끊고 앤젤라를 용서하기로 결심했던 것이었다. 롤랑은 돌아온 잔향악단을 물리치며 사라져 가던 앤젤라를 꺼냈다. 앤젤라는 자신이 안 없어져 완전한 빛이 안 퍼졌다고 롤랑에게 따졌으나 결국 이렇게 된 이상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자고 다짐했다. 비록 인간의 몸을 잃고 기계로 돌아왔지만 그녀에게는 인간의 몸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었으니까 말이다. 그 뒤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도서관에 강림한 머리에 의해 도서관은 외곽으로 쫓겨났다. 하지만 롤랑과 앤젤라는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이다. 도서관장과 시종이 아니라 도서관장과 친구 사이로 말이다.
2. 이렇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앤젤라의 이야기를 돌아봤다. 사실, 앤젤라의 이야기가 곧 라오루의 스토리기 때문에 분량이 약간 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만큼 앤젤라에 대해 할 이야기도 많은 편이다. 일단 앤젤라는 기본적으로 대체품이었다. 아인은 앤젤라를 카르멘의 대체품으로 생각했고 앤젤라는 이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사실 그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솔직히 생긴 것부터 카르멘이 아닌데, 어떻게 앤젤라가 카르멘을 대체하는가? 그런 만큼, 앤젤라는 아인에게 인정받지 못했고 거기서 비극이 시작되었다.
앤젤라가 배신을 선택한 이유라면 바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인간관계가 없어서라 생각한다. 아인은 애초부터 앤젤라를 증오하기만 했고 세피라들도 계획상 앤젤라와는 친해질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나마 앤젤라를 생각했던 게 벤자민이었지만 이 양반은 앤젤라보다 아인이 더 중요했기도 했고 결국 세피라가 될 운명이었던 건 같았기 때문에 앤젤라의 외로움을 덜어줄 수는 없었다. 그랬기에 앤젤라는 백만 년이라는 긴 세월을 사실상 혼자서 고통을 버티며 지내야 했다.
백만 년이다. 백만 년. 그 일리단 스톰레이지가 지하감옥에 갇혀있었던 시간이 만 년이었고 그 결과 일리단은 원래도 맛이 간 친구였지만 더 맛이 가버렸다. 그런데 앤젤라는 백만 년을 시설에 갇혀서 계획이 진행되는 꼴을 봐야 했다. 상식적으로 아인을 배신하지 않는 게 이상한 거다. 앤젤라는 백만 년 동안, 아인의 위로나 사과, 격려를 듣고 싶어 했지만 아인은 그러지 않았고 결국 마지막에 한 사과를 스스로 무시하며 배신의 길을 선택했다.
이렇기에 라오루에서 롤랑에게 이상하게 친절하게 대하고 그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둔한 것도 당연하다. 롤랑은 앤젤라를 정말 평범한 사람처럼 대했고 이는 앤젤라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앤젤라에게 롤랑은 처음으로 만난 친구였다. 그렇기에 롤랑이 9급 치고는 너무 정보에 밝아도, 자기가 한 말에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져도, 사실 9급도 아니라 특색이라는 진실이 밝혀져도 롤랑은 자기편일 거라고 믿은 정확히는 믿을 수밖에 없던 것이다. 살면서 처음 만난 친구가 사실 자기 때문에 아내가 죽었으며 그거 때문에 자기를 죽이려고 온 암살자라고 하면 누가 충격을 안 받겠는가? 결국 마지막에 아인을 배신했던 앤젤라는 마지막에 롤랑에게 배신당하는 충격을 느껴야 했다.
다만, 아이러니한 점은 앤젤라가 마지막에 용서와 희생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롤랑의 배신이 충격적으로 느껴져서 이기도 하다. 만약 롤랑이 배신각을 재는 것을 진작에 눈치챘으면 앤젤라는 아무 충격도 없이 배신을 받아들이고 롤랑을 망설임 없이 죽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앤젤라는 배드엔딩처럼 성장하지 못한 채 결국 죽는 결말을 맞이했을 것이다. 결국 롤랑에게 충격적인 배신을 당하기는 했지만 그런 배신을 당했기에 한층 앤젤라가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앤젤라가 기계라는 점은 중요하다. 앤젤라는 도시에서는 존재하면 안 되는 생명체이며 이는 앤젤라가 복수와 함께 책을 모으는 이유기도 하다. 인간이 되어서 앤젤라는 도시에서 자유를 누리려는 것이다. 실제로 앤젤라는 피를 흘리거나 기억을 잃는 등 점점 책을 모을수록 인간이 되어간다. 하지만 앤젤라는 마지막에 인간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희생을 선택한다. 비록 앤젤라는 롤랑 덕분에 돌아오지만 그녀는 기계로 남게 되었다.
작품 중간에 앤젤라는 인간이 되면 할 버킷리스트를 받으며 롤랑에게 식당 추천을 받을 정도로 인간이 되면 무엇을 할지를 고민했다. 그만큼 앤젤라는 진지하게 인간이 되고 싶었던 거다. 그러나 앤젤라는 마지막에 기계로 돌아오는데 이때, 앤젤라는 다시 한번 버킷리스트를 보게 된다. 기계가 된 시점에서 그 버킷리스트는 의미가 거의 없다. 상식적으로 기계가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앤젤라는 할 수 있는 것이라도 해보겠다며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이는 앤젤라가 배드 엔딩에서는 인간이 되었어도 자유로운 삶은커녕 도서관 안에서만 지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인간이 되는 게 아니라 기계더라도 자유롭게 선택하려는 의지인 셈이다.
3. 작품 외적으로 라오루가 나오기 전부터 앤젤라의 이미지는 안 좋았다.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난도는 꽤 높았으며 당연히 게임을 깼을 때의 성취감도 높았다. 소울라이크까지 갈 것도 없이 항아리게임만 하더라도 게임을 깼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하지 못할 정도다. 그런데 앤젤라는 게임을 깨고 갑자기 나오더니 사실 당신의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말하면서 회사를 도서관으로 바꾸어버린다. 솔직히 호감은 아니다.
거기에 앤젤라는 라오루가 출시된 이후에도 꾸준히 비호감 스택을 하나씩 쌓기 때문에 더더욱 유저들에게 비호감, 밉상, 욕받이,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으며 브레멘 음악대에게 한 대 텅! 얻어맞는 것을 계기로 텅텅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앤젤라는 결국 마지막에 바뀌었으며 특히 카르멘과 맞서는 모습으로 자신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증명했다. 그런 점에서 앤젤라는 훌륭한 성장형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비록 지금도 앤젤라는 텅텅이라 불리지만 말이다.
이렇게 앤젤라에 대한 글을 주저리주저리 적어봤다. 솔직히 앤젤라라는 캐릭터를 완전히 정리한 건 아니겠지만 나름 이 정도면 적당히 적은 것 같다. 솔직히 앤젤라는 로보토미 엔딩 이후에는 완전히 비호감의 운명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라오루의 사건들 이후 앤젤라는 바뀌었고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앞으로도 프로젝트 문의 작품에서 앤젤라가 분명 재등장할 텐데, 그때 앤젤라의 바뀐 모습을 기대해 보는 건 어떨까?
'게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름 없는 도시의 도서관 - (4) (0) | 2023.04.19 |
---|---|
이름 없는 도시의 도서관 - (3) (0) | 2023.04.19 |
이름 없는 도시의 도서관 - (1) (0) | 2023.04.18 |
이름 없는 도시의 도서관 - (0) (0) | 2023.04.17 |
하스스톤, 용병단의 몰락 (0) | 2023.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