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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도시의 도서관 - (0)

삶은계-란 2023. 4. 17. 18:47

0. 혹시 빌 게이츠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로서 엄청난 부호가 되는 데 성공했다. 지금도 이 글을 보고 있을 많은 사람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를 통해 볼 정도로 그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이런 빌 게이츠는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준 것은 도서관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빌 게이츠의 말처럼 도서관은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의 보고서이자 금고였으면 수많은 사람들을 성장시키는 자양분이었다. 하지만 그 빌 게이츠라도 이 도서관만큼은 즐겁게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바로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다.

 

1.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이하: 라오루), 2020년 5월 15일에 얼리액세스로 출시되었으며 2021년 8월 11일에 정식 출시된 프로젝트 문의 게임이다. 프로젝트 문의 전작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은 국내 인디 게임의 신화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들이 야심 차게 낸 후속작이 바로 이 게임이다. 그러나 이 게임의 얼리 액세스 직후의 모습은 처참했다고 전해진다. 왜 전해진다는 표현을 사용했냐면 당연히 그때는 필자가 이 게임이 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아니, 필자는 이 게임을 시작할 때,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이 뭔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필자는 왜 이게임을 시작했나. 마침 하스스톤이 망조가 든 시기였고 새로운 카드 게임을 하고 싶어서 이 게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꽤 현명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게임의 특징을 천천히 살펴보자. 다만, 정식 출시 이전 상황은 누군가의 괴담으로만 알고 있는 관계로 정식 출시 이후 이 게임의 특징만을 살펴본다는 점을 양해 바란다. 일단, 이 게임은 자신을 도서관 배틀 시뮬레이션이라 주장하지만 현실은 싱글 플레이어용 CCG에 가깝다. 왜 TCG가 아니라 CCG냐면 카드를 교환할 남이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방식의 던전 RPG 요소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카드나 패시브를 수집하면서 레벨업과 비슷한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좋은 의미로 인디 게임답게 라오루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로 동시 전투와 합이다. Slay the Spire나 하스스톤 같은 대부분의 카드 게임 같은 경우, 플레이어는 단 한 가지의 독특한 덱을 가지고 또는 만들어 가며 게임에 임하게 된다. 그러나 라오루는 한 번에 최대 5명 이상의 캐릭터를 조종하므로 5가지의 덱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캐릭터들이 순차적으로 턴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턴이 진행된다. 즉, 한 번에 최대 5명의 덱을 조작한 다음, 정해진 속도에 따라 카드를 플레이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다른 게임에서는 찾기 힘든 참신한 시스템으로 전투의 다양성을 더한다.

 

 그리고 이는 환상체 전투에서 볼 수 있는 특수한 기믹과도 잘 어우러진다. 환상체란 전작인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에 나오는 괴물 비슷 한 것들인데 이들은 각기 다른 특수한 기믹을 가져 그 기믹을 파훼하며 싸워야 한다. 그리고 이런 기믹을 파훼할 때 앞에서 나온 다양한 덱들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투의 재미를 더해준다.

 

 물론 라오루는 이것을 뒷받침해 주는 뛰어난 OST와 실감 나는 풀더빙이 있다. 특히, 인디 게임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한국어 풀더빙이 스토리의 몰입감을 더해준다. 거기에 라오루에서만 볼 수 있는 수려하면서도 화려한 비주얼은 화룡정점과도 같다. 뭐, 이 정도면 장점은 다 말한 거 같으니, 단점으로 넘어가자.

 

2. 가장 심각한 단점은 바로 UI다. 많은 인디 게임이 그렇듯이 라오루는 로어 프렌들리한 게임 디자인을 위해 프렌들리한 게임 디자인을 포기했다. 그 결과 영 좋지 않은 편리함을 가진 UI가 탄생했다. 일단 마나를 빛이라고 하고 카드를 책장이라 하는 것까지는 뭐, 로어 프렌들리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므로 그렇다 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덱을 만드는 방식이라든가, 패시브를 정리하는 곳 등을 들어가기 불편하며 처음 하는 사람들은 이를 이해하기 조차 어렵다.

 

 UI 뿐만 아니라 이 게임 자체가 별로 친절하지가 않다. 텍스트부터가 유희왕처럼 특유의 비문학 텍스트로 떡칠되어 있으며 비직관적이다. 처음 하는 사람들은 참격, 관통, 타격이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는 것부터가 어려우며 그냥 퍼뎀을 준다고 하면 될 것을 텍스트에 일일이 계산식을 적고 앉아있고 환상체전 기믹이 훌륭하다고 했지만 그 기믹 텍스트를 한 번에 때려다 부어 이해 난도를 너무 어렵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게임을 하면서 마치 맛있는 음식을 가시그릇에 담아 먹기 매우 힘들게 만든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 외에도 이 게임의 밸런스는 영 좋지 않다. 중반부에 얻을 수 있는 특정 캐릭터의 성능이 너무 사기적이며, 그 캐릭터를 배제한다 쳐도 다른 캐릭터 간의 밸런스도 영 좋지 않은 편이다. 비록 싱글이기 때문에 멀티 게임의 밸런스 붕괴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밸런스가 조금 더 좋으면 낫지 않았을까 싶다.

 

3. 이렇게 대충 라오루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다. 전체적으로 좋은 인디 게임답게 특출 난 장점과 단점이 고루 분포해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취향이 맞는다면 라오루는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만한 게임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아직 안 적은 라오루의 매우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스토리다. 라오루의 스토리는 그리 간단한 편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라오루의 스토리는 전작인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스토리와 직결되는데 그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스토리도 꽤 복잡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로 다음 편부터는 라오루의 등장인물들을 중심으로 이 게임의 스토리를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 왜 시열대 순으로 인물이냐고 묻는다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첫 번째는 필자가 시간 순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편년체보다는 인물의 행적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기전체를 조금 더 선호하기 때문이여 두 번째는 이 게임의 시열대를 따지면서 가기에는 그리 순행적인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로 라오루에서 인상 깊은 인물을 중심으로 글을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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