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하스스톤, 용병단의 몰락

삶은계-란 2023. 4. 15. 19:11

0. 2023년 2월 8일, 하스스톤 용병단 모드의 업데이트가 중단되었다. 하스스톤이 망가져가는 상황에서 용병단은 하스스톤의 암흑기를 상징하는 모드였고 끝내 히오스처럼 업데이트 중단이라는 결말을 맺게 된다. 그렇다면 용병단은 왜 망했을까? 어떤 문제점이 있었을까? 이를 알기 위해 잠깐 과거로 돌아가겠다.

 

1. 2021년 9월, 하스스톤의 확장팩, 스톰윈드는 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메타는 망가지고 유저 수는 줄어들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에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https://jjabcde.tistory.com/3 

 

하스스톤, 그리핀의 해를 돌아보며 (2)

1. 불모의 땅은 좋은 점도 나쁜 점도 많은 확장팩이었다. 초반부와 후반부는 아쉬웠지만 중반부 메타는 나름 나쁘지 않았고 덱도 다양하게 나왔다. 그런 점을 잘 받아들인다면 다음 확장팩도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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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안 좋은 상황 속에서 새로운 게임 모드 용병단이 공개되었다. 용병단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전장처럼 재미있는 모드가 될 거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결투처럼 망할 거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용병단에 대한 기대는 줄기 시작했다.

 

 가장 큰 우려는 바로 모드가 나오기 전부터 공개되는 예약 구매, 정확히는 13만 원어치의 예약 과금이었다. 물론 매 확장팩마다 예약 구매로 팩을 사는 것은 하스스톤에서는 보편화된 일이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모드인지, 어떻게 플레이하는지도 모르는 모드에 13만 원이라는 거금을 쓰는 것이 옳은가? 그리고 이런 식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맞나라는 의문이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게임 플레이 자체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일단 전형적인 수집형 모바일 게임 느낌에 투박한 UI는 사람들의 우려를 증폭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정규전이 무너지고 있었고 하스스톤 개발진들이 이 모드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긍정적인 전망을 하는 사람도 충분히 있었고 그렇게 첫 출시가 다가왔다.

 

2. 2021년 10월, 드디어 용병단 모드가 출시되었다. 용병단이 첫 출시되고 나서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많은 하스스톤 전문 스트리머가 용병단을 플레이했고 흥행도 괜찮았다. 다만, 이 때도 용병단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일단 과금 유도가 심했다. 물론, 하스스톤도 카드 게임만큼 과금 유도가 없다고 할 수는 없었으나 용병단은 특히 더 심했다. 하스스톤은 가루 시스템이 있어서 카드를 갈아서 나오는 가루로 원하는 카드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유저들의 과금 부담을 줄이는 좋은 시스템이다. 그러나 용병단은 그 가루 시스템과 비슷한 코인이 각 영웅들 한테만 쓰일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하스스톤의 가루가 11직업과 중립 카드의 가루로 세분화되어 그 직업의 카드를 갈면 그 직업의 다른 카드만을 만들 수 있는 가루가 나오는 식이다. 당연히 이 방식은 유저의 과금 부담을 늘렸고 이는 용병단이 저평가받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점은 노가다였다. 용병단은 PVP와 PVE로 나뉘어 있었는데 PVP는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PVE가 문제였다. PVE는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는 Slay the Spire 등과 비교하면 매우 부족하다는 악평을 받았는데 영웅들의 성장 재화인 코인을 얻으려면 거의 반강제로 PVE를 해야 했다. 당연히 재미있는 PVP는 하지도 못한 채 많은 유저들이 PVE를 플레이해야 했으며 당연히 용병단의 평가는 더욱 떨어졌다.

 

 유저들은 이를 이방인작으로 해결했다. 이방인이란 무작위 던전을 돌다보면 나오는 인카운터로 보상으로 퀘스트를 주었다. 이 퀘스트를 깨면 코인이 나왔으므로 유저들은 이방인이 나오는 저 레벨 던전을 빠르게 밀면서 퀘스트를 발고 코인을 받는 노가다를 했다. 그러나 블리자드는 저 레벨 던전의 이방인 등장 확률을 낮추는 패치를 하며 이 이방인작을 막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유저와 블리자드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3. 유저들이 맨 처음으로 찾은 것은 2-5 런이었다. 2-5는 상대적으로 고레벨 던전이라 이방인이 상대적으로 자주 나왔고 화염 덱을 꾸린다는 가정하에 난이도도 어렵지 않았다. 비록 기존의 이방인작보다는 효율이 별로였지만 나름 괜찮았기 때문에 많은 유저들은 열심히 2-5를 돌았다. 하지만 중국 유저들의 생각은 달랐다.

 

 중국 유저들은 PVE가 아니라 PVP를 이용한 노가다를 하기 시작했다. PVP에서도 성장 재화인 코인을 얻을 수 있었으나 오직 승리 시에만 얻기 때문에 PVP는 노가다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중국 유저들은 발상의 전환을 했다. 용병단에 나오는 용병들의 속성에는 수호자, 주문술사, 투사가 있었는데 이를 각각 불꽃, 풀, 물이라 불렀다. 중국 유저들은 이 전형적인 속성을 이용해 새로운 합의를 했다. PVP에는 5가지의 주 속성과 1가지의 부 속성을 들고 입장한다. 그리고 그 속성끼리 가위바위보를 한다. 여기서 진 쪽은 항복을 하고 이긴 쪽은 보상을 얻는다. 이런 방식으로 중국 유저들은 더 빠르게 노가다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소문이 퍼지자 다른 나라의 유저들도 중국 서버를 참고해 가위바위보런을 하려 했다. 그러나 그 사이, 중국 서버의 메타는 더욱 바뀌었다. 어차피 결국 속성에 따라 이기고 질거기 때문에 그냥 항복하면 된다, 바로 항복런의 탄생이었다. 이 항복런의 원리는 간단하다. 결국 노가다를 위해 PVP를 한다면 MMR을 최소로 낮춰야 한다. MMR을 낮춘 구간에서는, 어차피 빠른 노가다를 위해 온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항복을 하는 것이 제일 낫다. 하지만 계속해서 상대가 항복을 한다면 나의 MMR은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노가다를 하려는 사람 대신, 그냥 게임을 하려는 사람과 만나 노가다를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최대한 빠르게 항복을 하여 낮은 MMR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 유저들은 암암리에 항복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 성공하고, 이를 실천했다.

 

 이 항복런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전 세계의 유저가 PVP에서 항복만을 누르며 노가다를 하기 시작했다. 이는 매우 효율적이었다. 보상만을 위해 항복을 안 누르는 얌체를 배제한 채,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율을 누릴 수 있었다. 이것이 하스스톤 커뮤니티에 퍼지자 용병단을 안 하는 유저들조차 재미로 항복런에 동참했다. 그렇게 하스스톤은 항복으로 모두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이 항복런조차 얼마 되지 않아 막히고 결국 유저들은 용병단, 아니 하스스톤을 떠났다. 그렇게 용병단은 황폐화되고 두 번 다시 항복런 당시의 인구수로 돌아오지 못했다. 블리자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몇 번의 패치를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고 결국 용병단은 업데이트 종료라는 결말을 맞게 되었다.

 

4. 이렇게 용병단은 망했다. 이 과정을 잘 살펴본다면 가장 큰 원인은 PVE가 재미없는 주제에 PVE를 강요했다는 점이다.  PVP를 위한 코인 수급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유저들은 대량 과금이나 PVE를 강요받았다. 이는 유저들이 갖는 용병단의 인상을 안 좋게 만들었고 용병단을 건드리지도 않게 만들었다. 하스스톤을 지금도 하는 필자의 친구 같은 경우, 용병단 튜토리얼도 깨지 않아 아직도 카드팩 개봉 화면에 용병단 코인 팩이 남아 있을 정도다. 

 

 그리고 블리자드의 과도한 유저 적대적 패치도 망하는 데 한몫했다. 비록 항복런을 정상적인 노가다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항복런을 없애는 대신, 새로운 코인 수급처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면 항복런이 없어졌다고 유저가 사라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요즘 가챠 겜들도 이렇게 유저 적대적이지 않은데 블리자드의 태도는 너무 고압적이었다.

 

 이런 용병단의 몰락은 하스스톤의 하락세를 더 가속화시켰다. 용병단을 했던 사람들은 정규전을 질려했던 사람들이었고 그 사람들은 용병단과 함께 하스스톤도 같이 접었다. 그리고 하스스톤도 스톰윈드 후반과 알터랙 계곡을 거치면 인구수가 쭉 줄어들었다. 만약, 용병단이 흥했다면 전장처럼 하스스톤을 살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미 망한 것을 살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참 아쉽다는 생각을 가지면 이번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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