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모의 땅은 좋은 점도 나쁜 점도 많은 확장팩이었다. 초반부와 후반부는 아쉬웠지만 중반부 메타는 나름 나쁘지 않았고 덱도 다양하게 나왔다. 그런 점을 잘 받아들인다면 다음 확장팩도 좋은 확장팩이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다음 확장팩은 스톰윈드, 비열한 호드와 달리 명예로운 얼라이언스라면 충분히 더 나은 확장팩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컨셉의 키워드였던 교환성은 큰 기대를 받았으며 새롭게 개편된 퀘스트 역시 많이 구렸던 기존 퀘들보다 더 나을 거라는 기대를 받았다. 물론 블리자드 내부에 큰 문제가 드러난 시기긴 하지만 그래도 확장팩 진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2. 스톰윈드가 나오자마자 메타는 불모의 땅 때와 180도 달라졌다. 제일 먼저 두각을 드러낸 덱은 퀘스트 법사였다.
퀘스트들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깨기 쉬웠고 퀘스트 보상도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마법사 퀘스트는 빠른 퀘스트 클리어와 순식간에 2턴이면 상대를 죽일 수 있는 퀘스트 보상인 던그래스프로 순식간에 메타를 장악했다.
그러자 대항마로 올라온 덱은 바로 목조르기 도적이었다.
이 덱의 핵심은 간단했다. 내 덱을 전부 판 다음, 주문 공격력 +2를 확보한 다음, 목조르기를 2번 쓰고 드로우를 하면 상대에게 총 32 피해를 줄 수 있었다. 그리고 도적에게는 덱을 전부 드로우하는 것도, 목조르기 콤보를 넣을 코스트를 확보하는 것도 너무나도 쉬웠다.
이 두 덱은 본질적으로 OTK 덱이었다. 그리고 OTK를 가장 잘 잡는 것은 당연히 어그로였다. 그러자 어그로 덱중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은 성기사가 바로 1티어로 올라왔다. 그렇게 세 덱 간의 삼국지가 패치 전까지는 펼쳐질 거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강덱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3. 그중 가장 강한 덱은 정제가 완료된 퀘스트 흑마, 이른바 6악마 흑마였다.
이 퀘스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6악마6 악마 흑마는 덱에 악마를 6장만 넣어 악마 풀을 정제한 뒤, 빠르게 자해를 해 퀘스트를 클리어한 다음 상대를 터뜨리는 덱이었다. 퀘스트를 클리어한 다음에는 무작정 자해만 하면 끝이었다. 이 6 악마 흑마는 비록 난이도는 어렵다 평가받았지만 프로 사이에서 매우 고평가 받는 강한 덱이었다.
3. 블리자드는 그러자 2주 만에 밸런스 패치를 강행했다. 퀘스트 법사, 흑마법사, 악마사냥꾼 등이 너프를 당했다. 그러나 흑마법사는 다른 덱들과 달리 큰 타격을 입지 않았고 도적 또한 너프를 당하지 않았다. 그런 관계로 메타에서 가장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던 것은 역시 흑마법사와 도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덱들을 잡기 위해 어그로 덱이 성행했고 그런 덱을 잡기 위한 새로운 덱이 고안되었다.
주술사는 퀘스트와 함께 대 어그로 덱으로 돌아왔다. 과부하를 활용한 시너지로 이득을 본 다음 퀘스트 보상으로 주문을 두 번 사용하며 어그로를 막는 형식의 덱이었다. 물론 이 덱은 퀘스트법사나 흑마법사에는 매우 취약했다. 그러나 어그로 만큼은 잘 잡으면서 메타의 한 축으로 발돋움하는 데 성공했다.
4. 그러나 메타는 주술사와는 별개로 건강하지 못했고 그래서 결국 블리자드는 패치를 두번이나 한다. 첫 번째는 흑마 저격 패치였으나 강도가 너무 약해 별 영향이 없었고 두 번째 패치에서 강력한 패치가 이어진다. 퀘스트 술사와 흑마법사의 너프, 그리고 근근이 버티던 퀘스트 악마 사냥꾼과 사제가 너프를 당했다. 사제는 이 패치로 사장되었고 6 악마 흑마도 분쇄되었다. 그러나 도적 등의 패치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으며 황금 밸런스는 커녕 괜찮은 메타도 찾아오지 않았다. 새로운 악질 덱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확장팩이 2달이 되면 노루가 출몰한다는 속담은 사실이었다. 이번 패치로 흑마법사가 상대적으로 약해지자 그에 약했던 어그로 도발 드루이드가 부상했다. 도발 카드 비용을 감소시키는 서슬갈기 전투파수병과 스톰윈드에 있던 엘룬의 예언자의 조합은 최고였다. 순식간에 강한 플레이를 하면서 필드를 장악했고 그 필드를 퇴비 뿌리기를 통해 드로우로 전환하며 핸드수급도 잘 되는 최고의 어그로 덱이었다.
이런 드루이드가 깽판을 치니까 블리자드는 이번에도 새로운 패치를 했다.
5. 바로 정규전 밸런스 패치가 아니라 용병단이라는 새로운 모드였다. 이번에 야심차게 나온 용병단은 정규, 야생, 전장, 투기장, 결투와도 완전히 다른 모드였다. PVE 던전에서 카드와 재화를 파밍한 다음, 용병단 래더에서 전투를 하는 새로운 모드, 수많은 사람들이 이 모드를 보고 설왕설래했다. 일부는 용병단 붐은 온다면서 환호했고 일부는 무조건 망한다면서 악평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용병단을 만드느라 밸런스 패치를 안 한다는 점은 크게 비판했다.
그리고 야심차게 나온 용병단은 망했다. 정말 망했다. 총체적 난국으로 어디부터 지적해야 될지 난감할 정도였다. 용병단의 대한 내용도 길게 쓸 수 있으나 여기서는 일단 이야기를 생략하겠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용병단에 관한 글을 한 번 써볼 예정이다.
아무튼 미니팩까지 미뤄가면서 낸 용병단이 망하니까 사람들은 더욱더 화가 났다. 메타는 망가졌고 패치의 기미는 안 보이고 미니팩조차 안 나왔다. 며칠 뒤, 미니팩이 드디어 나왔지만 미니팩도 메타를 바꾸지는 못했다. 아니 매우 망가졌던 야생의 메타만을 더욱더 박살 냈을 뿐, 정규전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그렇게 스톰윈드는 점점 더 심한 망조로 끌려가고 있었다.
6. 그 뒤의 메타를 말하기 전에 잠깐 야생전으로 돌아가보자. 비록 야생 전은 어썸 하게 블리자드가 반쯤, 유기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잘 돌아가는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었다. 당장 전 확장팩이었던 불모의 땅 당시, 해적전사나 홀수악사 등의 어그로, 천체드루 등의 콤보, 리노흑마나 리노사제로 대표되는 컨트롤의 메타가 잘 어우러지는 메타가 유지되었다. 그러나 스톰윈드는 야생을 180도로 돌려놓았다.
사실 스톰윈드를 지배했던 야생 덱들은 수도없이 많지만 그중 특히 더 악질이었던 일부 덱만 소개하겠다. 먼저 야생에서도 사기였던 퀘스트자해흑마. 자해흑마는 야생에서 불모의 땅 당시 매우 강력했던 덱이었는데 퀘스트의 합류로 더 강해졌다. 정말 과장 안 보태고 1 턴에 퀘스트를 깬 다음, 자해만 하다 보면 이겨있을 정도로 강했다. 그리고 이런 강한 덱을 이기기 위해서는 더 강한 덱이 필요했다.
먼저 점화법사. 말 그대로 점화를 무한대로 뽑아 상대를 OTK하는 덱이다. 덱의 모든 화염 주문을 남긴 다음, 양초꾼으로 점화를 뽑아 OTK 하는 매우 심플한 덱이었다. 놀랍게도 이 덱은 뇌지컬 만큼 피지컬이 매우 중요한 덱이어서 점화 이펙트를 없애는 핵을 쓸 정도였고 OTK도 5~6 턴쯤 매우 빠르게 할 수 있었던 덱이었다.
그다음은 퀘스트 사냥꾼. 사실상 전 확장팩의 강자였던 리노사제의 상위호환 격 덱이었다. 피해를 주는 주문을 쑤셔 박아 상대를 정리하고 명치를 쏜다. 거기에 바쿠로 강화된 영능과 퀘스트 보상으로 상대의 명치를 터뜨리는 그런 방식의 덱이었는데 마찬가지로 6~7 턴에 명치를 터뜨리는 데 어그로 상대로도 할 만한 강덱이었다.
마지막으로 퀘스트 해적 전사. 이 덱은 기존의 해적 전사에 퀘스트를 넣어 뒷심을 챙기는 방식으로 갔었는데 놀랍게도 이 덱과 컨트롤 덱이 붙었을 때, 퀘스트 보상을 내는데 성공한다면 뒷심 싸움에서 해적 전사가 이겼다. 상대가 광역기를 쓴 턴에 바로 필드를 잡아 본체를 공략했고 체력 회복과 광역기를 동시에 못 쓰는 틈을 노려 컨트롤 덱도 후반으로 가도 쉽게 이길 수 있었다.
이런 덱들이 메타를 장악하니 야생의 메타는 완벽히 망가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야생을 떠났다. 정규전도 야생전도 황폐해진 상황 속에서 사람들의 선택은 엑소더스였다. 이제 하스스톤을 접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7. 블리자드도 그걸 뒤늦게서야 깨달았는지 패치를 했다. 이 패치에서 마법사 퀘스트와 갈기병 너프를 했으며 도적의 목조르기도 드디어 너프를 했다. 그러나 이미 늦은 뒤였다. 사람들은 그런 패치로는 돌아오지 않았다. 도적은 너프를 해도 좋았으며 퀘스트 흑마법사가 또다시 부활했다. 그리고 야생 전에서 강함을 보였던 덱들은 패치조차 하지 않으며 야생 전은 완전한 멸망의 길을 걸었다.
8. 그렇게 스톰윈드는 역사상 최악의 확장팩으로 기억되었다. 스톰윈드는 전성기는 아니어도 나름 유저층을 어느정도 유지하고 있던 하스스톤을 박살 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가장 암울한 점은 스톰윈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최악의 확장팩에서 벗어난다는 점이었다. 안 좋은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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