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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시대에 돌아보는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삶은계-란 2023. 4. 6. 23:57

1. 지금 우리는 Ai의 시대에 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 AI의 Chatgpt는 GPT-3~4를 이용한 챗봇으로 기존에 있었던 챗봇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인상을 끌고 있다. 알파고부터 인공지능을 투자해 왔던 구글도 바드라는 새로운 챗봇을 공개했으며 메타, 애플, 네이버 등 수많은 기업이 Ai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는 단순히 챗봇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몇 개월 전 공개된 Stable Diffusion으로 개발되는 그림 Ai 역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면에서의 Ai를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물론 이런 Ai가 진짜 실용성이 있을지, 흔히 말하는 특이점이 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필자는 예전에 재미있게 했던 한 게임을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다.

 

2.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란 2018년 5월 24일, 퀀틱 드림에서 출시한 게임이다. 당시에는 플레이스테이션 4 독점으로 출시되었으며 1년 뒤, 2019년 12월 12일, PC로도 출시되었다. 필자는 플레이스테이션 4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으므로 당시 유튜브로 플레이 영상을 봤었는데 꽤 흥미로운 게임 같았다. 미래의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하는 이 게임은 세 명의 주인공으로 선택을 하면서 게임을 진행해야 했는데 기존 게임과는 다른 다양한 선택지 시스템은 필자를 매료시키는 데 충분했다.

 

몇 년 뒤, 이 게임이 PC로 나왔을 때 이 게임을 해 볼 기회가 생기자 바로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 봤고 솔직히 꽤 만족했었다. 흔히, 텔테일 게임즈의 게임으로 대표되는 선택지 시스템이 있는 어드벤처 게임들은 선택지를 주긴 하나 그 선택지의 영향력이 별로 크지 않아서 아쉬움을 안겨주었는데 적어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하: 디비휴)의 선택지는 텔테일 게임즈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영향력 있고 예측 불가능 했다. 물론, 수려한 그래픽과 뛰어난 사운드트랙은 이 게임의 몰입감을 높이는데 한몫 더했다. 

 

이제부터는 조금 더 이 게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밑에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양해를 부탁한다. 다만, 이 게임은 선택지가 많으므로 약간의 스포일러 정도는 게임을 즐기는 데 큰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다음으로 이어가겠다.

 

 

3.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인 다양한 선택지와 그에 따른 결과는 게임 도입부부터 느낄 수 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코너, 카라, 마커스라는 세 안드로이드인데 그중 카라 루트 시작부터 매우 중대한 선택지가 주어진다. 게임 초반, 카라와 자신의 딸, 앨리스를 학대하는 토드는 오늘도 화가 난 나머지 앨리스를 학대하러 위층으로 올라간다. 이때, 토드는 카라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명령하는 데 여기서 선택지가 여러 가지로 갈린다.

 

일반적인 경우, 그 명령을 거부하고 앨리스를 지킬 것이고 거기서도 또 선택이 갈려 총을 가지고 가 앨리스를 다시는 못 괴롭히게 총으로 토드를 죽일 것인가, 아니면 그냥 맨몸으로 앨리스를 지킬 것인가라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만약, 토드의 명령을 따라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될까? 일반적인 게임이라면 카라가 명령을 거부할 때까지 계속 시간이 지나거나 게임 오버 취급하고 선택지로 돌려보내겠지만 이 게임에서는 그렇게 하면 화난 토드가 아래층으로 돌아와 카라를 부숴버린다. 게임의 주인공인 카라가 시작하자마자 죽어버리고 카라의 여정은 여기서 끝난다. 즉, 선택지에 따라 게임의 약 3분의 1 정도를 스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평범한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선택지와 결과다.

 

그리고 위에서 했던 선택, 토드를 죽일 것이냐 살릴 것이냐도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토드는 엑스트라기 때문에 죽든 말든 상관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다르다. 토드를 살릴 시, 후반부에 토드가 다시 등장해 카라 일행을 곤경에 빠뜨린다. 즉, 이런 사소해 보이는 선택도 나중으로 가면 큰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선택지들은 플레이어를 실제 주인공으로 이입하게 만들어 스토리를 훨씬 더 몰입하게 한다.

 

4. 이제 이 게임의 대략적인 장점과 전체적인 특징을 알아봤으니 이제 각 주인공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카라는 전형적인 미래 세계에서 볼 수 있는 가정부 안드로이드로 집안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다. 그러나 토드의 학대를 못 버틴 카라는 토드의 딸 앨리스를 데리고 토드의 집을 탈출한다. 카라와 앨리스는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기 위해 온 디트로이트를 돌아다닌다. 그러니까 카라 루트는 일종의 로드무비 구조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카라와 앨리스는 안식처를 찾기 위해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믿을 수 있는 동료나 파렴치한 배신자, 그 외 기타 인간군상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실수, 또는 의도로 카라는 예정보다 더 빨리 여정을 끝마칠 수도 있다, 물론 대부분은 안 좋은 방향으로.

 

그다음으로 코너는 사이버라이프에서 만든 신식 형사 안드로이드로 최근 발생하는 불량품 사건을 수사하는 안드로이드다. 불량품이란 카라처럼 자유를 찾고 인간의 명령을 거부한 안드로이드를 통틀어서 칭하는 용어인데, 작품에서는 점점 더 숫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코너는 그 불량품을 체포, 또는 사살하기 위해 안드로이드를 싫어하는 형사 행크와 함께 불량품을 잡기 위한 수사를 한다. 즉, 코너 루트는 수사물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코너는 도망 다니는 불량품의 딱한 사정, 안드로이드가 불량품이 되도록 학대한 인간들의 추한 모습, 그리고 행크가 안드로이드를 싫어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 행크의 아들은 사고로 다쳐 안드로이드 의사의 수술을 받게 되지만 결국 의료사고로 죽는다. 행크가 안드로이드를 싫어하는 것은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행크도 수사를 하면서 코너를 그냥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진정한 동료, 또는 또 다른 아들로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이것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행크가 안드로이드 혐오를 치료하지 못하고 코너와 행크의 관계가 파국으로 향하는 전개도 충분히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마커스는 저명한 예술가 칼의 비서 안드로이드다. 칼은 마커스를 친자식처럼 여겼으며 둘의 사이도 원만했다. 그러나 마커스가 칼의 살인 또는 살인미수의 혐의로 체포되어 쓰레기장에 버려지고 쓰레기장에서 겨우 탈출한 마커스는 안드로이드의 낙원, 제리코에 들어가 혁명을 시작하게 된다.

 

마커스의 스토리는 그러므로 간단하다. 못된 인간들에게 맞서 싸워 혁명을 일으키는 과정을 그린다. 다만 그 과정에서 마커는 평화로운 방법을 선택할지, 아니면 폭력을 선택할지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평화 또는 폭력을 행하는 과정에서 동료를 잃거나 작전이 실패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 세 주인공들의 시작은 서로 각기 다른 곳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이들은 한 장소로 모이게 된다. 카라는 안식처를 찾기 위해 제리코에 도착하고 마커스는 제리코의 지도자로 혁명을 이끈다. 그리고 코너는 제리코의 위치에 도달해 불량품을 끝장내기 위해 제리코에 잠입한다. 그리고 제리코에서 세 갈래의 가지가 한 곳으로 모이고 이 가지들은 엄청난 바람에 휘몰아치게 된다.

 

5. 그다음의 줄거리를 굳이 소개하지는 않겠다. 이야기의 방향성이 엄청 많기 때문에 하나하나 다 소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굳이 이야기를 하자면 선택에 따라 혁명이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며, 코너가 불량품으로 각성하기도 하며, 기계로 남기도 하고, 카라가 안식처를 찾을 수도 있고, 끝내 죽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 세 주인공의 행적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하나로 어우러진다는 것이다. 이 점은 디비휴의 매우 특출 난 장점이다.

 

그리고 각 루트별로 평가를 해보자면 카라 루트는 카라의 소시민적 성향으로 인해 다른 루트에 영향을 많이 못 끼친다. 그러 그만큼 언제든지 끝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가장 큰 루트기도 하다. 그래서 한시라도 안심할 틈이 없이 떠돌아다니는 카라 루트는 다양한 선택지와 예상치 못하는 결과라는 이 게임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린 파트로 볼 수 있다. 또, 플레이어는 이 루트를 하며 인간에게 배척받는 존재인 안드로이드가 과연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안식처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코너 루트 같은 경우, 행크와의 관계를 중점으로 진행되는 성향이 강하다. 행크는 안드로이드를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코너를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코너가 그 이해를 거부하고 비즈니스 관계, 그냥 업무에만 집중한다면 결국 코너와 행크의 관계는 파국이 나고 서로가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관계가 돈다. 반대로 코너와 행크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 서로가 서로를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을 정도로 끈끈한 관계가 된다. 이런 코너와 행크의 묘사는 플레이어에게 과연 인간과 안드로이드는 서로를 믿고 친구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다.

 

마지막으로 마커스 루트는 혁명을 진행하며 평화 또는 폭력을 선택하게 된다. 평화를 선택하면 인간의 마음을 살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동료를 희생하거나 복수를 포기해야 하는 등의 선택을 해야 한다. 반대로 폭력을 선택한다면 지금 당장은 쾌락을 얻을 수 있지만 여론이 나빠져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결국 마커스 루트는 위 둘의 질문을 복합적으로 한다. 안드로이드는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가? 안드로이드는 인간과 함께 살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대답은 플레이어가 전적으로 정하게 된다.

 

다만 마커스 루트의 단점을 꼽아보자면, 이런 거시적인 질문이나 선택에 집중한 나머지 카라나 코너 루트와 달리 캐릭터들이 너무 전형적으로 묘사된다는 단점이 있다. 카라 루트의 앨리스나 코너 루트의 행크는 모두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인간처럼 행동하지만 마커스 루트의 동료인 노스와 조쉬는 각각 전형적인 매파, 비둘기파처럼 행동하고 그것 외에는 개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노스는 마커스와 선택에 따라 연인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도 전형적인 혁명가들의 전위적 연애에 그칠 뿐, 그 이상을 넘어가지 못하고 결국 노스가 죽더라도 혁명 동지가 죽는 슬픔을 느낄 수 있을지언정, 연인이 죽는 뜨거운 슬픔을 느끼지는 못한다.

 

6. 물론 마커스 루트의 단점을 감안하더라도 디비휴는 잘 만든 게임처럼 보인다. 그래픽도 좋고, 사운드도 좋고 스토리도 몰입감 있게 잘 짜였다. 그리고 미래 시대에 Ai가 발전하고 안드로이드가 탄생했을 때 인류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성찰하게 한다. 그렇다면 이 게임은 어드벤처 장르뿐만 아니라 게임 역사의 남을 명작일 것이다. 근데 과연 그럴까? 솔직히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명작보다는 평작에 가까운 게임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다음 편에서는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어두운 면을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