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렇게 스톰윈드는 역사상 최악의 확장팩으로 남는 것 같다고 하스스톤에 남은 사람들은 새로운 확장팩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에 부흥이라도 하는 듯이 블리자드는 얼라이언스 대 호드라는 전형적이면서도 매력적인 구도를 다루는 알터랙 계곡이라는 확장팩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드렉타르와 반다르라는 카드도 선공개했는데 이 카드를 미끼로 유저들을 얼라와 호드 진영을 선택하게 해 경쟁심을 유도하려는 목적이었다. 블리자드의 목적은 꽤 성공적으로 돌아가 유저들은 명예 얼라이언스나 명예 호드가 되었다.
또, 블리자드는 영웅 교체의 귀환을 선언하며 많은 유저들을 두근두근하게 만들었다. 비록 영웅 교체 중, 죽음의 기사 렉사르처럼 안 좋은 추억을 가진 카드도 있었지만 강력한 파워를 가진 카드들이었음은 분명했으므로 망가진 메타를 바꿔줄 메타체인저가 될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이 평소해 지키려고 했던 딱뎀을 키워드한 명예로운 일격이라는 키워드도 나름 기대를 받았다. 이런 기대를 받고 12월 8일 알터랙 계곡이 출시되었다.
2. 사실 다른 두 글과 달리 여기서 알터랙 메타를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원인이라면 필자가 알터랙 때 하스스톤을 접고 다른 하스스톤을 접은 시기와는 달리 하스스톤과 거리를 심하게 둔 시기라서 메타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로 여기서는 알터랙 계곡의 메타를 다루기보다는 알터랙 계곡에서 출시된 사기 카드를 다루는 식으로 진행하려 한다.
먼저 소개할 카드는 깊은무쇠 트로그. 처음 나왔을 때 상대의 주문 시전 이후, 자신을 복사하는 효과였다. 당연히 어그로 덱에는 필수 카드로 모두가 넣는 카드였다. 버프를 조금만 부여해도 주문을 사용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이 카드는 어그로 덱에 너무나도 강했다. 결국 알터랙 계곡이 나오기 얼마 되지 않아, 너프를 당하는 운명을 맞는다.
알터랙의 사기 카드를 말할 때, 이 카드를 빼놓고 말할 수는 없다. 그만큼 이 카드는 엄청난 성능과 임팩트를 동시에 가지고 온 카드였다. 최대 매나를 20으로 한다는 하스스톤의 근간을 깨는 전무후무한 전투의 함성. 거기에 빈 마나 수정과 카드 드로우로 덱의 유연성까지 챙겨주며 영웅 능력으로도 마나 수정이나 카드를 얻을 수 있었다. 당연히 드루이드의 펌핑 능력은 크게 향상되었고 그리핀의 해는 물론, 히드라의 해까지 드루이드가 사기로 남을 수 있게 된 1등 공신이 된 카드였다. 블리자드는 나스리아에서 결국 이 카드의 영웅 능력을 너프 하지만 이 카드가 사기라는 것은 너프 후에도 변치 않았다.
그다음으로 소개할 사기 카드는 바로 이 카드다. 이 카드가 공개될 당시, 카드 평가 방송에서 모 스트리머가 이런 말을 했다. '이거는 무조건 쓰라고 보여주는 카드예요. 카드에 성능이 나와있잖아요. 9=20이다.' 9=20 이 말은 이 카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다. 9마나 값으로 20마나의 주문을 시전 하는 것은 당연히 사기였고 빅법사의 근간이 되는 카드였다. 요그사론과 요그 상자가 보여주듯이 큰 비용으로 많은 수의 무작위 주문을 사용하는 것은 사기임이 이번에도 증명되었다.
성전사 카리엘, 이 카드도 만만치 않게 사기였다. 사실상 체력을 2배로 만들고 무한히 쓸 수 있는 무기를 주는 이 카드는 컨트롤 성기사의 힘을 배로 만들었으며 이 카드를 쓰는 성기사가 티어가 되자 너도나도 무기 파괴를 넣게 만드는 진풍경을 보여주는 카드였다. 마나 수정의 20, 피해 반감이라는 말도 안 되는 키워드가 등장한 확장팩. 이것이 알터랙 계곡이었다.
도적은 늘 그렇듯이 알터랙에서도 사기 카드를 많이 받았지만 그중 가장 사기는 역시 자갈발 놀이었다. 당시는 5코 4/5였던 이 카드는 가면의 지휘관의 시너지로 아무 페널티 없이 이 카드를 1코나 2코에 낼 수 있었다. 가면의 지휘관을 사용하면 도적 외의 무작위 직업으로 초상화가 바뀌었는데 그때, 도적 카드를 손으로 가져와도 다른 직업으로 인식해 코스트가 줄었던 것이었다. 블리자드도 그걸 알아서였는지 이 카드를 6코와 현재 스탯으로 너프했지만 다음 확장팩에서 갑자기 이 카드를 롤백했다. 그 뒤, 이 카드는 리치왕의 진군에서 너프 먹기 전까지 모든 도적의 초반 템포를 책임지는 사기 카드로 남게 되었다.
탬신의 향수와 올빼미의 콤보를 이용한 덱은 알터랙 계곡에서 가장 강한 덱 중 하나였다. 올빼미를 죽은 뒤, 필드에 적당히 하수인을 깔고 탬신의 향수를 사용한 뒤, 그 하수인들을 죽이면 상대를 죽이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당시의 흑마법사는 콤보를 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것을 가장 잘하는 덱이었다. 흔히 미스릴 목발이라 불리는 미스릴 막대는 이를 더 쉽게 만들어줬고 결국 미스릴 막대의 너프로 이 덱도 몰락하게 된다.
이런 사기 카드들이 알터랙에 있었고 이 카드 중 가장 사기인 카드가 무엇이냐 물으면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역겨운 카드가 무엇이라고 묻냐면 바로 눈사태 수호자를 댈 것이다. 이 카드는 완전히 리워크된 카드 중 하나인 데 당시에 이 카드는 5 코스트에 전투의 함성으로 다른 모든 하수인을 빙결로 만듦과 동시에 그 빙결로 만든 카드 1장당 스탯을 +1/+1 씩 얻었다. 그런 만큼 상대가 필드를 채우면 '눈사태다!'와 함께 상대를 얼린 다음 명치를 패는 것이 이 카드의 주된 사용법이었다. 심지어 전투의 함성을 반복하는 앵무새와 같이 쓰면 더더욱 상대를 화나게 만들었다. 결국 이 카드는 나스리아에서 지금처럼 완전 리워크 되었고 그 결과 채용률이 현저히 줄어들고 만다.
3. 이런 사기 카드들이 장악한 메타로 알터랙 계곡은 망가졌고 결국 하스스톤은 망조가 들고 만다. 불모의 땅부터 시작된 그리핀의 해는 실패로 끝난 것이다. 거기에 그리핀의 해 동안 비판받은 것은 정규전뿐이 아니었다. 바로 모험모드도 큰 비판을 받았다.
그리핀의 해 한 해 동안에, 블리자드는 그리핀의 해의 중심이 되는 전설 카드들은 용병을 컨셉으로 모험모드를 만들었다. 이른바 용병들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용병들의 이야기는 지루하고 재미도 없었고 만듦새도 조악했다. 기존의 미궁 탐험이나 묘수풀이 연구소 같은 명 모험모드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구렸다.
특히 스토리가 큰 비판을 받았다. 원래의 하스스톤 모험모드는 특유한 유쾌한 분위기가 핵심이었다. 낙스라마스의 지배자 켈투자드도, 검은 바위산의 주인 네파리안도, 심지어 그 리치 왕조차 모험모드에서는 유쾌하게 망가지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나 용병들의 이야기에서의 메인 빌런이었던 탬신 롬은 유쾌하지도 망가지지도 않았고 오히려 불쾌했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그를 언데드로 만들어버리는 만행을 보고 유쾌하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터였다.
거기에 용병들의 캐릭터성도 좋은 건 아니었다. 각 종족과 직업의 특징을 살리려고 해서 그런지 너무 그 종족과 직업의 스테레오 타입에 맞게 만들어 개성이 부족했다. 그나마 호평을 받은 게 자이렐라와 브루칸이었으나 자이렐라는 사실상 외모로 호평을 받았으나 캐릭터성으로 호평을 받은 건 브루칸 밖에 없는 셈이었다.
결국 모험모드까지 실패로 끝나자 유저들은 그리핀의 해인 용병들을 비판하면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리핀의 해가 야생으로 떠날 지금, 사람들은 다른 건 모르겠고 용병들이 야생에 가서 너무 기분이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게 용병들의 최후였다.
4. 그렇게 그리핀의 해는 막을 내렸고 히드라의 해가 열렸다. 그러나 히드라의 해에서도 그리핀의 해 카드들은 패악질을 부렸고 결국 히드라의 해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리핀의 해는 하스스톤의 몰락을 불러온 셈이다. 그리핀의 해 카드들이 야생으로 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도 그리핀의 해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만약 그리핀의 해 카드들이 조금만 잘 설계되었다면, 퀘스트를 조금만 구리게 만들었다면, 영웅 교체를 조금만 덜 사기로 만들었다면 하스스톤이 이렇게까지는 안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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