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지않아 새해가 시작된다. 지금은 4월인데 무슨 새해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하스스톤에서 새해는 4월에 시작된다. 4월 12일, 새로운 확장팩 '전설노래자랑'이 나옴과 동시에 새로운 해, '늑대의 해'가 시작된다. 반대로 새해가 시작되는 만큼 과거의 카드, '그리핀의 해'에 나온 카드들은 야생으로 떠난다. 어떤 카드는 나오자마자 개사기 카드로 불리며 두루두루 잘 쓰였고 어떤 카드는 나오고 얼마 안 돼서 모두에게 잊혔다. 그렇다면 새해에 야생으로 떠난 카드는 무엇이고 '그리핀의 해'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이를 한 번 지금부터 천천히 회상하려 한다.
2. 불모의 땅이 처음 시작되고 그리핀의 해가 시작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다. 새해가 바뀌는 만큼 신선한 것들이 많이 추가되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하수인처럼 주문에도 속성이 추가되었다. '신성, 암흑, 지옥, 자연, 냉기, 화염'이라는 6개의 속성이 주문 속성으로 추가되었는데 사람들은 주문 속성의 추가로 탄생할 수많은 시너지를 기대했다. 그 다음으로 기대받았던 것 중, 새로운 키워드인 '광폭' 등이 있었지만 가장 많이 기대했던 것은 역시 용의 해의 야생행이었다. 사람들은 그때, 졸개에 매우 지긋지긋해 있었고 하루빨리 그냥 졸개가 정규전에서 사라지기를 바랐다. 정규를 지배했던 졸개의 야생행, 그리고 신선해 보이는 새로운 카드들, 불모의 땅은 매우 기대받는 확장팩이었다.
3. 불모의 땅의 첫 만남은, 솔직히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라면 바로 세 카드에 있었다.
첫 번째 카드는 '천리길 경비초소'.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체력이 4였고 상대가 카드를 뽑을 때마다 그 카드의 비용을 (1) 증가시키는 카드였다. 초반에 이게 나오면 정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너무나도 단단했고 초소로 상대의 플레이를 방해하고 '쓰러진 자의 검'으로 덱에서 비밀을 걸어 어그로로 짜는 비밀 성기사와 마찬가지로 초소를 이용했던 초소 도적과 성서 성기사가 강세를 보였다. 이 덱들은 강하게 필드를 잡아 상대방이 카드를 내지도 못하게 방해하면서 게임을 장악했다. 그러나 이 덱들만큼, 어떻게 보면 이 덱들보다 더 강한 덱이 있었고 그 덱은 바로 밑에 있는 카드를 사용했었다.
바로 열광의 덱을 사용하는 주문법사였다. 4개월 전, 광기의 다크문 축제에 나왔던 이 전설 카드는 거품, 예능용이라고 묻혔던 카드였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나고 함정이었던 주문 카드들의 야생행 그리고 새로 추가된 '맑은 샘물'이라는 카드가 이 카드를 사기로 만들었다.
'맑은 샘물', 4코스트로 카드 2장을 뽑은 뒤, 뽑은 카드가 주문이라면 2코를 돌려줬다. 둘 다 주문이라면 둘 다 돌려주므로 사실상 0마나 2 드로우. 유희왕이라는 게임에서 0코로 2장을 뽑는 욕망의 항아리의 강력함을 아는 자라면 이 카드의 강력함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두 카드의 시너지로 주문법사는 순식간에 래더를 점령했다. 위에 있는 성기사와 도적도 초소의 힘으로 법사를 이길 수 있어서 버틴 거였지. 사실상 메타의 지배자는 마법사였다. 명치라면 명치, 정리라면 정리 모두 생성된 주문 카드의 힘으로 해낼 수 있었다. 그러므로 불모의 땅 메타는 사실, 그리 좋지는 않았다.
3. 그걸 알아서 였을까, 블리자드는 그들답지 않게 빠른 너프를 진행했다. 메타의 지배자였던 마법사, 그리고 강자였던 성기사와 도적, 경비초소를 저격한 너프를 진행했던 거였다. 그 결과, 메타는 한츰 안정적으로 변하였다. 마법사와 성기사, 도적은 물론 강세를 유지했지만 그들이 약간 약해진 틈을 타 새로운 덱들이 등장했던 것이었다. 대표적인 덱이라면 핸드버프와 속공을 이용해 필드를 잡는 속공전사, 그리고 강한 필드 컨트롤을 기반으로 버텨서 이기는 컨트롤사제, 빠르게 명치를 달리는 돌진냥꾼 등이 새롭게 메타에 등장했다. 그 외에도 흑마법사, 악마사냥꾼, 드루이드 등도 어느 정도 선전하면서 메타의 신선함이 유지되었다.
물론 이 때도 수혜받지 못한 직업이 있었다, 주술사. 주술사는 쓸만한 덱을 찾지 못하며 메타의 하위로 쳐졌고 악마사냥꾼, 사냥꾼, 흑마법사, 드루이드 등이 메타에서 처지기 시작했다. 아직 밸런스 붕괴라고 하기에는 시기상조였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밸런스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었다.
4. 블리자드는 또 한 번의 밸런스 패치를 시행했다. 메타에서 강력함을 보여준 사제, 마법사, 성기사에 대한 저격, 그리고 비주류직업이었던 주술사에 대한 지원 마지막으로 악마사냥꾼, 흑마법사와 전사의 아키타입의 다양성을 위한 패치였다. 그리고 그 결과 가장 큰 수혜자는 도적이었다. 도적은 소리소문 없이 강함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다른 덱들이 패치되자 바로 수혜자가 되어 개체수가 늘어났다.
그러나 도적의 진군은 최적화가 완료된 성기사에게 다시 가로막혔다. 성기사는 1티어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고 하위티어는 물론이고 상위티어에서도 굳건한 강함을 유지했다. 다만 버프 대상이었던 느조스 등의 채용률이 올라간 것을 보아 패치의 의미가 아예 없었다고는 볼 수 없었다.
물론 이런 메타변화 속에서도 주술사가 살아나는 데는 실패했다.
5. '다크문 경주' 이후 하스스톤 확장팩 이후 나오는 미니팩은 거의 상시적으로 나오는 것이 확실시되었다. 그리고 미니팩 통곡의 동굴도 역시 새로운 미니팩이었다. 처음 출시되었을 때만 해도 과소평가받았던 이팩은 놀랍게도 메타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통곡의 동굴이 불러온 가장 큰 성공은 바로 죽메 악사와 정령 술사였다.
먼저 죽메 악사 같은 경우, 불모의 땅에서 받은 카드에도 불구하고 미미한 성적을 보여왔지만 버프 패치와 지옥방울뱀의 추가로 파워가 크게 오르며 1티어에 올랐다. 죽메 하수인을 이용해 필드를 잡아 끝내는 전형적인 강한 필드 덱이었던 죽메 악사는 이 메타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주술사도 자연 주문과 정령을 동시에 서치하는 '원시 던전 탐험가'의 추가로 티어권으로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주술사가 뼈대는 있었지만 윤활유가 부족했던 점을 완벽히 보완하는 카드였다.
그러나 통곡의 동굴에서 추가된 카드들은 불모의 땅 메타를 좋게만 바꾼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망친 적도 있었다. 통곡의 동굴에서 추가된 그 카드와 함께 악명 높은 불땅 사제의 전설이 시작된다...
6. 사실 사제는 불모의 땅 시작부터 꽤 강한 직업이었다. 지난 '불사조의 해'에서 받은 수많은 컨트롤 카드들은 불모의 땅에서 사제가 강한 카드를 별로 못 받았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사제를 꽤 강한 직업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사제가 메타의 주축이 될지언정, 사제가 메타의 정상에는 서지 못했다. 메타의 정상에는 성기사, 마법사, 도적 등이 있을지언정 사제가 있지는 못했다. 하지만 통곡의 동굴 이후, 새 카드를 받은 사제는 메타의 정상에 오르는 데 성공한다.
걸신들린 무타누스, 어떤 사람들은 무타노스라고도 잘 못 읽었던 이 카드는 사제를 정상으로 올려주었다. 높은 비용을 가진 대신 상대의 하수인을 무조건 흡수하는 이 카드의 성능은 사제와는 매우 잘 어울렸다. 거기에 통곡의 동굴로 강해진 죽메 악사와 주술사는 당시 사제의 가장 강한 카운터였던 티케투스(흑마법사) 상대로 매우 강했기 때문에 티케투스의 입지도 크게 떨어졌다. 그 결과 사제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사제의 시대는 조금 끔찍했다. 조금 끔찍했던 이유는 그 때가 안 끔찍해서가 아니라 이후가 더 끔찍하기 때문이다. 사제는 카드를 마구잡이로 생성하는 카드를 주워 담은 다음에 카드를 생성하면서 게임했다. 광역기가 없다? 생성했다. 제압기가 없다? 생성했다. 힐이 없다? 생성했다. 카드 30장으로 시작해서 80장을 썼던 이 덱은 특히 상위권에서 매우 강력한 모습을 보였고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사제의 수는 점점 많아졌다.
그러므로 사제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당시 강력했던 광역기 겸 제압기였던 광분이 2장 다 소모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래도 광분을 배제할 수 없었다. 왜? 사제라면 3번째 광분을 당연히 들고 있을 거기 때문이었다. 아 생각해보니까 광역기 겸 제압기인 광분도 개사기였다.
한 판 할 때 마다 30분씩 걸리는 게임은 끔찍하다. 그리고 그것이 카드 게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상대가 카운팅도 안 되는 컨트롤 덱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사제는 불모의 땅을 끔찍한 메타로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마치, 그 옛날 방밀전사처럼 말이다.
결국 블리자드는 사제를 너프 했고 그러게 약 한 달쯤 되던 사제의 시대는 끝났다.
7. 사제의 시대가 끝나자 스톰윈드가 나오기 직전, 불모의 땅 말기 메타를 장악한 건 죽지도 않고 돌아온 드루이드였다.
천체의 정렬과 아나콘드라를 활용한 폭발력을 중점으로 삼은 아나콘드라 드루이드는 사제를 대체하며 메타의 지배자에 올랐다. 그러나 그 시기는 길지 않았다. 불모의 땅이 끝나고 새로운 확장팩, 스톰윈드가 등장했고 그리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8. 이렇게 대충 그리핀의 해, '불모의 땅'을 둘러보았다. 사실 대충 둘러본 것이므로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한 덱들도 있다. 그러나 이 정도면 불모의 땅이 어떤 느낌인지는 알기 충분할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불모의 땅도 매우 긍정적인 확장팩은 아니었다. 극초반부의 경비초소와 마법사, 중반기의 사제는 솔직히 끔찍했다. 그러나 이 카드가 그리핀의 해의 향수가 되는 원인은 바로 그다음 확장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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