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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도시의 도서관 - (1)

삶은계-란 2023. 4. 18. 00:07

※ 이 글에는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제 누가 굽어보며 연주하고 있는가...
... 이제 누가 올려다보며 선율에 몸을 떨고 있는가.
난 그저 도시에서 태어난 비루한 피아니스트일 뿐이다.
- 피아니스트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대기에 영향을 주고 시간이 지나 증폭되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는가?
- 에드워드 로턴 노렌즈, 미국의 기상학자

0. 혹시 나비 효과라는 말을 아는가?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소리말이다. 현실이란 우리의 생각보다 아주 복잡해서 아주 사소한 일이 모든 것을 바꾸는 경우가 흔하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캐릭터도 작고 이름 없는 나비 같은 존재였다. 아니 우리는 지금도 이 인물의 이름조차 모른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모든 것을 바꾸었다.

 

1. 우리가 이름도 모르는 무명의 피아니스트는 음악의 뒷골목 9구에 거주하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는 피아노를 좋아했지만 냉정히 말해 음악에 대한 재능은 없었다. 그는 긴 시간동안 진로를 바꾸지도 못한 채, 허름한 술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일만을 해오면서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3일의 빛과 4일의 어둠이 있었다. 그리고 피아니스트는 평소보다 더 많은 사색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사색의 결과는 늘 안 좋은 방향이었다. 하지만, 그는 피아노를 사랑했기에 그는 피아노를 계속 연주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주정뱅이가 술집에 찾아왔다. 그 주정뱅이는 술에 취한 채, 멋대로 피아니스트의 자리를 빼앗았다. 피아니스트는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저항했지만 그를 위해 나설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그 주정뱅이의 곡은 피아니스트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술집의 손님은 물론, 피아니스트 자신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던 것이다. 그 순간 피아니스트는 제정신을 잃은 채 피아노로 달려가 온몸으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재능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도 괜찮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그저 피아노를 치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도시는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았고 피아니스트는 분노하여 더욱더 광기에 찬 채 피아노를 연주했다. 그리고 한 명, 한 명, 주변의 손님들이 자신의 연주와 하나가 되었고 그 연주는 피아니스트가 이때까지 친 곡 중 가장 아름답고 황홀했던 연주였다.

 

 그러나 그 연주는 한 남자에 이에 종지부를 맺었다. 피아니스트의 몸에서 생명은 느껴지지 않았고 그렇게 연주는 끝났다. 그러나 그 연주는 9구의 80%, 약 30만 명이라는 목숨을 앗아갔고 그중에서는 피아니스트를 죽인 남자의 아내도 있었다. 수많은 도시 사람들은 다시 한번 그 연주를 재회하기 위해 자신만의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연주가 끝난 뒤, 모든 것을 잃은 남자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도서관으로 향하게 된다. 

 

2. 피아니스트의 삶은 여느 도시 사람들처럼 비루하고 비참했다. 그러나 여느 도시사람과 달리 피아니스트는 도시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많은 도시인들은 피아니스트의 음악을 동경하며 그의 음악을 재현하려 노력했고 그는 불멸로 남았다. 그랬기에 비록 그의 최후는 비참했지만 그는 성공했다.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길고 그가 마지막에 남긴 연주는 도시가 있는 한 영원토록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남긴 것이 최후의 연주만은 아니다. 피아니스트는 공식적으로 백야, 흑주 이후 기록된 최초의 뒤틀림으로 기록되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는 롤랑의 아내도 있었는데 롤랑이 이후 벌인 행적의 원인이 아내의 죽음이고 롤랑이 라오루의 스토리에 끼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결국 그가 라오루의 스토리를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 롤랑이 도서관에 없었다면 앤젤라의 행보가 180도 바뀌었을 거라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피아니스트는 비록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에는 직접적으로는 1분도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의 영향력은 작품 전체에 깊이 내려박혀있다. 피아니스트의 삶은 비참했지만 그는 모든 것을 바꾸었다. 그렇기에 그는 제일 먼저 소개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니까 한 번쯤, 피아노를 들으면 피아니스트를 떠올리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