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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도시의 도서관 - (3)

삶은계-란 2023. 4. 19. 10:05

※ 이 글에는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 Leviathan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어디 있어. 나 너무 무서워… 곁으로 와줘. 토미… 토미.
- 토머리
L-O-V-E-L-O-V-E
L-O-V-E-L-O-V-E
- Mili, <From a Place of Love> 중에서

0. 혹시 누더기골렘을 아는가? 와우나 하스스톤을 했던 유저라면 모두 친숙한 몬스터가 누더기골렘이다. 누더기골렘은 설정상 시체를 기워 만든 몬스터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끔찍한 몬스터는 아니었다. 일단 오우거처럼 지능이 멍청해서 친숙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낙스라마스 이후 몇 년간 든든하게 도발벽이 되어주었던 썩은위액 누더기골렘이 있었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서 볼 누더기골렘은 친숙하지도 든든하지도 않다. 아니, 오히려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을 뽑자면 바로 이 장면을 뽑을 것이다.

 

1. 토미와 메어리는 도시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토미는 꽃집 점장이었고 메어리는 한 회사의 직원이었다. 둘 다 어떤 회사인지는 알지도 못하고 중요하지도 않으니 넘어가자. 아무튼, 이들은 휴가를 떠나 평소처럼 워프열차를 타고 여행지로 가는 도중이었다. 그러나 워프 열차는 갑자기 고장나고 그 상태에서 오랜 시간을 떠돌아다니게 된다. 워프열차에 탄 사람들은 패닉 했고 일부는 스스로 자해하며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토미와 메어리를 비롯한 사람들은 그 사람들을 막기 위해 재헌과 옐레나의 제안을 따랐다.

 

 그리고 그 결과는 끔찍했다. 토미와 메어리의 합쳐진 모습을 묘사하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질 지경이니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재헌과 옐레나는 괴물들을 막기 위한 사랑마을을 열차에 만들었고 그곳의 주민들을 괴물로 만들었다. 토미와 메어리, 아니 토머리는 합쳐진 결과 강력한 힘을 얻었지만 그 대가로 지능을 잃었다. 거기에 다른 누더기골렘들과 달리 토머리는 너무나도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행동했다. 그런 토머리는 재헌과 옐레나의 명령으로 도서관에 초대받지만 결국 거기서 목숨을 잃었다.

 

2. 이 장면은 라오루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일 것이다. 필자도 앤젤라도 심지어 필자에게 이 게임을 추천받은 친구도 이 장면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실, 도시라는 세계관이 디스토피아기는 해도, 이 장면 전까지는 특출나게 끔찍한 디스토피아는 아니었다. 대충 사람 목숨이 휴지조각처럼 쓰이고, 대충 어두운 느낌의 세계관이 도시였다. 그러나 이 장면을 계기로 도시의 끔찍함, 그리고 광기가 적나라하게 공개되었다.

 

 토머리는 그 광기를 표현하기 위한 희생양이었다. 토머리는 매우 평범한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영웅도 빌런도 아니었다. 그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거대한 음모의 희생양이 되어, 사람을 당연히 네모로 찢고, 세모로 찢는 끔찍한 괴물로 변모하고 말았다. 아이러니한 점은 토머리는 다른 도서관의 손님들과 비교하면 특출 나게 예의가 바르다는 점이다. 다른 손님들은 앤젤라를 무시하거나 욕하거나, 적어도 반말을 찍찍한다거나 하지만 토머리만큼은 소풍에 따라 나온 유치원생 마냥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 가장 인간답지 못한 괴물이 인간답게 행동하는 이 모습은 볼수록 기분이 좋아지기는 커녕 공포심만 배로 한다.

 

 더 아이러니한 점은 이런 토머리가 훗날 나오는 프로젝트 문의 웹툰 겸 웹소설인 <Leviathan>에서는 가해자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괴물로 살아돌아온 토머리는 주인공인 베르길리우스의 고아원에서 학살을 벌인다. 이런 피해자가 가해자로 돌아오는 연출은 솔직히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섬뜩했다. 결국 앤젤라의 희생은 도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겠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가져왔다는 그런 것을 상기시켜 주는 요소일 것이다.

 

3. 마지막으로 토머리를 빛낸 것은 스토리 뿐만이 아니었다. 토머리와 싸울 때 나오는 OST는 Mili의 <From a Place of Love>인데, 하단의 링크를 달아놓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xyx8DMlUAQ4

 

 이 곡은 작품의 분위기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감미로운 사랑노래다. 하지만 다른 사랑노래와 이 노래는 많이 차별화되어 있다. 다른 사랑노래는 보통 가사를 은유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노래만큼은 가사를 직역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함께 붙어 있는 거야 가족은 영원하니까'의 경우 함께 가족을 이루자는 게 아니라 진짜 하나로 융합해서 영원히 함께하자는 뜻이다. 이런 소름 돋는 가사와 별개로 감미롭고 밝은 멜로디는 전투, 가사와 부조화를 일으켜 더욱 분위기를 소름 돋게 만든다. 이런 적절한 OST 선정도 토머리를 빛낸 큰 요소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토머리는 라오루에서 일종의 터닝포인트였다. 라오루 전까지는 디스토피아라도 평이하게 돌아가던 스토리의 극적인 반전을 부여했으며 어려운 난도와 소름돋는 설정, 그와 대조되는 OST는 극의 긴장감을 올려주고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그런 점에서 토머리는 많이 끔찍하지만 라오루에서 꼭 필요한 캐릭터였다고 생각된다. 단지, 라오루에서만 봤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Limbus Company의 스토리에서는 제발 등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