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게임은 무엇으로 평가해야 하는가?

삶은계-란 2023. 5. 21. 13:38

0. 다른 창작물처럼 게임 역시 평가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은 각기 다르고 게임을 평가하는 기준도 다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시선을 갖고 있는 사람이 같은 게임을 평가한다면 의견이 분명 다를 것이고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게임을 평가하는 기준에 명백한 정답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게임의 참신성으로, 누군가는 스토리로, 누군가는 그래픽으로 서로 기준은 다르겠지만 누가 옳고 그르니라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사람이 어떤 기준으로 게임을 평가하는지 안다면 이런 분쟁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번 글에서는 게임의 평가 기준을 간략히 알아보겠다.

 

1. 게임을 평가할 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세부적인 요소를 중점으로 평가를 할 때도 있지만 결국 거시적으로 조금 더 큰 관점에서 평가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그 큰 기준을 3가지로 본다. 바로 상업적, 작품성, 역사적이다. 먼저 상업적 평가는 간단하다. 이 게임이 얼마나 상업적으로 성공했는가가 기준이다. 이 상업적 평가는 게임을 만드는 제작진에게는 어떤 평가보다도 가장 중요한 기준을 것이다. 게임이 잘 팔려야 돈을 벌고 게임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게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상업적으로 실패한다면 아무리 게임을 잘 만들어도 후속작이 나오지 못할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회색도시 시리즈인데, 회색도시 2의 평가는 전체적으로 좋았으나 상업적으로는 실패에 가까웠고 끝내 시리즈의 완결 편이 되어야 했던 회색도시 3은 나오지 못했다. 또, 게임이 멀티플레이 게임을 경우 상업적 평가는 더욱 중요하다. 일단 인구수가 유지되어야 게임이 돌아가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게임이 상업적으로 성공했는가에 여부는 꽤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멀티플레이 게임이 아니라 싱글플레이 게임의 경우, 플레이어에게 상업적 평가의 중요성은 떨어진다. 위에서 말했던 회색도시 2는 상업적으로 실패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플레이어들은 회색도시 2를 재미있게 즐겼음을 부정할 순 없다. 그리고 현재의 포켓몬스터도 상업적으로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최근 포켓몬에 불호를 표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이처럼 상업적 평가는 제작자에게는 매우 중요하지만 게이머, 특히 싱글플레이 게임의 게이머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미미하다.

 

 다음은 작품성 평가다. 작품성이라 해서 뭔가 있어보이는 평가지만 말 그대로 이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었는가에 대한 평가다. 게임의 본질을 생각하면 이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문제라면 사람마다 재미의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위에 있는 3가지 평가 기준 중 가장 주관적인 평가가 바로 작품성 평가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부정확한 평가가 바로 작품성 평가다. 예를 들자면, 필자는 위쳐 3의 작품성을 저평가한다. 왜냐하면 위쳐 3의 조작감이 너무 구리기 때문이다.(물론 이것 말고도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조작감이다.) 그런데 많은 게이머 사이에서 위쳐 3은 분명 작품성이 고평가 받는 게임이다. 그렇다면 필자가 이상한 걸까라고 하기엔 위쳐 3을 재미있게 한 게이머들도 조작감이 구린 거는 모두 인정한다. 중요한 점은 사람마다 조작감이 재미에 차지하는 비중이 다르다는 거다. 만약, 조작감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위쳐 3은 정말 명작일 것이다. 이처럼 한 게임의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개인에 따라서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걸 이해하며 게임의 작품성을 평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역사적 평가다. 바로 이 게임이 당대, 후대에 어떤 영향을 남겼는가가 역사적 평가의 기준이다. 그러므로 위의 작품성 평가보다는 좀 더 객관적이지만 상업적 평가보다는 좀 더 주관적인 것이 이 평가의 특징이며 웹진들이 가끔 가다가 내놓는 역사상 최고의 게임 TOP XX 등은 거의 이 역사적 평가의 중점을 맞추고 낸 리스트다. 이런 역사적 평가는 게임의 역사를 탐구하거나 후대 게임이 선대 게임에 어떤 점에서 영향을 받았는 지 등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게임을 하는 개인의 입장에서 이 역사적 평가의 의의도 퇴색되는 것이 현실이다. 슈퍼마리오 64가 3D 게임의 기틀을 닦은 것은 사실이나 플랫포머를 안 좋아하는 게이머 앞에는 그냥 재미없는 게임 1인 게 현실이며 GTA 3가 오픈월드의 기틀을 닦았다고 해서 GTA 3가 GTA 5보다 더 재미있어지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역사적 평가는 분명 중요하지만 미시적인 시각에서는 작품성이나 상업적 평가보다도 가치가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2. 이렇게 게임을 평가하는 거시적인 세 가지 기준을 알아봤다. 그리고 미시적으로 들어가면 게임을 평가하는 기준은 더욱 다양해진다. 그래픽, 게임 플레이, 참신함, 사운드, 스토리, 분위기, 최적화, 조작감, 버그, 플레이타임, 제작진의 태도 등등 말이다. 그리고 그 세부적인 평가 기준 안에서도 더욱 세부적으로 기준이 또 갈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그래픽을 평가할 때도 사실적인 3D 그래픽, 카툰 렌더링, 도트 그래픽, 미장센, 모델링, 캐릭터 디자인 등 평가 기준이 달라진다. 그런 것들을 모두 소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다만, 타인이 게임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어떤 기준으로 게임을 평가하는지 알고, 그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그 게임을 재밌다고 하거나 없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람이 겜안분이라면 좀 그렇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