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슈퍼 단간론파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 추리는 초점부터 빗나갔어!
- 코이즈미 마히루, 초교교급 사진가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파상은 파상으로, 때림은 때림으로 갚을지니.
글쎄, 그건 너무 페어플레이 같은데요. 여러분...
- 문동은, 대한민국의 초등교사, 드라다 <더 글로리> 中
0. 과거에만 하더라도 학교폭력은 중범죄로 취급받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는 싸우면서 크는 거라고, 살다 보면 한 대 맞을 수도 있는 거라고 넘어가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선이 틀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며 대성공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더 글로리가 아니며 문동은의 화려한 복수는 현실에서 볼 수 없다. 물론 그러므로 더 글로리가 성공한 것이지만 그것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생은 흑과 백의 집합이 아니라, 어두운 회색과 밝은 회색의 집합이다.
1. 코이즈미 마히루는 가정은 평범하지 않았다. 코이즈미의 어머니는 종군 카메라맨이어서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코이즈미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는데 문제는 그 아버지가 정말 안 좋은 예시의 자택경비원 그 자체였고 결국 집안일을 책임지는 건 코이즈미 혼자였다. 자연스럽게 코이즈미는 게으른 아버지 대신, 어머니를 동경하게 되었고 결국 어머니처럼 사진가의 길을 걸으며 초고교급 사진가로 키보가미네에 입학했다.
물론 그녀도 살인 수학여행을 피할 수는 없었다. 살인 수학여행에 휘말린 코이즈미는 다른 일행들처럼 파티에 참가했다가 토가미의 죽음을 목격했다. 코이즈미의 추리력은 솔직히 별로 좋지 않았지만 다행히 사진가답게 사진으로 증거를 몇 장 찍어 사건해결에 기여했다. 그러나 일행의 리더 역할을 맡은 토가미의 죽음은 코마에다를 제외한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
토가미의 죽음으로 리더 자리가 비자 그 자리를 어느 정도 대행한 것이 코이즈미였다. 다년간의 집안일로 올곧고 상식적이었던 코이즈미는 초고교급답게 괴짜에 가까웠던 나머지를 어느 정도 모아 사람구실은 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의 아버지 덕분에 그녀의 영향력은 여학생들에게 한정되었지만 그래도 그녀 덕에 혼란스러웠던 살인 수학여행은 잠잠해진 듯싶었다.
그러나 모노쿠마가 2번째 동기를 보여주자 상황은 급변했다. 2번째 동기는 누가 봐도 구려보이는 똥겜, '트와일라잇 신드롬 살인 사건'이었는데 게임과는 전혀 관련 없던 코이즈미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지만 그 게임을 왜인지 처음으로 깬 초고교급 야쿠자, 쿠즈류가 게임의 특전 파일을 코이즈미에게 주었고 그걸 본 코이즈미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특전 파일에는 자신과 쿠즈류를 포함한 실제 학생들이 들어가 있고 이것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처럼 사진까지 친절하게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건의 내용은 간단했다. 쿠즈류의 동생이었던 나츠미는 평소부터 코이즈미를 괴롭히고 다녔고 이를 보다 못한 코이즈미 친구 사토가 나츠미를 죽여버렸다. 사건 현장을 본 코이즈미는 사토가 죽였음을 눈치챘으나 그녀가 잡히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 증거인멸을 하며 사토가 잡히지 않게 도왔다. 그러나 나츠미의 오빠였던 쿠즈류가 이를 눈치챘고 분노한 쿠즈류는 사토를 죽였다. 이게 게임, 그리고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상이었다.
쿠즈류가 이를 보낸 건 그도 학창 시절의 기억을 잃은 관계로 코이즈미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쿠즈류는 엄연히 초고교급 야쿠자였고 서체도 하필이면 야쿠자답게 쓴 바람에 코이즈미는 쿠즈류를 일단 피해 다니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쿠즈류는 코이즈미가 행동으로 자백했다고 생각해 코이즈미를 죽이기 위한 살인 계획을 짰다. 결국 쿠즈류의 계획에 따라 아무것도 모른 채 비치 하우스로 온 코이즈미는 마침내 쿠즈류와 대면했다. 쿠즈류는 화가 난 표정으로 나츠미의 죽음을 추궁했고 코이즈미는 마찬가지로 사람을 죽인 너도 뭐라 할 자격이 없다고 쏘아붙인 뒤, 비치 하우스를 떠나려 했다. 그러나 화가 머리끝까지 난 쿠즈류는 시원하게 야구 배트를 휘둘렀고 코이즈미는 결국 비치 하우스를 떠나지 못한 채 죽었다.
2. 코이즈미는 작품 내내 평범하고 상식적인 인물이라고 어필된다. 일단 기본적인 성격부터가 상식적이고 코마에다를 경멸하는 모습이나, 다른 여학생들을 챙겨주는 모습 등에서 그런 점이 충분히 드러난다. 그리고 그 뜻은 코이즈미가 죽은 2챕터에서 보여준 행동은 상식적인 일반인이라면 모두가 했을 법한 행동이란 뜻이다. 분명히 증거인멸은 한국 형법 기준으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 원의 벌금을 물 수 있는 범죄다. 하지만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을 죽인 친구가 남긴 증거를 치우지 않을 일반인이 몇 명이나 있을까? 일진을 죽인 친구에게 "나는 너 덕분에 일진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네가 한 짓은 분명 범죄야. 그러니까 나는 너를 신고하겠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코이즈미의 잘못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 쿠즈류는 야쿠자였고 자신의 친구를 죽인 자는 맞았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코이즈미는 너무나도 쉽게 쿠즈류를 순수한 악으로만 바라보았다. 쿠즈류는 놀랍게도 마지막 순간까지 코이즈미를 죽이는 걸 망설이고 있었다. 만약, 코이즈미가 쿠즈류의 진심을 이해하고 들어주기만 했더라도, 하다 못해 빈말이라도 했다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코이즈미는 평범한 일반인이 중범죄자를 보는 관점에서 밖에 쿠즈류를 보지 못했고 그것은 그녀의 목숨을 앗아갔다.
3. 코이즈미라는 캐릭터는 솔직히 몰개성한 캐릭터에 가깝다. 하지만 외눈박이 세상에서는 양눈이 장애인이라고 슈퍼 단간론파에는 너무 개성적인 캐릭터만 가득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코이즈미 같은 몰개성한 캐릭터야 말로 개성을 얻을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이런 코이즈미의 캐릭터성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마치, 지나치게 신나는 음악으로 가득한 앨범에 있는 잔잔한 클래식 같았다.
그러나 코이즈미의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약간 아쉬웠다. 코이즈미는 분명 사건의 피해자므로 비중이 커야 정상이다. 그러나 2챕터 학급재판에서 코이즈미의 비중은 생각보다 미미하다. 물론 추리 게임에서는 당연히 피해자보다 가해자가 중요하지만 그래도 나름 복수라는 테마를 다루는 사건에선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데 그 점이 부족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리고 그 점이 개인적으로는 2챕터를 저평가하는 첫 번째 이유다. 그렇다면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다음 2챕터의 가해자를 다루면서 천천히 이야기해 보겠다.
'게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대 섬에서 범인을 잡는 게임 - (5) (0) | 2023.07.02 |
---|---|
열대 섬에서 범인을 잡는 게임 - (4) (0) | 2023.07.01 |
열대 섬에서 범인을 잡는 게임 - (2) (0) | 2023.06.28 |
열대 섬에서 범인을 잡는 게임 - (1) (0) | 2023.06.26 |
열대 섬에서 범인을 잡는 게임 - (0) (0) | 2023.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