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유희왕 마스터 듀얼이 오프와 다른 점은 무엇이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2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모두가 알다시피 마스터 듀얼은 오프와 달리 단판제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사이드전을 상정하고 만들었던 덱이나 금제는 마스터 듀얼에서는 무의미해지며 단판제에 맞는 금제와 덱 메이킹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마스터 듀얼은 오프와 달리 랭크 듀얼을 한다는 것이다. 보통 오프에서 듀얼을 한다면 매장에서 친선전을 한다든가 대회에 나가든가 하는데 둘 다 한정된 플레이를 전제로 삼는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친선전은 승패를 떠나 듀얼을 즐기는 게 목적이고 대회에서는 패배 없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랭크는 다르다. 마스터 듀얼의 랭크는 5할 이상의 승률을 가지고 최고 랭크에 오르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므로 오프와 달리 마듀에서는 승률이 70퍼센트지만 플레이 타임이 긴 덱보다 승률이 51퍼센트더라도 플레이 타임이 짧 덱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늘 소개할 덱은 바로 이 맹점을 최초로 포착한 덱이다.
1. 'D.D.다이너마이트'는 일본 기준으로 2004년에 나온 일반 함정 카드다. 효과는 상대의 제외된 카드 X 300 만큼의 대미지를 주는 카드인데 2004년이라는 시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제외는 그렇게 보편적인 효과가 아니었고 당연히 이 카드는 예능 카드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제외가 보편적으로 바뀐 시대에서도 애초에 제외를 막는 '왕궁의 철벽'이나 '아티팩트 - 롱기누스'가 더 효과적이지 27장의 카드나 제외되어야 할 수 있는 OTK를 노리는 것은 별로 효과적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카드를 쓸 가치는 유희왕 GX의 '타치바나 잇카쿠'처럼 참신한 OTK를 노리는 게 아니라면 없었다.
그러나 이 카드의 가치를 바꾼 것은 2020년에 나온 '피드 팩'이었다. 이 카드는 자신의 엑스트라 덱의 카드를 원하는 만큼 뒷면으로 제외하고 상대의 카드도 마찬가지로 제외하는 카드였다. 상대 엑스트라 덱을 견제할 수 있는 함정이라는 의의는 있지만 자신의 엑스트라 덱도 날아가는 만큼 엑스트라 덱을 사용하는 덱은 물론, 항아리류 역시 쓰기 힘들어진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는 카드였다. 하지만 'D.D.다이너마이트'와 같이 쓴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D.D.다이너마이트' 2장과 피드 팩이라면 총 4500 대미지를 두 번 줘서 9000 대미지를 주는 OTK가 성립된다. 그러니 '피드 팩'의 등장으로 'D.D.다이너마이트'를 사용하는 현실적인 OTK가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오프 듀얼에서 'D.D.다이너마이트' OTK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위에서 말한 점과 일치하는데 친선전에서는 즐겁자고 듀얼하는 건데 자기 혼자서 OTK하는 스타일의 덱은 별로 적절하지 않았고 대회에서는 사이드전에 취약하다는 점, 그리고 한 번이라도 패배 시 입상권과 멀어지는 대회 특성상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 때문에 별로 빛을 발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마스터 듀얼이 나왔을 때, 아무도 'D.D.다이너마이트'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마스터 듀얼의 출시 이후, 이야기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D.D.다이너마이트' OTK 덱은 랭크에서 생각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랬던 것은 랭크 듀얼의 특성 때문인데 먼저 선공에 콤보 파츠를 전부 모으면 'D.D.다이너마이트' OTK를 막을 수가 없었다. 유일하게 막을 방법이라면 함정을 막는 카드 '레드 리부트' 뿐인데 이 카드는 엘드리치와 'D.D.다이너마이트' OTK를 제외한 나머지 덱들이 몬스터 위주의 덱인 상황에서 도저히 덱에 넣기에는 엄두가 안 나는 카드였다.
또 후공에서도 재수가 좋으면 상대가 전개를 못하면 어찌저찌 OTK는 할 수 있고, 선공에서는 콤보 파츠만 모으면 필승이니 'D.D.다이너마이트' OTK 덱의 승률은 5할을 넘는 데 성공했다. 그 덱 승률이 정확히 50.1퍼센트인지, 51퍼센트인지, 55퍼센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튼 5할을 넘겼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많은 사람들이 'D.D.다이너마이트' OTK를 하기 시작했다. 덱의 특성상 드로우하다가 콤보 파츠를 세트한 뒤, 발동만 하면 게임이 금방 끝나니 랭크를 올리기에는 최적화된 덱이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점이라면 바로 당시의 랭크 시스템이었다. 일반적인 랭크에서는 매크로나 오토 플레이를 막기 위해 랭크 플레이만으로 얻을 수 있는 재화의 양에 재한을 두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나 이 당시의 랭크 듀얼에서는 그런게 없었으므로 랭크를 올리려는 일반 유저뿐만 아니라 매크로들까지 'D.D.다이너마이트' OTK를 굴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 덱은 매크로가 돌리든, 일반 유저가 돌리든 승률에는 별 상관관계가 없었으니 자연스럽게 고통받는 것은 'D.D.다이너마이트'를 안 돌리는 유저들이었다.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저들이 생각했던 방법은 단순하게도 엑스트라 덱의 카드 수를 줄이는 것이었다. 엑스트라 덱을 15장에서 13장으로 줄이는 것 만으로 'D.D.다이너마이트' OTK 덱이 줄 수 있는 대미지는 9000에서 7800으로 줄어든다. 즉, OTK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리고 OTK에 모든 것을 건 'D.D.다이너마이트' OTK 덱은 당연히 엑스트라 덱이 15장이든 13장이든 매우 쉽게 지는 덱이었고 그러므로 'D.D.다이너마이트' OTK 덱을 제외한 나머지 유저들은 엑스트라 덱을 13장으로 맞추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희왕에서 엑스트라 덱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엑스트라 덱의 매수가 15장에서 13장으로 줄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매우 불편했다. 그래서 일부 유저들은 'D.D.다이너마이트' OTK를 배제하고 덱을 15장으로 맞췄고 'D.D.다이너마이트' OTK 덱들은 이런 유저를 잡아먹으면서 살아남기 시작했다. 거기에 유저들은 13장 엑스트라 덱으로도 추가적인 대미지 카드를 넣어 8000 대미지를 맞추는 방법으로 OTK를 다시 성립시켰으니 'D.D.다이너마이트' OTK의 기세는 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코나미가 철퇴를 들고 말았다. 먼저 랭크 듀얼에서 얻을 수 있는 일일 재화의 양에 제한을 두었고 2022년 5월 9일 금제에서 'D.D.다이너마이트'를 준제한으로 올렸다. 'D.D.다이너마이트'가 2장 있어야 OTK를 할 수 있는 덱의 특성상 OTK를 성공할 확률이 매우 크게 떨어진 셈이다. 결국 'D.D.다이너마이트' OTK 덱은 이렇게 몰락했다.
2. 'D.D.다이너마이트' OTK는 드라이트론과 함께 단판제 특유의 환경과 마스터 듀얼 운영의 미숙함을 상징하는 덱이다. 단판제이기 때문에 단순한 OTK 스타일의 덱이 랭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초창기의 운영 미숙 때문에 이 덱이 빠르게 몰락하지 않고 몇 개월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다. 'D.D.다이너마이트' 덱은 5월 금제로 몰락했으나 그 사이 초창기에 많았던 유입들은 다 빠진 지 오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D.D.다이너마이트' 등의 덱들을 금제로 빨리 없앴으면 조금 더 유입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는 이미 지나간 과거고 'D.D.다이너마이트' OTK는 유희왕이 계속되는 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마스터 듀얼 최초의 OTK 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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