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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수 - 드란시아 엔드의 위대함

삶은계-란 2024. 2. 18. 11:54

0. 옛날 옛적에, 십이수라는 테마가 있었다. 이 십이수라는 테마는 너무나도 강해서 오프 듀얼을 박살 내버렸고 십이수 채용률이 90%가 넘는다는 말도 안 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티아라멘츠의 등장 전까지 십이수는 유희왕 역사상 최강의 테마라 불렸고 그 명성에 맞게 십이수 불혼, 십이수 드란시아 금지, 십이수의 회국, 십이수 모르모래트 제한이라는 제재를 당하고 몰락했다. 

 

 몇 년 뒤, 십이수 드란시아가 제한으로 돌아오고 거짓말처럼 십이수는 부활했다. 네가로기어 아제우스라는 십이수와 궁합이 정말 좋은 카드의 발매로 십이수의 힘은 크게 올랐고 다시 한번 티어권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결국 십이수에 질린 코나미는 다시 드란시아를 금지로 보냈고 이렇게 십이수는 또 몰락했다. 그리고 약 1년 뒤, 유희왕 마스터 듀얼에서 십이수 드란시아는 거짓말처럼 다시 돌아왔다.

 

1. 유희왕 마스터 듀얼은 기본적으로 오프 듀얼의 약 1년 전 금제와 카드풀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금제의 방향성이나 카드의 출시 순서 등이 많이 엉켜서 1년 전의 오프와는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마스터 듀얼 초기에는 그런 의식이 없었으므로 당연히 1년 전 금제를 베이스로 금제가 나왔다. 당연하게도 십이수 드란시아는 제한이었다. 이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십이수 드란시아의 강력함을 두려워했다. 1년 전에 강력한 파워를 보여준 십이수와 십이수 트라이브리게이드의 강력한 모습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십이수 드란시아는 최강의 카드라는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줬을까?

 

 먼저 마스터 듀얼 초기의 상황부터 말하자면 순수 십이수는 사정이 좋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오프 금제와 달리 십이수의 회국과 모르모래트가 금지였기 때문이다. 순수 테마로만 보면 카드 3개가 금지인 셈이니 오프의 십이수보다도 사정이 안 좋은 셈이다. 당연히 순수 십이수는 활약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십이수 트라이브리게이드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오프라인에서 최강의 덱으로 인정받았던 만큼 십이수 트라게는 마스터 듀얼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한동안 십이수 트라게는 마스터 듀얼 최강의 덱이라고 생각되었었다. 그 덱들이 부상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마스터 듀얼이 출시된 지 얼마 뒤, 마스터 듀얼 메타에 최적화된 연구들이 거의 끝났고 결론적으로 마스터 듀얼 최강의 가까운 덱은 십이수 트라게가 아니라 드라이트론과 엘드리치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그 원인 중 하나에는 십이수 드란시아가 생각보다는 약했다는 점도 있었다. 그렇다면 십이수 드란시아는 왜 오프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일까?

 

 먼저 오프와 달리 마스터 듀얼에는 십이수의 회국이 없었다. 십이수의 회국은 일반 소환권을 소모하지 않고 십이수 몬스터를 필드에 내놓을 수 있는 카드였다. 그래서 십이수와 트라게를 완벽하게 공존하게 만드는 카드가 바로 십이수의 회국이었다. 이런 회국의 부재로 십이수 트라게에서 십이수와 트라게의 공존을 위해서는 일반 소환권을 소모해야 했다. 문제는 트라게가 일반 소환권 의존도가 큰 테마는 아니지만 반대로 일반 소환권을 안 쓰는 테마도 아니라는 점이었다. 트라게에서 일반 소환권을 안 쓰고 전개를 하려면 케라스가 필요하다. 이는 케라스만 있으면 십이수와 트라게의 공존으로 강력한 필드를 만들 수 있지만 반대로 케라스가 없다면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더 강한 트라게를 선택하기 마련이었고 자연스럽게 드란시아의 빈도는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십이수 드란시아는 자연스럽게 고점에 추가되는 방해가 아니라 저점을 책임지는 카드가 되었다. 그런데 이런 저점용 카드는 마스터 듀얼에서 그리 강력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상대 덱을 아는 오프에서는 상대 덱에 맞게 패트랩을 넣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적절한 타이밍에 패트랩을 사용해 상대의 견제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마스터 듀얼에서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펑크라는 테마는 카프 라이징에 우라라를 맞으면 기믹이 웬만하면 정지한다. 그래서 펑크를 만나면 카프 라이징에 우라라를 쓰는 것이 원래는 정상이다. 하지만 한동안 우라라를 맞는 카프 라이징을 보기는 힘들었다. 그 이유는 펑크를 용병으로 쓰는 대부분의 덱이 쓰는 혼돈마룡 카오스 룰러라는 카드가 너무 강해서 그 카드를 막기 위해 우라라를 소모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카프 라이징을 쓰는 펑크는 이런 점에서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이런 것처럼 패 트랩의 영향력은 떨어지고 메인 기믹의 힘은 강해진 상황에서 드란시아와 패 트랩만으로 상대의 견제를 막는 것은 어려웠다.

 

 그런고로 십이수 드란시아는 분명 나쁜 카드는 아니었지만 금지될 정도로 강한 카드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 드란시아 엔드는 약한 건 아니었지만 금지를 가야 할 정도로 위대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데스티니 히어로 디스트로이 피닉스 가이(통칭 디드라군)와 용사가 출시되며 메타가 완전히 바뀌었다. 십이수 드란시아가 살아 있는 상황에서 십이수와 잘 어울리는 디드라군과 용사가 출시되자 이들을 합친 굿스터프 덱, 용사 피닉스 십이수가 등장한 것이다.

 

 용사 피닉스 십이수는 여러 장점이 있었는데 먼저 저점이 끝내줄 정도로 높았고 디드라군, 미래용황, 그리폰라이더를 세우는 고점도 괜찮으며 무엇보다도 네가로기어 아제우스라는 파워 카드를 쓰기 매우 편하다는 점도 컸다. 그러나 용사천위, 용사전뇌, 그냥 엘드리치 등의 말도 안 되는 고점보다는 고점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이들보다는 파워가 부족한 편이었다. 무엇보다도 후속을 디드라군의 융합 소재, 디바인 가이에 크게 의존한 점 때문에 디바인 가이의 금지 이후 용사 피닉스 십이수는 순식간에 몰락했다.

 

 십이수 트라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속되는 파워 카드의 출시로 십이수 트라게는 별 다른 금제 없이도 점점 티어권에서 밀려나기 시작했고 결국 트라게가 십이수 대신 다른 파트너들을 선택하면서 십이수 트라게도 티어권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십이수와 드란시아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잊힐 찰나,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십이수의 핵심이었던 드란시아와 회국이 무제한이 되고 모르모래트마저 제한으로 풀린다는 소식이었다. 비록 불혼은 그대로 금지였고 모르모래트도 제한이라 완전한 파워는 아니었지만 한 때 메타를 지배했던 카드들이 풀린다는 소식에 엄청난 소란이 일어났다. 과연 십이수는 다시 한번 최강의 덱에 등극할 것인가, 아니면 한 때의 범부로 남을 것인가로 말이다. 놀랍게도 둘 모두 정답이 아니었다.

 

 드란시아와 회국이 해방된 십이수는 분명 최강의 덱은 아니었다. 당시 강했던 참기, 드래곤 링크, 라뷰린스, 낙인, VS보다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러나 강한 저점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 덱 스페이스는 티어권에서도 강하는 강점이었다. 실제로 직후 있었던 듀얼리스트 컵에서 십이수는 많은 사람들에게 초반부 점수 올리기용으로 선택받았다. 이는 이런 강점과 간단한 전개 등으로 인한 높은 회전율과 낮은 피로도 덕분이었다.

 

 또 순수 십이수 테마가 아니더라도 일반 소환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크샤트리라 역시 십이수 카드를 용병으로 쓰곤 했고 성능도 나름 괜찮았다. 이처럼 십이수는 과거처럼 최강의 테마는 아니더라도 분명 티어권에서 통했다. 같이 해방되었던 정룡과는 천지차이였다.

 

2. 이처럼 십이수는 마스터 듀얼 출시 이후 오르막과 내리막을 겪었다. 한 때 최강의 덱으로 불리었다가 금제와 메타 변화로 몰락했고 다시 금제로 부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십이수가 현재 티어권의 테마들과 달리 옛날옛적에 나온 테마에 신지원조차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십이수는 한 때 자신이 최강이라 불렸던 이유를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십이수는 아직도 완전히 해방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십이수 전개의 핵심이었던 십이수 불혼은 금지, 모르모래트는 제한이다. 만약 이들이 완전하게 풀려난다면 십이수의 파워는 더욱 크게 오를 것이고 어쩌면 다시 최강의 덱으로 등극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가장 끔찍한 것은 이들이 완전히 풀렸는데도 십이수가 범부 취급당하며 티어권에 돌아오지 못하는 일일 것이다. 만약 그런 날이 도래한다면 그날이 유희왕이 몰락하는 날일지도 모른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