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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 소드실드 - 녹슨 검과 방패

삶은계-란 2024. 2. 26. 23:19

0. 포켓몬 소드실드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스위치로 처음 나올 포켓몬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올랐다. 비록 레츠고가 먼저 나오긴 했지만 레츠고는 약간 서자 취급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 기대감은 포켓몬 타노스 사태라 불리는 발언 이후로 완벽하게 꺼졌다. 자세한 상황은 아래 글을 참고하자.

 

https://jjabcde.tistory.com/109

 

 아무튼 이런저런 사유로 포켓몬 소드실드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졌으나 썩어도 포켓몬이라고 기대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와일드에리어라는 오픈월드적 요소라든가 다이맥스라는 새로운 개념 등은 분명 기대할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2019년 11월 15일, 마침내 소드실드가 발매되었다.

 

1. 포켓몬스터 소드실드는 여러 가지 논쟁점을 낳은 문제작이었다.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은 그런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장점부터 설명하자면 역시 편의성이다. 포켓몬 게임의 편의성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크게 발전했는데 이는 소드실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단 예전과는 달리 가방에서 바로 PC에 있는 포켓몬을 꺼낼 수 있게 되었고, 공중날기도 초반에 아머까오 택시로 쉽게 쓸 수 있다. 그리고 파도타기와 자전거가 하나로 합쳐져 더 간편하게 탐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기존에는 노력치를 힘든 노가다로 쌓아야 했는데 소드실드에서는 도핑약 만으로 노력치를 전부 채울 수 있게 되었다. 기술 되살리기나/기술 지우기 등도 기존작에서는 특정 위치에 있는 NPC에서 해야만 했는데 이제는 포켓몬센터에서 말만 걸면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컷씬 스킵이나 사운드 조절, 포켓몬 작명 유무 등을 설정해서 정할 수 있게 하는 소소한 편의성 상향도 있었다.

 

 소드실드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역시 와일드에리어다. 와일드에리어는 소드실드의 배경이 되는 가라르지방의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넓은 공간으로 이곳에서는 기존과 포켓몬들이 심볼 인카운터로 나타난다. 풀숲에서 포켓몬을 찾아 헤매던 과거와 달리 원하는 포켓몬을 눈으로 보고 바로 전투를 할 수 있으며 피하는 것만으로 원치 않은 인카운터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은 혁신적인 변화였다.

 

 물론 와일드에리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단순히 포켓몬을 포획하는 일만은 아니다. 와일드에리어의 특정 위치에 있는 레이드 굴에서는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다이맥스한 포켓몬을 상대로 맥스 레이드 배틀을 진행할 수 있는데 어려운 포켓몬일수록 전략과 협동심이 필요해서 적당한 긴장감도 부여하고 재미도 있으며 희귀한 포켓몬을 포획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 이 맥스 레이드 배틀은 단순한 컨텐츠가 스토리와 그럭저럭 잘 어우러진다는 점도 좋다.

 

 스토리에 대해 말하자면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다. 먼저 좋은 점을 말하자면 일단 스토리의 전체적인 분위기다. 소드실드에서 포켓몬 배틀과 리그 챌린지는 전체적으로 현실의 축구와 프리미어리그처럼 묘사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점이 가라르지방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마치 자신이 직접 리그 챌린지에 도전하며 챔피언이 되는 생생한 기분을 전달한다. 이는 소드실드의 챔피언 단델로 잘 드러나는데 단델은 전형적인 스포츠의 슈퍼스타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무적의 챔피언이라는 설정은 자칫하면 비호감이 될 수도 있는데 이를 단델은 뛰어난 인성과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절한 비중으로 잘 보완하는 데 성공해 또 다른 훌륭한 챔피언이 되는 데 성공했다. 

 

 또 라이벌들의 캐릭터성이 뛰어나다. 뛰어난 형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호브, 마찬가지로 타인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버리고 사랑의 중요함을 깨달은 비트, 고향을 구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이겨내고 자신의 길을 찾은 마리 모두 하나같이 뛰어난 캐릭터들이다. 이런 점들이 위에서 말한 소드실드만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훌륭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그런 점에서 소드실드의 스토리는 분명 뛰어난 면이 있다.

 

2. 그러나 이렇게 소드실드에 장점만 있다면 이 작품은 논란의 작품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소드실드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다. 그렇다면 무슨 문제점이 있길래 소드실드는 논란의 작품이 된 것일까? 가장 큰 점은 역시 시대착오적인 그래픽이다. 사실 포켓몬스터의 그래픽이 좋았던 적은 냉정하게 말해서 단 한 번도 없었다. 지금 포켓몬스터의 현실을 보고 도트 시절이 좋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현실은 도트 시대에도 포켓몬스터의 그래픽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다. 동시대의 화려한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포켓몬스터의 그래픽은 부족했다. 하지만 그런 그래픽이 지적을 덜 당했던 건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기본적으로 포켓몬스터는 휴대기로 나오는 시리즈였다. 그리고 휴대기의 그래픽은 게임 시장의 메인 스트림이 되는 거치기나 PC보다 확실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자연스럽게 휴대기로 게임을 하면서 화려한 그래픽을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그래서 포켓몬스터의 그래픽은 지적을 피할 수 있었다. 둘째, 아무리 포켓몬스터의 그래픽이 동시대, 동기기의 게임과 비교했을 때 부족하더라고 해도 그 차이가 그러게 크지는 않았다. 분명 전체적으로 포켓몬스터의 그래픽이 엄청 뛰어나지는 않아도 적어도 어떤 점에서는 더 나은 점도 있었고 뒤처지는 점도 그렇게까지 크게 비교당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포켓몬스터의 그래픽은 부족하기에는 해도 특별히 단점으로 뽑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스위치에 포켓몬스터가 도착하자 이야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먼저 스위치는 거치기이자 휴대기이므로 상대적으로 그래픽을 더 중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 스위치에서 포켓몬스터는 메인 스트림 중의 메인 스트림인 젤다와 마리오의 그래픽과 비교당할 수밖에 없었다. 스위치에서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나 마리오 카트 8 디럭스는 물론이고 Wii U와 동시 발매해서 상대적으로 그래픽이 뒤처질 수밖에 없는 젤다 야생의 숨결과 비교해도 그래픽이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일부 그래픽은 더욱 시대착오적이었는데 와일드에리어의 나무 그래픽의 경우 젤다 야생의 숨결도 아니고 시간의 오카리나와 비교당할 정도였다. 그렇다, 시간의 오카리나다. 1998년도에 나온 시간의 오카리나다! 1998년 작품이랑 진지하게 그래픽으로 승부를 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실망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다. 아무리 포켓몬스터가 그래픽으로 승부하는 게임이 아니라곤 해도 소드실드의 그래픽은 형편없이 부족했다.

 

 그래픽 다음으로 큰 문제점이라면 바로 다이맥스다. 다이맥스는 분명 6세대의 메가진화, 7세대의 Z기술을 대체하는 새로운 배틀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그 완성도는 둘에 비해 형편없이 부족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다이맥스는 포켓몬의 크기가 커져 체력이 늘고 고유의 다이맥스 기술을 쓸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말인즉슨 다이맥스는 포켓몬이 커지는 게 전부라는 뜻이다. 너무 성의가 없다. 6세대의 메가진화는 모든 포켓몬이 쓸 수는 없어도 각 메가진화 자체에는 정성이 들어갔는데 다이맥스는 그런 것도 없이 커지는 게 전부다. 물론 다이맥스도 거다이맥스라고 커지는 것과 동시에 모습이 변하는 게 있긴 하다. 그런데 거다이맥스와 다이맥스의 차이점이라면 전용 거다이맥스 기술이 추가된 건데 그래서 거다이맥스가 딱히 다이맥스보다 딱히 좋은지도 모르겠다. 물론 거다이맥스 중에서도 매우 뛰어난 거다이맥스가 있긴 한데 솔직히 일반 다이맥스가 너무 사기라서 굳이 거다이맥스를 찾을 필요가 없다.

 

 그렇다, 다이맥스는 사기다. 그것도 개사기다. 이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거다이맥스를 한 포켓몬은 체력이 2배가 되고 다이맥스 기술은 위력 증가와 동시에 특수한 효과를 얻는다. 그리고 이게 3턴간 지속된다. 그 뜻은, 다이맥스한 포켓몬은 웬만하면 다이맥스한 포켓몬으로만 쓰러뜨릴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부터 밸런스 붕괴의 기미가 보인다. 그리고 다이맥스 기술은 위력 증가와 동시에 특수한 효과를 얻는 데 이 효과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날씨 변경이나 스탯 증감 등 말이다. 물론 게임 프리크도 생각이 있기 때문에 공/특공 증가 기술의 경우 기술의 위력을 낮추는 밸런스 조정을 하긴 했다. 문제는 스피드 증가에는 이 조정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 말인즉슨, 스피드를 올리는 비행 타입 다이맥스 기술인 다이제트는 비행 타입 기술을 배우면 누구든지 난사할 수 있다는 뜻이고 스피드가 오르면 곧 선공권을 보장받으니 다이제트를 난사한다면 승리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랭크는 다이제트 망겜이 되었다. 다이제트를 잘 쓰는 포켓몬 그리고 그 포켓몬과 어울리는 포켓몬만이 티어권에서 보였고 반대의 경우는 티어권에서 거의 보이지 못했다. 그리고 다이제트를 잘 쓰는 주제에 원래 성능도 사기인 썬더가 추가되자 밸런스는 폭발해 버렸다. 

 

 결국 소드실드의 밸런스는 파이어로와 메가캥카의 6세대나 따라큐나 카푸들의 7세대보다도 더 크게 무너져버렸고 렌탈 팀 등 랭크 배틀로의 유입 시도는 망가진 밸런스 덕분에 실패로 끝났다. 다이맥스는 기존의 시스템들보다도 더 크게 망가진 시스템이었다.

 

 마지막으로 스토리를 말하자면 소드실드의 스토리는 분명히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괜찮은 점들이 많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매우 실망스럽다. 이렇게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빌런이다. 소드실드의 메인 빌런이자 가라르지방 최고의 대기업 매크로코스모스의 회장 로즈는 무한다이노를 포획해 무한의 에너지를 얻으려 한다. 뭐, 여기까지는 괜찮다. 문제는 로즈가 왜 무한의 에너지를 손에 얻으려는 지다. 뭐, 세계 정복을 위해서일 수도 있고, 단순히 무한의 에너지를 얻고 싶다는 욕망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로즈가 얻으려는 이유는 천 년 뒤의 에너지 부족을 걱정해서이다... 진짜 천 년이 맞다... 우리가 생각하는 천 년이 맞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이유다.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 1024년은 중세 시대로 신성 로마 제국이나 동로마 제국, 송나라, 고려가 있던 해였다. 반대로 천 년 뒤인 3024년은 상상만 해봐도 까마득한 미래다. 그 스타크래프트 시리즈가 25세기말에서 26세기 초를 다룬다. 즉, 스타크래프트의 시대로부터 500년 뒤가 3024년이다. 천 년 뒤의 미래를 걱정해서 가라르지방을 멸망시킬 뻔했다는 괴물을 푼다는 게 말이 된다는 이야기인가?

 

 설사 천 년 뒤의 에너지 부족이 정말 심각한 문제라 가정해도 로즈의 목표는 괴상하다. 왜냐고? 같은 게임의 DLC에 등장한 레지에레키라는 포켓몬은 가라르지방 전 지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레지에레키는 같은 가라르지방에 있고 무한다이노와 달리 가라르지방에 큰 해를 끼친 적도 없다. 차라리 에지에레키를 포획하는 게 훨씬 낫지 않았을까? 왜 도대체 무한다이노를 포획하려는지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이렇게 설득력이 없다면 차라리 로즈를 무한다이노에 미친 광기에 젖은 빌런으로 묘사해야 되는데 로즈는 무한다이노 건을 빼면 너무나도 상식적이고 현명한 인물이다. 이러니 인지부조화가 일어난다. 저렇게 뛰어나고 똑똑한 사람이 왜 무한다이노에만 저렇게 집착하는가? 스토리가 이해가 되지 않고 몰입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로즈와 무한다이노와의 결전이라는 하이라이트의 감흥이 없다. 이러니 소드실드의 스토리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3. 이런 관계로 소드실드는 너무나도 아쉬운 문제작이었다. 소드실드는 분명 명작이 될 가능성이 있었고, 실제로 어느 정도 명작의 편린이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그래픽 하자, 망가져버린 밸런스, 아쉬운 스토리 때문에 소드실드를 예전 포켓몬스터처럼 명작이라 부르기엔 부족했다. 소드실드는 말 그대로 녹슬어버린 검과 방패였다.

 

 그래도 소드실드는 분명 많은 혁신이 있었고 스위치라는 새로운 콘솔의 변화도 있었기에 소드실드는 엄청난 흥행에 성공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음 포켓몬스터 게임에서는 이런 단점들을 잘 보완해 좀 더 나은 게임을 만들기를 바랐다. 거기에 다음 게임은 그 4세대 리메이크가 유력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4세대 리메이크가 공개되고 난 뒤, 사람들은 경악했고 소드실드를 재평가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