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예전에 포켓몬 하골소실과 관련된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s://jjabcde.tistory.com/45 이 글에서 분명 하골소실에 대한 아쉬운 점을 여러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아쉬운 점이 있음에도 하골소실은 걸작이다. 다른 포켓몬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컨텐츠가 가득한 동시에 가장 포켓몬다운 감성을 살린 게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하골소실을 조금만 고친다면 정말 하골소실을 완벽한 게임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취지에서 이번에는 포켓몬스터 하골소실을 고쳐보려고 한다.
1. 일단 하골소실을 고치기 전에 한 가지 전제를 두고 가겠다. 이번 하골소실을 고치는 동안 5세대 이후 포켓몬에 반영된 편의성 추가는 단 1가지를 제외하면 반영하지 않을 생각이다. 왜냐하면 포켓몬스터 하골소실은 4세대 게임이고 이 게임을 고치면서 이 게임을 당시 제작진이 생각했을 법만 한 수정을 위주로 하고 싶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획 경험치, 휴대용 PC, 무제한 기술머신, 대각선 이동 등 이런 것들은 수정 과정에 넣지 않을 것이다. 다만 단 1가지, 그리고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이것만큼은 수정할 건데 일단 이 이야기부터 해보자.
비전머신, 포켓몬스터 역사상 최악의 시스템 중 하나다. 분명 포켓몬스터라는 게임은 내가 원하는 포켓몬을 포획해서 원하는 파티를 꾸려 모험을 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이 비전머신이라는 시스템은 존재 자체만으로 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무조건 파티에 물 타입 포켓몬을 넣어야 되고, 무조건 비행 타입 포켓몬을 넣어야 된다. 그게 싫다면 게임 내내 비전머신을 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못하는 셔틀 하나를 파티에 데리고 다녀야 한다. 이건 진짜 아니다. 최근에 하골소실은 아니지만 PT기라티나를 해봤는데 비전머신은 정말 쓰레기 같았다.
그래서 이 비전머신만큼은 무조건 바꿀 것이다. 어떻게? 바로 필드에서 비전머신 기술을 기술을 안 배운 상태에서도 쓰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내 파티에는 레트라가 있고, 나에게는 비전머신 풀베기가 있다. 원래 하골소실에서 풀베기로 풀을 베려면 레트라에게 풀베기를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가방에 풀베기 비전머신만 있다면 배우지 않더라도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굳이 내 소중한 기술칸을 소비하지 않아도 비전머신을 사용할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비전셔틀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왜냐하면 웬만한 포켓몬들은 최소한 풀베기, 바위깨기, 괴력 등은 배우기 때문이다. 이 정도만 바꿔도 큰 변화 없이 비전머신을 쓸 만한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다.
이제 비전머신 이야기를 끝냈으니 본격적으로 게임을 고쳐보자. 다음으로 고쳐보고 싶은 건 바로 분포다. 사실 성도도감의 포켓몬 수는 하골소실 기준으로 256종, 적은 편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도감이 확장되기 전이었던 PT기라티나의 신오도감이 210종인데, 기라티나를 하면서 도감 수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하골소실을 하면서는 이상하게 포켓몬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느낌이 아니다. 사실, 진짜 하골소실의 포켓몬 수는 256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성도도감의 포켓몬 중 33종은 엔딩 전에는 전혀 획득할 수 없다. 물론 이 중에는 관동 스타팅 포켓몬과 전설의 포켓몬, 그리고 버전에 따라 칠색조나 루기아 중 하나가 포함된 수치긴 하다. 그러나 이들을 빼도 무려 19종의 포켓몬을 엔딩 전에 얻을 수 없다. 그리고 여기에는 성도지방에서 처음 추가된 헬가나 포푸니 등도 포함되어 있다. 상식적으로 성도지방에서 처음 나온 포켓몬을 성도지방에서 못 얻는 게 말이 되는가?
추가로 26종의 포켓몬은 금빛시티 로켓단 이벤트를 클리어한 뒤, 다시 말해 스토리 후반부에서야 얻을 수 있다. 물론 이 포켓몬들은 엔딩 전에 사용가능하긴 하지만, 상식적으로 스토리 후반부에 갑자기 새로 포켓몬을 잡아서 파티에 넣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성도지방 야생 포켓몬들의 절망적인 레벨을 고려하면 더욱 말이다. 즉 이 포켓몬들 거기에 환상의 포켓몬 2종을 빼면 성도도감은 사실상 198종에 불과하다. 그리고 더 절망스러운 점은 아직도 이 성도도감에 허수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4세대는 기존 포켓몬의 추가진화형이 많이 추가된 세대이다. 그중에는 1~2세대의 포켓몬들도 예외는 아니다. 마그마, 에레브, 토게틱 등은 새롭게 4세대에서 진화를 얻어냈다. 이렇게 추가된 포켓몬들은 대부분 최종진화형이 성도지방에서 누락되었고 엔딩 전에 최종진화를 할 방법도 없다. 그러므로 위에서 언급된 종을 제외하고도 13종의 포켓몬이 엔딩 전까지 최종진화가 불가능하다. 거기에 포켓몬의 전통에 따라 위에서 언급한 종을 제외해도 5종 정도의 포켓몬은 하골 또는 소실에서만 포획할 수 있으므로 추가로 5종이 더 빠진다.
이렇게 보면 성도도감은 사실상 180종의 포켓몬으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현시점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통신진화 포켓몬이나 성도지방에서 얻기 귀찮은 진화의 돌 포켓몬도 포함시킨 수치다. 이들까지 제외하면 숫자는 더욱 줄어들어 그 악명 높은 DP 신오도감과 비슷해질 것이다. 성도지방에는 다양성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포켓몬의 다양성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제외된 포켓몬을 추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매우 간단하다. 예를 들어서 관동 화석 포켓몬의 경우 회색시티 박물관이 아니라 알프의 유적에서 복원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다. 상식적으로 근처에서 화석을 얻게 해주는 바위깨기도 주고, 바위도 있고 심지어 연구원도 많은데 거기서 단 한 명의 연구원이 화석 복원을 못하는 게 말이 되는가? 솔직히 그 정도는 추가해 줘도 된다. 마찬가지로 금빛시티 게임코너에서 그 많은 포켓몬 중 굳이 폴리곤을 팔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원작에서도 게임 코너에서 얻을 수 있는 게 폴리곤인데? 델빌 역시 불탄탑에서 안 나올 이유가 없다. 이미 불타버린 탑이고 마그마도 멀쩡히 나오는데 델빌이라고 못 나올 이유가 없다. 이런 인카운터 추가가 그렇게 어려울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다음은 로켓단 이벤트 후 출현하는 26종의 포켓몬이다. 이 포켓몬을 바로 야생에 투입하는 것은 무리다. 로켓단 이벤트 후에 열리는 장소에도 새로운 포켓몬이 나와야 된다. 그렇다면 다양성과 로어를 동시에 살릴 수 있는 타협으로 무엇이 있을까? 바로 사파리존이다. 사파리존은 온갖 종류의 포켓몬이 다 나오는 장소다. 특히 성도지방의 사파리존 경우 원하는 대로 바이옴을 바꿀 수 있어 더더욱 다양한 포켓몬이 나올 수 있는 당위성을 부여해 준다. 이 26종의 포켓몬을 사파리존에 투입한다면 다양성과 로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만약에 링곰, 무장조, 날쌩마 등을 조금 일찍 쓰고 싶다? 그러면 사파리존에 가서 인내심을 조금만 가지면 된다. 아니다? 그렇다면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로켓단 이벤트 이후, 후반부 게임을 새로운 야생 포켓몬들과 함께 즐기면 된다. 이렇게만 해도 성도지방의 다양성을 조금 더 늘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추가해야 되는 것은 바로 진화도구와 장소다. 포켓슬론 경품으로 수많은 진화의 돌을 파는데 진화도구를 못 팔 이유가 없다. 진화도구를 포켓슬론 경품으로 판다면 역시 플레이어에게 선택지를 줄 수 있다. 새롭게 추가된 포켓몬을 쓰고 싶다? 그러면 포켓슬론에서 미니게임을 즐기면 된다. 그러면 성도지방에서도 마그마번이나 거대코뿌리, 토게키스를 즐길 수 있다. 거기에 장소 진화 포켓몬들에게도 진화 장소를 추가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리피아에게는 너도밤나무숲, 글레이시아에게는 얼음샛길, 자포코일에게는 황토마을이나 분노의 호수처럼 말이다. 이렇게 하면 플레이의 다양성은 크게 늘 것이다. 예를 들어 메가니움 대신에 리피아를 쓰거나, 블레이범 대신 헬가를 쓰거나, 라프라스 대신 글레이시아를 쓰거나 등 말이다. 적어도 현재의 공허한 256종보다는 훨씬 다양한 플레이가 될 것이 분명하다.
2. 그다음으로 고칠 것은 잡다한 편의성이다. 물론 위에서 말했듯 5세대 이후에 나오는 편의성 추가를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걸 감안해도 고칠 편의성 요소들이 몇 가지 있다.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역시 찌리리공 뒤집기다. 슬롯머신을 대체한 이 악명 높은 미니게임은 코인을 얻으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을 앗아갔다. 이제는 이를 멈춰야 한다. PT기라티나처럼 돈으로 코인을 살 수 있게만 해도 충분히 멈출 수 있다.
다음으로 바꾸고 싶은 건 재대결 시스템이다. PT에서는 배틀서처라는 아이템으로 일정 트레이너랑 재대결할 수 있었다. 또 체육관 관장들과는 엔딩 후 승부장소에서 재대결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골소실에서 재대결을 위해서는 특정 시간에 특정 트레이너에게 전화해야 한다. 이는 매우 귀찮고 힘든 일이다. 매번 재대결을 위해 인게임 시간을 바꾸는 일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특정 시간이 아니라 그냥 전화만으로 재대결이 가능하도록 바꿀 것이다. 그렇게 하면 트레이너 재대결, 다시 말해 노가다가 더 쉽고 편리해질 것이다. 이 정도만 수정해도 하골소실이 좀 더 쾌적한 게임이 될 것 같다.
그다음으로 고칠 건 스토리다. 근데 사실 하골소실도 포켓몬이다. 포켓몬에서 스토리가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싶으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래도 사소한 디테일 정도는 고치고 싶은 점이 있다. 가장 먼저 고치고 싶은 점은 바로 게임에 등장하는 다른 성별의 주인공, 금선/심향이다. 이 둘은 주인공의 소꿉친구로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온다. 얼핏 보면 3세대의 휘웅/봄이와 비슷한 역할인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휘웅/봄이와는 달리 배틀 이벤트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초반부에만 자주 등장하고 조금만 지나도 굳이 전화하지 않으면 존재감이 사라지는 캐릭터긴 하지만 그래도 주인공의 소꿉친구인데 배틀 이벤트 하나정도는 괜찮지 않나 싶다. 그래서 금선/심향에게도 새로운 배틀 이벤트를 만들어 주고 싶다. 8번째 배지를 얻고 포켓몬리그로 향하려면 무조건 연두마을로 돌아와야 된다. 이 연두마을 오른쪽에 있는 바다로 향할 때 금선/심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금선/심향: <주인공>! 8번째 배지를 받았다면서! 정말 대단해! 이제 포켓몬 리그로 향하겠구나! 가기 전에 전투는 어때? 포켓몬 리그 전에 실력을 확인해 보는 거야!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엔트리는 픽시, 전룡, 다꼬리, 에브이, 마릴리로 원래 금선/심향의 파트너인 마릴과 어울리는 귀여운 포켓몬들이다. 에브이는 바로 전에 싸웠던 전통무용수랑 겹치긴 하지만 이 정도면 괜찮을 거다.
그다음으로 고치고 싶은 것은 실버다. 물론 실버의 서사는 원래 하골소실에서도 꽤 훌륭하다. 하지만 약간 아쉬운 점이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는 실버가 비주기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배포 이벤트 없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인게임 내에서 암시하기도 하고 다른 매체에서도 자주 나와 이제는 모두가 아는 설정이지만 그래도 실버가 비주기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배포 이벤트 외로는 모른다는 점은 좀 아쉽다. 그래서 이를 좀 더 확실하게 게임 내에서 알려주고 싶다. 방법은 간단하게 황토마을 로켓단 기지에 이를 암시하는 설정이 담긴 메모를 넣는 것이다.
[손글씨는 약간 번져 있고 읽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 그 빨간 머리 소년... 너무 보스와 닮았어... 머리 색은 다르지만... 혹시 설마..."
[나머지 내용은 너무 번져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요정도만 해도 팬들에게는 충분함 암시가 아니라 확신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다음으로 바꾸고 싶은 건 엔딩 후 실버와의 배틀 이벤트다. 물론 이 이벤트는 실버의 성장을 보여주는 좋은 이벤트다. 하지만 문제는 이 이벤트가 벌어지는 곳이 달맞이산이라는 점이다. 달맞이산은 관동지방에서 필수적으로 들려야 하는 장소가 아니다. 즉, 재수가 없으면 플레이어가 이 장소를 보지도 못하고 지니 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벤트 장소를 바꾸고 싶다. 바로 은빛산으로 말이다. 일단 이름이 은빛산이다. 실버와의 운명의 대결을 장식하기로는 매우 어울리는 장소다. 그리고 이 게임의 최종보스 레드와 최후의 대결 직전, 실버와 마주치고 그 대결로 실버의 서사를 완성한다는 극적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실버와의 대결은 달맞이산이 아니라 은빛산이 맞다. 물론 라인업도 더 강해져야 한다. 새로운 포켓몬을 추가할 것은 아니고 그저 진화하지 못한 포켓몬들을 진화시켜 줄 것이다. 관동지방에서조차 실버가 포푸니와 레어코일, 골뱃을 쓰는 건 이상하다. 모두 포푸니라와 자포코일, 크로뱃으로 진화시켜 줄 것이다. 이것만 해도 실버와의 대결이 좀 더 극적이고 긴장감 있을 것이다.
3. 이렇게 포켓몬스터 하골소실을 좀 고쳐봤다. 분포나 편의성, 스토리를 조금만 수정해도 하골소실은 훨씬 더 좋은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 레벨 디자인이 남아있다. 다음 시간에는 하골소실의 레벨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손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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