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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 하골소실 - 치코리타 고쳐보기

삶은계-란 2024. 5. 30. 10:19

0. 치코리타는 성도지방의 풀 타입 스타팅 포켓몬이다. 그리고 풀 타입 스타팅 포켓몬 중 가장 유명한 포켓몬이기도 하다. 왜냐고? 치코리타는 구리기 때문이다. 물론 대전에서 스타팅 포켓몬, 그것도 풀 타입 포켓몬의 성능이 구린 거는 어쩔 수 없기도 하다. 실제로 대전에서 치코리타 계열만큼, 또는 치코리타 계열보다도 더 구린 포켓몬은 흔하다. 하지만 치코리타는 스토리에서도 구리다. 그 덕에 치코리타는 스토리에서 구린 성능 덕분에 쓰레기 포켓몬의 상징이 되었다. '타는 쓰레기, 유사 스타팅 포켓몬, 성도지방의 진짜 스타팅은 치코리타가 아니라 구구다.' 이게 치코리타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치코리타는 귀엽다. 치코리타뿐만 아니라 배이리프, 메가니움 모두 마찬가지다. 스타팅 포켓몬 중 처음에는 귀여웠다가 최종 진화형 가서 역변하는 케이스가 한두 번이 아닌 만큼 이런 귀여운 외모는 엄청난 장점이다. 거기에 치코리타는 포켓몬스터 애니에서도 활약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성능 외적인 대우와 반비례하는 성능, 이게 치코리타의 진짜 안타까운 점이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치코리타를 적어도 포켓몬 하트골드, 소울실버에서 쓸만한 성능으로 만들어보려 한다. 그런데 그전에 왜 치코리타의 성능이 구린지부터 알아야 한다. 원인을 알아야 이를 어떻게 수정할 수 있지 않겠는가?

 

1. 일단 치코리타의 최종 진화형, 메가니움의 종족값부터 알아보자. 체력/공격/방어/특공/특방/스피드/총합 순으로 80/82/100/83/100/80/525이다. 이렇게 보면 메가니움은 4세대 기준으로 튼튼한 탱킹과 적당한 속도와 공격력을 지닌 나빠보이지 않는 포켓몬이다. 하지만 문제는 종족값이 아니다.

 

 먼저 메가니움은 풀 타입이다. 이는 탱커가 가질 수 있는 타입 중 최악의 타입이다. 풀 타입의 약점은 무려 5개로 불꽃, 얼음, 벌레, 비행, 독 타입에 약점을 찔린다. 모든 타입 중에서 가장 많은 약점이다. 아무리 기본 스탯이 튼튼하더라도 약점에 찔리면 아픈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메가니움의 종족값과 타입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또다른 문제점이라면 배우는 기술이다. 포켓몬에 화력을 끼치는 요소는 공격/특공 수치뿐만 아니라 배우는 기술의 위력도 있다. 똑같은 공격, 또는 공격이 더 낮더라도 고위력의 기술을 많이 배우면 충분히 낮은 공격력의 흠을 메꿀 수 있다. 특히 스토리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면 메가니움이 하골소실 스토리 중에 배울 수 있는 고화력기 기술은 무엇이 있을까? 놀랍게도 없다. 레벨업으로 배우는 고화력 기술이라면 그나마 위력 90의 꽃잎댄스와 위력 120의 솔라빔인데 전자는 시전 중 교체를 막는 심각한 단점이 있고 후자는 레벨 66에나 배우고 거기에 추가 턴을 소모한다. 도저히 쓸 수 있는 성능의 기술이 아니다. 그나마 기술머신으로 에너지볼 등을 배우기는 하는데 이 기술머신도 스토리 중에는 못 얻는다. 

 

 이렇게 풀 타입 기술조차 제대로 배우는 기술이 없으니 다른 타입 견제기는 어떻겠는가? 역시 제대로 배우는 기술이 없다. 그나마 노말 타입 기술인 누르기 정도가 쓸만한 기술이고 나머지는 거의 쓸 수가 없는 기술이다. 그러므로 메가니움에게서 화력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남는 건 보조기이다. 메가니움의 종족값은 탱킹에 최적화된 만큼 보조기라도 좋은 기술을 많이 배운다면 적어도 스토리에서 캐리는 못하더라도 1인분은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메가니움은 보조기라도 똑바로 배울까? 그렇지 않다. 풀 타입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의 보조기인 씨뿌리기와 수면가루, 메가니움은 둘 다 못 배운다. 씨뿌리기는 교배기로 배우기는 하는데 스토리에서 교배기를 쓰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사실상 못 배운다고 봐도 좋다.

 

 메가니움이 주로 배우는 보조기로는 독가루, 광합성, 리플렉터, 빛의장막, 신비의 부적, 아로마테라피가 있는데 하나같이 스토리에서는 별로다. 독가루는 그나마 맹독 하위호환으로 쓸만하긴 하다. 그러나 광합성과 아로마테라피는 이거 쓸 시간에 회복약을 쓰는 게 낫고 신비의 부적도 큰 의미가 없다. 리플렉터와 빛의장막은 쓸만한 기술이긴 한데 스토리의 배틀은 대부분 싱글배틀이라 쓰기가 불편하다. 같은 보조기 위주로 해도 수면가루, 씨뿌리기, 맹독으로 버티는 것과 리플렉터나 빛의장막을 깐 뒤, 알맞은 포켓몬으로 교체해서 랭업 이후 스윕, 후자가 훨씬 귀찮고 복잡하다. 물론 파괴력 자체는 후자가 더 크긴 하지만 말이다.

 

 메가니움의 능력치만 문제면 차라리 다행이다. 애석하게도 성도지방이라는 환경 역시 메가니움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금은과 하골소실은 관동과 성도라는 두 개의 지방이 연결된 게임이다. 그래서 관동지방의 체육관이 쓰는 타입과는 안 겹치도록 성도지방의 체육관이 디자인되었다. 그리고 관동지방은 놀랍게도 풀 타입이 강한 바위, 물, 땅 타입 체육관이 모두 등장한다. 그 뜻은 성도지방에는 저 타입의 체육관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치코리타는 이상해씨와 달리 시작하자마자 비행 타입의 비상과 벌레 타입의 호일을 마주쳐야 된다. 이런 라인업에서 누가 풀 타입을 쓰고 싶겠는가? 

 

2. 이런 이유들 때문에 치코리타 계열은 구린 포켓몬의 대명사가 되었다. 거기에 치코리타에게는 애석하게도 이번 글은 치코리타를 고치는 게 목표다. 즉, 치코리타에게 매우 비호의적인 성도지방을 고칠 수는 없다. 따라서 치코리타를 수정한다고 해도 치코리타 계열이 성도지방에서 엄청 사기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래도 타는 쓰레기보다는 야채샐러드가 되는 게 낫지 않은가? 이제부터 치코리타를 차근차근 고쳐보겠다.

 

 먼저 메가니움의 종족값을 고칠 생각은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메가니움의 종족값은 위에서 잠깐 이야기했듯 나쁘지 않다. 적의 공격을 버티는 능력도 좋고, 스피드도 나쁘지 않으면서 공격/특공도 봐줄 만하다. 물론 진짜 메가니움을 사기로 만들게 하기 위해서 뭐 공격이나 특공 중 하나를 희생해서 스탯을 40/120 등으로 바꾸는 등도 고민해 볼 법하다. 하지만 그건 메가니움이 아니다. 메가니움은 귀엽게 생긴 탱커다. 전면에 나서서 리프스톰으로 모두를 쓸어버리는 폭딜러가 아니다. 이번에 이 메가니움의 역할군을 바꿀 생각은 없다.

 

 특성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치코리타 계열의 특성은 심록이다. 모든 풀 타입 스타팅 포켓몬이 같은 특성으로 체력이 낮을 때 풀 타입 기술의 위력이 1.5배 증가하는 기술이다. 치코리타와 전혀 어울리지 않다. 그러므로 여기서 가장 먼저 바꿀 건 특성이다. 그렇다면 치코리타에 가장 잘 어울리는 특성은 무엇일까? 먼저 5세대 이후 숨겨진 특성으로 추가된 리프가드는 전혀 아니다. 스토리에서는 쾌청팟을 짤 수 없다. 여기는 호연지방이 아니다. 그란돈을 얻으려면 배지 16개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탱커 메가니움에게 가장 유용하면서도 가장 잘 어울리는 특성은 무엇일까?

 

 바로 재생력이다. 재생력은 교체 시 체력의 1/3을 회복하는 특성이다. 이는 주변 화초를 살릴 수 있다는 메가니움의 도감 설명과도 어울린다. 거기에 메가니움은 탱커지만 풀 타입이라 약점이 많다. 그 뜻은 교체를 자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재생력 특성을 발동할 기회도 많을 것이다. 자신이 유리한 상대로는 탱킹을 하며 천천히 쓰러뜨리고 불리한 상대를 만나면 교체 후 재생력으로 체력을 회복하는 전술, 메가니움과 잘 어우러진다.

 

 그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기술이다. 일단 치코리타에게 가장 시급한 기술은 역시 수면가루와 씨뿌리기다. 수면가루는 명중률 75%로 상대를 재우고, 씨부리기는 명중률 90%으로 매턴 1/8씩 체력을 회복한다. 둘 다 탱커 풀 타입에게는 필수불가결한 기술이다. 이 두 기술만으로 치코리타의 성능은 크게 오른다. 첫 번째 체육관 관장인 비상의 피죤을 예로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치코리타로 배이리프를 상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상대를 재우는 수면가루와 안정적으로 딜과 힐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씨뿌리기가 함께라면 충분히 상대가 가능하다. 피죤의 바람일으키기를 버티고 수면가루로 재운 뒤, 씨뿌리기와 잎날가르기로 천천히 딜을 넣으면 된다. 물론 브케인이나 리아코는 이것보다 훨씬 쉽게 피죤을 상대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치코리타에게는 감지덕지이다.

 

 이번에는 모두의 악몽인 꼭두의 밀탱크를 예시로 들어보자. 물론 꼭두의 밀탱크는 매우 강하다. 하지만 배이리프에게 씨뿌리기와 수면가루가 있다면 상대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먼저 씨뿌리기를 건 뒤, 수면가루를 두 번 써서 재우면 밀탱크와 충분히 맞상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수면가루가 빗나가 배이리프가 쓰러지는 불상사가 일어나더라도 씨뿌리기는 밀탱크가 필드에 남아 있는 한 유지되므로 다른 포켓몬이 밀탱크를 이기기 쉽게 해 준다. 씨뿌리기와 수면가루의 추가만으로 그 밀탱크의 난도가 확 낮아진 것이다.

 

 물론 아무리 씨뿌리기와 수면가루가 좋은 기술이어도 두 기술만으로 험난한 성도지방을 헤쳐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스전에서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일반 트레이너 전에서까지 두 기술을 쓰면서 한 땀 한 땀 적을 쓰러뜨릴 짬은 없다. 치코리타에게는 좋은 공격기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공격기는 바로 기가드레인이다. 

 

 왜 기가드레인인가? 이는 기가드레인이 치코리타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무작정 강한 화력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치유와 방어를 상징하는 포켓몬이 치코라타다. 이런 치코리타에게 기가드레인은 찰떡궁합이다. 비록 기가드레인의 위력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피흡과 씨뿌리기의 보조딜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 이런 좋은 풀 타입 기술이 하나만 있어도 치코리타의 성능은 크게 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풀 타입의 공격 상성은 별로다. 비록 물, 바위, 땅 타입의 약점을 찌른다는 장점이 있지만 강철, 독, 드래곤, 벌레, 불꽃, 바위, 비행, 풀 타입에게 반감당한다. 무려 7개다! 이러니 기가드레인 하나로는 험난한 성도지방을 버틸 수 없다. 새로운 견제기가 필요하다. 위에 나온 타입들을 견제할 수 있는 견제기 말이다. 

 

 그렇다면 치코리타에게 무슨 견제기를 주는 게 제일 좋을까? 물론 치코리타를 살릴 만한 기술은 꽤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가장 괜찮아 보이는 기술은 대지의힘이다. 대지의힘은 위력 80, 명중률 100의 땅 타입 기술이다. 그렇다면 왜 대지의힘인가?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대지의힘은 위에 있는 타입 중 무려 4개의 약점을 찌를 수 있고 드래곤 타입에게도 정상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므로 풀타입으로는 부족했던 치코리타의 다타입 견제 능력을 늘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벌레나 비행 타입은 견제하지 못한다. 하지만 둘은 각각 첫 번째와 두 번째 관장의 타입이다. 그러므로 대지의힘을 배울 때면 이미 유용하게 쓰기는 어렵다. 이 둘을 제외하면 남은 건 5개인데 그중 약점을 4개나 찌른다. 치코리타에게는 꿈만 같은 이야기다.

 

 거기에 대지의힘은 치코리타의 치명적인 약점을 보완해 준다. 바로 수로다. 원래 치코리타는 풀 타입이라 물 타입 포켓몬이 많은 수로에 강해야 한다. 그러나 성도지방의 수로에는 하필이면 독 타입을 겸하는 왕눈해와 독파리만 가득하다. 그래서 분명 치코리타는 수로에 강해야 되는데 수로에서 오히려 약했다. 그러나 대지의힘이 있다면 왕눈해와 독파리의 약점을 찌를 수 있어 수로 돌파력이 눈에 띄게 올라간다. 이를 통해 치코리타의 또 다른 약점을 어느 정도는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3. 이제 위에서 고쳐본 치코리타를 정리해 보자. 먼저 치코리타의 특성은 심록/재생력으로 몇 번의 노가다로 쉽게 재생력 치코리타를 얻을 수 있다. 그다음 모다피 타워 진행 중에 수면가루와 씨뿌리기를 배워 초반의 치명적 약점을 보완하고 탱커로서의 역할을 더 확고하게 한다. 그 후, 세 번째 관장 꼭두 전후로 기가드레인을 배워 믿을 수 있는 주력기를 배우고 다섯 번째 관장 사도 전후쯤 메가니움으로 진화해 대지의 힘을 배운다. 그다음 관장인 규리가 강철타입이라서 대지의힘은 꽤 유용할 것이다.  수면가루/씨부리기/기가드레인/대지의힘, 그리고 재생력 특성을 가진 메가니움, 이게 이번에 고쳐본 치코리타의 최종 결과물이다.

 

 치코리타는 귀여운 디자인과 애니에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약한 포켓몬의 대명사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치코리타를 조금만 바꿔보기만 해도 더 이상 치코리타는 파티 하나를 차지하는 짐덩어리가 아니라 1인분을 할 수 있는 포켓몬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치코리타가 브케인이나 리아코보다 좋은 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치코리타가 이런 식으로 사용가능하다는 점만 봐도 이번 변화가 의미가 있었다 생각한다. 앞으로도 치코리타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다양한 방법들이 모색되고, 더 많은 트레이너들이 치코리타의 매력을 발견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