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포켓몬 블랙화이트는 하나의 혁신이었다. 완전히 처음 보는 포켓몬들과 새로운 스타일의 스토리는 많은 팬들을 블화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블화는 단점이 없는 게임이 아니다. 예전에 블화와 관련된 글을 몇 개 쓰면서 블화의 단점에 대해 언급했던 기억이 있다. 하단에 있으니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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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이번에는 포켓몬 블랙 화이트의 단점, 특히 스토리를 고쳐보려고 한다.
1. 일단 글을 안 읽은 사람을 위해 블화 스토리의 단점을 설명하자면 블화의 주제는 다른 사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말부에서 이 결론을 전달하는 방식은 최악이었다. 그리고 그 점이 블화의 스토리의 치명적인 단점이 되었다.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결말부를 고쳐야 한다. 그러나 결말부를 고치기 위해서 단순히 그 부분만 고칠 수는 없다. 좋은 결말을 만들기 위해 기본적인 설정을 뜯어고쳐야 한다. 이제부터 블화의 스토리를 뜯어고치겠다.
블화의 대주제는 서로 다른 사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소주제는 포켓몬은 해방되어야 하는가이다. 이 대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소주제를 먼저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포켓몬스터의 세계는 포켓몬의 해방을 주장하기에는 너무나도 평화롭다. 이런 상황에서 포켓몬의 해방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가장 먼저 고쳐야 하는 점은 바로 이 점이다.
그다음은 이 포켓몬의 해방을 외치는 주체다. 플라즈마단은 포켓몬의 해방을 주장한다. 그러나 넝쿨마을에서 연설을 들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꿈터에서 플라즈마단은 몽나를 괴롭히며 자신이 절대악임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역시 포켓몬의 해방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이 점도 무조건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들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간단하다. 새로운 악역을 투입하는 것이다. 포켓몬 트레이너 중에서는 폭주족이나 빡빡이처럼 건달 같은 트레이너들이 많다. 이들이 기존의 플라즈마단을 대체해서 악역 역할을 맡는 것이다. 몽나를 괴롭히거나, 벨이나 여자 아이 포켓몬을 훔치거나, 박물관에서 드래곤의 뼈를 훔치는 등 직접적으로 대중에게 피해를 끼치는 역할은 모두 플라즈마단이 아니라 이들이 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어느 정도는 플라즈마단을 악역이 아니라 반동인물로 묘사할 수 있게 된다.
물론 플라즈마단과 직접 싸우는 순간을 아예 없앨 생각은 없다. 뇌문시티, 전기돌동굴, 용나선탑 등 후반부에서 플라즈마단은 그대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플라즈마단은 대중들에게 일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이들은 주인공의 적으로서 자신의 신념을 위해 주인공과 맞서 싸우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기존의 플라즈마단의 행적을 둘로 나눠 플라즈마단을 악역이 아니라 반동인물로 재조직할 것이다.
그다음은 하나지방이다. 하나지방은 더 이상 일반적인 포켓몬 세계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포켓몬 팬 게임 등에서 흔한 디스토피아도 아니다. 그저 하나지방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처럼 평범한 곳이다. 포켓몬에게 애정을 갖고 잘 기르는 사람도 있지만, 포켓몬을 유기하는 사람도 있는 그런 평범한 곳 말이다. 그리고 이런 부정적인 모습도 보여줌으로써 포켓몬의 해방에 대한 당위성을 충분히 부여할 수 있다. 거기에 플라즈마단이 유기 포켓몬 보호소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이들에게 설득력을 더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기본적인 설정을 바꿨으니 게임의 시작부터 구체적으로 스토리를 바꾸어 나가겠다. 다만 그전에 한 가지 정하고 가야 되는 게 있다. 블화는 블랙 또는 화이트에 따라 전설의 포켓몬은 물론 스토리도 약간씩 바뀐다. 블랙에서는 진실의 수호자 주인공 vs 이상의 수호자 N의 구도고 화이트에서는 반대다. 여기서는 블랙의 구도로 따라가려 한다. 그러나 화이트에서도 진실과 이상의 위치만 바꾸기만 해도 스토리가 성립한다. 그러니 크게 신경 쓰지 말고 이제 블화의 스토리를 시작하겠다.
2. 블화의 멋있는 오프닝 이후 첫 번째 체육관까지의 스토리는 똑같다. 굳이 다른 점이라면 넝쿨마을 구석에 플라즈마단이 운영하는 유기 포켓몬 보호소가 있다는 정도, 게치스의 연설과 N과의 대결 등은 똑같다. 다만 그 이후 꿈터에서부터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바뀐다. 꿈터에서 주인공은 플라즈마단 조무래기가 아니라 빡빡이 둘을 상대하게 된다. 다행히 주인공은 빡빡이 둘을 이기고 빡빡이들은 도망친다. 이런 식으로 초반부에 플라즈마단과 싸우는 장면은 거의 빡빡이가 대신 싸우게 된다.
그 뒤 뇌문시티까지의 스토리는 기존 블화와 같다. 다른 점이라면 중간중간의 플라즈마단이 빡빡이로 바뀌었다는 점, 그리고 유기 포켓몬 보호소나 책, 뉴스 등을 통해 학대당하는 포켓몬이 묘사된다는 점 정도다. 하지만 뇌문시티에서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바뀐다. 여기서도 주인공은 유원지로 숨어든 플라즈마단을 잡으러 간다. 그러나 플라즈마단이 쫓기는 이유는 이제 시민의 포켓몬을 훔쳐서가 아니다. 대신, 조무래기들은 배틀 서브웨이에서 행해지는 포켓몬 배틀을 방해하려다가 쫓긴다. 상행과 하행이 직접 나와 저 조무래기 잡는 걸 도와달라고 하고 주인공은 조무래기가 향한 유원지 쪽으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원래처럼 N을 만나고 관람차에서 N이 사실 플라즈마단의 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이후 스토리는 실린더브리지까지 달라지지 않는다. 주인공은 N이 레시람에게 선택받은 것을 보고 N은 주인공을 선택받은 자로 인정하며 포켓몬 리그에 도달하라고 한다. 주인공은 다행히 박물관에서 라이트스톤을 얻고 마지막 배지인 쌍용시티로 향한다. 그리고 쌍용시티로 가는 길인 빌리지브리지에서 주인공은 게치스와 만난다. 게치스는 주인공을 만나자마자 이런 말을 한다.
게치스: 여기까지 왔군요, <주인공>이여. 저희의 왕은 당신이 왕과 대적할 수 있는 선택받은 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은 당신을 이기고 하나지방의 왕이 되어 포켓몬을 해방하려 하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거추장한 방법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조금 더 빠른 길을 좋아하거든요. 부디 편히 가시기를...
그 말과 함께 게치스는 사라지고 다크 트리니티가 나타나고 주인공은 이들과 배틀을 한다. 다행히 주인공은 다크 트리니티를 이기고 다크 트리니티는 말없이 사라진다. 그러나 여기서 패배한다면 '<주인공>의 여정은 여기서 끝났다...'라는 말과 함께 게임은 종료되고 플레이어는 타이틀 화면으로 쫓겨난다.
다행히 주인공은 쌍용시티에 도착했고 사간을 이겨 8번째 배지를 얻는다. 그 뒤, N을 막기 위해 포켓몬 리그로 향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다. N은 챔피언 노간주를 이겼고, 그는 새로운 시대가 개막할 것임을 선언한다. 그리고 동시에 N의 성이 땅에서 솟아올라 포켓몬 리그를 포위한다. N은 자신의 성에서 최후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하며 먼저 성으로 향했다. 주인공도 N을 막기 위해 따라서 성에 들어간다.
주인공은 성에서 많은 정보를 알게 된다. N이 포켓몬에게 가진 진심 어린 애정, N의 성장 과정, 그리고 그의 이상 등을 말이다. 이를 안 뒤, 마지막으로 N과 대결하기 위해 옥좌로 향하려는 순간, 게치스가 다시 나타난다.
게치스: 여기까지 당도했군요, <주인공>. 당신은 플라즈마단에게 너무 큰 방해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만 사라질 때가 됐습니다. 제가 직접 당신을 처리하도록 하지요.
게치스는 원래 블화의 N 레벨로 주인공과 대결한다. 비겁하게 치트를 쓴 삼삼드래는 매우 강하지만 주인공은 그것마저 이겨낸다. 그러자 게치스는 비겁하게 다른 칠현인을 불러 주인공을 공격하려 한다. 다행히 하나지방의 체육관 관장이 도착했고 둘 사이의 교착 상태가 일어난다. 이때 N이 옥좌의 방에서 나온다.
게치스: 왕이시여, 죄송합니다... <주인공>을 제거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N: 게치스, 저에게 죄송할 필요는 없습니다. 애초에 당신은 저와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으니까요.
게치스: 무슨 소리를...
N: 전 당신은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저 몰래 플라즈마단을 포켓몬의 해방이라는 이상이 아니라 자신만의 야망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었죠. 빡빡이들을 동원해 무고한 시민의 포켓몬을 뺏거나 저와 <주인공>의 대결을 방해하려는 것처럼 말입니다.
게치스: 무슨 소리! 나는 플라즈마단을 위해!
N: 아니요, 당신은 플라즈마단이 아니라 자기 자신만을 위해 행동해 왔습니다.
게치스: 내가 플라즈마단이다! 내가 가려는 길이 플라즈마단을 위한 길이야!
N: 그게, 당신의 진심이군요. 그런 당신은 더 이상 우리 플라즈마단에 필요 없습니다.
게치스: 뭐라고?!
N: 플라즈마단의 왕으로서 명령하니, 게치스, 당신은 이제부터 칠현인도, 플라즈마단도 아닙니다. 부디 제 눈앞에서 사라지십시오.
게치스: 이런 식으로 나를 배신하다니... 좋아, 이번 만은 물러나주지... 하지만!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다! 돌아와서 내 앞에 네놈을 무릎 꿇게 해 주마!
게치스는 분노한 채 다크 트리니티에 이끌려 사라지고, N은 주인공에게 소란을 끼쳐 사과한 후 기다리겠다고 하면서 사라진다. 주인공도 N을 따라 옥좌로 향한다. 옥좌에서 N은 자신의 제크롬을 꺼낸 뒤, 아직도 선택받지 못한 것이냐며 실망스러운 어투로 말한다. 이때 주인공의 라이트스톤이 빛나더니 레시람이 나타난다. 레시람은 자신을 포획해 주기를 바라는 듯이 주인공을 바라본다. 실제로 이 배틀에서 레시람의 포획률은 최고치, 255로 설정된다. 주인공은 레시람을 아무 볼로나 포획한다. 이때 주인공 뒤에서 이 과정을 지켜본 노간주는 마지막으로 N을 설득하려 한다.
노간주: N, 멈춰라! 너도 이제 게치스가 플라즈마단을 이용해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 알았잖느냐. 네가 원하는 포켓몬의 해방은 게치스를 위한 야망의 도구였고, 너는 거기에 이용당했던 것뿐이야. 포켓몬과 인간은 조화롭게 살고 있어. 이들은 해방의 대상이 아니야!
N: 물론 게치스는 저에게 처음으로 포켓몬의 해방에 대해 가르쳐줬습니다. 게치스는 저에게 포켓몬은 인간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하나지방을 여행하며 그 이상이 헛되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이를 알려준 건 게치스나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제 스스로였습니다. 물론 <주인공>이나 당신처럼 훌륭한 트레이너도 많습니다. 자신의 포켓몬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애정으로 보살피는 그런 트레이너들 말이죠. 하지만 다른 트레이너들은 자신의 포켓몬을 쓸만한 도구로만 여깁니다. 그리고 그런 트레이너들이 존재하는 한 제 이상은 꺼지지 않을 겁니다.
N의 말을 들은 노간주는 설득을 포기하고 N과 주인공의 결투를 지켜보기로 결정한다. N과 주인공의 결투는 각각 제크롬과 레시람으로 시작된다. 원래 블화의 게치스 레벨의 포켓몬으로 나선 N은 치열하게 주인공에게 맞선다. 그러나 결투의 승자는 결국 주인공으로 끝난다. 그 과정에서 N은 포켓몬의 해방이라는 이상은 결국 포켓몬이 행복한 세계로 이어져야 하며 자신의 이상을 위해서 트레이너와 행복하게 지내는 포켓몬을 분리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진실을 깨닫는다. 주인공 역시 포켓몬을 도구로 여기는 트레이너가 있다는 진실을 깨닫고 그런 트레이너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는다. N은 패배를 인정한 뒤, 자신의 손으로 플라즈마단을 해체하고 주인공에게 꿈을 이루라고 격려한다. 그리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N은 제크롬을 타고 하나지방을 떠나고 이걸로 새로운 포켓몬스터 블랙 화이트의 이야기는 끝난다.
게치스: N, 그 어리석은! 그 녀석은 내 원대한 목표를 위한 도구였거늘! 내가 만든 모든 게 망가졌어! 그 녀석 때문에! (주변에 서류들이 어지렆혀진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일어설 것이다. 다시 한번 플라즈마단을 더 강하고, 더 위대하게 재건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다시 일어섰을 때 그들은 모두 대가를 지불할 것이다, 모두 다!
블랙 화이트 2에서, 하나지방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3. 이것이 바뀐 블랙 화이트의 스토리다. 전반적인 스토리의 큰 흐름인 기존과 비슷하다. 다만 여기서 N은 게치스에게 이용당한 불쌍한 트레이너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뜻대로 플라즈마단을 이끌고 지휘하며 주인공에게 맞서는 대적자다. N과 주인공의 대립이 더 부각되고 둘 다 완전히 틀리지는 않았다는 걸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대주제인 서로 다른 사상의 이해를 잘 전달할 수 있다. 또 그렇다고 해서 소주제를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하나지방의 진실과 플라즈마단의 이상을 보여주며 포켓몬은 과연 해방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주인공과 N의 대결 끝에 둘 다 만족할 만한 답을 찾으면서 포켓몬의 해방에 관한 답도 흐지부지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기존의 블랙 화이트 스토리가 가졌던 단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게치스의 존재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비록 여기서 게치스는 최종 보스의 자리에서 쫓겨나고 굴욕적인 장면도 보여주지만 그가 위협적인 적이라는 점은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또, 게치스가 블랙 화이트 2에서 돌아올 것을 암시함으로써 마찬가지로 아쉬웠던 블랙 화이트 2의 스토리를 보강할 기회를 준다. 이런 점들이 블랙 화이트의 아쉬운 점을 확실히 채워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물론 블화의 레벨 디자인은 하골소실보다 훨씬 낫다. 하지만 블화는 게임플레이 레벨에서 4세대, 특히 하골소실이 가졌던 디테일에서 부족한 면을 많이 보였다. 다음 글에서는 이 점들을 한 번 고쳐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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