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단간론파 1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는 그냥은 죽지 않는다. 반드시 네놈에게 받은 만큼 되돌려 주겠노라고. 결단코 네놈의 계획을 산산조각 내는 데에 기여하겠노라... 고
- 오오가미 사쿠라, 초고교급 격투가
중추석이… 인도할 걸세… 젤나가를 찾게…
- 제라툴, 프로토스의 암흑 정무관, <스타크래프트 2: 공허의 유산> 中
0.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은 위대한 영웅들도 마찬가지다. 그 이순신 장군께서도 무과 시험 중 낙마를 해서 떨어진 적이 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과 영웅을 가르는 것은 그 실수를 마주했을 때의 태도다. 평범한 사람은 실수를 합리화하지만 넘어가지만 영웅은 그 실수를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말이다. 오오가미 사쿠라도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다.
1. 오오가미 사쿠라는 누가 봐도 초고교급 격투가로 3 대 500은커녕 3 대 5000도 무난히 할 수 있을 법하게 생겼다. 원래 그녀가 태생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오오가미보다 더 강한 남자친구가 오오가미에게 자신의 병이 나을 때까지 세계 최강의 자리를 맡아달라고 부탁한 이후, 그녀는 온갖 수련을 통해 지금의 몸을 얻었다. 그녀는 어떤 사람이 봐도 세계 최강의 격투가였다.
그러나 살인 게임에 휘말린 뒤, 오오가미의 삶이 꼬였다. 그 모노쿠마조차 오오가미를 그냥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겼고 모노쿠마는 대신 오오가미의 도장을 인질로 삶아 오오가미를 내통자로 만들었다. 자신의 도장을 지키기 위해 오오가미는 모노쿠마의 내통자가 되어 모노쿠마를 따랐다. 모노쿠마가 오오가미에게 처음으로 내렸던 명령은 바로 첫 번째 살인을 하라는 거였다. 그러나 오오가미가 그 명령을 실행하기도 전에 마이조노가 쿠와타를 죽이려다가 죽었고 그 뒤, 연쇄적으로 살인이 발생하며 오오가미의 역할이 붕뜨게 되었다. 모노쿠마는 다음 교착 상태에 살인을 하라고 명령을 바꾸었지만 세 번째 살인이 발생할 때쯤, 이미 다른 학생들과 친해진 오오가미는 모노쿠마와 내통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다. 특히, 초고교급 수영선수였던 아사히나와는 둘도 없는 친구로 발전하게 되는데 이는 오오가미의 죄책감을 더욱 강하게 자극했다.
결국 오오가미는 세 번째 사건 이후, 모노쿠마에게 반기를 들며 내통자 자리를 거부했다. 그러자 모노쿠마는 학생들을 분열시키고 오오가미를 처벌할 겸, 네 번째 동기로 오오가미의 정체를 폭로했다. 오오가미가 내통자였다는 게 밝혀지자 학생들은 순식간에 분열되었다. 특히 토가미, 후카와, 하가쿠레는 오오가미에게 매우 적대적으로 굴었고 아사히나가 오오가미를 옹호하다가 다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모든 일이 자신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것을 안 오오가미는 자신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끝내기로 했다. 그리고 오오가미는 유서를 남긴 뒤, 밀실에서 독약을 먹은 뒤, 숨을 거두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첫 번째 문제라면 오오가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토가미, 후카와, 하가쿠레를 불렀던 건데 문제라면 후카와와 하카쿠레가 쫄아버린 나머지 본능에 사로잡혀 유리병으로 오오가미를 쳤던 것이다. 인자강인 오오가미는 그걸로는 끄떡없었지만 이것으로 타살의 흔적이 살짝 생겨버렸다. 두 번째로는 오오가미의 유서를 모노쿠마가 바꿔 쳤다. 모두 함께 뭉치차는 메시지를 절망해 버려서 죽어버렸다는 메시지로 바꿔 학생들의 사기를 떨어트리려 했던 의도였다. 마지막으로 시체의 첫 발견을 하필이면 아사히나가 해버렸다. 그녀는 가짜 유서를 읽은 뒤, 오오가미가 절망 속에 자살했다고 착각하여 오오가미를 죽게 한 모두가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현장을 조작, 모두 함께 처형당하게 하려 했다.
그 결과, 오오가미가 누군가에게 밀실 살인을 당했다고 착각한 학생은 있지도 않은 범인을 잡으려 애썼다. 다행히 키리기리와 나에기의 활약으로 오오가미가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 자살한 것임을 밝히는 데 성공했고 모노쿠마는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오오가미의 진짜 유서를 읽어줬다. 그리고 오오가미의 유언을 들은 아사히나도 나에기와 키리기리도, 심지어 토가미도 그 유언에 움직여 한마음으로 뭉치는 데 성공했다. 결국 오오가미는 자신이 죽음으로서 분열을 종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2. 사실 처음 오오가미가 내통자가 되는 과정에서 비판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도장이 인질로 잡혔다지만 자신의 신체능력을 생각하면 분명 도장의 사부나 동료들도 만만한 사람들이 아닐 텐데, 너무 쉽게 넘어간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특히, 다른 학생들에게도 똑같은 협박을 할 수 있는데도 모노쿠마가 그렇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통자가 되었다는 게 아니다. 중요한 점은 내통자가 된 이후 한 행동이다. 사실 말이 내통자지 오오가미는 모노쿠마를 위해 한 게 없다. 원래 명령받은 게 교착 상태에서 살인을 하는 것인데 애초에 교착 상태가 없었고 딱히 모노쿠마에게 정보를 넘겨주었다는 암시도 없다. 기껏해야 학생들이 꼼꼼히 숨겨두었던 얼터 에고가 걸린 게 사실 오오가미가 정보를 넘겨주어서 그랬다는 추론이 가능할 뿐인데 사실 그것도 학생들이 누가 봐도 목욕탕에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듯이 행동해서 사실 안 들키는 게 이상했다. 애초에 얼터 에고를 숨길 거였으면 모두에게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믿음직한 사람에게만 정보를 공유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아무튼,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중요한 것은 그 이후, 오오가미가 취한 행동이다. 사실 내통자임이 드러나고 자신 때문에 집단이 분열되었어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살이라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어렵다. 특히, 오오가미는 살인 게임 이전, 남자친구에게 세계 최강으로 남아 달라는 부탁을 받은 사람이다. 세계 최강으로 남으려면 일단 살아있어야 남지 않겠는가? 오오가미는 남자친구의 부탁마저 저버리면서까지 자살을 결심한 것이다. 이는 오오가미의 자살이 다른 무수한 창작물의 캐릭터들의 자살과 달리 그녀의 강함을 증명한다.
이런 오오가미의 결단은 헛되지 않았다. 비록 여러 사유로 그녀의 자살이 퇴색될 뻔했지만 모노쿠마가 굳이 유서를 읽어준 덕분에 오오가미의 의지가 모두에게 전달될 수 있었고 그 결과 오오가미의 의도처럼 분열은 사라지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협력을 시작했고 이 시점에서 모노쿠마가 시작했던 살인게임은 사실상 끝났다. 이제 모노쿠마와 나에기를 포함한 주인공 파티의 대결만이 남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오오가미 덕분이니 그녀를 영웅이라 불릴 가치가 있다. 마치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에서 자신을 희생에서 우주를 구한 제라툴처럼 말이다.
3. 오오가미는 작품 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비록 첫인상은 특유의 근육질 몸매로 인해 컬처쇼크를 유발하기는 했지만 그녀의 마무리만큼은 정말 멋있었다. 그리고 사실상 살인게임으로서의 단간론파 1편을 마무리 짓는 4 챕터의 결말로도 걸맞았다. 유일한 4 챕터의 오점이라면 모노쿠마가 굳이 유서를 인성질하듯이 읽어준 것이 있긴 하다. 그러나 모노쿠마가 더 큰 절망감을 안겨주려다 삽질을 했다 정도로 생각하면 뭐 넘어갈 수는 있는 정도의 실수다. 이런 점을 감안해도 4 챕터까지의 단간론파 1편, 정확히는 살인게임으로서의 단간론파 1편은 명작임이 틀림없다. 비록 부담되는 설정과 우발 살인이 많다는 점이 조금 걸리지만 흠이 없는 게임이 어디겠는가? 이때까지의 단간론파는 추리 게임 역사에 남을 걸작임이 틀림없었다. 물론 지금도 이름은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흑막과의 대결로 이어지는 5~6챕에서 단간론파는 여러 실수를 범하며 자신의 명성에 흠집을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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