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사이터스 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늘부터 바로 네가 3사분면의 Bass 신이다!
- JOE, JOEZ 카페의 점장
여두목, 우리 영감, 자크, cyTus, 잊힌 모든 것들, 과거와 미래... (그리고... 크리스탈 펑크를 위하여.), 건배!
- 조 밀러, 크리스탈 펑크의 배이시스트
술을 섞고 인생을 바꿔 줄 시간이군.
- 질 스팅레이, 발할라의 바텐더, 게임 <VA-11 HALL-A: Cyberpunk Bartender Action> 中
0. 사이버펑크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바의 바텐더다. 바는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며 온갖 정보가 모이는 장소다. 이런 비슷한 역할을 하던 게 과거의 카페였는데 카페와 바의 다른 점이라면 사이버펑크의 바는 분위기가 쩔어준다는 거다. 진열장에 놓여있는 온갖 종류의 술과 이를 능수능란하게 배합하여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 그리고 칵테일을 마시며 나누는 심오한 이야기까지. 이런 바는 어쩌면 사이버펑크의 필수요소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이버펑크답게 모든 바가 이런 낭만으로만 가득 찬 것은 아니다.
1. JOEZ 카페의 점장, 조 밀러는 어린 시절 색슨이라는 남자에 눈에 들어 바텐더를 시작했다. 색슨은 그에게 바텐더뿐만 아니라 베이스 치는 법까지 가르쳤고 조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이런 조가 마음에 들었던 색슨은 그에게 뒷세계 거래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사실 카페는 단순한 바가 아니라 뒷세계의 조직들의 거래를 중개하고 관리하는 일종의 허브였고 색슨은 그 거래의 중추에 있는 남자였다. 그러나 색슨은 카페에서 마약 등 불법적인 거래는 하지 않고 뒷세계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람이었고 그 철학과 철학을 유지하는 방법을 조에게 알려줬다.
한편, 조가 거래와 바텐딩만 한 건 아니었다. 조의 뛰어난 베이스 실력은 다른 사람의 귀에도 들리기 시작했고 곧 그는 기타리스트 제논, 보컬 체리, 그리고 드러머 카이와 만나 크리스탈 펑크를 결성해 활동했다. 크리스탈 펑크는 순식간에 성장에 인기 밴드가 되었고 조 역시 특유의 쇼맨십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하지만 이런 행복한 순간도 머지않아 끝났다. 크리스탈 펑크는 체리와 제논의 갈등으로 해체되었고 색슨도 지병이었던 심장병 때문에 카페를 조에게 물려주고 죽었다. 그리고 혼자 남은 조의 곁을 어두운 손이 덮쳤다.
Node 08의 뒷세계는 원래 Ando파와 Baro파가 있었다. 그러나 색슨 사후, Ando파가 Baro파에 의해 몰락했고, Baro파의 보스, 디에고가 접근해 Baro파와의 독점 거래와 불법 거래의 시작을 제안했다. 조도 이들이 불법적인 조직을 한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색슨이 말했던 뒷세계의 균형은 깨졌고 디에고는 조가 거절하기에는 너무나도 큰돈을 제안했다. 조는 계약에 응했고 이렇게 Baro파의 시대가 열렸다.
처음에는 조도 돈을 많이 버니까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불법 거래를 보는 조의 마음은 피폐해졌다. 특히, 크리스탈 펑크의 해체 후, 못 만났던 제논과 재회한 이후엔 더욱 그랬다. 그러던 어느 날, 조는 소녀를 인신매매하는 건을 제안받는다. 조는 탐탁지 않은 마음으로 수락했으나 막상 실제로 인신매매를 하려니 양심의 가책이 들었다. 조는 이를 막으려 했으나 Baro파에게 제압당했고, 그 과정에서 그의 반려견 자크도 죽었다. 이제 조는 정말 철판 위에 올라간 고기처럼 구워질 일만 남았다.
2. 그러던 중, 조는 AEsir를 잡기 위해 불철주야 하던 제논과 다시 카페에서 만났다. 조의 마음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그는 술에 취해 그만 자신이 인신매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논에게 암시해 버렸다. 술에서 깨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안 조는 결국 제논에게 자신의 진실을 말하기로 했다. 모든 진실을 말하자 제논은 조를 패면서도 그를 Baro파의 마수에서 구해주기로 결심했고 제논은 일단 Baro파 내에서도 인신매매를 주도적으로 했던 자들을 관리국에 넘기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Baro파는 조와 제논을 더욱 경계하게 된다.
거기에 얼마 뒤, 제논이 AEsir라는 이유로 체포되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고 조는 더욱 전전긍긍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Rald라는 이름을 사용한 코너가 제논을 구할 방법이 있다고 그에게 제안했다. 코너와 조는 체리를 끌어들여 제논을 구출했고 코너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제논과 체리를 Node 03에 보냈다. 그 뒤, 조는 카페에서 Node 08에서 네코와 PAFF의 여정을 도왔다.
하지만 며칠 뒤, 드론이 갑자기 동시적으로 폭주했고 JOEZ 카페를 순식간에 박살내고 말았다. 조도 그 사건에 휘말려 죽을 뻔했으나 악성재고였던 토마토 맥주를 드론이 피로 착각한 덕에 겨우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조는 카페뿐만 아니라 박살 난 Node 08을 재건하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Node 03에서 체리, 그리고 Baro파의 보스, 디에고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조는 체리의 장례식을 마친 뒤, 디에고가 죽은 틈을 타 뒷세계의 균형을 다시 맞추려 했다. 보스가 사라지자 Baro파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 틈을 타 Baro파의 양심적인 조직원이나 Ando파의 잔당들을 모아 새로운 질서를 다시 세웠다. 그러던 중, Node 03에 있던 제논 일행이 돌아왔고 조는 뒷세계의 조직력을 통해 제논 일행을 도와 세계를 구하는 데 성공했다.
그 뒤, 조는 JOEZ 카페의 점장 겸, 뒷세계의 균형을 지키는 브로커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주변 인물들은 조가 색슨을 닮아갔다며 칭찬했고 조도 조금 더 평화로운 뒷세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일련의 사건으로 희생된 사람들도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3. 조는 겉으로는 유쾌한 모습을 보이지만 꽤 악질 범죄자다. 애초에 뒷세계와 관련이 있는 것부터가 문제다. 색슨은 분명 뒷세계의 균형을 위해서 이런다지만 사실 일반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뒷세계의 균형은 개뿔, 뒷세계의 거래를 봐주며 그들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부터가 범죄다. 거기에 조는 반은 타의라지만 마약, 불법 무기, 인신매매 등까지 방관했으니 아무리 주역들 중에서 범죄자가 많다고 해도 이 정도면 꽤 심각하다.
물론 조가 그렇다고 마냥 악질만은 아니다. 조는 분명 자신의 잘못은 알고 있었고 자기 선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조의 힘으로는 이미 한 번 꼬인 매듭을 푸는 것은 불가능했고 결국 조는 서서히 끓는 물의 개구리처럼 익어갈 운명이었다. 그러나 그런 조를 구한 게 제논이었다. 제논은 조의 사정을 듣고 인신매매범을 감옥으로 보낸 것은 물론, 이성적으로 한 건 아니지만 Baro파의 우두머리까지 날려버렸으니 사실상 조를 지옥에서 꺼내준 셈이다.
그리고 Baro파에서 벗어날 기회가 생기자 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존 Baro파 잔당을 제압한 뒤, 다시 뒷세계의 균형을 이룬다. 사실 위에서는 이런 뒷세계의 균형도 범죄라고는 했지만 이는 이상적인 시각이고 현실적으로는 범죄조직을 완전히 소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사이버펑크 세계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러므로 범죄조직의 생존을 용인한 다음, 선만 안 넘도록 관리하는 것도 그리 나쁜 생각만은 아니다. 마치 영화 <범죄도시>에서 마동석이 범죄조직을 완전히 없애지 않는 대신 이들을 수족으로 부리며 선을 안 넘도록 관리하는 것처럼 말이다. 비록 과거의 조는 그런 생각을 못하고 돈 생각만 하다가 위기에 빠진 것을 보면 조도 나름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였다면 마동석과 달리 조는 3대 500을 할 무력이 없고 경찰이라는 합법적인 권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뒷세계의 거래를 관장한다는 정도가 이점이다. 그런 점에서 과연 뒷세계의 균형이 진정으로 오래 유지될 수 있을지는 약간 의문이다. 어쩌면, 후속작에서는 다시 위기에 빠진 조를 볼 수도 있다. 물론 그건 조(와 레이아크)가 하기 나름이겠지만 말이다.
4. 이렇게 조에 대해 알아봤다. 조의 비중은 작품 내에서 엄청나게 큰 건 아니다. 그러나 조는 분명 명품 조연으로 유쾌함을 선사했고 내용 면에서도 나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 여기서는 크게 다룬 건 아니지만, Yamameto라는 맛없는 토마토 맥주 악성 재고 때문에 고통받는 조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영업자의 애환을 느끼게도 했다. 그리고 조 팩의 곡도 좋으니 조는 사이터스 2에서 나름 자신을 역할을 다했다.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조 팩에 곡 한두 개만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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