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사이터스 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본 기기는 기쁩니다. 그녀도 기뻐할 겁니다.
- ROBO_Head, Node 08의 DJ
너는 이제 「자신」의 자유와 꿈을 좇아가도록 해.
- Nora, ROBO_Head의 친구
한 친구를 만족시키지 못한 자는 인생에서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미국의 철학자
0. 인간과 기계의 우정은 창작물에서 많이 다뤄지는 소재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그 우정은 비극으로 끝난다. 인간이 기계를 배신하거나, 기계가 인간을 배신하거나, 설사 둘 다 끝까지 우정을 유지하더라도 결국 둘 중 하나의 죽음으로 끝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과연 노라와 로보는 끝까지 우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1. 유적문명관리기국(A.R.C.)의 과학자였던 피닉스 와일은 인류의 진보를 위해서는 무슨 방법이든 사용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신념은 A.R.C. 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그는 A.R.C. 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쫓겨난 피닉스 와일은 자신을 따라온 8명의 측근과 함께 Node 03의 불법 조직, 토룡에 의탁해 토룡의 하부 조직, 구황회를 성립했다. 구황회는 토룡의 하부 조직으로 불법적인 일로 돈을 벌면서도 양지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방법으로 과학을 연구하는 조직이었다. 그곳에서 피닉스는 인류를 멸망시켰던 종언 바이러스 연구에 힘을 기울였다.
그러던 중, 피닉스는 종언 바이러스의 접촉했던 실험체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실험체는 아버지에게 버려진 아기였다. 피닉스는 기적을 이룬 아이의 이름을 노라라 지은 뒤, 그 아기를 키우기 시작했다. 노라는 어려서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줬다. 4살 때, 기계공학과 작곡을 하며 어른보다도 체스를 더 잘 뒀다. 그러나 노라는 이상하게도 말을 하지 못했고 그러자 자신을 대신해 의사를 전달할 존재, 로보 헤드 1호기를 만들었다.
한편, 토룡의 조직원이었던 킴은 노라를 강탈하기 위해 음모를 꾸몄다. 그 음모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를 계기로 킴과 피닉스는 원수 사이가 된다. 그러던 중, 피닉스는 노라가 정신 네트워크를 장치 없이 접촉 가능하고 이를 영상으로 공유할 수 있는 호루스의 눈이라는 초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노라가 호루스의 눈을 가졌다는 소식이 퍼지자 토룡이나 Baro파도 노라의 호루스의 눈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 외 다른 범죄 조직들도 호루스의 눈을 노리기 시작했다. 노라는 이런 범죄 조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로보 헤드 2호기, 통칭 로보를 만들었다.
로보는 다른 로봇들과 달리 스스로 인공지능을 발전시켜 나가며 지식, 감정, 자아를 얻었고 그 과정에서 노라와 로보는 친작곡, 연주, 대화 등을 같이 하는 친구 사이가 된다. 또, 삭막했던 구황회 조직원들과도 점점 친해지며 구황회를 나름 밝고 활기차게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토룡과 Baro파는 노라를 호루스의 눈 셔틀로만 취급했고 점점 학대받는 노라를 보면서 피닉스는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킴이 다른 조직원을 이끌고 피닉스와 노라, 로보를 습격하는 대형사고를 쳤다. 피닉스는 이 틈을 타 노라와 로보를 탈출시키려 했지만 킴의 총에 저격당했다. 다행히 탈출용 배가 있는 항구까지는 도착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미 심한 부상과 자신의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죄책감에 피닉스는 노라와 로보 둘만을 탈출시키고 자신은 항구에서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한편, 노라와 로보는 Node 08로 가는 기차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대로 Node 08로 도망쳐도 토룡이나 Baro파가 추격할 것이 뻔한 상황, 노라는 그 상황에서 로보의 프로그램에 자신을 잊고 Node 08에서 자유롭게 살라는 마지막 명령을 내리고 로보만을 Node 08로 보냈다.
그 뒤, 노라는 토룡과 Baro파와 협상, 자신이 구황회의 보스가 되고 로보와 자신이 두 번 다시 만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건 인간의 삶이 아니라 도구의 삶이었다. 피닉스가 사리 지자 토룡과 Baro파는 더욱더 노라를 피닉스의 눈 셔틀로 굴렸고 노라의 육체와 정신은 날이 갈수록 피폐해졌다. 한편, 로보는 노라의 소원대로 노라를 잊은 채 Node 08에 정착, 인기 있는 로봇 DJ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그렇게 둘은 영영 만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2. 몇 년 뒤, 로보는 AEsir에게 초대받아 AEsir 페스티벌에 게스트로 참가했다. 그러나 정작 개최자가 노쇼를 하는 바람에 페스티벌은 흐지부지되고 그 과정에서 로보의 데이터가 일부 손상되었다. 로보는 데이터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사실 AEsir는 노쇼를 하지 않았고 의도적으로 모두의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로보는 이를 대중에 공개하는 동시에 자신의 데이터에 무언가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로보는 그 데이터의 이상이 무엇인지 파악하려 했으나 그곳에는 '주의 요망! 규칙을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관련 정보에 대한 확산을 멈춰주십시오. 당신의 자유와 그녀의 안전은 모두 협의하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두 번째 경고는 없습니다.'라는 소름 돋는 메시지 밖에 없었다.
그러나 로보는 그 메시지 따위는 깔끔하게 무시하고 계속해서 데이터를 뒤졌고 결국 노라가 남긴 마지막 지령을 발견했다. 로보는 그 지령을 스스로 삭제한 다음, 모든 기억 데이터베이스를 복원한 뒤 모든 것을 기억해 냈다. 그리고 모든 것을 기억한 로보는 Node 03으로 향했다, 노라를 구하기 위해.
로보는 Node 03에 원래 구황회가 있던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다시 만난 노라는 달라져 있었다. 구황회의 보스가 돼있던 노라는 차가운 눈빛으로 로보를 쫓아내며 다시 돌아오면 제거하겠다고까지 말했다. 쫓겨난 로보는 다행히 구황회 시절 동료를 만나 일단 그 집에 의탁했다. 그리고 그 동료에게 사실 노라는 호루스의 눈 과다 사용으로 눈이 멀고 냉혹해졌으며 로보를 쫓은 것은 로보가 Node 03의 타깃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전했다. 그럼에도 토룡은 로보를 제거하려 했고 노라는 조직원을 시켜 로보를 노라가 있는 의료 센터로 대피시켰다. 노라는 로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프로그램을 점검하면서 로보의 진심을 알았고 로보의 기억을 삭제하는 대신 그를 그대로 놔두기로 결정했다.
한편, 노라는 호루스의 눈으로 자신과 같은 능력자가 Node 03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능력자를 의료 센터로 유도했다. 로보는 그 능력자를 의료 센터 앞에서 맞이했다. 그리고 그 능력자의 정체는 로보에게는 놀랍게도 PAFF였다. PAFF 역시 종언 바이러스와 접촉에서 살아남아 호루스의 눈을 얻은 뒤였고 휠체어 신세에 눈까지 먼 노라와 달리 건강한 PAFF는 훨씬 더 강한 호루스의 눈을 갖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막 호루스의 눈을 각성한 차라 아직 이를 완전히 다룰 수는 없는 상태였고 노라는 PAFF가 호루스의 눈을 다루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한편, 코너의 말을 따라 체리와 제논도 구황회에 도착했는데 노라는 이들 역시 손님으로 맞이했다.
그러나 토룡과 Baro파는 이를 구실 삼아 체리와 제논을 넘기라고 협박했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한 구실이고 실상은 구황회를 숙청하려는 사실을 안 노라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Baro파가 대규모의 드론 부대를 보내는 동시에 방어 시설을 해킹하며 의료 센터를 공습했다. 다행히 드론 습격은 막았지만 그 과정에서 체리가 중상을 입었고 설상가상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시설이 정전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곁에 있던 로보가 자신의 시스템을 가동해 과부하한다면 전력을 공급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그렇게 되면 로보가 분명 불타 죽을게 뻔했다. 노라는 이를 만류하려 했지만 로보의 의지는 굳건했고 어쩔 수 없이 노라는 가동을 준비했다. 그러나 가동 준비가 모두 끝나고 가동을 하려는 순간, 그녀는 미안함과 슬픔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는지 갑자기 모든 시설의 전기가 돌아왔다. PAFF가 호루스의 눈을 써 시설 내에 있던 예비 전력 장치를 강제로 가동해 전기를 일시적으로 공급시키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늦은 뒤였다. 체리는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된 뒤였고, 곁에 있던 제논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진 뒤였다. 자신의 행동이 늦었기에 체리를 구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노라는 네코의 비난에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뒤, 코너가 노라에게 연락을 했고 그가 모든 것의 원흉이 AEsir, 곧 아이비라는 사실을 알리며 자신도 합류하겠다고 전했다. 노라는 코너를 기다리면서 자신과는 달리 전자기기 조작 등 현실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호루스의 눈을 가진 PAFF의 능력 제어를 도왔다.
그리고 코너가 도착하자 노라는 코너, PAFF, 네코 등과 함께 아이비가 있는 Node 08로 향했다. 그러나 아이비는 OS 공간에서만 움직이는 존재, 현실에서 찾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고 로보는 자신을 매개체로 호루스의 눈이 없는 사람들도 OS 공간에 진입해 아이비를 잡자고 제안했다. 짧은 시간이라면 로보에게도 별 문제가 없었으므로 노라는 그 제안에 동의, 로보를 통해 아이비를 붙잡기로 결심했다. 마침, 제논도 정신 차리고 돌아왔고 그와 네코의 활약으로 아이비를 제거할 전뇌 바이러스도 완성되었으니 이제 아이비를 제거할 차례만 남았다.
로보를 매개체로 네코, 제논, 코너가 PAFF와 함께 OS 공간에 진입했고 노라는 밖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았다. PAFF 일행은 아이비를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녀는 흑막이 아니었고 결국 진짜 흑막인 바네사를 잡기 위해 모두 A.R.C.로 향했다. 원래 계획이라면 아이비가 강화된 전뇌 바이러스로 바네사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이비는 실패하고 말았고 결국 플랜 B였던 PAFF가 이를 실행해야 했다. 다행히 OS 공간 안의 제3의 능력자가 협조를 해줬고 다시 한번 아이비를 잡을 때처럼 PAFF, 네코, 제논, 코너가 OS 공간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바네사는 아이비와는 달랐다. 바네사는 필사적으로 저항했고 로보가 정상적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지났다. 노라는 로보의 시스템을 꺼 PAFF를 제외한 전원을 현실로 되돌리려 했다. 그러나 로보는 스스로 시스템을 잠가 나머지 일행이 오래 버텨 PAFF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불과 몇 분 뒤, 로보의 시스템은 과열되어 버렸고 결국 완전히 정지되고 말았다. 곁에서 로보가 멈추는 과정을 본 노라가 할 수 있는 일은 눈물을 흘리는 것뿐이었다. 다행히 바네사를 없애는 데는 성공했지만 분명 그에는 희생이 따랐다.
인류가 구원받은 뒤, 노라는 다시 구황회의 보스로 Node 03에 의료행위에 힘쓰는 동시에 뒷세계의 패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Baro파와 토룡 모두 아키텍트 사건으로 타격을 입었을 때, 구황회는 사람들을 돕는 행보로 민심을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토룡과 Baro파를 약화시킨 것이다. 비록 토룡을 포함한 기타 조직이 호시탐탐 Node 03의 이권을 노리고 있지만 노라는 언제든지 이를 막을 준비가 되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노라는 힘든 노력 끝에 로보를 복원시키는 데 성공했다. 노라와 로보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단 한 가지만은 확신할 수 있다. 이들은 계속 함께할 것이다, 죽음이 둘을 갈라놓기 전까지는.
3. 노라와 로보는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 그래서인지 둘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려 했다. 노라는 자신의 감정을 버려서라도 로보를 지키려 했고 로보는 스스로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노라를 지키려 했다. 물론 서로만이 그들의 소중한 사람들만은 아닐 것이다. 노라는 혼자서 구황회를 운영하는 동안 그녀를 도운 동료들이 있을 것이고 로보는 Node 08에서 활동하는 동안 교류한 아티스트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가장 어려울 때 옆에서 지탱해 주었던 것은 바로 서로 자신들이었다. 그러므로 둘의 우정이 매우 끈끈한 것이다.
다만 노라와 로보는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희생의 방향성은 약간 다르다. 노라의 희생은 순수하게 로보만을 위한 희생에 가깝다. 로보라는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희생할 수 있지만 그 외 타인에게는 그렇게까지 행동하지 않는 전형적인 인간다운 모습이다. 반면 로보는 굳이 노라가 아니더라도 타인을 위해서라면 먼저 앞으로 나서서 희생하려는 성향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예로 시설이 정전되었을 때, 로보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을 희생해서 체리를 구하려 했으나 노라는 그 결정을 매우 망설였다. 이는 자기희생을 타인에게까지 표할 수 있는 로보와 로보에게만 한정되는 노라의 차이점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노라의 행동이 잘못된 건 아니다. 노라에게 체리는 그냥 귀중한 손님 정도지만 로보는 누구보다도 소중한 존재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둘도 없는 친구와 아는 지인이 물에 빠졌을 때, 둘도 없는 친구를 구할 것이다. 그 상황에서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타인을 구하려는 로보의 행동이 대단한 거지 노라를 비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로보는 왜 저렇게 희생정신이 강한 걸까? 개인적으로는 원래 로보가 경호용 로봇으로 제작되어서라고 생각한다. 원래 로보는 경호용 로봇으로 노라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 그리고 감정과 지식, 자아를 얻으며 변한 것이 지금의 로보다. 하지만 로보의 기반 프로그램은 노라를 지키는 경호용이므로 로보가 이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납득이 된다. 자아가 발전하면서 단지 보호 대상이 넓어진 것뿐, 결국 자신이 만들어진 대로 행동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기 때문에 로보는 어떤 상황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타인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4. 이렇게 로보와 노라에 대해 알아봤다. 로보는 초창기 주인공 3인방 중 한 명이며, AEsir를 적극적으로 조사하는 캐릭터 중 하나다. 또, 중반부부터 밝혀지는 노라와의 관계 역시 인상적이며 후반부까지도 활약을 유지한다. 노라 역시 등장은 늦었지만 호루스의 눈이라는 중요한 설정을 들고 나오며 구황회라는 조직의 보스로 다른 캐릭터를 조력하는 역할을 잘해준다. 무엇보다도 노라의 서사, 특히 과거사는 완성도가 높다. 이는 노라가 주역들 중에서는 등장이 제일 늦었음에도 주역 사이에 녹아들 수 있게 한다. 그런 점에서 노라와 로보 모두 사이터스 2의 스토리 완성도를 높인 좋은 캐릭터라 생각한다.
'게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이아크가 대단했던 시절 - (6) (0) | 2023.06.14 |
---|---|
레이아크가 대단했던 시절 - (5) (0) | 2023.06.12 |
레이아크가 대단했던 시절 - (3) (0) | 2023.06.08 |
레이아크가 대단했던 시절 - (2) (0) | 2023.06.07 |
레이아크가 대단했던 시절 - (1) (0) | 2023.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