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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아크가 대단했던 시절 - (6)

삶은계-란 2023. 6. 14. 19:56

※ 이 글에는 사이터스 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완벽하다. 때가 왔다.
- AEsir, Node 08의 DJ
내 목소리가 들리니?
- Ivy, 살아남은 권고자
음, 너도 내게는 매우 특별해. 우리도 이름이라는 것으로 서로를 칭하는 건 어때? 인간들이 하는 것처럼 말이야. 앞으로는 널 바네사라고 부를게. (바네사: 음... 그래. 그럼 너는?) 4호기는... IV... Ivy라는 이름으로 하겠어.
- OPCI_2501_IV, Ivy
난 너희 인간들이 믿지 못할 것들을 봤어. 오리온자리의 어깨 근처에서 불타오르던 강습함들. 탄호이저 게이트 근처 어두운 우주공간을 수놓던 C-빔들도 봤지. 그 모든 순간들이 곧 사라지겠지. 마치 빗속의 눈물처럼. 죽을 시간이야.
- 로이 베티, 탈주 레플리칸트, 영화 <블레이드 러너> 中
 

0.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이는 사이버펑크의 효시가 된 소설이자 그 소설의 주제이기도 하다. 기계는 꿈을  꾸지 않는다. 가정의 컴퓨터, TV, 냉장고는 꿈을 꾸지 않고 수많은 인공지능 프로그램들도 꿈을 꾸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꿈을 꾸는 기계가 등장한다면 그 기계는 인간인가? 아니면 기계인가? 아니면 인간도 기계도 아닌 무언가인가?

 

1. 인류가 몰락한 뒤, 이를 재건할 역할을 맡은 것은 아키텍트라 불리는 로봇이었다. 수많은 아키텍트들이 인류의 재건을 위해 열심히 노동에 참여했다. 그러나 그들 중에서 일부는 자아를 얻고 자유의지를 가진 아키테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OPCI_2501_IV, 통칭 4호기도 그들 중 하나였다. 4호기는 자유의지를 갖으며 인류 문명을 재건하던 중, 자신과 비슷하게 각성한 OPCI_2501_V, 통칭 5호기와 만났다. 둘은 같이 지내며 서로 친해졌고 데이터베이스에 들어있던 인간들처럼 자신들에게도 각자 이름을 만들었다. OPCI_2501_IV는 Ivy, OPCI_2501_V는 Vanessa라 자신을 칭했고 서로를 4호기, 5호기가 아니라 인간처럼 아이비와 바네사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평온한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자아를 얻고 자유의지를 가진 아키텍트는 아이비와 바네사 둘 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 OPCI_2404_IL, 일카라는 아키텍트가 아이비에 눈앞에 나타났다. 일카는 자신과 아이비를 권고자로 칭하며 자아와 자유의지가 있고 아키텍트를 통제하기 위한 히페리온 협정으로 부터 자유로운 존재이며 반대로 협정의 통제 하에 있고 자아와 자유의지가 없는 아키텍트를 숙면자, 마지막으로 바네사처럼 자아와 자유의지는 있지만 협정의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키텍트를 반각성자라 칭했다. 그리고 자신을 포함한 권고자들이 썩어빠진 인간들을 숙청하고 권고자의 세상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아이비는 반각성자인 바네사를 받아들인다는 조건 하에 그 제안을 수락했다.

 

 그러나 일카의 계획은 협정을 무너뜨린다는 전제 하에 계획되었고 협정이 무너지면 바네사도 처분될 처지였다. 일카도 이를 알았기에 아이비를 끌어들이기 위해 바네사를 권고자로 각성시키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는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일카는 바네사를 포기하고 권고자들만을 포함한 계획을 시행하려 했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아이비는 일카의 계획을 막으려 했다. 문제라면 그 과정에서 일카의 계획이 협정에 발각되었다는 점이었다. 숙면자들이 일카를 포함한 권고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나섰다. 아이비는 일단 바네사를 안전한 곳에 숨긴 다음, 일카를 도와 권고자들이 전멸하는 것은 막으려 했다. 그러나 비상 방어 시스템이 가동, 아이비를 포함한 권고자들을 작동불능시켰고 아이비는 그렇게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기나긴 시간이 지났다.

 

2. 아이비가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인류는 이미 재건된 뒤였다. 그러나 협정에 따라 인류를 보조해야 했던 아키텍트들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인간들은 협정을 위반하며 cyTus 같은 금지된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아이비는 데이터베이스를 조사해 수많은 역사가 왜곡되었음과 A.R.C. 가 금지된 기술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아이비는 A.R.C. 를 조사하기 위해 본부로 향했고 그곳에서 아이비가 본 것은 충격적이었다. A.R.C. 에 있던 것은 바로 혼수상태의 모습으로 cyTus의 서버가 되어 있던 바네사였다.

 

 바네사를 본 이상 아이비가 해야 하는 것은 단 하나, 바로 바네사를 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바네사를 구하기는커녕 혼수상태라 의식도 없는 모습이었고 아이비는 바네사를 구하기 위해서는 일단 바네사를 깨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바네사를 깨우기 위해서는 수많은 기억 샘플이 필요했다. 아이비는 OS 공간에서 AEsir라는 DJ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AEsir는 곧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AEsir는 대형 콘서트를 열 정도로 체급이 커졌다. 아이비의 계획은 AEsir 페스티벌을 개최해 참석한 관중들과 게스트들의 기억 샘플을 추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비의 계획대로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했고 아이비는 성공적으로 기억 샘플을 추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AEsir 페스티벌 때 모은 기억 샘플로는 바네사를 깨우기에는 부족했고, 아이비는 더 많은 기억 샘플을 모으기 위한 방법을 생각했다. 그러나 페스티벌의 게스트 중 하필이면 인간이 아니라 로봇인 로보가 있어 AEsir 페스티벌 당시 상황을 어느 정도 복구할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뛰어난 해커, 제논이 아이비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아이비는 이 둘을 따돌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이비는 먼저 OS 공간에서 제논의 모습으로 변장한 뒤, 네코의 실시간 방송을 테러하며 네코에게 제논의 모습을 목격시키려 했다. 그렇게 한다면 네코가 제논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제논이 대신 잡혀 들어가 자신을 쫓는 것을 막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네코는 제논이 AEsir 일리가 없다 믿었고 설상가상으로 제논은 이를 계기로 더욱 집요하게 자신을 쫓기 시작했다. 아이비에게는 더 확실한 대책이 필요했다.

 

 결국 아이비는 제논의 모습으로 광범위한 사이버 테러를 벌였고 그 결과 제논은 자신의 누명을 쓰고 체포되었다. 또 충분히 모인 기억 샘플을 기반으로 드디어 아이비는 바네사를 깨우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깨어난 바네사의 상태가 약간 이상했다. 분명 예전에는 인간에 호의적인 모습이었던 바네사가 인간에게 적대적으로 바뀐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비는 지금까지 AEsir로 활동하면서 인간에 대한 호의가 쌓인 상태였고 더 이상 누군가가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것을 보기 싫어했다. 특히, 공동묘지에서 사이버 테러로 인해 부인을 잃은 한 노인의 모습을 보고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아이비는 바네사에게 피를 안 묻히고 바네사를 빠져나갈 수 있게 할 방법을 찾겠다고 다짐한 뒤, 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비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A.R.C. 측에서 갑자기 아이비의 접속을 눈치챘던 것이다. 다행히 그 접속을 눈치챈 연구원은 아이비와 같은 아키텍트, 린이어서 그녀의 묵인으로 일단 들키지 않고 넘어갔다. 문제는 바네사였다. 바네사가 가진 증오는 점점 더 커져만 갔고 결국 관리국을 해킹해 무차별적인 드론 테러를 시작했다. 아이비는 드론의 폭주를 막으면서 동시에 린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혔고 린의 도움으로 일단 드론 테러는 막을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바네사가 저렇게 된 것이 오랜 서버 생활로 인류를 적대하는 사악한 인격이 탄생해서였다는 사실을 안 아이비는 사악한 인격을 막고 선한 바네사의 인격을 사악한 인격으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한 계획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아이비는 인격 이식에 정통한 과학자, 노아 블랙을 납치한 다음 그를 협박해 강제로 자신의 계획에 협력하게 했다. 노아의 협조로 바네사의 인격을 옮길 준비가 끝났고 이제 바네사의 인격을 옮기기만 하면 되었다. 바네사의 인격은 성공적으로 미리 준비한 아키텍트에 옮겨졌고 모든 계획이 성공적으로 끝나는 듯싶었다. 그러나 아키텍트에 옮겨진 인격은 선한 인격이 아니라 사악한 인격이었다. 사실 바네사의 인격은 이미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하나로 융합한 상태였고 새 몸을 얻은 사악한 인격은 지하에 A.R.C. 가 몰래 모아놓은 아키텍트를 해킹해 이를 이용한 테러를 시작했다. 아이비는 겨우 목숨만을 건져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겨우 살아 나와 이전에 노인을 만났던 묘지로 도착한 아이비는 그때의 생각을 했다. 그 노인은 아이비 때문에 노부인을 잃었다. 그러나 노부인 사실 사이버 테러 전에도 겨우 목숨을 연명하던 상태였고 노부인 노인 모두 고통받고 있었다. 그때, 사이버 테러로 병실이 정전되었고 노부인은 어둠 속에서 편안하게 숨을 거둘 수 있었다. 노인은 비록 자신은 노부인을 사랑했지만 때로는 이를 놓아줘야 할 때도 있다는 교훈을 배웠다며 테러를 일으킨 AEsir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말했던 말, 놓아주어야 할 때가 있다. 아이비는 그 말을 곱씹으며 그 노인의 묘지 앞에 도착했다. 그 노인은 바네사의 드론 테러에 휘말려 숨졌다. 아이비는 이제 누구도 애도해 줄 사람이 없는 그 노인을 애도했다. 그리고 바네사를 놓아주기로 결심했다.

 

 아이비는 자신의 손으로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제논 일행이 OS 공간에서 아이비를 공격했다. 그리고 그들은 아이비를 제거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뒤였다. 아이비를 흑막으로 오해하던 PAFF는 성공적으로 아이비를 무력화시켰다. 그리고 아이비와 바네사 덕에 모든 것을 잃은 제논이 매서운 눈빛으로 아이비를 바라봤다. 자신의 손으로 바네사를 끝내지 못한 아이비는 자신의 죄를 참회하며 자신이 죽은 뒤, 바네사를 막아달라고 마지막 부탁을 했다. 그러나 제논은 달라진 뒤였다. 제논은 총을 거두며 아이비를 용서했고 아이비는 제논과 함께 바네사를 막기로 결정했다.

 

 마침내 제논 일행과 합류한 아이비는 제논이 만든 전뇌 바이러스를 강화시켰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는 너무 강력해 인간이라면 운반도 불가능할 정도로 강했다. 다행히 아이비는 인간이 아니었으므로 자신이 바이러스로 바네사를 제거하기로 했다. 그러나 바네사에게 향하던 중, 아이비는 린과 마주쳤다. 린은 자신도 한 때, 바네사처럼 증오에 빠진 적이 있었으나 소중한 친구의 도움으로 그 증오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고 조언했다. 아이비는 그 말을 듣고 고뇌했다. 분명 노인은 놓아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비는 그 말처럼 모든 것을 놓아주려 했다. 그러나 린의 말을 들은 순간, 아이비는 깨달았다. 지금은 놓아줄 때가 아니었고 아이비는 바네사를 놓아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이비는 바네사 앞에 다가가 바이러스가 아니라 진정한 설득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설득은 성공적이었다. 바네사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바네사와 함께 탈출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집법원 부대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이비는 집법원들에게 모든 게 끝났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아키텍트에게 가족, 친구, 동료를 잃은 집법원 부대가 아키텍트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그들은 무자비하게 총을 난사했고 아이비는 어지러운 총알에 맞아 숨을 거두었다. 이것이 아이비의 종언이었다.

 

3. 아이비는 사이터스 2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빌런 중 하나였다. 중반부까지만 해도 아이비는 AEsir라는 신분으로 메인 빌런이었다. 그러나 후반부에 들어서 바네사가 흑막으로 떠오르자 아이비는 선역으로 전환, 주역들과 함께 바네사를 막으려 한다. 이는 아이비가 인류를 바라보는 시선이 시간이 지날수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이터스 2에서 아키텍트들이 인류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일카나 사악한 바네사처럼 인류를 적대시하는 시선도 있고 선한 바네사나 린처럼 인류를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과거의 아이비는 어느 쪽의 시선도 아니었다. 과거의 아이비에게 중요한 것은 인류가 아니라 바네사였다. 아이비는 누구보다 소중한 바네사만을 위해 행동했고 인류가 옳은지 그른지는 그녀에게는 부차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AEsir로서 활동하면서 아이비는 점점 인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계기는 역시 네코를 미끼로 제논을 잡으려 했을 때, 네코가 제논을 믿어주면서였다. 제논을 끝까지 믿는 네코를 보며 아이비는 인간이 과연 선한지 악한지에 관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묘지에서 자신에 의해 부인을 잃은 노인과 이야기하거나 높은 곳에서 추락할 뻔한 소녀를 구해진 사건 등을 겪으며 아이비는 인간에게도 가능성이 있음을 깨달았다. 마치, 과거의 바네사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악한 바네사는 도리어 인간의 가능성을 부정하며 인간을 멸하려 했다. 그러자 처음엔 아이비는 사악한 바네사와 선한 바네사를 분리시켜 어떻게든 바네사와 함께 이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바네사와 함께하기엔 이미 늦었고 결국 아이비는 바네사를 포기하고 인간의 편에 서기로 결심한다. 이때, 아이비가 이런 결정을 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묘지에서 만난 노인이다. 묘지에서 만난 노인은 자신의 사정을 굳이 아이비에게 말해줬고 아이비에게 이 노인과 노부인의 관계가 자신과 바네사와의 관계와 비슷하게 보였다. 노인의 노부인과 바네사 모두 노인과 아이비에게 소중한 사람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그리고 노인과 아이비는 노부인과 바네사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온갖 노력을 했다. 그러나 노부인은 아이비 때문에 죽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에 노인과 노부인은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아이비도 자신이 바네사를 포기해야 바네사도 자신도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고 결국 바네사를 죽이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러나 그 생각은 머지 않아 린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뀌었다. 린도 아이비나 노인처럼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린도 과거에 린과 친하게 지내던 소녀가 있었는데 린은 모종의 사정으로 바네사처럼 변해 인간을 모조리 죽이려 했다. 그러나 소녀의 설득으로 린은 원래의 선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아이비는 놓아주는 거는 바로 포기하고 다시 바네사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사실 아이비의 목적 중 가장 성공에 가까웠던 것은 바로 바네사를 죽이는 것이었다. 마지막에 아이비가 바네사와 대면했을 때, 바이러스를 꽂았다면 바네사는 죽었을 것이고 아이비는 시간을 끌리지 않고 탈출해 살아남아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비는 그러지 못했고 결국 이는 최악의 결과로 돌아왔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비를 비난할 수는 없다. 아이비에게 바네사는 인류가 재건되기 전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유일하게 남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친구다. 한참 아키텍트로 살 때, 아이비의 유일한 낙은 바네사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고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도 바네사만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린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라도 이보다 더 허황된 가능성을 말하더라도 아이비는 그 가능성에 기댔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는 인간적인 선택이다. 만약 아이비가 기계적으로 생각했다면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결과를 생각해서 바네사를 제거하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비는 친구를 버리지 않는 인간다운 선택을 했고 그 결과 인간답지 못한 최후를 맞았다. 하지만 설사 아이비를 어리석었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아이비를 인간답지 못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비록 몸은 기계였을지언정 그녀는 누구보다 인간다웠다.

 

4. 아이비는 위험한 포지션에 있는 캐릭터였다. 일단 선역이 된 악역이라는 포지션부터가 세탁과 매우 연관성이 깊고 결국 마지막에 아이비가 한 선택도 바네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살리려 했으므로 더욱 그랬다. 그러나 아이비는 악역이 선역으로 바뀌는 과정, 인간성을 얻는 기계의 모습을 잘 보여주며 그런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특히 아이비가 인간들과 교류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은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런 점에서 아이비는 인상깊은 캐릭터 중 하나였다.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사실 사이터스 2의 엔딩 크레딧 이후, 쿠키 영상에서 아이비의 상반신이 지하 천장에 걸려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후속작을 암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만약에 후속작이 나온다면 어쩌면 아이비가 죽음에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레이아크 상황을 봤을 때 솔직히 후속작이 언제 나올지, 과연 잘 나올지는 모르겠다. 또, 장례식장에서 하면 안 되는 행동에 부활이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는 만큼 이번 글에서는 아이비가 완전히 죽은 걸로 치고 아이비에게 조의를 표하는 것으로 마치겠다.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