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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아크가 대단했던 시절 - (8)

삶은계-란 2023. 6. 17. 11:10

※ 이 글에는 사이터스 2, 단간론파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는... 누구지?
- PAFF, Node 08의 가수
이렇게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을 수 있다니 너무 행복해...
- PAFF, Node 08의 가수
바네사가 사라진 후, 인류의 매리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고, 우리가 음악으로 모두에게 북돋아 주는 힘과 용기는 조금일지라도,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야.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거니까.
이것이... 우리들의 이야기.
- PAFF, 인류의 구원자
 
음악은 우주에 영혼을, 마음에 날개를, 상상에 비상을, 모든 것에 생명을 준다.
- 플라톤, 아테네의 철학자

 

0. 이전에 사이터스 2의 주제는 크게 인간과 Ai의 관계와 음악이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글들에서는 음악이 끼치는 긍정적 영향보다는 인간과 Ai의 관계 이야기만 주구장창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음악이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도대체 사이터스 2의 주제라는 걸까? 바로 이 캐릭터 때문이다.

 

1. 아로마 화이트는 어린 시절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소녀였다. 그녀의 언니였던 헬레나 화이트는 아로마의 재능을 안 뒤, 그녀가 가수가 될 수 있도록 온갖 노력과 지원을 해줬다. 그 결과 아로마는 PAFF라는 이름으로 꿈에 그리던 데뷔를 하게 된다. 그러나 데뷔 날, 헬레나의 차를 타고 공연장으로 가던 PAFF는 그만 차에 치여 의식을 잃는다. 다행히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모 아이돌과 달리 기억상실이라는 부작용은 있었지만 의식을 찾고 깨어나는 데 성공했다. 

 

 PAFF가 복귀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PAFF는 성공적인 데뷔를 하며 복귀에 성공했고 순식간에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물론 이에도 어두운 점은 있었다. PAFF는 끝내 모든 기억을 찾지 못했고 교통사고 이후 헬레나의 과잉보호도 심해졌다. 네코와 콜라보할 때 헬레나는 PAFF와 말 한마디도 못 섞게 했고 이리저리 일이 꼬이는 바람에 네코는 PAFF와 모노 사를 증오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PAFF는 인기 아이돌이었고 AEsir 페스티벌에 초대되는 영광도 얻었다. 물론 주최자가 노쇼하는 바람에 이 영광도 퇴색되었지만 그만큼 PAFF가 잘 나간다는 것을 증명하는 지표기도 했다. 하지만 영광의 시대는 머지않아 끝난다.

 

2. 얼마 뒤, PAFF는 데뷔 7주년 기념 콘서트를 준비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준비 과정은 힘들었고 공연 중 악성 팬의 난입도 있었지만 다행히 준비 과정은 순조로웠고 공연도 그렇게 잘 끝나는 듯싶었다. 그러나 마지막 앙코르 곡을 부르던 도중, PAFF가 갑자기 혼절을 했다. 이를 계기로 iM은 난리가 났고 PAFF는 한동안 휴식을 취해야 했다. 진짜 문제라면 이 혼절 사건을 계기로 PAFF의 정신이 불안정해졌다는 것이다. PAFF는 휴식을 취하며 성격이 많이 달라졌고 평소라면 하지도 않았을 반말을 하는 등 많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이 온 PAFF는 집을 나가버렸다.

 

 PAFF가 가출하자 모노 사는 난리가 났다. 처음에는 PAFF를 찾으려고 했으나 결국 PAFF를 찾는데 실패하자 PAFF와의 계약을 해지해버리며 PAFF를 손절했다. 한편, PAFF는 집을 나간 건 좋았는데 딱히 갈 데가 있는 건 아니라서 길거리에서 떠돌이 신세가 되었고 PAFF는 그나마 얼굴이라도 아는 네코의 집으로 향했다. 네코는 다행히도 PAFF가 불쌍해 보였는지 그녀를 받아주었고 둘은 같은 방에서 지내다 보니 금방 친해졌다. 

 

 네코와 친해진 PAFF는 일단 그녀의 방에서 지내며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로 결심했다. 먼저 학창 시절 친한 친구였던 아이리스를 찾기로 했는데 노력 끝에 그녀의 위치를 알아냈기는 했지만 하필이면 매우 먼 Node 19로 이사를 간 바람에 그녀를 찾기에는 곤란하게 되었다. 그러나 PAFF가 이렇게 기억을 찾느라 고군분투하던 도중, 기자들이 그녀를 노리기 시작했다. 자금이 부족해 특종을 노려야 했던 비키와 하야토가 수사망을 좁히기 시작했던 것이다. 결국 PAFF와 네코는 하야토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PAFF는 하야토를 본 순간 무언가를 떠올렸지만 일단은 도망이 우선이었다. 네코는 조에게 PAFF를 보내 그녀를 숨기려 했고 네코의 아버지가 PAFF를 태워다 주려 했다. 그러나 네코의 집에 PAFF가 있다는 소문에 온갖 사람들이 모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PAFF는 그만 네코의 아버지가 아니라 그녀의 형부, 노아의 차를 타고 말았다. 노아는 PAFF를 집에 데려다주었고 그리고 그곳에서 PAFF의 기억과 관련된 모든 진실을 밝혔다.

 

3. 사실, 교통사고를 당한 그날, 아로마의 수술은 실패했고 아로마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대로라면 아로마는 죽을 운명이었다. 그러자 헬레나의 남편이자, 아로마의 형부 그리고 유능한 과학자였던 노아는 외형 복제라는 기술을 제안했다. 아로마와 비슷한 사람의 외형에 아로마의 외형과 기억을 덧씌워 아로마를 살리는 기술이었다. 당연히 반인륜적인 수술이었으므로 처음에 헬레나는 그 수술에 반대했지만 결국 아로마를 살리기 위해 노아의 수술을 묵인하고 말았다. 노아는 Baro파에 의뢰해 아로마와 비슷하게 생긴 소녀, 미나미야 카오리를 납치한 다음 아로마의 외형과 기억, 인격을 덧씌우고 카오리의 기억을 삭제했다. 이렇게 죽은 아로마가 부활한 것만 같았다.

 

 그러나 외형 복제는 완벽하지 않았다. 아로마의 기억이 전부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노아는 아로마의 기억을 살리기 위해서는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아로마를 전기 고문했다. 하지만 헬레나가 이를 보고 경악하며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할 거라고 설득했고 결국 아로마는 모든 기억을 찾지 못한 채 계속 지내왔다. 그러나 AEsir 페스티벌과 혼절 사건을 계기로 카오리의 기억과 인격이 살아나면서 혼란을 겪었던 것이다.

 

 노아는 PAFF에게 사과하는 척하면서 다시 한번 PAFF를 수술해 이번에야 말로 카오리의 기억과 인격을 완전히 제거하려 했다. 그러나 헬레나는 달라진 PAFF의 모습을 보며 양심의 가책을 느꼈고 결국 노아 몰래 PAFF를 탈출시켰다. 다행히 JOEZ 카페에 도착한 PAFF는 그곳에서 카오리 시절의 기억을 전부 되찾았다. 당시 Baro파에게 납치당할 때, 조가 중개인으로서 같이 있었고 조는 나름 양심의 가책을 느껴 그녀를 구해주려다 실패했었다. 그 당시의 기억을 포함해 모든 기억을 찾은 PAFF는 갑자기 카페를 나가 하야토가 일하는 회사로 향했다.

 

 미나미야 카오리는 Node 03 출신의 소녀로 마찬가지로 음악에 재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아로마와 달리 카오리는 밴드 음악에 관심을 더 가졌고 그녀는 소꿉친구 하야토와 함께 밴드를 결성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마지막 공연 이후 카오리는 Baro파에게 납치당했고 카오리를 잃은 하야토는 카오리를 찾기 위해 온갖 곳을 떠돌아다녔다. 그런데도 카오리가 발견되지 않자 하야토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짚는 심정으로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구황회의 호루스의 눈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노라도 하야토가 불쌍해 보였는지 돈을 안 받고 호루스의 눈을 사용해 주었고 그 결과 카오리가 살아는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희망을 얻은 하야토는 카오리의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기자가 되어 지금까지 카오리를 찾았고 우연히 PAFF의 공연을 봤을 때 비슷한 습관을 보고 나서 PAFF가 카오리임을 확신했다. 그리고 이렇게 헤맨 끝에야 둘은 드디어 재회했다.

 

 감동적인 재회가 끝나고 PAFF는 하야토와 네코와 함께 자신의 고향인 Node 03으로 향했다. 추억 여행을 조금 하다가 자신을 돌봐주었던 할머니의 묘를 들린 뒤, 누군가가 하야토의 가방을 소매치기했다. 가방을 찾으려고 전전긍긍할 때, 갑자기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순간, 가방의 위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보이는 가방의 위치를 따라 도착한 곳은 Node 03의 의료 센터, 그리고 그곳에는 구황회의 보스 노라와 PAFF도 잘 아는 로보도 있었다. 

 

 노라는 PAFF에게 능력의 비밀을 알려주었다. PAFF의 능력은 호루스의 눈으로 현실에서 가상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이었다. 이는 종언 바이러스에 접촉했다가 살아남은 사람만 얻을 수 있는 능력인데 카오리가 납치되었을 당시, Baro파가 같이 운반하고 있던 종언 바이러스와 접촉한 뒤, 살아남아 이 능력을 얻었던 것이다. 거기에 신체가 건강한 PAFF의 잠재력은 노라보다 더 뛰어났고 노라는 PAFF의 잠재력을 깨우기 위한 훈련을 개시했다.

 

 그러던 중, 제논과 체리도 구황회에 합류했고 PAFF는 훈련과 동시에 구황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Baro파의 습격으로 체리가 중태에 빠졌고 설상가상으로 의료 센터가 정전되고 말았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PAFF는 호루스의 눈으로 비상 전력 시스템을 건드려 예비 전원을 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너무 늦은 뒤여서 체리는 이미 죽은 뒤였다. 그러나 호루스의 눈이 단순히 정보를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현실에 관여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PAFF는 두 번 다시 이런 희생이 없도록 더욱 능력을 갈고닦기로 결심했다.

 

 며칠 뒤, 훈련 끝에 PAFF는 자유자재로 호루스의 눈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고 사라진 제논의 위치를 찾는 데도 성공했다. 한편, 코너가 진실을 알아내 같이 Node 08로 돌아가자고 제안했고 PAFF는 모두와 함께 Node 08로 돌아왔다. Node 08에서 다시 헬레나와 재회한 PAFF는 그녀를 언니라 부르며 자신을 아로마이자 카오리라고 칭하며 헬레나에게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그 뒤, PAFF는 OS 공간으로 진입해 아이비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PAFF는 노라도 자신도 아닌 또 다른 능력자가 OS 공간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나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기에 일단은 아이비를 찾는데 집중했고 결국 아이비를 찾은 PAFF는 다른 일행과 함께 아이비한테 다가가 제논이 만든 전뇌 바이러스로 그녀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아이비에게서 진실을 들은 PAFF는 그녀가 인류를 해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걸 깨닫고 아이비를 죽이려던 제논을 말렸고 그녀를 자신의 편으로 받아들였다.

 

 이제 남은 건 바네사였다. 일행은 A.R.C.로 향했고 그곳에서 PAFF와 제논은 바이러스를 만들기 위해 OS 공간으로 향했다. 다행히 바이러스는 조제되었지만 이 틈을 타 바네사가 아키텍트를 보냈다. 다행히 누군가의 도움으로 겨우 도망치는 데는 성공했지만 PAFF는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한편, PAFF가 도망친 사이, 노아도 아이비에게 납치되었었고 아이비와 달리 도망치지 못한 바람에 바네사에게 붙잡혀 있었다. 노아는 붙잡힌 동안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회개하며 바네사를 막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다. 비록 쓰레기 같은 인간이었지만 PAFF는 노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오열했다.

 

 설상가상으로 아이비까지 실패하고 말아 절체절명의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전뇌 바이러스는 너무나도 강력한 나머지 일반인들은 운반도 못할 정도였고 PAFF조차도 이를 사용 시 높은 확률로 뇌사 상태에 빠질 정도였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PAFF는 마지막 심정으로 모든 것을 지켜보던 능력자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기도했다.

 

4. PAFF가 기도하던 때로부터 먼 과거, A.R.C.는 종언 바이러스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중에는 인간을 종언 바이러스에 푹 담그는 실험도 있었다. 그 실험에 피험체는 종언 바이러스에 노라나 PAFF보다도 더 과하게 노출되었고 그 결과 이 둘보다도 훨씬 강한 호루스의 눈을 얻었다. 그러나 그 후유증으로 피험체의 육체는 의식을 찾지 못했고 피험체의 정신만이 OS 공간을 떠돌게 되었다. 그리고 피험체의 정신조차 긴 시간을 떠돌아다니며, 감정과 기억, 자아를 잃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피험체는 OS 공간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묻는 PAFF를 봤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던 피험체는 PAFF를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PAFF를 비롯한 계속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PAFF가 피험체의 존재를 눈치챘던 것이다. PAFF는 피검체가 누구인지, 무슨 목적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분명 그가 어딘가에서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인류를 관찰하면서 감정을 되찾은 피험체는 PAFF를 돕기로 결심했다.

 

 피험체의 도움을 받는 데 성공한 PAFF는 다른 일행과 함께 바네사를 막으러 OS 공간으로 향했다. 바네사의 저항은 만만치 않아 여러 모습으로 바꿔가며 PAFF 일행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PAFF의 의지가 바네사의 증오보다 더 강했고 결국 PAFF와 피검체가 함께 바네사에게 바이러스를 꽂는 데 성공하며 마침내 바네사를 소멸시키고 인류를 구원했다.

 

 몇 개월 뒤, PAFF는 다행히 죽지 않았다. 피험체의 도움으로 바이러스의 작용을 최소화시킨 덕에 병원 신세로 그친 PAFF는 마침내 퇴원해 다시 음악을 시작했다. 비록 모노 사 같은 거대한 스폰서는 없었지만 PAFF는 언니의 도움을 받아 활발히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다만 이제는 카오리라는 이름으로도 하야토와 함께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아로마든, 카오리든, PAFF든 간에 달라지지 않는 점이 있다. 그녀의 공연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녀를 사랑하는 팬들이 있는 한.

 

5. 이 게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가 그렇겠지만 PAFF의 삶 역시 기구하다. 아로마는 과거 시점에서 이미 교통사고로 사실상 죽었고 카오리는 그런 아로마를 살리기 위해 몸과 기억을 뺏겨야 했다. PAFF는 기억을 되찾기 위해 힘든 여정을 거쳐야 했고 그 기억의 진실 또한 충격적이었다. 그런 PAFF가 버티고 끝까지 무너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음악 때문이었다. 아로마와 카오리는 너무나도 다른 점이 많다. 아로마는 내향적이지만 카오리는 외향적이고, 아로마는 주로 존댓말을 쓰지만 카오리는 주로 반말을 쓴다. 또, 아로마가 솔로 아이돌이라면 카오리는 밴드 보컬이다. 이렇게 다른 둘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음악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둘은 계기도 장르도 달랐지만 분명 음악을 사랑했고 그랬기에 음악이 다른 둘 사이를 연결시켜 주는 연결고리가 되어주었다. 그러므로 PAFF는 서로 다른 인격을 모두 자신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PAFF의 진정 대단한 점이라면 단순히 정신력이 강하다는 걸 넘어 대인이라는 것이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자신을 고생시킨 원흉인 아이비라든가, 카오리로서의 자신을 없애려 한 노아 등을 용서했고 후일담의 일이지만 선한 바네사의 존재를 아이비를 제외한 주역 중 유일하게 깨닫고 그녀를 추모해 준 것도 그녀였다. 이는 단순히 음악의 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당장 제논은 Baro파를 박살 냈고 네코는 끝까지 모노 사를 싫어했으며 노라 역시 토룡을 용서하지 않았다. 그리고 노아가 카오리에게 끼친 피해는 이 셋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PAFF는 유일하게 모든 것을 용서한 것이다.

 

 이는 그냥 PAFF가 정말 착해서 그렇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사실 사람이 착한 데 여러 미사여구가 꼭 필요한 건 아니다. 다만 PAFF는 이런 대인 캐릭터 중에서는 꽤 맺고 끊음이 확실한 캐릭터다. 단간론파의 나에기 같은 경우 마지막에 에노시마를 살리려는 도를 넘은 선함을 보여줬는데 PAFF는 그래도 바네사를 깔끔히 보내는 걸 보면 PAFF는 확실히 대인 캐릭터의 단점을 잘 보완했다.

 

6. PAFF는 사이터스 2의 진 주인공에 가장 가까운 캐릭터다. 이는 PAFF가 단순히 막타를 치는 역할이어서 그런 게 아니다. PAFF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가장 성장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는 대부분의 캐릭터가 크게 성장하지만 신체적 성장이 주목받는 캐릭터는 호루스의 눈을 얻고 능력의 잠재력을 키워나가는 PAFF가 유일하다. 그러므로 PAFF는 성장형 캐릭터의 모습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랬기에 사이터스 2의 후반부가 빛날 수 있었다. 만약 PAFF의 캐릭터가 조금만 엉성했더라도 사이터스 2도 전형적인 용두사미로 무너지는 작품이 될 수 있었다. 실제로 사이터스 2의 개발 상황이 그리 순탄치 않았다고 추측되는 걸 보면 그럴 가능성은 높았다. 그러나 PAFF를 성장형 캐릭터로 잘 만들었기에 스토리의 중심이 무너지지 않았고 적어도 사이터스 2의 스토리는 명작으로 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이터스 2의 캐릭터와 스토리 이야기를 모두 끝냈다. 사실, 이야기를 안 한 캐릭터도 있고 몇 가지 중요한 사건을 빼먹기도 했지만 메인 스토리와는 약간 결이 다르기도 해서 생략했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리듬 게임의 스토리가 훌륭하다는 것이다. 사이터스 2는 사이버펑크 특유의 세계관과 개성 있는 캐릭터를 잘 구축했다. 멸망한 뒤 재건된 세계관, Node라는 구역으로 나눠진 세계, 이미 일상이 된 정신 네트워크, 미래 세계의 뒷골목을 장악한 범죄 조직등을 실감 나게 표현했고 PAFF, 네코, 노라, 제논, 아이비 등 캐릭터들도 모나지 않으면서도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각 캐릭터를 개성 있게 잘 구축했다. 또, 스토리의 방향도 일관성 있게 진행했고 결말도 흐지부지되지 않고 잘 끝났다. 그런 점에서 사이터스 2의 스토리는 명작이라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물론 사이터스 2의 스토리에도 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스토리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iM과 각 캐릭터의 OS로 스토리가 엑조디아처럼 흩어져 있어서 그걸 보면서 스토리를 하나로 잇는 과정이 어렵다. 보통 리듬 게임에서 스토리는 보통 라이트 유저를 위한 것인데 정작 스토리를 보는 방법이 가볍지 않다. 레이아크도 이를 알아서인지 타임라인이라는 신 시스템을 도입해 스토리를 보기 편하게 했지만 이를 해금하려면 한참 걸린다. 이런 라이트 유저 배려 부족이 사이터스 2 스토리에서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이런 스토리를 다시는 보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사이터스 2 스토리 완결 이후, 핵심 개발자들이 퇴사했고 그 이후 레이아크의 폼은 영 좋지 않아 보인다. 이후 나온 디모 2는 별 좋지 않은 흥행을 보이고 있고 예산 감축을 빌미로 Ai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Ai를 사용한다는 것은 감이 죽었다든가, 아니면 진짜 돈이 없어서 그랬다든 간데 둘 다 심각한 문제다. 물론 기적처럼 레이아크가 예전 감을 찾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다. 하지만 설사 레이아크가 몇 년 안에 폭삭 망하더라도, 레이아크가 대단했던 시절까지 부정할 순 없다. 레이아크는 분명한 대단한 회사였고 전성기의 사이터스 2는 그 대단함의 증거였다. 언젠가 레이아크가 그 대단함을 되찾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