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포켓몬스터 블랙·화이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0. https://jjabcde.tistory.com/46 지난번, 이 글에서 왜 포켓몬스터 블랙·화이트가 명작의 자격이 있는지 이야기한 글이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토리를 나름 수박 겉핥기처럼 소개하고 평가를 하긴 했다. 그러나 그건 말 그대로 수박 겉핥기라서 제대로 된 평가가 아니었다. 블랙·화이트는 분명 제대로 평가받을 자격이 있는 게임이다.
단지 블랙·화이트를 평가하기 전, 한 가지 전제 사항이 필요하다. 포켓몬 게임은 전통적으로 한 게임을 두 개로 쪼개팔고 각 게임마다 등장하는 전설의 포켓몬이 다르다. 이 블랙·화이트도 예외는 아니라서 각 버전마다 포획 가능한 전설의 포켓몬이 다르다. 그런데 이 블랙·화이트는 메인 전설의 포켓몬인 제크롬과 레시람은 각각 이상과 진실의 포켓몬이므로 각 버전마다 스토리의 주제가 달라진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블랙을 기준으로 블랙·화이트의 스토리를 평가할 것이다. 그 이유라면 블랙이 앞에 나온 버전이라 조금 더 근본있기도 하고 5세대가 전하고 싶은 주제와 블랙 버전의 스토리가 조금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제 진짜 블랙·화이트의 스토리로 들어가보자.
1. 블랙·화이트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주인공과 체렌, 벨은 주박사에게 포켓몬을 받고 여행을 떠났다. 그러던 중, 일행은 포켓몬과 대화를 할 수 있는 특이한 청년 N과 포켓몬을 해방시키자고 주장하는 플라즈마단을 만났다. 물론 플라즈마단은 포켓몬 해방을 강제로 하는 범죄조직이었으므로 주인공은 플라즈마단 조무래기들과 맞서 싸웠다. 그러던 도중, N이 사실 플라즈마단의 왕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그가 하나지방의 전설의 포켓몬을 손에 넣어 하나지방의 왕이 되려는 사실을 알아냈다.
주인공은 N을 막기 위해 용나선탑으로 향했지만 이미 N은 이상을 상징하는 전설의 포켓몬, 제크롬을 얻은 뒤였다. 제크롬을 얻은 N은 챔피언을 이기고 하나지방의 왕이 되기 위해 떠났고 주인공은 남은 전설의 포켓몬, 레시람이 봉인되어 있는 라이트스톤을 찾으러 갔다. 겨우 라이트스톤을 얻은 주인공이었지만 라이트스톤의 봉인은 풀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주인공은 라이트스톤을 갖고 포켓몬 리그로 향했다.
그러나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N은 이미 하나지방의 챔피언 노간주를 이긴 뒤였고, N은 자신이 하나지방의 왕이 되었음을 선언하며 플라즈마단의 본거지, N의 성을 솟아올려 포켓몬 리그를 점령했다. 이제 마지막 희망인 주인공은 N을 무찌르기 위해 N의 성으로 향했다. N은 자신의 전설의 포켓몬 제크롬을 보여주며 주인공을 조소했다. 그러나 라이트스톤이 빛나더니 진실의 포켓몬 레시람이 봉인에서 깨어났다. 주인공은 깨어난 레시람을 자신의 힘으로 포획하는 것으로 레시람에게 인정받았고 드디어 하나지방의 두 영웅의 결투가 시작되었다.
두 영웅의 결투는 치열했으나 주인공의 승리로 끝났다. N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며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그러나,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게치스가 나타나 N을 질책하며 자신이 흑막임을 드러냈다. 그는 인간과 포켓몬이 분리된 세계가 아니라 플라즈마단을 제외한 인간과 포켓몬이 분리된 세계를 만들어 N을 꼭두각시로 삼아 세계를 지배하려 했던 것이다. 결국 주인공은 게치스와도 배틀을 해 그의 야망을 막아야 했다. 게치스는 역시 강한 트레이너였으나 N을 이기고 하나지방의 영웅이 된 주인공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치스는 충격받은 모습으로 겨우 탈출했고 N의 성 정상에 남은 것은 주인공과 N 둘이었다. N은 자신이 여행을 하면서 주인공과 만나면서 변할 수 있었고 주인공에게 자신의 꿈을 이루라고 격려한 뒤, 제크롬을 타고 하나지방을 떠났다. N과 게치스를 이기고 하나지방의 영웅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남은 플라즈마단 잔당들 체포를 도와준 뒤, 그 역시 N을 찾으러 하나지방을 떠났다. 그렇게 블랙·화이트의 스토리는 막을 내렸다.
2. 블랙·화이트의 스토리에는 중요한 인물이 넷이 있다. 바로 주인공과 주인공의 라이벌 N, 체렌, 벨이다. 그리고 이들은 블랙·화이트의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자는 주제에 맞게 각 사상을 상징하도록 배치되었다. 블랙 버전을 기준으로 체렌과 벨은 각각 불완전한 이상과 진실을, N과 주인공은 각각 완전한 이상과 진실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들이 여행 중 서로 부딪히고 대립하며 성장하는 것이 블랙·화이트 스토리의 축이다. 이 중 가장 먼저 소개할 인물이 바로 체렌이다.
체렌은 전형적인 그린이나 실버 같은 전형적인 포켓몬의 라이벌이다. 물론 이들보다는 성격은 좋지만 기본적으로 주인공을 이기고 강해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형적인 라이벌상이다. 그리고 체렌이 강함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라이벌상이기 때문에 그는 작중에서 불완전한 이상을 상징한다. 왜냐하면 강함이라는 것이 완전한 이상이 되기에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강함의 추상성이다. 강함은 하나의 결과기도 하지만 과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3대 500을 목표로 열심히 헬스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사람은 열심히 헬스를 하며 강해졌다. 그러나 그 사람이 강해졌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날까? 아니다. 만약 그 사람이 강해진 몸으로 다른 헬스 입문자들을 도왔다며 그 사람의 강함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지만 반대로 헬스 입문자를 폭행했다면 그 사람의 강함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건 강해진 다음에 어떻게 행동하는 지다. 그리고 체렌에게는 그 점이 결여되어 있었다.
생각해 보면 강한 빌런들은 다른 창작물들은 물론이요 포켓몬에도 많다. 그 비주기만 해도 공식에서 강함만큼은 챔피언 수준으로 인정받지 않는가. 그렇지만 비주기가 좋은 사람으로 취급받지는 않는다. 그리고 강함만을 추구했던 체렌은 비주기의 길로 빠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체렌이 변화한 것은 하나지방의 챔피언 노간주를 만난 뒤였다. 노간주와 만난 뒤, 체렌은 자신이 왜 강해 지려는지를 탐구했으며 결국 자신보다 약한 약자를 돕기 위해 강해지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체렌의 불완전한 이상은 여정을 거치며 완전한 이상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는 후속작에서도 체렌은 실제로 타인을 돕고 성장시키는 체육관 관장이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벨은 반대의 경우다. 체렌이 그린과 실버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라이벌들을 이어받은 캐릭터라면 벨은 3세대의 봄이(남주인공 선택 시)를 이어받은 주인공의 친구 역할이다. 그러나 봄이와 달리 벨은 아버지가 여행을 반대한 바람에 거의 반가출식으로 여행을 시작했고 여행 도중 플라즈마단에게 포켓몬을 뺏기기도 하며 주인공이나 체렌보다 약하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벨은 '불완전한 진실'을 상징한다.
그러나 벨 역시 여행을 하면서 성장했다. 플라즈마단에게 포켓몬을 빼앗길 정도로 나약했던 벨은 아이리스와의 훈련을 통해 자신의 포켓몬 정도는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고 카밀레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로부터 공식적으로 여행을 허락받는 데도 성공했다. 그리고 여행의 끝에서 벨은 체렌이나 주인공이 향하는 최강의 포켓몬 트레이너의 길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포켓몬 박사의 길을 선택했다. 이는 벨도 체렌처럼 성장해 '불완전한 진실'에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완전한 진실'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벨 역시 후속작에서 주박사의 조수로 등장하며 벨이 그녀만의 완전한 진실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체렌과 벨은 불완전한 이상과 진실이 각각 완전한 이상과 진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블랙·화이트의 주제를 드러낸다. 그러나 블랙·화이트의 주제가 단순히 완전한 이상과 진실로 나아가자만은 아니다. 블랙·화이트의 주제 자제는 오히려 완전한 이상과 진실을 가졌다고 흑백논리에 휩싸여 서로를 배척하지 말고 서로를 이해해 나가야 한다에 가깝다. 그리고 이 완전한 이상과 진실의 배척과 조화를 보여주는 캐릭터가 N과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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