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2023년 5월 14일, 젤다의 전설: 티어즈 오브 더 킹덤(왕눈)이 발매되었다. 이 게임은 출시되자마자 대중과 평론가 모두에게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울트라핸드로 다양한 물건을 만들며 자유도를 즐길 수 있고 지저와 하늘섬 등 탐험할 곳도 넘쳐나며 스크래빌드로 자신만의 무기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할 이야기는 왕눈이 얼마나 뛰어난 게임인지가 아니다. 이번에 할 이야기는 바로 왕눈의 스토리, 구체적으론 타임라인이다.
1.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타임라인은 시간의 오카리나 이후, 많은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수많은 추측들이 오갈 뿐 확실한 타임라인은 없었다. 그러던 중, 2011년, 젤다의 전설 25주년을 기념으로 닌텐도 측에서 젤다의 전설의 타임라인을 공개했다. 가장 특이하고 예측하기 어려웠던 점은 바로 시간의 오카리나에서 갈라지는 3가지 분기였다. 시간의 용사가 7년 전으로 돌아간 과거 시대(이하: 과거 분기)와 시간의 용사가 가논을 물리친 7년 후의 미래 시대(이하: 미래 분기)까지는 모두가 예측했지만 플레이어의 발컨으로 시간의 용사가 패배한 분기(이하: 패배 분기)를 예측한 사람은 몇 없었다. 그러나 한 번 이렇게 타임라인이 정리되자 이후 나오는 게임은 쉽게 이 3가지 분기 중 하나에 끼워 맞출 수 있었고 그렇게 젤다에서 타임라인을 갖고 싸울 일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야생의 숨결이 나온 뒤, 이야기가 달라졌다. 야생의 숨결의 스토리는 3가지 분기를 다 적용해도 모순되는 점이 있었다. 물론 제작진이야 그런 거를 신경 안 쓰고 만들었겠지만 팬들에게는 심각한 문제였다. 하지만 야생의 숨결만으로는 도저히 타임라인을 짐작할 수 없었기에 한동안 야숨의 타임라인 이야기는 수면 속으로 잠겼었다. 그러나 왕눈이 출시되자 다시 한번 타임라인 관련 이야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렇다면 도대체 왕국의 눈물의 내용이 어떻길래 타임라인 관련 논쟁이 뜨겁게 발생한 걸까?
이를 위해 왕국의 눈물의 스토리를 매우 간략히 소개하겠다. 재앙 가논이 죽은 뒤, 어느 날 하이랄 성 지하에서 가논돌프가 깨어났고 그 과정에서 젤다는 먼 과거로 가버렸다. 젤다는 하이랄 건국 당시로 가 가논돌프가 봉인되는 과정을 보았기 그 뒤, 자신을 용으로 만들어 망가진 마스터 소드를 영겁의 시간 동안 수리했다. 한편, 링크는 현재 시간에서 재난을 해결한 뒤, 마스터 소드를 다시 얻어 가논돌프를 물리쳤다는 매우 간단한 이야기다. 문제는 이 간단한 이야기가 타임라인에 엄청난 파장을 미쳤다는 점이다.
먼저 기존 타임라인을 대충 설명하자면 스카이워드 소드에서 하늘에 살던 하늘의 용사, 링크와 젤다가 종언자를 물리쳤다. 이때, 종언자는 하늘의 용사, 링크와 젤다가 자신의 증오를 갖춘 마족과 계속해서 싸울 운명이라 저주했다. 그 뒤, 하늘의 용사, 링크와 젤다는 대지에 정착해 그곳에서 삶을 이어나갔고 시간의 오카리나 시점에서 그 증오를 갖춘 가논돌프가 하이랄을 침공한다는 것이 기존의 타임라인이다.
문제는 왕국의 눈물에서는 이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하이랄을 건국한 것은 초대 링크와 젤다가 아니라 조나우족인 라울이다. 뭐, 이거야 하늘의 용사, 링크와 젤다는 하이랄 왕국이 아니라 적당한 정착지만 건설했고 왕국을 건설한 것은 라울이라고 퉁치면 되긴 한다. 문제라면 하늘을 배경으로 하는 스카이워드 소드에는 조나우족과 비슷하게 생긴 종족은 보이지가 않는다. 즉, 하일리아인들이 하늘을 떠난 뒤, 조나우족이라는 새로운 종족이 번성했다가 이들이 하늘에 내려와 하이랄 왕국을 건설했다는 거다.
또 문제라면 하이랄 건국 당시에 가논돌프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시간의 오카리나에서 가논돌프는 타임라인상 처음으로 등장했고 그때의 왕은 조나우족이 아니었으며 하이랄 왕국은 긴 역사를 지닌 왕국이었다. 하지만 왕국의 눈물에서는 신생 왕국 하이랄의 왕, 라울이 다스릴 때 가논돌프가 나타나 하이랄을 침공했다. 이 둘은 대놓고 모순이다. 이렇게 타임라인이 모순되었다면 이를 해결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왕눈 타임라인을 젤다의 전설의 리부트라고 생각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의 옛날 젤다의 전설에서 벗어나 야생의 숨결부터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했다고 생각하면 제일 편하고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간편한 방법은 재미가 없다. 애초에 이런 방법으로 해결을 할 거였으면 처음부터 타임라인 이론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굳이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선택하며 이 타임라인의 모순을 해결해 보겠다.
2. 사실 제작진은 힌트를 주었다. 설정에 따르면 가논돌프의 출신 종족인 겔드족은 원래 귀가 둥글었다. 그러나 다른 종족들과 교류하면서 이들의 귀는 점차 뾰족해졌고 실제로 왕눈의 겔드족을 보면 현재 시점은 물론, 과거 시점 모두 귀가 다 뾰족하다. 그런데 왕눈의 가논돌프는 귀가 둥글다. 즉, 가논돌프는 겔드족의 귀가 둥글었던 시절에 태어났고 그것이 환생을 통해 계속 유지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타임라인의 모순을 해결할 중요한 진실로 인도한다. 바로 시간의 오카리나가 왕국의 눈물 과거 시점보다 이르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타임라인의 모순을 해결할 진실을 알 수 있다.
하이랄 왕국은 왕국의 눈물의 과거 보다도 더 먼 과거에 이미 망했다. 그러므로 기존 타임라인과 왕국의 눈물의 타임라인이 다른 것이다. 하이랄 왕국은 모종의 사건으로 망했다. 그리고 하일리아인들이 하이랄에서 흥망성쇠를 경험하던 중, 빈 하늘에는 조나우족이라는 새로운 종족이 나타났다. 이 조나우족은 하늘에서 내려와 텅텅 망한 하이랄을 목격했고 그중 라울이라는 조나우족이 멸망한 하이랄의 왕족 소니아와 결혼해 하이랄을 재건했다. 그런데 마침 가논돌프가 다시 부활해 하이랄을 침공했다라면 모든 모순이 해결된다. 이렇게 야숨 이후 무너진 타임라인을 어느 정도 복구했다.
이제 위에 나온 세 가지 분기 중 왕눈의 타임라인이 과연 어느 분기인지를 탐구해야 한다. 그러나 세 가지 분기의 특성을 고려하면 하나는 확실히 배제할 수 있다. 바로 링크가 가논돌프를 물리치고 과거로 떠난 미래 분기다. 미래 분기에서 바람의 지휘봉 전 시점에서 가논돌프가 부활했고 가논돌프를 막을 링크가 없자 사람들은 가논돌프를 물리쳐달라고 신에게 기도했다. 신들은 엄청난 비를 내려 하이랄 채로 가논돌프를 수장시켰고 그 뒤, 사람들은 배를 타고 섬과 섬을 오가며 지내게 된다. 그리고 가논돌프는 다시 부활하나 바람의 용사 링크에게 패배했고 결국 패배를 인정하며 숨을 거두었다. 바람의 용사는 그 뒤, 신대륙을 찾아 하이랄을 재건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람의 용사가 신대륙을 찾았다는 거다. 분명 하이랄은 재건되었지만 말만 하이랄이지 재건된 땅은 기존의 하이랄과 다르다. 실제로 신대륙을 배경으로 하는 대지의 기적의 하이랄은 왕국의 눈물의 하이랄과 천지차이다. 애초에 다른 땅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미래 분기만큼은 왕눈의 타임라인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며 남은 것은 과거 분기와 패배 분기다. 그리고 둘 중 하나를 정하자면 과거 분기가 조금 더 유력하다고 생각된다. 그 이유는 바로 패배 분기의 가논의 모습 때문이다. 패배 분기에서 가논돌프는 링크와 젤다를 이기고 트라이포스를 모두 모으는 데 성공한 다음 세계를 지배할 힘을 얻었다. 그러나 그 부작용으로 돼지처럼 생김새가 변해버렸고 이것이 우리에게도 친숙한 마왕 가논의 모습이다. 즉, 패배 분기에서 가논은 트라이포스의 힘으로 돼지가 된 상태다. 그런데 왕눈에서 가논돌프는 너무나도 멀쩡한 겔드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 번 죽어서 겔드족으로 환생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패배 분기에서의 가논이 죽었다 살아나도 일관적으로 돼지처럼 생긴 것을 보면 가논이 죽었다고 겔드족의 모습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므로 소거법에 따르면 왕눈의 타임라인은 과거 분기, 시간의 용사가 가논돌프를 물리치고 과거로 돌아온 타임라인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3. 이렇게 결론을 내고 끝내면 정말 좋겠지만 이 이론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타임라인의 허점이 있다. 바로 젤다의 전설의 근본, 트라이포스다. 왕눈 시점에서 가논돌프는 자신의 힘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비석을 손에 넣는 데 집착했고 결국 여장까지 한 끝에 비석을 손에 얻은 다음, 하이랄을 정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왕눈의 타임라인이 과거 분기라면 이건 이상하다. 왜냐하면 가논돌프는 분명 비석 따위보다 더 위대한 유유물인 트라이포스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라울과 하이랄 왕국이 비석에 의존하는 것은 하이랄 왕국이 한 번 멸망한 이후, 트라이포스의 존재가 잊혀서 그렇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가논돌프는 다르다. 그는 무수히 많은 삶과 죽음을 경험한 자로서 트라이포스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설사 세 개의 트라이포스를 모으는 과정이 힘들다고 해도 힘의 트라이포스 만으로도 충분히 비석 정도의 힘은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왕눈 타임라인에서의 가논돌프는 트라이포스는 어디다가 팔아먹고 비석에만 집착한다. 이는 왕눈 타임라인이 과거 분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이는 제작진이 트라이포스를 게임에 안 넣기로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가논돌프가 윤회를 너무 많이 반복해서 까먹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타임라인이 연결되는 젤다 후속작에서 트라이포스가 빠지는 것도 이상하고, 가논돌프가 좀 많이 윤회했다고 트라이포스를 잊는 것도 이상하다. 어쩌면 이는 야숨부터 왕눈으로 이어지는 타임라인이 젤다의 리부트임을 증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다시 이야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야생의 숨결과 왕국의 눈물은 정말로 젤다의 리부트일지도 아니면 과거 분기에서 이어지는 먼 미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닌텐도는 이번 작품에서도 타임라인을 확실하게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후속작들이 계속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 후속작들의 타임라인을 확실히 정하지도 않을 거라는 것이다. 이제 팬들은 다음 젤다 50주년 기념행사 때, 닌텐도가 다시 한번 설정집을 공개하기를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팬들은 타임라인 탐구를 멈추지 않을 것도 언젠가 진실을 밝혀낼 것이다. 그것이 가까운 미래가 될지, 먼 미래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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