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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아크가 대단했던 시절 - (5)

삶은계-란 2023. 6. 12. 15:01

※ 이 글에는 사이터스 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바에 가서 우유를 시키는 게 그렇게 이상한가?
- Xenon, A.R.C.의 네트워크 시스템 보안 관리자
네가 인간을 얼마나 추악한 존재라고 여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듣고서도 널 죽여버리게 되면... 그때는 영락없이 네가 생각했던 그 인간들의 모습들과 다를 바 없어지는 거잖아...
- 사이먼 잭슨, Node 08의 수배자
약한 자일수록 상대를 용서하지 못한다. 용서한다는 것은 강함의 증거이다.
- 마하트마 간디, 인도의 독립운동가

 

0. 사이버펑크에서 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해킹이다. 0과 1로 된 세계를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조작하는 묘미 이것이 사이버펑크에서 해킹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그런데 그 해커가 스타로드의 헬멧처럼 멋있는 헬멧을 쓰고 다닌다면? 엄청 멋질 거다. 근데 사실 그 해커가 완전 미남이라면? 그것도 멋있을 거다. 거기에 사실 그 해커가 인성도 좋고 여자랑도 여럿 엮이고 음악도 잘하는 알파메일 그 자체라면?  그 정도면 너무 멋있어서 너무 비현실스러울 정도다. 그리고 놀랍게도 사이터스 2에는 그런 잘생기고 멋있는 헬멧을 쓰며 음악도 잘하고 인성도 좋고 여자들도 많이 꼬이는 알파메일 그 자체가 있다. 바로 사이먼 잭슨, 제논이다.

 

1. 사이먼 잭슨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카일은 Node 08의 집법원이었고 늘 일에 집중하는 전형적인 아버지상이었다. 어머니 도리스는 전형적인 가정을 책임지는 주부였고 여동생 샤논은 그 나이에 곤충을 좋아하는 특이한 취미가 있지만 밝고 명랑한 소녀였다. 그러나 샤논의 특이한 취미는 그녀를 괴롭힘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정의감이 넘치는 소년 사이먼은 샤논을 괴롭히는 일진들을 혼내주려 했지만 그러기에는 사이먼은 너무 약했다. 사이먼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홧김에 아버지의 총을 훔쳐 이들을 응징하려 했으나 그만 아버지에게 걸리고 말았고 아버지와의 사이도 멀어지고 말았다. 물론 카일도 사이먼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으나 전형적인 아버지답게 이를 말로 표현하지 못했고 사이먼은 자신의 방법으로 정의를 구현할 방법을 찾는다. 그것이 바로 해킹이었다. 어려서부터 해킹에 능했던 사이먼은 해킹으로 일진들의 치부를 알아내 집법원에 고발해 일진들을 처벌하는 데 성공했다. 한 번, 해킹으로 성공하자 사이먼은 해킹으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고 곧, X라는 이름으로 마구잡이로 해킹을 해 관리국이나, 집법원, 브로커 등 여러 사람에게 정보를 넘기는 어둠의 해커가 되었다.

 

 그런 사이먼에게도 해킹 말고 취미가 있었으니 바로 기타였다. 사이먼은 제논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자작곡을 올리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보컬 체리, 베이시스트 조, 드러머 카이와 모여 크리스탈 펑크라는 밴드를 결성한다. 크리스탈 펑크는 여러 곡을 내며 Node 08에서 유명해졌다. 그러나 제논이 밴드 활동을 하면서 얻은 것이 유명세만은 아니었다. 제논과 체리는 금세 사랑에 빠졌고 둘은 금방 연인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행복한 시절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비극이 벌어졌다. 제논의 아버지 카일이 Baro파의 길잡이를 쫓던 도중 그만 그 길잡이의 총에 맞고 순직했고 마치 그 옆에 있던 여동생 샤논은 그 충격으로 정신 네트워크 외상 증후군에 걸려 정신퇴행을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마침 그 시간에 체리의 아버지 루이스도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왔다. 아무것도 모르던 제논은 루이스에게 수혈을 해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루이스가 아버지를 죽인 원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버지와 여동생의 원수를 자신 손으로 살려줬다는 분노에 체리에게 따져봤지만 체리는 답을 하지 못한 채 도망치고 말았다. 제논도 체리가 떠나자 자신도 도망치듯이 밴드를 떠났고 그렇게 크리스탈 펑크는 해체되었다.

 

 크리스탈 펑크가 해체된 이후, 제논은 지금까지의 해커 활동을 A.R.C.에게 들키고 말았다. 다행히 A.R.C.는 A.R.C.에 취직하는 조건으로 이를 묵인해 주기로 했고 결국 제논은 이를 받아들여 A.R.C.에 네트워크 시스템 보안 관리자로 취직했다. 한편, 제논은 다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샤논의 상태가 음악을 들으면 조금 더 나아진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얼굴을 헬멧으로 가리며 샤논의 음악 치료를 시작했고 JOEZ 카페의 점장이 된 조와도 다시 재회했다. 또, 오락실에서 우연히 만난 네코와도 친해지며 그녀를 여러 방면에서 돕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인기를 끌던 DJ AEsir가 AEsir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그러나 연차를 쓰는데 실패하는 바람에 제논은 온라인으로 페스티벌을 구경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제논에게는 다행이게도 AEsir가 노쇼를 하는 바람에 페스티벌은 취소되었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닥칠 더 커다란 일의 서막이었다.

 

2. 얼마 뒤, 제논은 A.R.C.로부터 인신매매조직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고 인신매매조직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제논은 조사 결과, 인신매매는 오래전부터 이루어져 왔고 대부분의 사건이 조의 카페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편, 제논이 평소에 좋아했던 아이돌 PAFF가 공연 도중 혼절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데 공교롭게도 이 사건의 피해자들 대부분이 AEsir 페스티벌의 참가자라는 사실도 밝혀진다. 제논은 이를 수상히 여기면서도 일단 인신매매조직 조사에 집중했다.

 

 그러나 네코의 방송에서 사이버 테러가 일어나고 그녀가 범인으로 지목되어 잡혀 들어가자 제논은 네코의 누명도 풀어줄 겸 AEsir를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체리와 재회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AEsir의 정체를 조사하던 제논은 체리와 함께 AEsir로 추측되는 악마 후드를 쓴 소녀를 잡으러 갔다. 그 과정에서 체리는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고 제논도 그 사과를 받아들이며 둘은 화해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제논과 체리는 악마 후드를 쓴 소녀가 사실 아키텍트였다는 사실을 밝혀내 네코의 누명을 벗기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제논과 체리, 네코가 같이 있는 풍경이 목격되었고 기레기의 장난질 덕분에 제논은 졸지에 어장관리남으로 낙인찍혔고 그의 평판도 떨어졌다. 기레기들은 거기에 더해 제논이 사실 어둠의 해커 X였다는 사실까지 밝혀내 제논을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한편, 제논은 심적으로 구석에 몰린 상황에서 조가 Baro파의 인신매매를 도왔다는 자백을 듣고 그를 한 대 패지만 친구의 정과 자신의 업보를 생각해 조를 구해주기로 결심했다. 제논은 해킹으로 Baro파의 시선을 분산시킨 다음, 인신매매 명단을 넘겨 인신매매조직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Baro파의 일각에 불과했고 Baro파는 제논을 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뒤, AEsir가 정신 네트워크에 광범위적인 사이버 테러를 가했고 제논은 AEsir 혐의로 체포당하고 말았다. 제논은 이 사건으로 인해 샤논을 포함한 정신 네트워크 외상 증후군 피해자들의 증상이 호전되었다는 사실을 듣고 사실 자신이 무의식 중에 AEsir가 되어 이런 짓을 벌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코너와 체리가 제논을 구하기 위해 감옥에 도착했고 코너를 돕는 조건으로 그들과 함께 탈옥했다. 

 

 체리와 함께 Node 03에 도착한 제논은 카이의 집에서 당분간 머물렀다. 그곳에서 제논은 다른 멤버들과 오랜만에 합주를 하거나 체리와 둘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등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코너가 구황회와 접촉하라는 지령을 내렸고 제논과 체리는 구황회의 의료 센터로 향했다. 마침 그곳에는 구황회의 보스 노라뿐만 아니라 로보, 네코, PAFF 등 죄다 아는 얼굴들도 도착해 있는 지라 다행히 쉽게 합류했고 제논은 그곳에서 AEsir의 정체와 Node 08에서 일어난 테러의 진상을 조사했다.

 

 그러나 제논과 체리는 Baro파에 이미 찍혀있었고, 구황회를 무너뜨릴 겸, Baro파의 드론 군단이 의료 센터를 습격했다. 다행히 대부분의 드론을 쓰러뜨렸지만 마지막 드론 하나가 남아있고 탄창이 다 떨어지자, 체리가 제논의 디바이스를 이용해 드론에 접근한 다음 제논이 해킹으로 마지막 드론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체리가 총에 맞고 말았다. 다행히 의료 센터에서 체리를 원활히 치료하는 게 가능했고 제논은 옆에서 체리를 간호했다. 하지만 Baro파가 전력 시스템을 해킹해 체리의 치료가 중단되고 설상가상으로 병실의 문도 잠기고 말았다.

 

 어두운 병실 안에서 제논과 단 둘이 있던 체리는 눈을 떠 자신의 과오를 회상하며 마지막으로 제논에게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곡 'Still'을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제논은 눈물이 섞인 목소리로 마지막 노래를 불러줬고 체리는 제논을 울고 싶지 않게 해서였는지, 노래를 더럽게 못 부른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숨을 거두었다. 좌절과 절망감, 그리고 분노에 사로잡힌 제논은 나머지 일행이 병실에 들어오기도 전에 조용히 의료 센터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는 Node 03에 있는 Baro파에 아지트에 도착해 부하들을 모조리 죽이고 Baro파의 보스, 디에고와 대면했다. 모든 것이 끝났음을 알아챈 디에고는 신세계의 이중구처럼 마지막 술을 마시며 품위 있는 죽음을 맞는다. 

 

 체리의 원수를 갚은 제논에게 이제 남은 건 없었다. 그는 Node 03을 정처 없이 떠돌며 자신을 죽일 Baro파의 잔당들을 기다렸다. 그러나 비 오는 거리에서 제논을 찾은 것은 네코였다. 제논은 자신의 죽음에 네코가 휘말릴까 봐 마음에도 없는 비난을 하면서 네코를 쫓아내려 했다. 그러나 네코는 제논이 알던 네코가 아니었다. 성장한 네코는 도리어 제논에게 일갈하며 그를 카이의 집으로 데려다줬고 거기서 멍하니 있던 제논은 코너와 다시 만났다. 코너는 제논에게 체리를 그렇게 만든 건 Baro파가 아니라 아이비라면서 힘을 빌려달라고 부탁하지만 거절당했다. 그러나 코너와 네코가 떠난 뒤, 제논도 어렴풋이 코너의 말을 믿기 시작했다. 결국 제논은 진짜 원수를 갚기 위해 호신술을 연마하고 상처 입은 몸을 회복한 뒤, Node 08로 떠났다.

 

 Node 08에 도착하자마자 네코가 아키텍트에게 당할 위기에 처했고 제논은 해킹 실력으로 네코를 구하는 데 성공했다. 마침 근처에 있던 기자들도 제논의 진심을 알고 제논이 무고하다는 방송을 해주며 그의 누명을 벗겨주었고 제논과 다른 일행들은 일단 Node 08을 습격한 아키텍트의 습격을 막을 수는 있었다. 그 뒤, 제논은 아이비를 잡기 위해 전뇌 바이러스를 이용하자고 제안했다. 현실에서 정신 네트워크에 간섭할 수 있는 호루스의 눈 능력자는 역으로 정신 네트워크에서 현실에도 간섭할 수 있으니 이를 이용해 정신 네트워크에서 전뇌 바이러스를 삽입해 현실의 본체에도 영향을 끼치자는 계획이었다. 전뇌 바이러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네코의 시청자들이 희생당했으나 이는 제논의 복수심을 더욱 키울 뿐이었다.

 

 전뇌 바이러스가 완성되고 제논, 코너, 네코, PAFF가 로보를 통해 정신 네트워크에 진입, 아이비를 제거하러 갔다. 아이비의 방어막을 하나하나 뚫어내며 드디어 AEsir = 아이비에게 도달했고 PAFF는 성공적으로 바이러스를 삽입, 아이비를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체리의 원수를 갚고 복수를 완성하는 일 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이비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면서도 흑막이 바네사라는 또 다른 아키텍트라는 말을 하자 제논은 그 말을 깔끔히 무시하고 아이비를 죽이려 했다. 그러나 PAFF의 설득과 아이비의 참회로 결국 제논은 복수를 포기하고 아이비를 용서하며 진정한 흑막을 막기로 한다. 단순히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를 지키기 위해.

 

 A.R.C.에 있는 라이브러리에 도착한 제논은 바네사를 제거할 더 강력한 바이러스를 만들기 위해 PAFF와 함께 OS 공간에 진입했다. 그러나 이미 OS 공간은 바네사의 영역이 된 지 오래, 바이러스 조제를 막기 위해 바네사의 아키텍트들이 제논과 PAFF를 제거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다행히 바이러스는 완성되었지만 제논은 더 OS 공간의 깊숙한 곳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놀랍게도 체리가 있었다. OS 공간 안에서 의식만은 살아있던 체리는 제논에게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하며 제논을 안내했다. 그러나 제논은 평소와는 다른 체리의 모습에 사실 앞에 있는 체리는 체리가 아니라 체리와 비슷한 무언가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결국 제논은 체리와 닮은 무언가를 자신의 손으로 없앤 뒤에야 겨우 현실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충격에 빠진 제논 곁에 드디어 아이비가 도착하며 모두와 합류했고 그녀는 제논이 만든 바이러스를 더욱 강화시켜 바네사도 한 번에 제거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었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너무 강해 사용자의 대뇌도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었다. 다행히 아이비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그녀가 바이러스로 바네사를 제거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이비는 실패하고 말았고 이제 남은 건 PAFF 뿐이었다. 다행히 OS 공간 안의 의문의 협력자 덕분에 PAFF는 죽지 않고 바이러스를 다룰 수 있었고 제논과 네코, 코너는 PAFF를 도와 바네사와 그녀의 증오로부터 PAFF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바네사가 쓰러지며 인류는 구원받는 데 성공했다.

 

 모든 일이 끝난 뒤, 제논은 A.R.C.를 떠났다. 이미 자신의 과거가 온 세상에 알려진 이상 A.R.C.는 그를 붙잡을 수 없었고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A.R.C.의 치부에 학을 떼면서 A.R.C.와는 거리를 두었다. 대신에 제논은 아키텍트 사건 이후 정신을 차린 샤논의 재활을 지켜보며 진정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다행히 샤논의 상태는 날이 갈수록 좋아져 자신이 좋아하던 곤충 그림을 능숙하게 그릴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제논은 자신만의 밴드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누명을 벗고 인류의 영웅이 된 제논의 무대에는 네코를 포함해서 많은 팬들이 찾아왔다. 물론 제논은 조와 함께 시간이 날 때마다 체리의 묘를 찾으며 그녀를 추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녀와의 아픈 기억도, 좋았던 기억도 잊지 않으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다짐하면서.

 

3. 제논은 얼핏 보면 완전체 캐릭터로 보인다. 잘생기고 성격도 좋고 해킹도 잘하고 음악도 잘한다. 유일한 약점이라면 운동신경에 하자가 있다는 점인데 뛰어난 해킹 실력으로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역들 중 가장 정신적으로 심하게 무너지는 것도 제논이다. AEsir 누명을 썼을 때는 대놓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슬기로운 감방생활을 찍으려 했고 체리가 죽었을 때는 아예 삶을 포기하려 했다. 도대체 왜 제논은 유독 이렇게 정신적인 시련을 자주 겪는 걸까?

 

 이는 제논의 과거에서 알 수 있다. 과거 제논은 정의를 추구하는 소년이었다. 문제라면 그 방법이 정의롭지 않았다는 점이다. 남의 자료를 마음대로 해킹해 남에게 넘기는 일은 정의가 아니라 범죄다. 제논은 범죄를 저지르면서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다른 크리스탈 펑크의 멤버들도 물론 지은 죄가 많다. 그러나 이들은 적어도 자기가 잘못을 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인지하고 있다. 체리는 자신의 죄악이 제논에게 밝혀질까 봐 두려워했지만 제논은 그렇지 않았다. 제논에게 자신의 행동은 죄가 아니기 때문에 설사 체리에게 밝혀져도 상관이 없다. 그것이 제논이 체리랑 사귈 때 당당했던 이유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제논이 바뀐다. 그 이유라면 제논도 이 사건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사건을 과거로 돌아가보면 제논의 아버지, 카일이 사건을 집요하게 쫓던 이유는 동료가 누군가에게 사건과 관련 있는 정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바로 X, 제논이다. 즉, 제논이 정보를 안 넘겼더라면 카일은 다른 사건에 집중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날의 참사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제논의 행동 덕분에 루이스가 체포되긴 했지만 그래도 Baro파는 건재했다. 제논의 도덕관은 이 사건을 계기로 바뀌었다. 정의를 위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옳지 않다로 말이다. 또, 제논은 그와 동시에 자신의 아버지, 여동생, 그리고 여자친구를 앗아간 이 사건에 PTSD를 갖게 되었다. 즉, 제논은 보통 이 세 가지 키워드에서 문제가 생길 때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제논이 체리와 생각과 달리 그녀를 진작에 용서했던 건, 자신도 사건에 책임이 있으므로 체리를 비판할 수 없다는 생각과 그 사건으로 헤어졌던 체리와 다시는 헤어지고 싶지 않은 욕망이 혼재되었기 때문이었다. 제논이 감옥 생활을 하려고 했던 이유는 단순히 샤논이 AEsir의 음악을 듣고 증상이 호전되서이다. 자신이 여동생 샤논을 위해 이런 짓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말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감옥에 남으려 했던 것이다. 반대로 제논이 코너의 설득을 받아들이고 감옥에서 빠져나왔던 건 순전히 체리도 함께 탈옥 작전을 도와 자신이 탈출하지 않는다면 체리도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AEsir의 정체 같은 건 당시의 제논에게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은 하찮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제논이 체리가 죽었을 때 왜 살인까지 하면서 완전히 맛이 갔는지를 알 수 있다. 그건 바로 제논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소중한,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았던 체리가 눈앞에서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만약 구황회에서 네코나 PAFF가 죽었다면 분명 제논은 슬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금방 털고 일어섰을 것이다. 마치, 체리가 죽었을 때 네코가 분명 슬퍼하긴 했지만 금방 일어선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제논에게 체리는 그러기엔 너무 큰 존재였고 결국 체리가 죽자 제논은 마지막 선을 넘어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제논을 구한 건 바로 네코였다. 네코가 제논에게 해준 일은 바로 가장 어려울 때 곁에 있어주는 일이었다. 이는 제논이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제논이 우연히 호의를 베풀어준 네코가 그가 가장 어려울 때,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제논의 마음을 치유했다. 네코로 인해 제논이 얻은 것은 바로 미래였다. 제논은 그 사건 이후, 아버지, 샤논, 체리라는 과거에 묶여 있었다. 그러나 네코 덕에 제논은 네코를 포함해 그 사건 이후에 만났던 소중한 인연, 앞으로 그가 나아가야 할 삶 등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제논은 마음을 바꾸고 모두를 돕기 위해 Node 08로 향한 것이다.

 

 실제로 제논은 Node 08에서 바뀐 모습을 보인다. 체리를 직접적으로 죽인 건 아니지만 죽음의 책임이 있는 아이비를 용서한다든가, 체리의 모습을 한 무언가를 쏘다든가처럼 말이다. 원래의 제논이었다면 망설임 없이 아이비를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제논은 변했고 원수를 용서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인간이 되었다. 이는 제논이 앞으로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 것임을 보여준다.

 

4. 제논은 사이터스 2에서 영향력이 매우 높은 캐릭터다. 초반부는 사실상 제논이 거의 주인공 수준으로 활약하고 후반부에도 제논의 영향력은 줄지 않는다. 또, 온갖 매력적인 설정들이 몰빵 된 캐릭터기도 하다. 그러나 사이터스 2는 제논에게 여러 시련을 부여함으로써 설정 과다로 인한 비호감이나 긴장감 감소 등의 역효과를 줄이는 데 성공했고 매력적인 설정의 포인트는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제논과 아이비는 일종의 라이벌 역할을 하며 스토리의 큰 줄기를 이룬다. 제논은 아이비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아이비도 제논을 가장 큰 위협 대상으로 여기며 제논을 견제했다. 이는 아이비가 제논을 감옥에 넣는 데 성공하면서 아이비의 승리로 끝나는 듯싶지만 제논이 탈출에 성공하면서 이 라이벌리는 스토리 후반까지 이어진다. 이런 라이벌 관계 역시 스토리의 스릴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스토리 외적으로 솔직히 제논의 곡 퀄리티가 별로다. 물론 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드 록이나 메탈을 컨셉으로 하는 제논의 곡 리스트가 마음에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소리가 왱왱거리는 느낌이어서 아쉬웠고 제논의 레벨을 올리는 것도 힘들었다. 심지어 제논은 유료 캐릭터라 캡소의 수혜도 못 받아서 더욱 그랬다. 사실 곡 퀄리티로만 따지면 제논이 거의 사이터스 2의 유일한 오점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사이터스 2는 어드벤처 게임 이전에 리듬 게임이고 리듬 게임의 측면에서 제논의 아쉬운 측면을 부정할 순 없다. 그래도 제논은 스토리 내적으로 좋은 역할을 했다. 개인적으로 후속작이 만약 나온다면(사실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후속작에서 보여줄 성장한 제논의 활약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