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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섬에서 범인을 잡는 게임 - (0)

삶은계-란 2023. 6. 25. 21:14

0. 단간론파 1편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참 대단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바로 단간론파 1편이 성공한 게임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성공한 게임에 뒤따라오는 것이 바로 프랜차이즈화다. 스파이크 춘소프트는 단간론파라는 게임을 하나의 프랜차이즈로 키우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그와 함께 여러 미디어믹스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화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프랜차이즈의 핵심이 되야 할 후속작이다.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의 성공 이후, 스타워즈가 불멸의 프랜차이즈가 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대망의 후속작이 바로 슈퍼 단간론파 2 -안녕히 절망학원- 이다.

 

 슈퍼 단간론파의 슈퍼는 드래곤볼에 등장하는 초사이어인의 초를 패러디한 것이다. 일본에서 초사이어인은 슈퍼 사이어인이라 불리므로 곧 슈퍼 단간론파는 단간론파를 뛰어넘은 작품이란 뜻이다. 사이어인과 초사이어인의 전투력 차이를 생각하면 슈퍼 단간론파의 포부를 잘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슈퍼 단간론파는 초사이어인이 되었을까?

 

1.  게임의 배경은 하와이랑 비슷하게 생긴 재버워크 섬으로 그곳에서 여느 때와 같이 살인 게임이 벌어진다. 주인공은 나에기에서 히나타 하지메로 바뀌었고 새로운 학생들이 등장한다. 등장인물과 배경을 모두 확 바꾼 새로운 향이 난다. 게임 플레이의 기본 틀은 바뀌지 않았다. 일상 편에서는 열심히 미연시를 하며 호감도를 쌓다가 사람이 죽으면 바로 증거를 수집한 다음, 학급재판을 한다. 다만 학급재판에서 꽤 변화가 있었다.

 

 기존 학급재판의 결점이라면 1:1 시스템이 약하다는 점이었다. 사실 1:1 시스템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솔직히 머신건 토크 배틀은 좀 별로였다. 비록 그 머신건 토크 배틀을 계승한 패닉 토크 액션이 등장했고 머신건 토큰 배틀의 단점을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그래도 별로였다. 리듬 미니게임 주제에 브금이 구리다는 한계를 극복하지 않는 한 머신건 토크 배틀 계열의 미니 게임은 가망이 없다.

 

 그러나 제작진들도 이를 알아서였는지 새로운 1:1 시스템을 추가했다. 그것이 바로 반론 쇼다운이다. 반론 쇼다운은 학급재판 도중, 갑자기 다른 학생이 주인공에게 반론을 할 때 할 수 있는데, 상대의 주장을 언날(칼)로 썰면서 상대의 허점을 찾아야 하는 미니게임이다. 처음에는 아무 약점이 없어보이는 발언들을 언날로 하나씩 베어가다가 평소의 학급재판처럼 주황색 발언이 나오면 알맞은 언날로 썰어버리면 되는 간단한 미니게임이다. 하지만 기존의 논스톱 논의보다 더 빨라서 스릴 넘치고 무엇보다도 기존 학급재판에서는 부족했던 1:1 논리 대결을 보충했으며 무엇보다도 타격감이 뛰어나다. 그런 점에서 반론 쇼다운은 학급재판의 부족한 점을 채운 뛰어난 미니게임이다.

 

 슈단에서 또 추가된 미니게임으로는 로직 다이브가 있는데, 템플 런 스타일의 미니 게임이다. 스케이트 보드를 탄 히나타를 조종하는 레이싱 게임처럼 달리는 데 꽤 레벨 디자인도 괜찮고 나름 추리도 잘 어우러져서 좋다. 다만 이건 PC 버전에 한정된 이야긴데 솔직히 조작법이 별로다. 멀쩡한 WASD를 냅두고 왠 마우스 모션 인식으로 히나타를 조종해야 하는데 정말 조작감이 쓰레기다. 아무리 일본 게임사들이 PC 게임과 좀 덜 친하다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PC 유저로서 디테일 부족이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새로 추가된 미니게임은 아니지만 논스톱 논의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1편에서는 주인공이 반론만 하느라 특정 브레인 캐릭터를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가 너무 무능하게 보이고 재판 참여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슈퍼 단간론파에서는 다른 캐릭터의 의견에 찬성하는 찬론 시스템을 도입해 이런 점들을 보완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캐릭터들이 갑자기 유능해진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학급재판을 더 신선하게 만든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아쉬운 점이 몇 개 있어도 슈퍼 단간론파의 학급재판은 분명 진보했다. 그리고 학급재판은 분명 1편의 장점이었으로 슈퍼 단간론파의 학급재판 퀄리티는 매우 뛰어나다. 아니, 과장 좀 보태서 학급재판 시스템을 이용한 단간론파 메이커가 출시된다면 엄청나게 재미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이런 장르에서 게임 플레이 만큼 중요한 것이 스토리다. 그렇다면 슈퍼 단간론파의 스토리는 어떨까?

 

2. 일단 스토리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겠다. 이 슈퍼 단간론파의 스토리는 후속작인 애니메이션 단간론파 3와 큰 연관이 있다. 근데 일단 후속작을 애니로 낸 것도 문젠데 이 애니는 정말 단간론파 시리즈에서 거대한 대재앙이었다. 시리즈의 완결편인 주제에 온갖 막장 설정과 전개로 가득한 문제작인데 이 애니 설정을 슈퍼 단간론파 스토리에 반영하면 슈퍼 단간론파의 스토리만 같이 망가질 뿐이다. 

 

 단간론파 3에서 슈퍼 단간론파와 연관있는 문제적 설정으로는 세뇌빔과 드래곤볼마냥 부활해버린 2편의 캐릭터들이 있는데 솔직히 이를 반영하고 슈퍼 단간론파의 스토리를 평가하면 멀쩡히 서있던 슈퍼 단간론파도 수렁에 빠져버린다. 그러므로 스토리 리뷰를 할 때 단간론파 3는 정사로 취급하지 않고 슈퍼 단간론파의 후속작은 없는 것으로 취급하고 진행하겠다.

 

 일단 전체적으로 간략하게 슈퍼 단간론파 스토리의 장점과 단점을 살펴보면 먼저 장점은 일단 트릭의 퀄리티가 진일보했다. 기존 단간론파 1편의 트릭은 약간 심심한 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슈퍼 단간론파의 트릭은 1편보다는 확실히 나아졌다. 특히 5챕의 트릭은 역대 추리 게임 사건 중에서도 상위권에 들어가지 않나 싶을 정도로 좋다. 또, 1편에서 아쉬웠던 후반부의 뒷심을 슈퍼 단간론파에서는 보완하는 데 성공했다. 5챕의 완성도는 트릭 뿐만 아니라 스토리적으로도 뛰어나며 6챕에서도 실수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캐릭터 이야긴데, 물론 캐릭터성이라든가, 캐디라든가 하는게 사람마다 평가하는 게 다르긴 하다. 그러나 슈퍼 단간론파의 캐릭터들은 전체적으로 1편보다 더 매력적이다. 토카미 포지션인 코마에다나 키리기리 포지션인 나나미의 경우, 전편의 두 캐릭터들이 지녔던 약점을 잘 보완해서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고 그외 조연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개성있고 매력있게 잘 만들었다. 물론 전작에 하가쿠레 포지션인 오와리처럼 좀 구제불능의 캐릭터도 있긴 한데... 뭐 이정도면 낫지 않나 싶다. 

 

 하지만 단점이 없는 게임은 없는 법이라고 슈퍼 단간론파의 스토리에도 분명 단점은 있다. 일단, 1편과 비교해보면 기승전결에서 전결은 확실히 1편보다 발전했는데 기승에서는 약간 퇴보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기승만 뛰어난 작품과 전결만 뛰어난 작품 중에서는 후자를 더 고평가하긴 하지만 그래도 전편의 장점이었던 기승의 퀄리티가 떨어진 건 아쉽다. 또 마지막 챕터에서 중점으로 드러나는 문제점인데, 단간론파 시리즈가 성공해서 그런지 특유의 무절제함이 사라지고 뭔가 스토리 전개에서 두려움이 강하게 드러난다. 특히 캐릭터 소모를 최대한 덜 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히 드러나는 데 개인적으로는 단간론파 시리즈의 특유의 무절제함을 고평가했던 입장으로써 많이 아쉽다.

 

 뭐, 이건 전체적인 평가고 이제 다음 편부터는 차근차근 각 캐릭터를 살펴보며 구체적인 평가를 해볼 생각이다. 캐릭터의 행적 등을 살피며 왜 이 챕터는 뛰어나고 왜 이 챕터는 별로이며 이 캐릭터는 어떤 평가를 받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물론, 단간론파 3의 설정은 반영하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단간론파 3를 만든 제작진조차 아마 이를 후회하고 있을 터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