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포켓몬 팬들에게 리메이크라는 단어는 특별했다. 이는 예전 포켓몬 게임이 심각하게 노후했던 것이 그 원인이었다. 1세대와 4세대 만을 비교하더라도 둘 사이에는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 아니, 단순히 시스템만 생각하면 1세대와 4세대 사이의 간격이 4세대와 9세대 사이의 간격보다 더 클 것이다. 그러므로 리메이크는 노후화된 명작을 현대의 감성에 맞게 즐길 수 있는 수단이었다. 이는 파레리그가 그랬고 하골소실이 그랬다. 그리고 3세대의 리메이크, 오루알사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 모두가 생각했다. 그리고 이는 이루어졌다, 한 반정도는.
1. 포켓몬스터 오메가루비 알파사파이어는 모두의 기대감과 함께 2014년 11월 21일에 출시되었다. 그러나 오루알사는 냉정하게 말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오루알사를 그렇게 만들었던 것일까? 이를 말하기 전에 오루알사의 장점부터 살펴보겠다. 왜냐하면 오루알사의 단점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곧 오루알사를 졸작으로 낙인찍는 것이고 이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루알사는 명작은 아니었지만 졸작도 아니었다.
오루알사에서 가장 눈에 띄이는 장점은 역시 편의성이다. 포켓몬스터 시리즈에서 편의성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발전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오루알사 역시 그 추세를 따라갔다. 가장 대표적인 변경으로는 창공날기가 있다. 구세대의 포켓몬은 빠른 이동을 위해서는 비전머신, 공중날기를 배운 포켓몬을 필요로 했고 이는 매 파티마다 공중날기 셔틀을 포함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는 파티의 자유도를 해치는 매우 불편한 요소 주 하나였다. 그러나 오루알사는 공중날기 셔틀 없이도 그냥 쓸 수 있는 창공날기를 도입해 편하게 빠른 이동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여정을 쾌적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오루알사의 편의성에는 포획도 있다. 4세대와 5세대는 각각의 세대만으로는 전국도감을 완성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오루알사에서는 기존의 스타팅 포켓몬과 전설의 포켓몬을 바겐세일로 풀어버렸고 그 결과 6세대에서는 전국도감을 한 세대만으로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세대에서 전국도감이 유기되는 것을 보면 지금 와서는 상상도 못 할 편의성이다. 마지막으로 멀티 플레이 진입장벽 역시 엑와와 비교해도 더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배틀리조트라는 한 곳에 키우미집, 기술 가르침, 개체지 판정, 무한 알까기 로드를 몰아넣은 과감한 판단은 전작인 엑와보다도 더 멀티플레이를 진입하기 쉽게 만들었다.
한편, 오루알사의 장점에 편의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루알사의 또다른 장점으로는 캐릭터가 있다. 기존 3세대의 캐릭터들은 옛날 포켓몬 캐릭터답게 매력이 부족했다. 그나마 성호 정도가 챔피언 빨로 어느 정도 개성이 있었고 나머지는 적어도 인게임 내에서는 그저 그런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오루알사는 시대의 발전에 뒤처지지 않고 디테일을 살려 캐릭터들의 개성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오루알사에서 가장 인상깊은 캐릭터는 역시 민진인데, 기존의 라이벌 아닌 라이벌이라는 애매한 입지에 있던 캐릭터를 성장형 라이벌, 더 나아가 리얼리스트로 만들어 플레이어의 눈도장을 한 번에 사로잡았다. 특히, 재대결을 하다 보면 기존의 구린 포켓몬은 유기하고 당시 최강의 포켓몬이었던 파이어로와 한카리아스를 쓰는 모습은 뭐라 형용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물론 민진만이 오루알사의 수혜자는 아니었다. 부족한 배틀 횟수라는 디메리트를 썸으로 채우는 데 성공한 봄이/휘웅과 씨보라 이벤트로 깊이 있는 캐릭터성을 얻은 암페어 그리고 아쿠아단과 마그마단도 오루알사의 수혜자였다.
특히 아쿠아단과 마그마단의 발전이 눈여겨볼 만하다. 기존의 아쿠아단과 마그마단은 각각 물타입 성애자랑 불꽃타입 성애자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루알사는 이들에게 생태주의와 인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주었고 자연스럽게 조직에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험악하게 생겼지만 사실 포켓몬과 자연을 사랑하는 아강이라든가, 인류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마적, 그리고 조직의 이데올로기와는 별개로 얀데레 소녀가 되어버린 구열 등은 오루알사에서도 인상 깊은 캐릭터들이었다. 이처럼 오루알사는 각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오루알사의 장점을 소개하자면 바로 사운드다. 기존에 트럼펫이라는 개성으로 호평받은 3세대의 OST는 오케스트라로 일신하여 화려하게 돌아왔다. 오루알사의 OST 하나하나가 개성을 잘 살리면서도 원곡의 매력을 잘 유지한 채 리메이크에 성공했고 기존에 있었던 OST 뿐만 아니라 오루알사만의 새로운 OST도 호평일색이었다. 대표적인 예로는 민진 배틀과 피아나 배틀이 있는데 둘 다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한다. 특히 피아나 배틀의 바이올린 선율은 예술이라는 말로는 설명하기 부족할 정도다. 백마디의 말보다는 한 번 듣는 게 훨씬 나을 테니 일단 들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M-UYiYVvx-8
2. 이렇게 오루알사는 분명히 여러 장점이 있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위에서 필자는 이 게임을 명작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게임의 단점이 무엇이길래 이 게임을 장점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일까? 이는 다음 편에서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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