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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루알사, 명작이 되지 못한 리메이크 - (2)

삶은계-란 2023. 8. 14. 19:28

0. 오루알사의 단점은 바로 리메이크와 연결되어 있다. 하골소실은 사실 금은의 리메이크라 보기 어렵다. 정확히는 크리스탈을 금은으로 나누어 리메이크한 것이 하골소실의 실체다. 금은에는 스이쿤이 비중 있게 나오지 않는다. 금은에서 스이쿤은 엔테이와 라이코처럼 그냥 돌아다니는 전설의 포켓몬 1이다. 그러나 크리스탈에서 스이쿤은 특별한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하골소실도 마찬가지로 스이쿤에게 특별한 역할을 주었다. 또, 전화 시스템을 통해 진화의 돌을 얻을 수 있다거나 여자 주인공이 존재한다는 것 역시 크리스탈에서 따온 것이지 금은에서 따온 것이 아니다. 하골소실은 금은보다 더 발전한 크리스탈을 리메이크했고 이는 하골소실을 불멸의 명작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오루알사는 달랐다. 오루알사는 에메랄드가 아니라 철저하게 루비/사파이어를 리메이크했다. 그리고 이것이 오루알사가 하골소실처럼 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다.

 

1. 사람들이 오루알사에서 가장 기대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배틀프런티어였다. 배틀프런티어는 에메랄드에서 처음 추가된 배틀 시설로 기존의 배틀타워와는 달리 다양한 방식의 배틀을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자신의 포켓몬이 아니라 렌탈 포켓몬을 활용해 상대와 맞서야 하는 배틀 팩토리는 무수한 트레이너들의 억까와 함께 엄청난 호평을 얻었다. 그래서 4세대에서도 있던 배틀프런티어에서도 배틀 타워와 함께 유일하게 살아남은 시설이기도 했다. 그런 배틀프런티어는 4세대 PT와 하골소실까지는 유지되었지만 5세대부터는 배틀서브웨이 등 새로운 배틀 시설에 밀려 사라졌다. 그러나 배틀서브웨이나 배틀하우스는 배틀프런티어보다는 컨텐츠가 확실히 부족했다. 5세대는 그나마 PWT라는 올스타 컨텐츠가 있어 비판이 없었지만 6세대는 그런 것도 없었으므로 확실히 아쉬웠다. 그러므로 모두가 오루알사에서 배틀프런티어의 귀환을 바랐다.

 

 그러나 오루알사에서 배틀프런티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는 배틀타워도 아니라 배틀 하우스가 자리 잡았다. 심지어 배틀 하우스의 네임드들도 3세대의 프런티어 브레인이 아니라 XY의 배틀샤틀레느가 등장한다. 이는 팬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오루알사의 배틀 컨텐츠는 기존 3세대가 갖고 있었던 개성을 유지하기를 바란 팬들이 부지기수였으나 게임 프리크는 XY의 배틀 컨텐츠의 복사·붙여 넣기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것뿐만이었다면 배틀하우스가 이렇게 욕을 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배틀 하우스 옆에는 어디선가 익숙한 모형이 보인다. 그렇다, 배틀타워의 모형이다. 게임 프리크는 배틀프런티어는 구현하지도 않은 주제에 배틀타워 모형을 세워놓고, 배틀프런티어 공사 중이라고 말하면 팬들을 능욕했다. 이거는 해서는 안 되는 짓거리였다. 물론 게임 프리크의 의도는 팬들을 능욕하는 게 아니긴 했다. 게임 프리크는 나름 배틀프런티어를 언급하면서 3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 했던 것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이미 배틀프런티어 미구현으로 뿔난 팬들에게 보여줄 물건은 아니었다. 자신이 원하던 것은 보여주지 않고 그 모형을 선심 쓰듯이 보여주는 것은 분명 보기에 좋지는 않았다. 이 점은 사소하지만 오루알사가 가장 큰 비판을 받은 원인이라 생각한다.

 

2. 이것 말고도 게임플레이 측면에서 오루알사를 비판하자면 먼저 밸런스다. 메가보만다는 메가캥카와 메가팬텀처럼 만들어져서는 안 되는 포켓몬이었다. 물론 보만다는 당시 600족 치고는 구리긴 했다. 그러나 그건 600족 치고다. 보만다를 약하다가 말한다면 옆에 있던 플라이곤이 펑펑 울 게 뻔하다. 그런데도 게임 프리크는 보만다에게 메가진화를 주었다. 그것도 스카이스킨이라는 개사기 특성과 함께 말이다. 분명 스킨특성은 엑와에서 처음 도입했었다. 님피아와 가디안이 받은 페어리스킨이라든가, 쁘사이저가 받은 스카이스킨이라든가 말이다. 그리고 이들은 좋은 성능을 보이며 스킨 특성이 좋은 특성임을 증명했다. 그런데도 600족인 보만다에게 스카이스킨을 줘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더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나마 6세대에서는 경쟁자 포지션에 있던 파이어로 덕에 압도적 위치에까지는 못 올랐으나 그때도 분명 메가보만다는 좋은 포켓몬이었다. 그리고 7세대에서 파이어로가 너프 먹자 보만다는 파이어로를 안 좋은 방향으로 계승했다.

 

 메가보만다는 화력도 강하고 내구도 튼튼하며 빨랐다. 그러니 환경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었다. 심지어 7세대 메타는 따라큐나 카푸시리즈로 대표되는 페어리 타입이 메타를 지배하던 시대였지만 메가보만다는 쿨하게 드래곤 타입 기술을 유기하면서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난 성능을 뽐냈다. 굳이 메가보만다의 스탯에 방어를 50이나 줬어야 했을까? 굳이 스킨을 스카이스킨으로 줬어야 했을까? 게임 프리크는 메가보만다로 또다시 자신이 멀티플레이의 밸런스를 맞추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레벨 디자인, 엑와에도 있던 학습장치는 오루알사에도 당연히 도입되었고 이는 엑와의 참사를 다시 한번 재현했다. 누구나 딸깍거리기만 해도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진 레벨 디자인을 호평하기는 어렵다. 물론 엑와보다 나은 점이라면 일단 포획 없이도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는 점과 적어도 네임드 기술 배치나 라인업은 더 낫다는 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엑와보다 낫다고 해서 오루알사의 레벨 디자인을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파도타기 두 방이면 끝나는 풍&란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디자인이었다. 굳이 풍&란의 포켓몬을 솔록과 루나톤 단 두 마리로 했어야 됐을까? 에메랄드처럼 새 포켓몬들을 더 추가할 수는 없었을까? 적어도 게임 프리크에게는 그런 상상력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3. 이렇게 오루알사의 게임플레이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오루알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게임플레이가 아니었다. 놀랍게도 1편에서 호평한 오루알사의 스토리와 캐릭터가 오루알사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게임 프리크는 어떤 스토리를 만들었길래 그런 비판을 들었던 것일까? 이는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