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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걸작선 - 젤다의 전설 티어즈 오브 더 킹덤

삶은계-란 2023. 9. 2. 11:01

0. 어떤 작품의 후속작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 작품이 엄청나게 고평가를 받는 명작이라면 더욱 그렇다. 야숨의 후속작이 나온다고 발표한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제목도 모르는 후속작이 얼마나 명작일지를 기대했다. 그리고 그 기대감 덕분이지 후속작은 제목 공개도 미루며 연기에 연기를 거듭해 나갔다. 마침내 게임의 제목, 티어즈 오브 더 킹덤이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의 기대는 극에 치솟았다. 그리고 제목 공개 이후 8개월 뒤, 드디어 사람들이 기대하던 야숨의 후속작, 젤다의 전설 티어즈 오브 더 킹덤이 발매되었다. 그리고 젤다의 전설 티어즈 오브 킹덤은 사람들의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1. 그렇다면 젤다의 전설 티어즈 오브 더 킹덤(이하: 왕눈)은 왜 걸작인 것일까? 그렇게 불리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짚고 싶은 것은 바로 링크의 오른손이다. 이번 왕눈에서는 이 오른손으로 야숨의 시커 스톤 같은 기능을 쓸 수 있는데 여기에는 울트라핸드, 스크래빌드, 트레루프, 리버레코, 그리고 블루 프린트가 있다. 먼저 설명하기 쉬운 트레루프부터 말하자면 링크의 천장 위로 순식건에 올라가는 기능이다. 그러므로 트레루프를 통해 야숨에서는 힘들게 올라가야 했던 장소를 트레루프로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이것만으로 왕눈의 하이랄은 야숨의 하이랄과 차별점을 얻었다. 왕눈의 하이랄 역시 야숨의 하이랄을 배경으로 해서 전체적인 구성은 비슷하다. 하지만 트레루프를 도입해 기존에 올랐던 공간을 또 오르지 않게 하며 시간 낭비를 없앴고 동굴처럼 트레루프를 활용할 수 있는 지형을 추가해 야숨과는 다른 왕눈만의 하이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다음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건 리버레코다. 리버레코는 야숨의 타임 록과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타임 록이 물체의 시간을 멈추는 것이라면 리버레코는 물체의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다. 이 물체의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얼핏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꽤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용 방법은 트레일러에서도 나왔던 것처럼 하늘에서 떨어진 돌조각에 사용해 하늘섬으로 올라가는 거지만 이 외에도 적이 던진 물체를 되돌린다든가, 반대로 자기가 던진 물건을 부메랑처럼 활용한다든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이 리버레코는 뒤에서 설명할 울트라 핸드와 함께 같이 쓰여 퍼즐을 해결하는 데 많이 쓰이는데 그 덕분에 야숨보다 더 다양한 방법으로 퍼즐을 풀 방법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왕눈의 핵심이 되는 시스템이 바로 울트라 핸드다. 이 울트라 핸드는 주변에 떨어진 물건을 조립해서 새로운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길가에 있는 통나무를 이어서 뗏목을 만들어서 강을 건넌다거나 주변에 있는 나뭇바닥과 바퀴를 조합해서 수레를 만들다든가처럼 원하는 물건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울트라 핸드로 만들 수 있는 게 이런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왕눈에는 조나우 기어라고 다양한 기능을 하는 장치들이 있는데 이 장치를 이용해 더욱 다채로운 장치를 만들 수 있다. 추적 수레와 화룡의 머리를 이용해 로봇 군단을 만든다거나, 타이어와 조종간으로 자동차를 만든다든가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울트라 핸드와 조나우 기어가 왕눈을 야숨보다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비행이다.

 

 야숨에서도 하늘을 날아다닐 수는 있었다. 그러나 야숨의 비행은 비행이 아니라 높은 것에서 서서히 떨어지는 활강에 가까웠다. 그러나 왕눈에서는 진짜로 활강이 아니라 날아다닐 수 있다. 가장 기초적인 방법으로는 날개에 선풍기를 달아서 나는 방법도 있고, 플랫폼에 로켓을 달아서 날아다닐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는 역시 선풍기와 조종간을 이어서 만든 호버바이크로 적은 재료로 쉽게 하이랄을 날아다닐 수 있다. 그리고 하이랄의 다양한 장소를 날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야숨보다 더 풍부한 탐험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이런 제작품들을 매번 만들라고 하면 귀찮을 것이다. 그래서 왕눈에 추가된 시스템이 블루 프린트다.  울트라 핸드로 만든 제작품들은 블루 프린트에 등록이 되는데 즐겨찾기 등으로 한 번 등록된 제작품은 재료만 있다면 귀찮은 과정 없이 순식간에 다시 만들 수 있다. 물론 재료가 없더라도 조나니움이라는 광석만 있어도 가능하다. 이는 하나하나 귀찮게 정성 들여서 울트라 핸드를 쓸 필요 없이 탐험 중에도 간단하게 제작품을 만들어 탐험을 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스템은 스크래빌드다. 왕눈의 무기는 설정 상 녹슬어서 야숨에 비하면 성능이 쓰레기가 되어버렸는데 이 녹슨 무기들에 여러 재료를 합치는 시스템이 바로 스크래빌드다. 이 스크래빌드로 무기를 조립하면 야숨 무기랑 비슷한 성능이 되는 관계로 굳이 이런 걸 넣을 필요가 있었나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스크래빌드의 가장 큰 의의는 바로 사냥의 필요성을 증가시킨 것이다. 기존 야숨에서는 굳이 몬스터를 찾아가서 사냥할 이유가 엄청 크지는 않았다. 그 이유라면 몬스터를 잡는다고 나오는 몬스터 소재들이 사실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야숨에서 몬스터 소재가 쓰이는 용도라면 방어구 강화나 물약 조제밖에 없는데 물약 조제에서는 그렇게까지 많이 필요한 건 아니고 방어구 역시 쓰는 방어구만 쓰기 마련이니 굳이 몬스터를 쥐 잡듯이 잡을 필요가 없었다. 그나마 몬스터를 잡으면 몬스터가 들고 있는 무기를 떨어트리기는 하는데 사실 잡몹들은 몰래 자는 사이에 무기를 훔칠 수도 있고, 후반 가면 라이넬만 주야장천 잡으며 라이넬 무기로 인벤토리를 도배하는 모습을 보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왕눈에서는 몬스터의 소재를 무기와 합쳐서 더 좋은 무기를 만들 수 있으므로 몬스터를 더 잡아야 할 동기가 늘어났다. 물론 왕눈에서도 후반 가면 하급 몬스터를 잡을 필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지만 더 진화한 레벨 스케일링 시스템과 늘어난 몬스터의 종류 덕에 후반에 하급 몬스터를 볼 일이 적다. 거기에 스크래빌드 시스템 덕에 라이넬 무기 미만 잡이었던 야숨과 달리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기사 무기, 러시에 강한 왕가 무기, 기습에 강한 이가단 무기 등 다양한 무기의 개성을 살리는 데도 성공했다.

 

 물론 스크래빌드는 칼에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스크래빌드는 화살과 방패에도 할 수 있는데 화살에는 속성 공격을 할 수 있게 하는 열매나 젤리, 유도 공격이 되는 눈알, 사정거리가 늘어나는 날개 등 다양한 아이템을 달아 유틸리티를 살릴 수 있고 방패는 주로 조나우 로켓을 달아 야숨의 리발의 용맹과는 비교도 안 되는 편리한 수직 기동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스크래빌드는 탐험과 전투 양면에서 편리함과 재미를 향상하는 데 기여했다.

 

2. 물론 왕눈의 장점이 이 시스템들만은 아니다. 왕눈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야숨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점이다. 야숨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역시 메인 던전이었다. 솔직히 메인 던전이었던 신수는 너무나도 천편일률적이었다. 왕눈은 그 단점을 신전이라는 전통적인 젤다 던전으로 보완하는 데 성공했다. 신전은 왕눈의 메인 던전으로 입장 퀘와 던전 진행으로 나뉘는데 각 지역에 어울리는 테마와 퍼즐로 무장해 플레이어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헤브라 지방에서 갈 수 있는 바람의 신전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입장 퀘스트도 하늘에서 날아다니며 진행하고 바람의 신전도 하늘에 떠다니는 커다란 배라서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도 보스였던 프리즈게이라가 전통적인 젤다 보스의 기믹을 왕눈의 시스템과 잘 조화시킨 훌륭한 보스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바람의 신전이 제일 인상 깊긴 했지만 다른 신전의 퀄리티도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영혼의 신전 같은 경우 입장퀘나 보스전은 좋았지만 신전 진행이 부품 셔틀 x 4라서 조금 아쉽긴 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왕눈의 신전은 야숨의 신수에서 부족한 점을 잘 보완한 메인 던전이라 생각한다.

 

 그다음은 스토리다. 야숨의 스토리는 스토리텔링과는 별개로 분명 아쉬웠다. 그러나 왕눈은 야숨의 후속작으로서 훨씬 더 진보한 스토리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물론 진짜 고평가 받는 스토리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왕눈의 스토리는 주제의식 측면에서 약간 부족한 면이 있긴 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뻔할 수도 있는 스토리를 탁월하게 살린 연출은 분명 고평가 받기에 충분하다. 특히 마지막 결말은 예술이라 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돈데 오프닝과 달리 떨어지는 젤다를 링크가 잡고 구해내는 데 성공하는 장면은 정말 최고였다.

 

 야숨의 문제점으로는 또 몬스터도 있었다. 야숨의 잡몹들은 분명 다양성이 부족했다. 그래서인지 왕눈에서는 조아조아, 기브도, 보스보코블린, 호러블린, 독기마 등 더 다양한 몬스터가 추가되었고 각 몬스터들은 기존의 몬스터와는 차별화되는 구석이 있다. 특히 독기마 같은 경우 전작의 가디언 못지않게 초반부에 만나면 골치 아픈 몬스터로 주변에 독기를 마구잡이로 까는 주제에 이속도 빨라 초반에는 상대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몬스터들의 추가로 왕눈의 필드에서는 야숨보다 더 다양한 몬스터를 만날 수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플레이의 다양성으로 이어졌다. 

 

 이는 보스 몬스터에도 예외가 아니다. 앞에서 말한 프리즈게이라를 포함한 메인 던전 보스들은 각 신전에 어울리는 테마와 패턴으로 잘 만들어졌고, 블록 골렘이나 데그기마 등 새로 추가된 미니 보스의 퀄리티도 높다. 그러나 왕눈에서 가장 호평하고 싶은 보스라면 역시 가논돌프다. 야숨의 가논은 설정과는 별개로 너무 쉽고 단순했다. 그러나 왕눈의 가논돌프는 전작과 다르게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화되었다. 일단 1페이즈부터 검, 둔기, 창 등 여러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링크만 하던 저스트 회피를 시전 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2페이즈에 돌입하면 체력이 스크롤바를 넘어가는 연출을 보여주며 본격적으로 독기를 사용하는 데 이 독기는 최대 체력을 아예 제거해 버린다. 또, 저스트 회피 사용도 강화되어 링크의 러시 공격까지 연속으로 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플레이어를 압박한다. 마지막으로 3페이즈는 가논돌프가 흑룡으로 변신하며 덤비고 난도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백룡이 된 젤다와 함께 싸우며 전작보다 더 뛰어난 연출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가논돌프전은 정직하게 싸우면 적당히 어렵게 잘 설계했고 연출도 뛰어난 보스전이라 생각한다.

 

3. 이처럼 왕눈은 야숨의 단점이었던 점들을 확실하게 보완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왕눈 자체에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역시 UI다. 일단 스크래빌드 능력 자체는 잘 만들었으나 스크래빌드를 적용할 때의 UI의 하자가 심각하다. 플레이어가 불꽃 화살을 쓰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려면 일단 화살을 조준한 다음, 왼쪽 아날로그 패드를 위로 올려서 스크래빌드 재료들을 띄우고 수많은 재료 중에서 불꽃 화살을 나가게 하는 재료를 한 땀 한 땀 골라야 한다. 그리고 이 짓을 화살을 쏠 때마다 반복해야 한다. 솔직히 너무 번거롭고 힘들다. 자주 쓰는 스크래빌드 재료를 즐겨찾기 해서 한 번에 쏠 수 있게 해 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또 현자 능력도 문제가 심하다. 현자 능력은 전작의 영걸 능력을 대체한 능력으로 각 현자들의 분신 고유의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분신으로 나와 싸워주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 현자 능력을 사용하는 방식이 너무 불편하다. 현자 능력을 쓰려면 현자의 분신에게 다가가 a 버튼을 매 번 눌러줘야 한다. 그런데 이 방식 자체가 너무 불편하다. 물론 비전투 능력에 가까운 튤리의 수평 비행은 리발 토네이도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유용하지만 나머지는 전투 능력에 가까워 사용하기가 너무 불편하다. 현자 능력도 UI를 더 편리하게 만들었다면 더 유용했을 텐데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왕눈에서 야심 차게 추가한 지역들도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먼저 하늘섬 같은 경우, 제작진이 정성스럽게 만든 시작의 하늘섬이라든가, 하늘로 이어지는 섬들, 물고기의 섬, 뇌명의 섬 등은 매우 훌륭했다. 그러나 그 외의 하늘섬은 너무 비중도 적고 만듦새도 그저 그렇다. 이들은 대충 십자가 모양의 하늘 섬에 조나우 기어 장치와 사당이 있고 그 사당은 수정 셔틀질인 라울의 축복뿐이다. 이런 점들은 야숨에서는 지양했던 전형적인 유비식 물음표에 가까운 디자인인데 이 점은 너무나도 아쉬웠다.

 

 지저 같은 경우는 하늘섬보다는 다양하고 좋긴 했다. 일단 이기단 기지부터 지저로 이사했고 조나니움 광석들도 많아 파밍 하기에도 적당하며 뿌리를 찾아 헤매는 재미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지형 자체가 너무 어두워서 피로감이 심각하고 하이랄과 넓이는 똑같은 주제에 테마도 똑같아서 금방 지루해진다. 지금보다 불빛이 조금만 더 많았으면 더 탐험하는 맛도 있고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4. 뭐, 왕눈에 위처럼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왕눈은 분명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게임이다. 왕눈은 야숨에서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뛰어난 점은 더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 의미에서 왕눈을 걸작 중의 걸작이라고 부르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제작진들은 앞으로의 젤다는 야숨과 왕눈처럼 오픈월드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는데 다음 젤다 게임이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 너무나도 큰 기대가 된다. 앞으로도 좋은 젤다 게임이 계속해서 나오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