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오루알사의 발매 이후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은 Z버전이었다. 모두가 엑와의 세 번째 전설의 포켓몬이었던 지가르데를 주목했고 지가르데가 주인공인 작품이 나올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게임프리크는 그 기대와 믿음을 배신한 채,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작품을 발매했으니 바로 포켓몬스터 썬문이다.
포켓몬스터 썬문은 2016년 11월 18일에 발매된 첫 7세대 작품으로 5세대 이후 같은 기종에서 두 번째로 세대교체를 한 사례였다. 그래서인지 7세대는 기존 6세대와 다른 여러 가지 혁신을 시도했고 그 혁신 중 일부는 성공했다. 하지만 분명 포켓몬스터 썬문에는 아쉬운 점이 있었고 그 점이 이 작품을 명작이라 부르기에는 부족한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면 썬문의 변화에는 어떤 점들이 있었을까?
1. 썬문의 가장 큰 변화로는 역시 비전머신의 영구 삭제가 있다. 비전머신이 무엇인가, 먼 옛날옛적 윈디가 담배 피우던 시절부터 있었던 역사와 근본의 시스템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 시스템이 좋은 건 전혀 아니었다. 게임 도중 길을 막는 장애물을 통과하게 해 준다는 좋은 취지로 처음부터 함께했던 이 시스템은 어느새 적폐가 된 지 오래였다. 정확히는 처음부터 적폐긴 했다. 가장 큰 문제라면 비전머신은 한 번 배우면 특정한 방법 없이는 잊을 수 없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비전머신을 배운 포켓몬을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대부분 성능이 구린 비전머신을 주력 포켓몬에게 가르칠 바에는 대부분 비전머신을 배운 비전셔틀을 데리고 다니기 일 수였고 곧 모든 파티에는 5마리의 주력 포켓몬과 1마리의 비전셔틀이 함께하게 되었다. 이 비전셔틀 덕분에 초반에 등장하는 비버니 같은 노말 포켓몬의 인지도가 오르긴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파티의 다양성을 해치는 비전머신과 비전셔틀은 너무나도 게임에 해로운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썬문은 비전머신을 과감하게 없애고 새로운 포켓라이드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포켓라이드의 매커니즘은 막힌 길을 뚫는다는 것으로 비전머신과 같다. 유일하게 다른 점이라면 포켓몬에게 기술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점뿐이다. 그리고 이 하나만으로 포켓라이드는 엄청난 혁신이었다. 더 이상 비전셔틀을 구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파티를 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육성의 불편함을 줄이고 자유도를 늘리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런 포켓라이드의 유용성 덕분인지 이후 게임에서도 비전머신을 대체할 여러 시스템들이 도입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포켓라이드는 포켓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였다.
썬문에서 야심차게 추가한 시스템으로는 Z기술이 있다. Z기술은 배틀 중 한 번 기술을 강화해서 쓸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으로 평소에는 쓰기 힘든 위력 200짜리 기술을 쓸 수 있게 해 준다. Z기술은 배틀 중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필살기라는 측면에서는 꽤 매력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라면 Z기술이 하필이면 메가진화를 밀어내고 추가된 시스템이라는 점이었다. 그 엄청난 메가진화를 밀어내고 나온 시스템이 일회용 필살기, 사실상 럭키 주얼류 아이템이며 시전 모션도 전체적으로 우스꽝스러우니 당연히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우스꽝스러운 모션을 빼면 Z기술이 엄청 나쁜 시스템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틀 중 1번이라 리스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쓸 수 있으며, 단독으로 밸런스를 파괴할 정도로 강한 Z기술은 없으며 스토리 중에도 초반부터 부담없이 쓸 수 있다는 점 등도 좋았다. 어떻게 그 모션만 없애거나 아니면 좀 더 멋있게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썬문에서 추가된 시스템 중 인상깊은 건 난입배틀이었다. 물론 위 둘과 다르게 난입배틀은 더 안 좋은 쪽이었다. 사실 난입배틀의 메커니즘은 나쁘지 않다. 야생 포켓몬이 일정 확률로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을 요청받아 더 강한 포켓몬이 나온다는 컨셉은 꽤 좋다. 또 그 과정에서 더 강한 개체치를 지닌 포켓몬이나 숨겨진 특성을 지닌 포켓몬이 나온다는 점도 괜찮다. 문제라면 옛날옛적부터 이어져온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허점, 더블 배틀 중에는 몬스터볼을 던질 수 없다였다. 포켓몬을 잡으려다가 다른 포켓몬이 난입한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포획 대신 난입한 포켓몬을 잡는 삽질을 해야 한다. 겨우 포켓몬을 잡았는데 또다시 난입한다면, 또 그 포켓몬을 잡아야 한다. 이런 과정은 당연히 피곤하다. 이는 특히 초반에 춤추새를 포획할 때 크게 느낄 수 있는데 춤추새는 하필이면 진화형이 없는 포켓몬이라서 초반에 잡기는 힘들고 포획률도 높지 않다. 그런데 포획률이 높은 볼은 없으니 당연히 수많은 난입의 세례를 버티며 엄청난 시간을 인내해야 한다. 이는 결코 유쾌하지 않다. 그런고로 난입 확률을 높이는 아이템이 있는 만큼 난입 확률을 없애는 아이템을 추가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아이템이 있었다면 난입배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썬문의 가장 큰 변화이자 혁신은 역시 레벨 디자인이다. 기존의 포켓몬은 8개의 포켓몬 체육관과 악의 조직, 그리고 사천왕과 챔피언을 상대한다는 당연하면서도 뻔한 공식이었다. 그러나 썬문은 이 공식을 파괴했다. 무려 포켓몬 체육관을 없애고 그 자리를 시련으로 채워넣은 것이다. 이 시련의 대부분은 주인 포켓몬이라 불리는 야생 포켓몬을 쓰러뜨리는 건데 완전히 바뀐 양상을 보며 많은 팬들이 과연 이 시련이 포켓몬 체육관을 대체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리고 그 걱정과 달리 시련은 완벽하게 포켓몬 체육관을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포켓몬 한 마리를 상대하는 것이라 너무 쉽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주인 포켓몬 전용 랭크업과 1:2로 싸우는 시스템 덕에 사라졌고 오히려 너무 어렵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컨셉 역시 각 주인 포켓몬에 어울리는 컨셉으로 무장해 꽤 다채로웠다. 시련은 포켓몬스터가 포켓몬 체육관 없이도 좋은 레벨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꼭 시련이 아니더라도 썬문의 레벨 디자인은 훌륭하다. 6세대의 가장 큰 오점이라면 학습장치로 인한 난이도 곡선의 파괴였다. 누구나 딸깍하면서 쉽게 깰 수 있는 게임은 좋은 게임이 아니었다. 그러나 7세대는 그 학습장치를 유지하면서 5세대의 경험치 공식의 복귀 등으로 팬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적당히 어려운 난도의 게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주인 포켓몬 라란티스는 그 꼭두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의 난도를 자랑하며 그외에 많은 주인 포켓몬의 난도도 적당히 어려웠다. 이런 점은 포켓몬스터 시리즈가 6세대에서 거친 방황을 끝내고 드디어 좋은 레벨 디자인을 만드는 능력을 다시 한번 회복했음을 상징하는 징표였다. 이렇게만 보면 썬문은 명작일 것이다. 난입배틀 등의 하자가 있긴 하지만 썬문의 게임플레이는 6세대와 비교했을 때 훨씬 뛰어나고 그 전 세대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썬문의 진정한 문제는 게임플레이가 아니었다. 바로 스토리였다.
2. 썬문의 스토리는 썬문을 평가할 때 핵심이지 가장 큰 비판점이다. 하지만 썬문의 스토리에 장점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박사이자 챔피언 역할은 쿠쿠이 박사는 유쾌한 멘토 역할을 잘 해냈고 하우 역시 웃으면서 하는 팩트폭력으로 꽤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또다른 라이벌인 글라디오도 처음에는 중2병 컨셉이라 부담스러웠지만 점점 성장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라면 역시 스컬단의 보스 구즈마였다. 단순한 동네 양아치로 시작해서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며 갱생하는 플롯은 구즈마를 지금까지의 포켓몬 빌런과는 차별화되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썬문의 스토리를 구하는데 실패했다.
썬문 스토리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컷씬이 너무 지나치게 많다는 거다. 기존의 포켓몬 스토리는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러므로 스토리가 별로여도 적당히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썬문의 스토리는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 그래서 몇 보 걷다 보면 컷신이 나오고 다시 게임을 재밌게 좀 하려면 다시 컷신이 나온다. 이런 게 반복되니 당연히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뭐만 하면 컷신이 나오니 도저히 게임을 즐길 수가 없고 스토리를 강압적으로 쑤셔 넣는다. 그렇다면 쑤셔 넣은 스토리는 좋았을까? 아니다, 이게 두 번째 문제다.
썬문의 스토리는 곧 릴리에의 스토리다. 그리고 릴리에가 이 게임, 아니 더 나아가 포켓몬스터 시리즈 역사상 최악의 캐릭터라는 게 문제다. 그럼 릴리에는 도대체 뭐 하는 캐릭터길래 이 정도로 비판을 받는 것일까? 쉽게 말하자면 썬문의 스토리는 리리에의 이야기가 주가 되며 주인공은 그저 릴리에를 돕는 조력자의 역할에서 그친다. 즉, 릴리에가 없으면 썬문의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는다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릴리에가 썬문의 진주인공이다. 주인공이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 릴리에를 구하려다 Z크리스탈을 얻어서이다. 주인공이 에테르재단과 맞서는 이유? 릴리에를 지키기 위해서다. 전설의 포켓몬과 교감하는 것? 릴레이가 다 한다. 주인공으로서 받는 대접? 릴리에가 혼자서 다 받는다. 주변의 NPC들은 배틀할 때를 빼면 다 릴리에를 찾지 주인공을 찾지 않는다. 굳이 울트라스페이스에서 혼자 살겠다고 떠난 루자미네를 잡으러 간 이유? 릴리에가 어머니를 구하고 싶어서란다. 사실상 릴리에가 주인공이고 주인공은 릴리에의 용병 역할인데 어떻게 스토리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겠는가.
이런 릴리에의 기이한 포지션은 그녀의 캐릭터를 망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주인공은 릴리에이고 주인공은 사실상 배틀 셔틀이다. 그러므로 릴리에게 몬스터볼만 주어지면 당연히 릴리에가 주인공의 자리를 찬탈해 버린다. 그래서 오오모리는 릴리에에게 포켓몬 배틀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몬스터볼을 쥐어주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칠 수 있다. 근데 그 이유가 가관이다. 바로 포켓몬이 다치기 싫어서란다. 아니, 여기가 현실도 아니고 포켓몬 세계에서 포켓몬이 다치기 싫다는 이유로 포켓몬을 안 다루는 건 이질적이다. 주인공도 포켓몬을 쓰고 주인공 포켓몬들도 배틀하다가 다칠 텐데 그러면 주인공 포켓몬은 포켓몬이 아닌가? 그런 식으로 할 거면 N이나 플라즈마단처럼 포켓몬 해방 운동이라도 해야 되는 게 아닌가? 만약 포켓몬 해방 운동을 해서 포켓몬 해방을 하면 야생 포켓몬들은 안 다치나? 그냥 어처구니가 없다.
문제는 이를 지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당연하듯이 여기는 묘사가 세계관의 규칙을 깨뜨린다는 것이다. N이 포켓몬을 해방하자고 했을 때는 모든 선역이 이에 대한 반박을 했다. 그런데 릴리에가 그 얘기를 하니까 '릴리에는 사람이 착해서 그래.'하고 넘어간다. 이게 착한 건가?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썬문의 스토리가 도미노처럼 무너져간다. 알로라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사상을 지닌 릴리에를 착하다고 넘기는 괴이한 인물들이 되고 릴리에와 대립해야 할 루자미네도 망가진다. 그렇게 무너져버린 도미노는 썬문의 스토리를 완전히 넘어뜨리기에 충분했다.
이는 썬문 스토리의 주제로도 바로 알 수 있다. 썬문의 주제로는 자기 마음대로 타인을 부리는 것에 대한 비판, 그리고 인연의 소중함인데 둘 다 하나도 안 와닿는다. 일단 전자의 경우 릴리에가 루자미네를 그렇기 비판하는 주제에 자신도 주인공을 부려먹는다는 내로남불의 비판을 피할 수 없고 후자는 솔직히 릴리에가 그렇게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솔직히 몇 번 보지도 않은 구즈마가 릴리에보다 더 정감 가고 호감이다. 그런데 엔딩에서조차 릴리에가 떠난다고 온갖 쇼를 하니... 어떻게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겠는가? 이러니 썬문의 스토리를 고평가할 수 없는 거다.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손님 잎에 쑤셔 넣는 식당은 존중받을 수 없다. 썬문의 스토리는 존중받을 수 없다.
3. 이제 다음으로 그래픽을 말하자면 사실 크게 할 말이 없다. 3DS 게임이다. 그래픽을 숫자로 보면 썬문의 그래픽을 고평가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썬문의 아트 스타일이나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보자면 꽤 괜찮다. 휴양지 분위기를 적절히 살리는 데 성공했고, 맵 디자인에서 크게 하자가 있는 곳은 없다. 포켓몬 디자인도 뛰어나다. 6세대 스타팅 중 브리가론은 무색무취한 느낌이어서 아쉬웠는데 7세대 스타팅은 개성과 미형 모두를 챙기는 데 성공했다. 또, 스타팅뿐만 아니라 따라큐, 춤추새, 에리본 등 일반 포켓몬 디자인도 전체적으로 좋다. 특히 썬문에서는 리전 폼이라고 기존에 있던 포켓몬이 다른 지방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한 개념이 첫 도입되었는데 기존에 잊힌 포켓몬을 재조명하면서 진화의 학술적 의미도 잘 살렸다. 특히 알로라 나시는 압도적인 디자인으로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후속작들에서도 리전 폼이 잊힌 포켓몬의 개성을 살리는 방법으로 사용되는 것을 생각하면 리전 폼의 추가는 썬문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다.
전설의 포켓몬 디자인도 눈에 띈다. 솔가레오와 루나아라는 진화하는 포켓몬이라는 디자인을 잘 살렸고 울트라비스트는 다른 차원에서 온 괴생명체 컨셉에 맞게 기괴하면서도 너무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을 정도로 독특한 정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7세대에도 짜랑고우거라는 오점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1세대에도 그 정도 오점은 있으니 전체적으로 포켓몬 디자인은 훌륭한 편이다.
사운드 역시 좋으면 좋지 나쁘지는 않다. 4세대 이후 돌아온 낮/밤마다 브금이 바뀌는 컨셉은 맵의 생동감을 더했고, 루자미네나 글라디오, 쿠쿠이 박사 배틀 테마도 좋다. 특히 사운드에서 하와이 컨셉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엑와의 사운드도 엄청 나쁜 건 아니었지만 솔직히 프랑스 느낌이 강하진 않았다. 개인적으로 프랑스 음악 하면 샹송이나 일렉트로니카가 먼저 떠오르는 데 엑와의 사운드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클래식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썬문은 엑와와 달리 하와이의 토속적 분위기를 살리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고평가 하고 싶다.
4. 이렇게 썬문의 변화와 특징을 정리해보았다. 정리하면 해볼수록 썬문은 분명히 명작이 될 수 있었다. 하늘에서 당당하게 떠오른 태양과 달처럼 썬문도 명작으로서 떠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막은 것은 단 하나, 순수하게 스토리 때문이었다. 썬문이 스토리 외에도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단점쯤은 명작이라 불리는 전작들에도 있었다. 하지만 오오모리가 연성해 낸 쓰레기 같은 스토리는 떠오르던 썬문을 지평선 너머로 지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썬문을 명작이라 부를 수 없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썬문의 의의가 없는 건 아니다. 썬문의 유산은 분명 포켓몬에 살아숨쉰다. 비전머신은 이제 포켓몬과는 정말 남 이야기가 되었고 리전 폼 포켓몬은 지금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폐기물 같던 썬문의 스토리조차 9세대, 스칼렛 바이올렛에서 장점을 유지하고 단점을 보완하며 포켓몬 스토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었다. 분명 썬문은 후속작과 달리 포켓몬 게임이라 불릴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썬문의 스토리 때문에 썬문을 차마 명작이라 부르지는 못하겠다. 뜨다 말아버린 태양과 달, 이것이 포켓몬스터 썬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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