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슈퍼 단간론파의 성공으로 어깨가 올라간 스파이크 춘소프트와 제작진들은 이 기세를 몰아 여러 외전을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시리즈의 완결작인 단간론파 3에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단간론파 3은 망했다. 정말 처참하게 망했다. 망하기가 어려워 보였던 단간론파 3을 말아먹은 제작진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시리즈를 새로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새로운 게임을 만들었으니 그것이 바로 2017년 1월 12일에 나온 뉴 단간론파 V3 - 모두의 살인 신학기이다.
1. 일단 뉴 단간론파의 게임 플레이 파트부터 살펴보자면, 사실 단간론파 시리즈의 게임 플레이는 뛰어난 편이었다. 하지만 뉴 단간론파의 게임 플레이는 기존작들보다도 더욱 뛰어났다. 가장 먼저 논하고 싶은 건 바로 우소다마다. 기존의 학급재판은 추리 게임 답게 정정당당하게 팩트로만 승부를 보았다. 물론 이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추리 게임에서 진실은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거짓말로 상대를 몰아붙일 때의 짜릿함이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대표적인 예로 역전재판 4의 첫 번째 사건이 있는데 나루호도가 가짜 증거로 가류 키리히토를 잡아낼 때의 모습은 솔직히 멋있었다.
그래서인지 뉴 단간론파에서도 우소다마라는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했다. 우소다마란 말 그대로 학급 재판 중 거짓 증언을 담은 탄환을 발사하는 것으로 학급재판 중에 사용가능하다. 이 우소다마는 위기를 세 치 혀를 이용한 거짓말로 돌파하는 짜릿함을 주고 작품의 주제인 거짓말과 일맥상통하다는 점에서 잘 만든 시스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옥에 티를 찾자면 바로 우소다마가 필요한 상황을 대놓고 알려준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 겨우 우소다마를 생각 해서 위기를 돌파하는 짜릿함보다는 '아 여기는 우소다마를 써야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조금 더 강하게 든 감이 있었다. 굳이 이런 힌트를 주지 않는 것이 짜릿함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더 나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주목할 만한 추가점을 뽑자면 패닉 논의를 들고 싶다. 패닉 논의란 학급재판 중 학생들이 마구잡이로 아무 말 대잔치를 할 때, 주인공 아카마츠의 능력으로 발언을 나눠 듣는 논의인데 말 그대로 학생들이 동시에 발언을 내뱉아 멀티태스킹을 요구한다. 솔직히 스포일러를 감안하면 주인공의 능력 같은 걸 논했어야 하는 생각은 들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진부할 수 있는 논스톱 논의를 비슷한 플레이스타일로 신선하게 진행할 수 있는 재밌는 시스템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학급재판에서 논하고 싶은 건 역시 논의 스크럼이다. 이 논의 스크럼이 뉴 단간론파 최고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기존의 학급재판이 개인전이었다면 논의 스크럼은 팀전이다. 학급재판을 진행하다 보면 서로 다른 두 의견으로 학생들이 나누어지면서 논의 스크럼이 시작되는 데 여기서 상대 팀의 주장을 논파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적절히 고르면 되는 간단한 미니게임이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과 팀을 맺어 상대편의 의견을 다 같이 논파하는 장면은 기존의 학급재판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별하고 재미있는 장면 중 하나였다. 그러므로 논의 스크럼의 추가를 뉴 단간론파의 신의 한 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음으로 그래픽에 대해 말하자면 역시 2017년 작품답게 전편들보다 훌륭하다. 하지만 전형적인 애니풍 게임에서 배경 그래픽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 역시 캐릭터 디자인일 것이다. 그리고 캐릭터 디자인만큼은 매우 훌륭하다. 각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혐오스럽지도 않게 잘 디자인했다. 다만 CG 퀄리티는 많이 아쉬운데 개인적으로 그림 보는 눈이 뛰어나다고 차마 말하지는 못하지만, 솔직히 시마드릴의 CG는 좀 그렇다... 특히 아카마츠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나온 아기 몸에 어른 아카마츠의 얼굴이 합쳐진 CG는 좀... 보기 그랬다. 그래도 모든 CG가 다 별로인 건 아니고 괜찮은 CG도 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2. 그다음으로 살펴볼 부분은 스토리다. 뉴 단간론파는 추리 게임이므로 역시 스토리의 퀄리티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 스토리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인 트릭의 경우, 솔직히 꽤 뛰어난 편이다. 사실 단간론파 시리즈가 학급재판은 재밌어도 트릭 퀄리티의 경우 솔직히 둘쑥날쑥한 점이 있긴 했다. 그러나 뉴 단간론파의 경우 적어도 전통적인 추리물에 가까운 5 챕터까지의 트릭들은 전부 뛰어난 편이다. 특히 1챕터의 트릭은 서술 트릭을 적절하게 활용해서 플레이어들이 상상도 못 할 반전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으며 3챕터의 트릭도 참신하고 완성도도 높았다. 그런 점이 뉴 단간론파 스토리의 가장 훌륭한 점이다.
그리고 이를 제외하면 뉴 단간론파의 스토리에 호의적은 평을 내리기는 어렵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캐릭터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뉴 단간론파의 캐릭터 디자인은 뛰어난 편이다. 그러나 이런 뛰어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뉴단의 캐릭터들은 매력이 없다. 이건 개인적인 소감이지만 뉴단에는 호감이 가는 캐릭터가 전작들보다 훨씬 적다. 뭐,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캐릭터는 다를 것이고 분명 뉴단의 캐릭터 중 최애캐가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요 캐릭터들을 봤을 때, 뉴단의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전작들보다 매력이 부족했다.
그렇게 된 이유를 설명하자면 바로 캐릭터를 만드는 방법론의 문제다. 먼저 1편의 캐릭터들의 경우 그들의 재능이 곧 개성이었다. 토가미는 금수저니까 재수 없고, 키리기리는 탐정이니까 지적이다. 그래서 이들은 후속작의 캐릭터에 비해 평면적이기는 해도 공감이 안 가는 건 아니다. 후속작인 슈단의 경우 캐릭터의 재능과는 별개의 개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타나카는 사육위원이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중2병이다. 코마에다는 행운이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희망에 미쳐있다. 그래서인지 슈단의 캐릭터는 1편의 캐릭터와 다르게 좀 더 입체적이고 사람다웠고 그 점이 슈단의 캐릭터들이 마음에 든 이유였다.
그렇다면 뉴단은 어떤가? 뉴단은 슈단과 비교하자면 재능과 별개인 개성이 조금 더 강화된 형태다. 그래서 그런지 뉴단은 개성과 재능이 뭔가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요나가의 재능은 미술부원이지만 그녀의 개성은 사이비 교주이다. 그래서 교주라는 개성이 미술부원이라는 재능을 완전히 잡아먹어서 캐릭터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또 다른 예로는 모모타가 있는데 재능은 우주비행사인 주제에 개성은 열혈 쾌남이다. 이 열혈 쾌남이라는 개성이 재능을 잡아먹어 모모타가 도대체 뭔 재능으로 우주비행사인지 의심이 갈 정도다. 지나친 개성 부여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더 평면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 다음으로 비판하고 싶은 점이라면 바로 6챕터 그 자체다. 개인적으로 6챕터는 뉴 단간론파에서 탄생해서는 안 되었을 챕터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라면 바로 추리물의 본질을 어긴 챕터기 때문이다. 추리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무수한 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결국은 탐정이 진실을 찾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추리물의 마지막에는 독자들에게 진실이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진실의 퀄리티에 따라 그 추리물이 명작인지, 범작인지, 졸작인지가 결정 나는 법이다.
그런데, 뉴단의 6챕터에는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진실이 존재할 뻔은 했다. 6챕터에서 결국 지금까지의 단간론파 시리즈가 전부 픽션이며 이번 살인게임 역시 뉴단 세계관의 엔터테인먼트였다는 진실이 밝혀진다. 이게 뉴단의 진실이라면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진실이다. 사실 데스 게임이라는 장르 이름에도 게임이 있는데 진짜 살인 게임이 게임이었다는 진실 정도는 한 번쯤 나올만했고 빌드업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외에 세부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긴 했지만 주인공이 살인 게임을 종결하는 것으로 게임이 끝났다면 최소한 수작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에서 주인공이 사실 흑막이 말한 진실이 진실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말하며 이 진실은 붕괴된다. 물론 주인공의 말을 그냥 주인공이 살인게임에 미쳐서 이상한 소리를 했다고 넘어가도 되긴 한다. 하지만 그러기에 주인공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주인공은 자신이 살인게임을 엔터테이먼트 쇼로 받아들였을 리가 없다고 말하는 데 실제로 프롤로그에서 주인공 일행은 살인게임이란 엔터테인먼트 쇼에 참가한 것이 아니라 납치당했다는 묘사가 나온다. 즉, 흑막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뉴단의 진실은 무엇일까? 모른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게 뉴단의 가장 큰 문제다.
뉴단이 이렇게 어중간하게 끝난 원인으로는 아마도 제작진들이 처음에 보여주려 했던 진실에 부담감을 느껴서였던 것 같다. 물론 제작진의 심리를 자세히 알기는 어렵지만 전작들의 사건을 픽션이라는 설정은 전작을 좋아했던 팬들이 불만을 가질법하다. 자기가 그렇게 좋아했던 캐릭터들과 설정, 사건들이 사실 가짜였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법이고 만약 이것이 뉴단의 진실로 확정 났다면 이들 중 일부는 분명 제작진을 비판했을 것이다. 하지만 설사 그 비판이 두려웠다고 해도 이를 사실 진실이 아닐 수도 있어라는 식으로 도망가서는 안 되었다. 만약 전작이 픽션이라고 당당하게 나갔다면 적어도 이 진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큼은 뉴단이 옹호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들은 어중간하게 진실을 부정했다. 이는 뉴단에서 언급되었던 진실을 거부하는 자들에게도, 옹호하는 자들에게도 지지를 얻지 못한 최악의 선택이 되었다.
차라리 당당하게 처음 말했던 진실을 굽히지 않고 밀고 나갔다면, 또는 아예 전작 팬들이 좋아할 법한 그럴듯한 진실을 보여줬다면 뉴단은 적어도 수작의 위치에는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록 위에서 캐릭터성 문제를 지적했다고는 했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추리물은 진실의 퀄리티만 좋으면 중간은 간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 6챕에서 망가진 캐릭터들도 있으니 이를 보완하면 캐릭터성도 더 나아질 수 있었을 것이다.
3. 결론적으로 뉴단은 명작으로 남을 수 있던 작품이었다. 뉴단의 게임 플레이와 트릭은 분명 전작들보다 더 진화했다. 그러나 아쉬운 스토리의 퀄리티 때문에 이 작품을 명작이라 부르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뉴단이 아쉬운 또 다른 이유는 이 게임이 사실상 단간론파의 마지막 게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뉴단의 발매 이후 핵심 제작진들은 스파이크 춘소프트를 퇴사한 뒤, 다른 추리 게임을 만들었고 그 뒤에 나온 단간론파라고는 주사위 게임이 전부기 때문이다. 이왕 뉴단이 마지막이 될 거였고 이를 마지막으로 단간론파를 떠나려 했다면 조금 더 화려하게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많이 아쉽다.
뭐 그렇다고 해도 희망을 버릴 필요는 없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스파이크 춘소프트가 새로운 제작진으로 새로운 단간론파를 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런 희망을 갖고 기다리는 것이 단간론파가 팬들에게 알려준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희망을 갖고 새롭게 돌아올 단간론파를 기대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뭐,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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