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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걸작선 - 슈퍼 마리오 갤럭시

삶은계-란 2023. 10. 23. 00:03

0. 세계를 탐험하기에는 너무 늦게 태어났고, 우주를 탐험하기에는 너무 늦게 태어났다. 그렇다, 그게 우리다. 지구상의 정복할 수 있는 장소란 이미 선구자들이 전부 정복한 지 오래고 우주를 정복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남았다. 과연 우리가 죽기 전까지 지구 밖을 벗어날 수 있을지는 정말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걸작을 하기에는 적절한 시기에 태어났다. 바로 슈퍼 마리오 갤럭시다.

 

1. 슈퍼 마리오 갤럭시는 일본에서는 2007년 11월 1일, 한국에는 2008년 9월 4일에 발매되었다. 물론 한국에는 슈퍼 마리오 Wii 갤럭시 어드벤처라는 근본 없는 이름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이런 건 신경 쓰지 말자. 아무튼 슈퍼 마리오 갤럭시는 발매되지 마자 전 세계에서 1280만 장이 팔리는 등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전작이었던 슈퍼 마리오 선샤인이 628만 장, 전전작이었던 슈퍼 마리오 64가 1121만 장을 팔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성과였다. 물론 이는 슈퍼 마리오 갤럭시가 출시된 콘솔인 Wii가 전작들의 콘솔보다 더 잘 나간 이유도 있지만 아무리 콘솔이 잘 나가더라도 게임이 재미없으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것은 어렵기 마련이다. 

 

 판매량뿐만 아니라 비평가들에게도 슈퍼 마리오 갤럭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메타크리틱 점수는 지금도 흔치 않은 97점을 받았고 유명 시상식이나 웹진에서도 슈퍼 마리오 갤럭시는 올해의 게임으로 인정받았다. 그렇다면 슈퍼 마리오 갤럭시는 어째서 모두에게 걸작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2. 다른 마리오 게임이 그렇듯이 슈마갤의 핵심은 바로 게임플레이다. 그리고 슈마갤의 게임플레이는 환상적이다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뛰어나다. 슈마갤의 핵심 컨셉은 우주, 그리고 중력이다. 먼저 슈마갤의 배경은 익숙한 버섯 왕국이 아니라 머나먼 우주다. 그러므로 기존의 평지 지형은 우주 컨셉에 맞게 구형 지형으로 바뀌었다. 이 단순한 지형의 변화만으로 게임플레이가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과 똑같은 맵을 만들어도 이를 구형으로만 바꾸면 신선해지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지형만 바꾸고 기존의 3D 마리오처럼 만들면 시간이 지날수록 신선함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닌텐도는 이를 중력이라는 또 다른 마법을 부리는 것으로 보완했다. 구형으로 이루어진 지형의 중력은 기본적으로 기존 중력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두 개의 행성이 인접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쪽 행성의 지면에서 백 텀블링으로 하면 순식간에 반대쪽 행성으로 넘어간다. 이런 중력은 특별한 기믹이 아니라 스테이지를 돌다 보면 가끔씩 볼 수 있는 매우 흔한 기믹으로 게임에 적절하게 녹아든다. 또, 스테이지를 진행함에 따라 구형에서 평지로 지형이 바뀌면서 변하는 중력의 변화나 대놓고 중력을 복잡하게 놓아 이를 파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믹 등 중력은 게임 플레이와 잘 어우러져 슈퍼 마리오 갤럭시의 특별한 게임 플레이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컨셉은 복잡하고 어쩌면 3D 멀미를 유발할 수도 있는 부작용이 있다. 물론 닌텐도도 이를 알았기에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슈마갤부터 도입했는데 그것이 바로 코스 클리어 형태다. 사실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의 대흥행 덕에 기존 3D 마리오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샌드박스 탐색과 정반대 되는 코스 클리어 형태는 지금 생각해 보면 진부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슈마갤이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코스 클리어 형태는 신의 한 수였다. 기존의 넓었던 64와 선샤인의 맵에서 사이즈를 줄이고 목적지를 확실하게 보여줌으로써 3D에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도 쉽게 게임에 접근할 수 있게 했고 이는 Wii로 유입된 수많은 플레이어의 입문을 도왔다. 또, 슈마갤은 기존의 샌드박스 탐색 형태의 플레이 스타일도 어느 정도는 유지했다. 허니비 킹덤 갤럭시, 골드 리프 갤럭시, 루프 오션 갤럭시 등은 기존의 64나 선샤인과 유사한 형태의 스테이지어서 기존의 샌드박스 탐색을 좋아하던 플레이어도 슈마갤을 떠나지 않도록 만들었다.

 

 물론 슈마갤의 변화가 이것만은 아니다. 슈마갤의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 바로 점프를 보조하는 액션, 스핀의 추가다. 이 스핀은 공중 또는 그냥 바닥에서도 위모콘을 흔드는 것으로 간단하게 쓸 수 있는 액션인데 기본적으로 주변에 공격 판정이 있어서 적을 쓰러뜨릴 수 있고, 또 공중에서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체공시간이 늘어난다. 

 

 사실 이런 점프 보조 액션은 슈퍼 마리오 64 이후 닌텐도에서 늘 생각했던 요소였고 이를 야심 차게 첫 추가한 것은 선샤인의 펌프였다. 펌프의 성능은 매우 특출 났지만 문제는 점프가 가장 필요한 비밀 스테이지에서 펌프를 빼앗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수많은 플레이어들은 지옥의 아카펠라와 함께 매우 어려운 비밀 스테이지를 힘들게 깨야만 했다. 닌텐도는 선샤인에서 교훈을 얻었는지 다행히도 어려운 플랫포밍 스테이지에서 스핀을 뺏는 악랄한 짓을 하지 않았고 그 덕에 스핀의 추가는 슈마갤의 난이도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 이는 후대의 3D 마리오에도 이어져 3D 랜드의 너구리 마리오, 3D 마리오의 고양이 마리오, 오디세이의 캐피 던지기로 이어져 점프 보조 액션의 유용함을 증명하고 있다.

 

 이런 장점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 스테이지가 바로 슈마갤의 튜토리얼 스테이지, 헤븐스 도어 갤럭시다. 처음 시작하자마자 토끼를 잡는 것으로 기본 이동과 점프를 익히고 그 직후 스핀을 얻은 뒤, 스핀을 사용하여 스타링을 타고 다른 행성으로 넘어가는 법을 배운다. 그다음 게임 내내 볼 스타링 조각 모아서 스타링 만들고, 스핀으로 적 쓰러뜨리기, 플립 패널 색깔 바꾸기를 익히며 자연스럽게 이 게임의 조작법과 컨셉을 익히게 된다. 이는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게임플레이를 배울 수 있는 최고의 레벨 디자인 형태다.

 

3. 그러나 슈마갤의 장점은 게임 플레이뿐만 아니다. 전통적으로 닌텐도는 스토리를 잘 만드는 회사는 아니었다. 특히 슈퍼 마리오 시리즈는 더더욱 그랬다.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스토리는 피치가 대충 납치당하면 마리오가 구한다는 매우 심플하고 간단한 이야기였다. 물론 슈퍼 마리오 시리즈를 진지하게 스토리가 별로라고 평가절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슈퍼 마리오의 게임 플레이는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아무도 스토리를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시기의 닌텐도는 스토리를 만드는 걸 신경 썼었고 그 결과가 슈퍼 마리오 갤럭시에 집약되었다.

 

 슈퍼 마리오 갤럭시의 스토리 구조 자체는 매우 간단하다. 쿠파가 피치를 이번에 우주로 납치한 다음, 자신만의 우주 제국을 세우려 하고 마리오가 이를 막는다. 이게 스토리의 전부다. 그러나 이를 너무나도 간단하게 연출했던 과거와 다르게 슈퍼 마리오 갤럭시는 각 장면마다 심혈을 기울인 연출을 함으로써 스토리의 질을 향상했다. 대표적으로 처음 시작하자마자 피치 성을 한 번에 들어서 피치를 납치하는 장면인데 이 장면은 간단한 플롯 속에 피치 성을 우주로 들어 올리는 쿠파의 강력함, 우주로 들어 올려지는 피치 성으로 향하는 마리오의 비장함과 패배를 한 번에 담은 좋은 장면이다.

 

 또, 전통적으로 진지하면서도 웃기는 빌런이었던 쿠파는 슈마갤에서는 웃음기 하나 없이 자신만의 우주 제국을 만들기 위한 야망으로 똘똘 뭉친 진지한 빌런으로 등장한다. 슈마갤에서 쿠파는 역대 쿠파 중 가장 카리스마 있고 진지한 쿠파로 한 번도 개그스럽게 망가지지 않으며 이는 마지막 엔딩에서 최후를 맞이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엔딩 역시 마냥 행복하게 끝났던 기존 마리오와 달리 완전히 무너지는 쿠파의 제국, 그 여파로 붕괴될 위기에 처한 은하,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해 희생하는 베이비 치코의 모습까지 마리오답지 않게 감동적이고 여운을 남긴다. 

 

 심지어 슈마갤의 스토리는 이런 메인 스토리만이 전부가 아니다. 게임 플레이 도중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우주마녀의 동화는 보는 게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진짜 하나의 동화책을 보는 것처럼 심오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자랑한다.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슈퍼 마리오 갤럭시가 역대 슈퍼 마리오 시리즈 중 가장 훌륭한 스토리를 지녔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4. 이제 다음으로 그래픽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사실 지금 기준으로 수치로서 슈마갤의 그래픽이 좋은 것은 전혀 아니다. 솔직히 2007년도 게임에 좋은 그래픽을 바라는 게 사치 아닐까? 현대 게임들과 비교하면 당연히 수치로서 슈마갤의 그래픽은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러나 당대 기준으로 봤을 때, 슈마갤의 그래픽은 훌륭한 편이다. 당시에도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Wii 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지금 하더라도 그래픽이 좋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래픽 때문에 게임이 꺼려질 정도는 아니라 생각한다.

 

 그리고 수치에서 벗어나서 슈마갤의 그래픽의 장점을 말하자면 역시 특유의 분위기다. 별똥별 천문대는 후술 하겠지만 컨셉에 미쳐 컨셉을 제외한 편의성은 우주 너머로 보낸 영 좋지 않은 허브 월드지만 그것과 별개로 분위기는 죽여준다. 특히 후반에 얻는 플라잉 마리오로 별똥별 천문대 주변을 날아다니면서 보는 광경은 진짜 우주를 날아다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이런 슈마갤에서만 찾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점에서 그래픽을 고평가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슈마갤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건 그래픽만이 아니다. 슈마갤의 사운드도 큰 기여를 한다. 게임을 시작할 때부터 끝까지 OST 하나하나가 버릴 것 없이 훌륭하며 슈마갤에서 처음 시도한 오케스트라는 성공적으로 돌아가 웅장한 우주를 완벽히 표현했다. 특히 윈드 가든이나 별똥별 천문대, 에그 플래닛은 지금도 슈마갤, 더 나아가 슈퍼 마리오를 상징하는 브금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한 번 들어보자. 하나하나가 정말 뛰어나다. 이것 외에도 슈마갤에는 뛰어난 브금이 많으니 슈마갤의 사운드 역시 슈마갤을 명작으로 만드는데 한 몫했음을 알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MeHedF6_1U

https://www.youtube.com/watch?v=wBhzmys2-eU

https://www.youtube.com/watch?v=PGn4OlDpLaw

 

5. 물론 이렇게 슈마갤의 장점을 설명했지만 사실 슈마갤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위에서 잠깐 이야기했던 별똥별 천문대인데 이 허브 월드는 우주라는 컨셉을 구현하는 데 모든 신경을 쓴 바람에 편의성을 개판으로 만들어놨다. 각 스테이지로 들어갈 수 있는 장소는 하나하나가 너무 떨어져 있고 쓸데없이 플랫포밍을 요구하며 구조도 너무 복잡하다. 물론 이렇게 복잡한 허브 월드는 슈퍼 마리오 64의 피치 성도 있었다. 근데 피치 성은 복잡한 구조 속에서 숨겨진 스타를 찾는 재미가 있었다. 근데 여긴 그런 것도 없다. 차라리 이왕 컨셉잡고 복잡하게 할 거 숨겨진 스타도 몇 개 넣어서 조금 더 개성을 강화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그다음으로는 퍼플코인이 있다. 퍼플코인은 엔딩을 본 뒤, 각 갤럭시마다 플레이할 수 있는 엔딩 후 콘텐츠로 거두절미해하자면 퍼플코인 100개를 모으면 된다는 간단한 콘텐츠다. 솔직히 이는 기존의 64나 선샤인의 100 코인 모으기보다는 발전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퍼플코인을 그냥 코인과 분리시켜 놨고, 퍼플코인 콘텐츠만을 위한 레벨을 만들었으며 퍼플코인 레벨 중 특수한 기믹이 있는 레벨도 있다. 그러나 그걸 감안하더라도 퍼플코인 100개 모으기는 지루하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샌드박스 탐색에 가까운 갤럭시들은 퍼플코인도 무작정 마리오를 던져놓고 100개 모으라는 식이어서 더욱 그렇다. 차라리 퍼플코인 온 루이지 같은 레벨은 난이도는 매우 어려워도 지루하지는 않은데 이런 식의 퍼플코인 100개 모으기는 너무 게으른 형식의 레벨이다. 노가다성 퍼플코인 레벨을 없애고 스테이지의 범위를 좁히는 대신 시간제한을 두는 형태로 조금 더 타이트하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단점을 말하자면 바로 파워업, 그중에서도 스프링 마리오가 있다. 스프링 마리오는 스프링 버섯을 먹으면 스프링으로 변신을 하는데 직관성과 뛰어난 조작감을 중요시하는 슈퍼 마리오의 파워업 답지 않게 조작감이 매우 불편하다. 가만히만 있어도 자기 멋대로 통통 튀어대며 슈마갤에서 가장 중요한 액션인 스핀도 못하고 그저 통통 튀면서 온갖 장애물을 헤쳐나가야 한다. 제작진의 악의가 느껴진다. 오죽하면 슈마갤의 개조롬에서 강제로 스프링버섯을 장애물로 배치하는 구간을 만들었겠는가? 이런 파워업은 존재 가치가 없다. 다행히도 제작진도 이를 알아서였는지 슈마갤 2에서는 스프링 마리오의 등장 빈도가 매우 줄어들었다. 참 다행이다.

 

6. 하지만 이런 사소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슈퍼 마리오 갤럭시는 슈퍼 마리오의 역사, 아니 게임계의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명작 중 하나다. 게임 플레이, 스토리, 그래픽, 사운드가 슈마갤처럼 균형 있게 뛰어난 게임은 지금도 흔치 않다. 솔직히 올해 나온 게임 중에서도 슈마갤 같이 균형 잡힌 명작을 생각하라고 하면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나마 젤다 왕눈인데 개인적으로 왕눈보다 슈마갤 스토리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슈마갤은 앞으로도 슈퍼 마리오 최고의 명작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한번 슈퍼 마리오 갤럭시의 세계를 탐험해 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