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야숨의 핵심은 지난 편에서도 말했듯이 물론 오픈 월드다. 수집 요소 제거, 상호작용, 내구도 시스템이 어우러져서 만들어진 오픈 월드는 분명 야숨에서 가장 호평받는 요소였다. 그러나 야숨에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있으니 그건 바로 스토리다. 사실 개인적으로 야숨의 이야기를 엄청나게 고평가 하지는 않는다. 물론 야숨의 이야기가 엄청 구린 건 아니지만 전작인 황혼의 공주나 스카이워드 소드 등과 비교할 때 야숨의 이야기는 이들에 비하면 부족하다. 하지만 야숨의 스토리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야숨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모두가 알다시피 매우 파격적이다. 이 게임은 놀랍게도 튜토리얼을 클리어한 뒤, 바로 엔딩을 볼 수 있다. 이런 방식의 게임은 게임 역사를 따져봐도 얼마 되지 않는다. 물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변하는 게임을 찾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튜토리얼 이후 바로 최종 보스를 잡을 수 있는 게임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야숨의 스토리텔링을 논하기에는 부족하다. 일단, 튜토리얼만 깨고 최종 보스를 잡는다면 그 과정에서 즐길 수 있는 스토리는 거의 없다. 더 나아가 애초에 튜토리얼만 깨고 최종 보스를 잡으려는 사람도, 잡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도 얼마 없을 것이다. 결국 야숨에서 튜토리얼 이후 바로 최종 보스를 잡는 게 가능은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모든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한 뒤, 최종 보스인 재앙 가논을 잡을 것이다. 그렇다면 야숨의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원인은 무엇일까?
야숨의 스토리텔링은 크게 2개로 나뉜다. 하나는 링크가 각 마을을 돌아다니며 신수에 기생한 커스 가논을 잡고 마을을 구하는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과거의 기억을 살피면서 100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회상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둘의 이야기가 비선형적으로 어우러지는 것, 이것이 야숨 스토리텔링의 핵심이다. 야숨은 비선형적인 오픈 월드 구조를 지녔고 당연히 원하는 대로 하이랄을 돌아다닐 수 있다. 물론 하이랄을 돌아다니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메인 퀘스트 위주로 돌아다닐 수도 있고, 누군가는 자유로운 방랑을 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또는 의도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살피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감춰졌던 과거의 이야기를 알아가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사람들마다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야숨에서 찾을 수 있는 기억은 총 18개인데 그중 13개를 플레이어가 원하는 순서대로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순서로 기억을 찾으며 스토리를 재구축해 나간다는 뜻이다. 거기에 메인 퀘스트 역시 어디부터 들려야 한다는 제약 같은 게 없는 관계로 이것들까지 합하면 꽤 많은 경우의 수가 나온다. 이런 비선형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이 상대적으로 아쉬운 이야기의 퀄리티를 잘 보완했다고 생각한다.
4. 하지만 좋은 걸작에도 흠은 있는 법이다. 야숨에도 단점이 없는 것은 전혀 아니다. 이를 간단히 살펴보면 가장 큰 문제점은 신수라고 생각한다. 기존 젤다의 던전들은 다양한 테마와 신선한 기믹, 그리고 이것들이 어우러져서 만들어지는 퍼즐이 매력적이었다. 물론 신수의 기믹이 그렇게까지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신수의 테마는 너무나도 천편일률적이다. 야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당과 비슷한 디자인, 비슷한 퍼즐로 구성된 사당은 젤다 게임의 던전이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리고 몬스터. 분명 야숨은 개성 있는 몬스터를 디자인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라이넬 같은 경우는 어려우면서도 파훼가 불가능하지는 않은 전형적인 잘 만든 미니보스의 예라고 생각한다. 문제라면 그 몬스터의 수가 적다. 진짜 적다. 야숨의 몬스터들은 소수의 몬스터들을 색깔놀이한 경향이 강하다. 여기에 가도 보코블린, 저기에 가면 좀 더 강한 보코블린, 이쪽에는 좀 더 강한 리잘포스로 몬스터 디자인에 다양성이 부족하다. 조금 더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가 나오면 어땠을까 싶다.
보스 몬스터도 마찬가지다. 야숨의 최종 보스인 재앙 가논은 설정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실망스럽다. 일단 체력부터 미니보스인 실버 라이넬보다 적고 공격 패턴도 메인 보스들은 커스 가논과 너무 유사하며 난이도도 쉬운 편이다. 그나마 진 최종보스로 나오는 마수 가논의 경우 연출도 좋고 OST도 좋지만 난이도는 이벤트 전답게 너무 쉬워서 아쉬웠다. 설정으로 따지면 거의 최강의 보스 중 하나인데 게임으로 직접 하면 조금 많이 허접한 점이 아쉬웠다.
물론 이런 흠이 있더라도 야숨이 걸작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명작에 이런 흠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쉬울 수도 있다. 제작진들도 이를 알아서였는지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 이들은 새로운 게임을 발매했다. 그리고 이 게임은 위에서 말했던 모든 흠을 수정한 채 나온 야숨보다 더 뛰어난 걸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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