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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도시의 도서관 - (7)

삶은계-란 2023. 4. 22. 14:59

※ 이 글에는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기계는 모를 테지. 소중한 것으로 인해 뜨겁게 피가 흐르는 느낌을.
- 샤오
각오해라. 오늘 도시의 별 하나가 질 테니.
- 샤오
서서히 사라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 번에 불타는 것이 낫다.
- 커트 코베인, 미국의 음악가

 

0. 인류의 역사는 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불을 발견한 인류는 이를 계기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동물들보다도 발전하고 진보할 수 있었으며 지구의 주인이 되었다. 하지만 불은 모든 것을 태울 정도로 강렬한 것이어서 수많은 생명체를 재로 만들었다. 이처럼 불은 너무나도 위대하면서도 위험한 양면성을 지녔다. 필립의 경우, 그는 불의 위험함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인물은 정반대로, 불의 위대함을 보여주었다.

 

1. 샤오는 리우 협회 남부지부 1과 부장으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해결사였다. 그녀는 남부지과 2과 부장이었던 로웰의 아내였으며 그도 샤오보단 약하지만 꽤 강한 해결사였다. 부부간의 금술은 좋았고 한 달 뒤, 로웰에게 둥지 이주권을 선물 받아 곧 둥지로 이주할 예정이었다. 샤오의 인생은 순탄대로 처럼 보였다.

 

 그 운명을 바꾼 것은 도서관이었다. 샤오와 남부지부 1과는 우는 아이 생포에 투입되었고 로웰과 2과는 도서관 조사를 맡았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거의 잡을 뻔했던 우는 아이는 잔향악단 덕분에 놓치고 로웰과 2과는 도서관에서 전멸을 면치 못했다. 로웰의 죽음을 들은 샤오는 상부의 명령도 무시한 채 부하들을 대동하고 로웰의 책을 되찾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앤젤라는 자기 목숨까지 바치며 이곳에 올 이유가 있냐며 물었지만 샤오는 앤젤라에 일갈하며 자신은 포기하지 않을 거라 말했다. 그러나 도서관은 만만치 않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샤오는 뒤틀림과 에고 사이의 무언가를 발현하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샤오의 부관이었던 미리스가 억지로 그녀를 데리고 도서관 밖으로 탈출했고 나머지 1과 대원들은 전부 도서관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미리스는 자신 때문에 죽은 부하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샤오를 위로했고 샤오는 진정하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샤오의 머릿속에서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샤오는 그 목소리를 부정하며 일단 필립처럼 불안정한 에고를 각성하는 데 성공했다. 마음을 다잡은 샤오와 미리스는 마지막으로 도서관에 도전했다. 그러나 불안정한 에고가 있더라도 여러 부하들과 함께해서 실패했던 도서관 공격을 둘이서 성공했을 리가 없었다. 어지러운 전투 속에서 미리스가 먼저 죽고 샤오도 빈사 상태로 혼자 남았다.

 

 이 순간,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힘을 받아들여라, 자신의 감정을 발산해라. 그러나 샤오는 그 목소리들을 부정하며 인간이 극복하지 못할 것은 없다며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잡았다. 그러면서 샤오는 완전한 에고를 발현했다. 완전한 에고의 힘을 얻은 샤오는 이번에야 말로 도서관을 쓰러뜨리겠다고 말하며 덤벼왔다. 완전한 에고를 각성한 샤오는 평범한 1급 해결사를 넘어선, 특색 수준의 강함을 보여주었다. 한 명, 한 명, 사서를 쓰러뜨리던 샤오였으나 이번에도 모두를 쓰러뜨릴 수는 없었다. 결국 누구보다 화려하게 타오르던 샤오는 도서관에서 재가 되어 책이 되고 말았다.

 

2. 샤오는 여러모로 필립의 안티테제임을 보여준다. 일단 필립과 샤오 모두 불 관련 능력을 사용한다. 그리고 둘 다 불완전한 에고를 각성했었다. 그러나 둘의 차이는 컸다. 필립은 강해질 가능성은 있었으나 평범한 5급 해결사였다. 그러나 샤오는 이미 리우 협화 남부 1과 부장일 맡을 정도로 강한 1급 해결사였다. 필립의 짝사랑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샤오는 로웰과의 사랑을 이룬 상태였다. 필립은 도서관에서 도망친 뒤, 믿고 의지할 동료가 없었다, 그러나 샤오는 미리스라는 의지할 동료가 있었다. 필립은 오스왈드의 말을 듣고 뒤틀림으로 변했으나 샤오는 혼자서 완전한 에고를 각성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 필립은 뒤틀림이 되어 패배한 뒤에도 끈질기게 도망가서 살아남다가 결국 완전한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샤오는 완전한 에고를 얻은 뒤,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게 승복한 뒤, 책이 되었다. 결국 한 명은 비참하고 처절하게 영속적인 죽음을 맞이했고 또 한 명은 명예롭게 패배했으나 도시에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반대되는 모습은 필립의 비참함과 샤오의 강인함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 샤오는 라오루에서 인간 찬가를 상징한다. 라오루의 다른 캐릭터처럼 샤오는 주변 상황이나 도서관 덕분에 위기에 처한다. 다른 캐릭터들은 그런 위기에 처했을 때, 그냥 허무하게 죽거나 뒤틀려버렸다. 그러나 샤오는 인간성을 버리지 않고 에고를 발현하여 끝까지 치열하게 싸웠다. 이런 모습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어딘가에 희망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샤오는 가장 어두운 순간에서도 누구보다 밝게 불타올랐다.

 

 하지만 그런 불이 완전히 좋은 쪽으로만 탔던 것은 아니었다. 샤오는 엄연히 상부의 말을 거역하고 감정적으로 행동했다. 그녀는 부하들을 데리고 무단으로 도서관에 돌입했고 그 결과 부하들 전원과 자신까지 책이 되는 결말을 초래했다. 결국 이는 불은 피아를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불태운다는 것을 시사하며 언젠가 샤오가 다시 돌아오더라도 그런 감정적인 행동 때문에 필립처럼 파멸에 도달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3. 이렇게 샤오에 대해 알아보았다. 샤오는 인상깊은 스토리와 난이도로 많은 유저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앤젤라에게 일갈하는 장면은 많은 유저들이 앤젤라에 대한 피로감을 느꼈을 때, 한 번에 묵은 밥을 소화시켜 주는 소화제 역할을 했다. 거기에 샤오는 라오루에서 유일하게 완전한 에고를 발현하는 인간이다. (게부라는 전작에서 이미 발현했으므로 제외했다.) 그런 점에서 샤오는 강력함, 에고를 발현시킬 정도의 강인한 정신력, 냉정하면서도 감정적인 성격 등을 잘 보여주며 퇴장한 좋은 캐릭터였다. 샤오도 다른 손님들처럼 책에서 해방되었음이 확실시되는데 과연 후속작들에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